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열 작가 ‘Unknown Visitor’ 전시포스터(사진=갤러리도스) 갤러리도스는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자 일 년에 상반기, 하반기 두 번의 공모전을 기획하고 있다. 공모전에는 매번 새로운 주제가 정해지게 되며, 같은 주제를 가지고 각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세계로 참신하게 풀어낸다. 1월, 2월 상반기는 ‘기다림의 가운데’ 라는 주제를 가지고 총 6명의 작가(정소윤, 정재열, 이수진, 손수정, 박주애, 윤영문)를 선정 오는 6일부터 2월 23일 까지 각 작가의 개인전이 연이어 릴레이 형식으로 펼쳐진다. 두 번째 전시 정재열 작가의 ‘Unknown Visitor’라는 전시 타이틀로 오는 13일부터 19일까지 갤러리도스에서 진행된다. Uncertain light, 2020, 가변설치, 직물, 그리고 목재(사진=갤러리도스) 정재열 작가는 자신의 활동이 스친 일상 속의 사물들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지만 열 손가락에서 순위를 정하지 못하듯 차등을 두지 않고 꺼내어 보여준다. 집착 없이 작성된 목록에는 방문객이 오고 가느라 일어난 작은 바람이 실어온 먼지조차 거리낌 없이 포함된다. 작가는 보통의 물건에 거창한 의미를 부여함이 아닌 마땅한 자리를 만들어주고 시선을 주고자 하는 소박한 동기에서 작업을 시작한다. 단순히 햇빛이 사물의 표면을 비추는 순간들조차 흘러가는 자연현상으로 소홀히 여기지 않고 자신이 작품으로 만들어낸 물체가 이 세상에서 지닐 수 있는 특정한 모습중의 하나로 받아들인다. 차가운 골목에서 우연히 마주친 짐승에게 조촐한 정을 베풀고 그 자리에 남겨진 때 묻은 싸구려 플라스틱 그릇과 부위를 알 수 없는 털 조각, 그 시간 손등에 닿은 비닐 포장지조각의 감촉은 정재열에게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을 증명해주고 이야기 거리로 가슴에 새겨둘 만한 가치를 충분히 지니고 있다. 고귀하지도 하찮지도 않은 쓰임새와 형태를 지녔던 사물들은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매력을 지니지 않았지만 작가의 간결한 의도 아래 전시공간에서 계산적으로 배치된다. 주인공의 주변에 남은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우직한 역할 부여 받은 후에는 빈 공간의 필요함으로 인해 정리되고 치워진 나머지로 불리던 물건들을 위해 하얀 전시장이라는 무대와 조명이 준비되었다. File box, 2020, 가변설치, 크라프트지, 그리고 알리미늄(사진=갤러리도스) 관객이 작품을 관람하기 전에 기대하기 마련인 미술재료로 제작된 예술품과는 거리가 먼 사물의 조합은 가까이 보면 초라해 보이기도 하며 전체 광경을 바라보면 그 생경함으로 당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개별 작품들은 복잡한 변형과 개조 없이 직관적으로 설치되었고 난해한 작동원리를 지니지 않은 소박한 물건들이기에 어렵지 않게 보는 이의 관찰을 유도한다. 작가가 작품을 계획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조형성은 비논리적인 부분을 포함하고 있다. 작품에 관심을 갖는 많은 관객들 역시 예술작품에서 감성의 영역이 충족 받기를 기대하고 관람에 임하지만 작품이 제작되는 과정은 효율적이고 계산적인 무정한 이성의 범위 안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전문지식과 기술을 습득한 작가가 의도가 담긴 숙련된 솜씨로 표현하는 문학에는 간단한 감상평으로 압축되기 전에 예상외로 다가서기 어렵고 복잡한 요소들이 켜켜이 쌓여 있기도 하다. 하지만 정재열이 보여주는 작품은 전문가의 목소리가 담긴 무거운 이야기가 아니다. 빠르게 돌아가는 동시대의 사람이 일상에서 작은 노력을 하거나 뜻밖에 마주하게 되는 느린 속도의 광경이다. 작가에게는 작품의 시작과 끝이 치밀하게 계획되어 있지만 그 행위가 담겨있는 시간 안에서 난입하는 의지 너머의 돌발 상황을 관대하게 받아들이고 흡수한다. 갤러리도스 관계자는 이번 공모전을 통해 “자신을 선보일 순간을 차분히 기다리며 준비한 이야기에 사람들이 잠시 고개를 돌려볼 수 있도록 조명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갤러리도스 2021 상반기 공모] ②정재열, 물기를 머금으면 언젠가는 마른다

2021 상반기 기획공모 주제 '기다림의 가운데'
참여작가, 정소윤 정재열 이수진 손수정 박주애 윤영문

이동현 기자 승인 2021.01.11 17:58 의견 0
정재열 작가 ‘Unknown Visitor’ 전시포스터(사진=갤러리도스)


갤러리도스는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자 일 년에 상반기, 하반기 두 번의 공모전을 기획하고 있다. 공모전에는 매번 새로운 주제가 정해지게 되며, 같은 주제를 가지고 각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세계로 참신하게 풀어낸다.

1월, 2월 상반기는 ‘기다림의 가운데’ 라는 주제를 가지고 총 6명의 작가(정소윤, 정재열, 이수진, 손수정, 박주애, 윤영문)를 선정 오는 6일부터 2월 23일 까지 각 작가의 개인전이 연이어 릴레이 형식으로 펼쳐진다.

두 번째 전시 정재열 작가의 ‘Unknown Visitor’라는 전시 타이틀로 오는 13일부터 19일까지 갤러리도스에서 진행된다.

Uncertain light, 2020, 가변설치, 직물, 그리고 목재(사진=갤러리도스)


정재열 작가는 자신의 활동이 스친 일상 속의 사물들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지만 열 손가락에서 순위를 정하지 못하듯 차등을 두지 않고 꺼내어 보여준다. 집착 없이 작성된 목록에는 방문객이 오고 가느라 일어난 작은 바람이 실어온 먼지조차 거리낌 없이 포함된다.

작가는 보통의 물건에 거창한 의미를 부여함이 아닌 마땅한 자리를 만들어주고 시선을 주고자 하는 소박한 동기에서 작업을 시작한다.

단순히 햇빛이 사물의 표면을 비추는 순간들조차 흘러가는 자연현상으로 소홀히 여기지 않고 자신이 작품으로 만들어낸 물체가 이 세상에서 지닐 수 있는 특정한 모습중의 하나로 받아들인다.

차가운 골목에서 우연히 마주친 짐승에게 조촐한 정을 베풀고 그 자리에 남겨진 때 묻은 싸구려 플라스틱 그릇과 부위를 알 수 없는 털 조각, 그 시간 손등에 닿은 비닐 포장지조각의 감촉은 정재열에게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을 증명해주고 이야기 거리로 가슴에 새겨둘 만한 가치를 충분히 지니고 있다.

고귀하지도 하찮지도 않은 쓰임새와 형태를 지녔던 사물들은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매력을 지니지 않았지만 작가의 간결한 의도 아래 전시공간에서 계산적으로 배치된다.

주인공의 주변에 남은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우직한 역할 부여 받은 후에는 빈 공간의 필요함으로 인해 정리되고 치워진 나머지로 불리던 물건들을 위해 하얀 전시장이라는 무대와 조명이 준비되었다.

File box, 2020, 가변설치, 크라프트지, 그리고 알리미늄(사진=갤러리도스)


관객이 작품을 관람하기 전에 기대하기 마련인 미술재료로 제작된 예술품과는 거리가 먼 사물의 조합은 가까이 보면 초라해 보이기도 하며 전체 광경을 바라보면 그 생경함으로 당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개별 작품들은 복잡한 변형과 개조 없이 직관적으로 설치되었고 난해한 작동원리를 지니지 않은 소박한 물건들이기에 어렵지 않게 보는 이의 관찰을 유도한다.

작가가 작품을 계획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조형성은 비논리적인 부분을 포함하고 있다. 작품에 관심을 갖는 많은 관객들 역시 예술작품에서 감성의 영역이 충족 받기를 기대하고 관람에 임하지만 작품이 제작되는 과정은 효율적이고 계산적인 무정한 이성의 범위 안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전문지식과 기술을 습득한 작가가 의도가 담긴 숙련된 솜씨로 표현하는 문학에는 간단한 감상평으로 압축되기 전에 예상외로 다가서기 어렵고 복잡한 요소들이 켜켜이 쌓여 있기도 하다.

하지만 정재열이 보여주는 작품은 전문가의 목소리가 담긴 무거운 이야기가 아니다. 빠르게 돌아가는 동시대의 사람이 일상에서 작은 노력을 하거나 뜻밖에 마주하게 되는 느린 속도의 광경이다.

작가에게는 작품의 시작과 끝이 치밀하게 계획되어 있지만 그 행위가 담겨있는 시간 안에서 난입하는 의지 너머의 돌발 상황을 관대하게 받아들이고 흡수한다.

갤러리도스 관계자는 이번 공모전을 통해 “자신을 선보일 순간을 차분히 기다리며 준비한 이야기에 사람들이 잠시 고개를 돌려볼 수 있도록 조명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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