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대 생명보험협회장 취임식에서 정희수 회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생명보험협회) 관료나 정치인 출신이 금융권 단체장을 맡는 것은 약인가 독인가. 일각에서는 '관피아(관료+마피아)'와 '정피아(정치인+마피아)'라며 관치금융 후유증이 극에 달했다고 비판한다. 반면 다른 편에서는 규제 산업의 특성상 일종의 로비스트 역할을 하려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보험연수원 원장후보추천위원회는 민병두 전 국회 정무위원장을 차기 원장 단독 후보로 추대했다. 원추위는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6개 보험연수원 이사사 대표와 김성태 연세대 교수 등 외부 추천위원 등 7명으로 구성됐다. 보험연수원은 최근까지 3선 의원 출신인 정희수 전 원장이 수장을 맡았다. 정 전 원장이 생명보험협회장으로 옮기자 다시 3선 의원 출신인 민 전 위원장을 추대한 거다. 보험연수원장은 세간의 관심에서 비켜나 있지만 업무추진비 등을 포함해 연 3억원 가량의 보수를 받는 '알짜' 자리로 통한다. 손해보험협회장은 경제 관료 출신인 정지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맡았다. 정 회장이 한국증권금융 사장,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역임한 데 이어 손보협회장까지 선임되자 관피아 논란은 수면 위로 올라왔다. 비슷한 시기 생명보험협회장에는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캠프에서 통합정부추진위원회 자문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정희수 보험연수원장이 선임됐다. 이후 진행된 은행협회장 선임 과정에서도 관료 출신인 김광수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자리를 옮겼다. 많은 전문가는 관피아나 정피아 출신이 금융당국의 각종 제재와 입김으로부터 우산이 되어 줄 수 있다는 긍정론에 공감한다. 민간 기업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업계전문가보다 당국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관피아나 정피아가 낫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피아·정피아 선호로 인해 전문성를 가진 민관 출신 금융인은 내정에서 배제되는 분위기다. 특히 교육기관인 보험연수원은 무엇보다 보험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인 자리지만 관련 업계 경험이 없는 정치인이 연이어 낙하산 인사로 자리를 차지한다. 현실적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관치금융이 초래한 부작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비판이 따갑다. 급변하는 금융환경을 헤치고 나가기 위해서는 민간의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최대한 살려야한다. 하지만 관치금융은 과거의 규제 잣대로 이를 억압하기 쉽다. 또 실패할 경우 책임지지도 않는다. 퇴직 관료, 정치인들이 낙하산, 뒷배경을 앞세워 지속적으로 선임된다면 혁신을 강조하는 금융업의 미래는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최동수의 머니;View] 극에 달한 관치금융, 금융 혁신 해치고 미래 망쳐

연이은 단체장 인사로 이목 집중
금융당국 입김 막을 수 있어 선호

최동수 기자 승인 2021.01.08 13:18 의견 0
제35대 생명보험협회장 취임식에서 정희수 회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생명보험협회)

관료나 정치인 출신이 금융권 단체장을 맡는 것은 약인가 독인가. 일각에서는 '관피아(관료+마피아)'와 '정피아(정치인+마피아)'라며 관치금융 후유증이 극에 달했다고 비판한다. 반면 다른 편에서는 규제 산업의 특성상 일종의 로비스트 역할을 하려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보험연수원 원장후보추천위원회는 민병두 전 국회 정무위원장을 차기 원장 단독 후보로 추대했다. 원추위는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6개 보험연수원 이사사 대표와 김성태 연세대 교수 등 외부 추천위원 등 7명으로 구성됐다.

보험연수원은 최근까지 3선 의원 출신인 정희수 전 원장이 수장을 맡았다. 정 전 원장이 생명보험협회장으로 옮기자 다시 3선 의원 출신인 민 전 위원장을 추대한 거다. 보험연수원장은 세간의 관심에서 비켜나 있지만 업무추진비 등을 포함해 연 3억원 가량의 보수를 받는 '알짜' 자리로 통한다.

손해보험협회장은 경제 관료 출신인 정지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맡았다. 정 회장이 한국증권금융 사장,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역임한 데 이어 손보협회장까지 선임되자 관피아 논란은 수면 위로 올라왔다.

비슷한 시기 생명보험협회장에는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캠프에서 통합정부추진위원회 자문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정희수 보험연수원장이 선임됐다. 이후 진행된 은행협회장 선임 과정에서도 관료 출신인 김광수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자리를 옮겼다.

많은 전문가는 관피아나 정피아 출신이 금융당국의 각종 제재와 입김으로부터 우산이 되어 줄 수 있다는 긍정론에 공감한다. 민간 기업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업계전문가보다 당국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관피아나 정피아가 낫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피아·정피아 선호로 인해 전문성를 가진 민관 출신 금융인은 내정에서 배제되는 분위기다. 특히 교육기관인 보험연수원은 무엇보다 보험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인 자리지만 관련 업계 경험이 없는 정치인이 연이어 낙하산 인사로 자리를 차지한다. 현실적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관치금융이 초래한 부작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비판이 따갑다. 급변하는 금융환경을 헤치고 나가기 위해서는 민간의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최대한 살려야한다. 하지만 관치금융은 과거의 규제 잣대로 이를 억압하기 쉽다. 또 실패할 경우 책임지지도 않는다.

퇴직 관료, 정치인들이 낙하산, 뒷배경을 앞세워 지속적으로 선임된다면 혁신을 강조하는 금융업의 미래는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