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장 한전복 또 하나의 소중한 생명을 떠나 보냈다. 이번에도 지킬 수 있었으나 지키지 못했다. 아니 지키지 않았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의 수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쏟아 부으면서, 이미 태어난 어린 생명을 지키는 일에는 왜 이토록 무심한 것인가? 대한민국에 태어나 16개월을 살다 학대로 생을 마감한 정인이의 짧은 생애를 되돌아보면 도대체 이 나라에 아동보호체계라는 것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태어나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해 위탁 가정을 거쳐 입양 가정으로 가야했던 삶. 입양 가정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한 학대를 지속적으로 받았던 삶, 학대 신고가 접수되어도 또다시 학대한 부모에게로 돌아가야만 했던 삶. 결국 맞아서 생을 마감해야 했던 삶. 이런 말도 안 되는 삶이 가능한 대한민국의 아동보호체계는 단단히 잘못됐다. 아동보호체계가 자주 멈추고 고장이 난 동안 우리사회는 수많은 정인이를 떠나보냈다. 그 때마다 대책들이 우후죽순 늘어났지만 형식적이고 단기적인 대책들이 대부분이었고 그 나마도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다. 특히 예산이 소요되는 대책들은 뒤로 밀렸다. 도대체 아이들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는 일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무엇인가? 얼마나 더 아이들이 맞아 죽어야 국가의 자원을 아낌없이 쓸 것인가? 고장 난 아동보호체계를 제대로 고칠 마음과 의지는 있는 것인가? 온 나라가 공분했던 울주아동학대사망사건 이후 7년이 지났다. 여전히 아동보호예산은 적고, 담당기관 및 인력은 부족하며, 현장에서의 전문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가정, 교육기관, 아동시설 등 장소와 상관없이 어른들은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때리고 있으며, 우리 사회는 맞을 짓을 한 아이는 맞아도 된다고 허용하고 있다. 급하게 눈에 보이는 곳만 수리한 아동보호체계는 또 다시 멈추거나 오작동할 것이다. 아이들에게 폭력이 가해질 수 있는 모든 순간을 되돌아보고, 아이들의 삶 그 모든 시간에서 폭력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상식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예산도 인력도 배정할 수 있는 한 최대로 늘려야 하며, 아동학대 현장에서의 전문성 확보하는 일에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친권, 보호자의 상황보다는 아동의 권리가 우선시 되어야 하며, 아동은 그 어떤 이유에서라도 때려서는 안 되는 독립적인 인격체라는 것을 모든 국민들의 머리와 마음에 심어야 한다. 처음부터 다시 재정비하지 않으면 금새 또 다른 정인이를 목도할 것이다. 정인이에게 미안하다면, 진심으로 애도한다면 더 이상 맞아서 죽는 아이가 없도록 국가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기고] 저출생국가와 맞아서 죽는 아이, 그 아이러니

한전복 승인 2021.01.12 14:15 | 최종 수정 2021.01.12 14:16 의견 0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장 한전복

또 하나의 소중한 생명을 떠나 보냈다. 이번에도 지킬 수 있었으나 지키지 못했다. 아니 지키지 않았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의 수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쏟아 부으면서, 이미 태어난 어린 생명을 지키는 일에는 왜 이토록 무심한 것인가?

대한민국에 태어나 16개월을 살다 학대로 생을 마감한 정인이의 짧은 생애를 되돌아보면 도대체 이 나라에 아동보호체계라는 것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태어나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해 위탁 가정을 거쳐 입양 가정으로 가야했던 삶. 입양 가정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한 학대를 지속적으로 받았던 삶, 학대 신고가 접수되어도 또다시 학대한 부모에게로 돌아가야만 했던 삶. 결국 맞아서 생을 마감해야 했던 삶. 이런 말도 안 되는 삶이 가능한 대한민국의 아동보호체계는 단단히 잘못됐다.

아동보호체계가 자주 멈추고 고장이 난 동안 우리사회는 수많은 정인이를 떠나보냈다. 그 때마다 대책들이 우후죽순 늘어났지만 형식적이고 단기적인 대책들이 대부분이었고 그 나마도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다. 특히 예산이 소요되는 대책들은 뒤로 밀렸다. 도대체 아이들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는 일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무엇인가? 얼마나 더 아이들이 맞아 죽어야 국가의 자원을 아낌없이 쓸 것인가? 고장 난 아동보호체계를 제대로 고칠 마음과 의지는 있는 것인가?

온 나라가 공분했던 울주아동학대사망사건 이후 7년이 지났다. 여전히 아동보호예산은 적고, 담당기관 및 인력은 부족하며, 현장에서의 전문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가정, 교육기관, 아동시설 등 장소와 상관없이 어른들은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때리고 있으며, 우리 사회는 맞을 짓을 한 아이는 맞아도 된다고 허용하고 있다.

급하게 눈에 보이는 곳만 수리한 아동보호체계는 또 다시 멈추거나 오작동할 것이다. 아이들에게 폭력이 가해질 수 있는 모든 순간을 되돌아보고, 아이들의 삶 그 모든 시간에서 폭력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상식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예산도 인력도 배정할 수 있는 한 최대로 늘려야 하며, 아동학대 현장에서의 전문성 확보하는 일에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친권, 보호자의 상황보다는 아동의 권리가 우선시 되어야 하며, 아동은 그 어떤 이유에서라도 때려서는 안 되는 독립적인 인격체라는 것을 모든 국민들의 머리와 마음에 심어야 한다. 처음부터 다시 재정비하지 않으면 금새 또 다른 정인이를 목도할 것이다. 정인이에게 미안하다면, 진심으로 애도한다면 더 이상 맞아서 죽는 아이가 없도록 국가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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