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가 설계사 조직을 떼어내는 '제판분리'에 들어갔다 (사진=영화 '수상한 고객들' 스틸컷) 제조(본사)와 판매(자회사)를 분리한다는 뜻의 '제판분리'가 보험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보험사는 설계사 조직을 과감히 본사에서 떼내고 '설계사 없는 보험사'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보험은 대표적인 '푸시(push) 상품'이다. 소비자가 필요해서 찾기보단 설계사가 찾아가 상품을 소개하고 권유하고 설득해서 가입시킨다는 얘기다. 이런 특성 때문에 유능한 설계사 확보가 보험사의 성장과 직결된다. 그렇지만 현재 보험업계는 오히려 설계사를 배제하려고 한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이 '빅3' 보험사 중 처음으로 2만명의 설계사 조직을 자회사로 분리했다. 미래에셋생명도 앞서 설계사 조직 분리 작업을 추진했다. '제판분리'는 금융업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업무가 어려워지면서 계획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렇지만 '제판분리'에 대한 논쟁도 계속 진행중이다. 논쟁의 핵심은 '돈'이다. '인건비=이익'으로 귀결되는 특성상 '제판분리'가 인건비를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유능한 설계사가 빠지면서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다. '제판분리'를 통해 모(母) 회사의 상품뿐만 아니라 다른 보험사의 상품을 팔 수 있어 경쟁력을 높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회사의 매출을 유지하면서 다른 상품도 판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산토끼(다른 회사 상품)를 잡으려다 집토끼(모회사 상품)를 놓칠 수도 있다. 또 '제판분리'가 실패했을 때 전속 설계사 조직을 원상복구 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만약 실패한다면 2만명이 넘는 전속 설계사 채널을 다시 구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관측했다. '제판분리'를 대면하게 된 설계사와 보험사 모두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려면 기존의 자회사형 GA와 같은 모습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별화된 상품과 전문화된 시스템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혁신적인 판매전문회사의 모습을 갖춰야한다는 얘기다.

[최동수의 머니;View] '설계사 없는 보험사'는 '앙꼬 없는 찐빵'?

제조와 판매 분리(제판분리) 진행중이나 논쟁도 계속
장단점 모두 뚜렷해 업계 최대 이슈

최동수 기자 승인 2021.01.15 11:34 의견 0
보험사가 설계사 조직을 떼어내는 '제판분리'에 들어갔다 (사진=영화 '수상한 고객들' 스틸컷)

제조(본사)와 판매(자회사)를 분리한다는 뜻의 '제판분리'가 보험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보험사는 설계사 조직을 과감히 본사에서 떼내고 '설계사 없는 보험사'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보험은 대표적인 '푸시(push) 상품'이다. 소비자가 필요해서 찾기보단 설계사가 찾아가 상품을 소개하고 권유하고 설득해서 가입시킨다는 얘기다. 이런 특성 때문에 유능한 설계사 확보가 보험사의 성장과 직결된다. 그렇지만 현재 보험업계는 오히려 설계사를 배제하려고 한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이 '빅3' 보험사 중 처음으로 2만명의 설계사 조직을 자회사로 분리했다. 미래에셋생명도 앞서 설계사 조직 분리 작업을 추진했다.

'제판분리'는 금융업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업무가 어려워지면서 계획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렇지만 '제판분리'에 대한 논쟁도 계속 진행중이다. 논쟁의 핵심은 '돈'이다. '인건비=이익'으로 귀결되는 특성상 '제판분리'가 인건비를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유능한 설계사가 빠지면서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다.

'제판분리'를 통해 모(母) 회사의 상품뿐만 아니라 다른 보험사의 상품을 팔 수 있어 경쟁력을 높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회사의 매출을 유지하면서 다른 상품도 판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산토끼(다른 회사 상품)를 잡으려다 집토끼(모회사 상품)를 놓칠 수도 있다.

또 '제판분리'가 실패했을 때 전속 설계사 조직을 원상복구 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만약 실패한다면 2만명이 넘는 전속 설계사 채널을 다시 구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관측했다.

'제판분리'를 대면하게 된 설계사와 보험사 모두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려면 기존의 자회사형 GA와 같은 모습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별화된 상품과 전문화된 시스템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혁신적인 판매전문회사의 모습을 갖춰야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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