대한민국은 택배 천국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주문하면 당일 배송되는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들은 편리하게 물건을 받아볼 수 있다. 특히 올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택배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더욱 늘어났다. 배송물량이 증가하면서 택배 기사들의 발걸음은 더욱 바빠졌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분류작업’이었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지난 9월 기자회견을 열고 “하루 13~16시간 노동 시간 중 절반을 분류작업에 할애한다”고 하소연했다. 택배 기사들은 배달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아 분류작업에 대한 보상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올해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 노동자는 전국택배연대노조 추산 15명이다. 뷰어스는 그동안 택배기사들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정부와 기업이 내놓은 대책과 더불어 현장의 택배 기사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우리나라 택배 산업 시작이 30년 가까이됐지만 택배 기사들에 대한 처우는 아직 열악하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의 택배는 지난 1992년 시작됐다. 한진 그룹은 ‘파발마’라는 택배 브랜드를 통해 업계에 시작을 알렸다. 이후 택배 산업은 인터넷 쇼핑몰과 TV홈쇼핑 등 유통채널의 급성장과 더불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흐름에 따라 택배 노동자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2.1시간, 평균 작업량도 1인당 250건에 달하게 됐다. 산업은 성장했지만 택배 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상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돼 별도의 휴게 시간, 휴일, 퇴직금 등을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산업재해보상보험, 고용보험 등의 의무가입 대상에도 제외돼 있다.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택배가격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난 2002년 평균 택배가격은 3265원에 택배 기사의 몫인 배송수수료는 1200원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택배가격 2269원에 배송수수료는 800원으로 하락했다. 배송수수료가 하락하면서 택배 기사들은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 배송 물량을 늘려야 했다. 문제는 택배 기사들의 물류 분류작업이다. 택배기사 1일 평균 작업시간 12시간 가운데 평균 3~4시간을 분류작업에 할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분류 업무가 ‘공짜노동’이라고 피력했다. 반면 택배회사는 분류 업무도 배송 업무에 포함, 배송 수수료에 분류 수당도 포함돼 있다고 맞섰다. 추석을 앞둔 지난 9월말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택배 분류 작업 거부를 외치며 파업을 선언했다. 대책위는 지난 9월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분류작업을 위해 택배 노동자들이 새벽같이 출근하고 밤늦게까지 배송을 해야한다. 이에 따라 하루 13~16시간 노동의 절반을 분류작업에 매달리면서도 단 한 푼의 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분류작업에 대한 별도의 인력 투입이 택배 노동자 과로사를 줄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석을 앞두고 자칫 택배 대란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부랴부랴 분류작업 인력 지원 대책을 내놨다. 추석 성수기(9월14일~10월16일)에 서브터미널 분류 인력은 올해 8월 대비 하루 2067명을 늘리고, 허브터미널 분류 인력도 1604명을 충원하기로 했다. 이같은 정부의 대책에 대책위는 파업을 철회했다. 이후 택배 기사 과로사 문제는 계속 수면 위에 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택배기사 15명이 사망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CJ대한통운 택배기사 A씨(48)는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증세로 병원에 이송됐고 이후 숨졌다. 김씨는 약 20년 경력의 택배노동자로 특별한 지병은 없었다. 지난달 12일에는 한진 택배 기사 36세 B씨가 사망했다. 택배노조는 B씨가 동료에게 보낸 메시지를 공개했다. 그는 메시지를 통해 “오늘 420개를 들고나와 지금 집에 가고 있다”며 “도착하면 (새벽) 5시, 밥 먹고 씻고 한 숨도 못자고, 바로 출근해 또 물건을 정리해야한다”고 호소했다. 택배 기사들의 과로사 이외에도 업체의 갑질 논란도 일었다. 지난달 20일 전국택배노동조합에 따르면 로젠택배에 근무하는 C씨는 당일 새벽 3시경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 터미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C씨가 남긴 유서에는 국가시험, 차량구입, 전용번호판을 모두 준비해야 하는 택배 기사들의 열악한 현실이 적혀 있었다. 더불어 적은 수수료에 세금을 제외하면 한 달에 200만원도 벌지 못하는 등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한여름 승·하차 작업에 힘든 상황에도 대리점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소장들을 30분 일찍 나오게 하게 했다고 밝혔다. 해당 대리점은 퇴사 의사를 밝힌 C씨에게 되려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갑질을 자행하는 만행도 저질렀다.

[택배노동자의 오늘과 내일] ①28년 된 택배 산업, 기사들 처우는 오히려 후퇴

1992년 택배 산업 이후 인터넷 쇼핑몰 등 급성장과 함께 택배 기사 노동 시간 및 평균 작업량 크게 늘어
택배 노동자는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돼 휴일 보장 없고 배송수수료도 작년 800원으로 하락

심영범 기자 승인 2020.11.13 13:30 의견 0

대한민국은 택배 천국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주문하면 당일 배송되는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들은 편리하게 물건을 받아볼 수 있다. 특히 올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택배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더욱 늘어났다. 배송물량이 증가하면서 택배 기사들의 발걸음은 더욱 바빠졌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분류작업’이었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지난 9월 기자회견을 열고 “하루 13~16시간 노동 시간 중 절반을 분류작업에 할애한다”고 하소연했다. 택배 기사들은 배달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아 분류작업에 대한 보상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올해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 노동자는 전국택배연대노조 추산 15명이다. 뷰어스는 그동안 택배기사들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정부와 기업이 내놓은 대책과 더불어 현장의 택배 기사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우리나라 택배 산업 시작이 30년 가까이됐지만 택배 기사들에 대한 처우는 아직 열악하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의 택배는 지난 1992년 시작됐다. 한진 그룹은 ‘파발마’라는 택배 브랜드를 통해 업계에 시작을 알렸다. 이후 택배 산업은 인터넷 쇼핑몰과 TV홈쇼핑 등 유통채널의 급성장과 더불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흐름에 따라 택배 노동자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2.1시간, 평균 작업량도 1인당 250건에 달하게 됐다.

산업은 성장했지만 택배 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상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돼 별도의 휴게 시간, 휴일, 퇴직금 등을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산업재해보상보험, 고용보험 등의 의무가입 대상에도 제외돼 있다.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택배가격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난 2002년 평균 택배가격은 3265원에 택배 기사의 몫인 배송수수료는 1200원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택배가격 2269원에 배송수수료는 800원으로 하락했다. 배송수수료가 하락하면서 택배 기사들은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 배송 물량을 늘려야 했다.

문제는 택배 기사들의 물류 분류작업이다. 택배기사 1일 평균 작업시간 12시간 가운데 평균 3~4시간을 분류작업에 할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분류 업무가 ‘공짜노동’이라고 피력했다. 반면 택배회사는 분류 업무도 배송 업무에 포함, 배송 수수료에 분류 수당도 포함돼 있다고 맞섰다.

추석을 앞둔 지난 9월말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택배 분류 작업 거부를 외치며 파업을 선언했다.

대책위는 지난 9월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분류작업을 위해 택배 노동자들이 새벽같이 출근하고 밤늦게까지 배송을 해야한다. 이에 따라 하루 13~16시간 노동의 절반을 분류작업에 매달리면서도 단 한 푼의 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분류작업에 대한 별도의 인력 투입이 택배 노동자 과로사를 줄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석을 앞두고 자칫 택배 대란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부랴부랴 분류작업 인력 지원 대책을 내놨다. 추석 성수기(9월14일~10월16일)에 서브터미널 분류 인력은 올해 8월 대비 하루 2067명을 늘리고, 허브터미널 분류 인력도 1604명을 충원하기로 했다.

이같은 정부의 대책에 대책위는 파업을 철회했다.

이후 택배 기사 과로사 문제는 계속 수면 위에 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택배기사 15명이 사망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CJ대한통운 택배기사 A씨(48)는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증세로 병원에 이송됐고 이후 숨졌다. 김씨는 약 20년 경력의 택배노동자로 특별한 지병은 없었다.

지난달 12일에는 한진 택배 기사 36세 B씨가 사망했다. 택배노조는 B씨가 동료에게 보낸 메시지를 공개했다. 그는 메시지를 통해 “오늘 420개를 들고나와 지금 집에 가고 있다”며 “도착하면 (새벽) 5시, 밥 먹고 씻고 한 숨도 못자고, 바로 출근해 또 물건을 정리해야한다”고 호소했다.

택배 기사들의 과로사 이외에도 업체의 갑질 논란도 일었다. 지난달 20일 전국택배노동조합에 따르면 로젠택배에 근무하는 C씨는 당일 새벽 3시경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 터미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C씨가 남긴 유서에는 국가시험, 차량구입, 전용번호판을 모두 준비해야 하는 택배 기사들의 열악한 현실이 적혀 있었다. 더불어 적은 수수료에 세금을 제외하면 한 달에 200만원도 벌지 못하는 등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한여름 승·하차 작업에 힘든 상황에도 대리점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소장들을 30분 일찍 나오게 하게 했다고 밝혔다. 해당 대리점은 퇴사 의사를 밝힌 C씨에게 되려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갑질을 자행하는 만행도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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