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소비자를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지난달 25일 시행됐다. 소비자를 위해 만들어진 이 법은 오히려 소비자를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준비 부족’이라는 책임을 서로 돌리는 금융사와 당국의 행태 때문이다. 금소법은 일부 금융상품에만 적용하던 ‘6대 판매규제’(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설명의무·불공정영업행위 금지·부당권유행위 금지·허위 과장광고 금지)를 모든 금융상품으로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반한 금융사에는 관련 수입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고, 판매한 직원에게도 최대 1억원의 과태료를 물린다. 금소법의 취지는 좋다. 그간 업계에서 꾸준히 문제 되어 왔던 ‘불완전판매’, ‘꺾기’ 등 부당 권유 행위가 줄어 소비자도 안전하게 상품을 구입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막상 법을 시장에 적용하니 시행 첫날부터 불만이 쏟아졌다. 상품을 하나 판매할 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거나 상품 설명과 관련된 모든 시스템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직접 소비자를 대하는 직원들은 ‘소비자 보호’라는 기본 원칙과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업무량 증가와 판매 저조 등 현실적 어려움도 상당하다고 토로한다. 예상대로 상품 판매 저하는 업계 전반에 나타났다. 일부 증권사는 상품 판매가 평소 1/3 수준으로 줄었고 은행들은 설명서 개정 등을 이유로 일부 상품의 판매 재개 시기도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다. 고객들도 불만이 쌓이는 건 마찬가지다. 상품 하나를 사기 위해선 1시간이 넘게 설명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30~40쪽가량의 투자설명서를 읽어야 하고 전과정을 녹취해야 하기 때문에 은행 직원은 빠르게 설명할 수가 없다. 결국 소비자를 위해 만들었다는 법이 되려 소비자에게 어려움만 준 격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국과 업계는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를 두고 책임회피만 하고 있다. 업계의 준비 부족을 탓하는 당국과 세칙도 정하지 않은 졸속시행을 꼬집은 업계의 싸움에 애꿎은 소비자의 등만 터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정부는 업계는 물론 소비자까지 피곤할 수밖에 없는 싸움이 계속되자 협업을 위한 손을 내밀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요청으로 지난 1일 국민·신한·우리·하나·SC제일·기업은행장과 농협·전북은행 부은행장, 부산은행 부행장보와 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의에서 은 위원장은 금소법 안착을 위한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도 당국의 입장에 대체로 동의한다는 반응이다. 당국과 은행이 손을 맞잡으면 그동안 일방통행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던 금소법이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객들의 불편은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다. 시스템 변경 및 구축에는 예정대로 일정 시간이 투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가능 인력을 모두 투입해 중단된 상품 판매 재개를 위한 시스템 개편을 하고 있지만 정확한 시기는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금소법이 시행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지난 일주일간 여러 문제점이 등장했고 금융당국과 업계는 책임을 회피하기 바빴다. 하지만 이제는 바뀔 시간이다. 법을 만들고 적용하게 된 취지가 소비자인 만큼 소비자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풀기 어렵지 않은 문제들이다. 소비자가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동수의 머니;View] ‘업계·당국’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소비자들

책임 돌리는 업계와 당국 행태에 소비자는 피곤

최동수 기자 승인 2021.04.02 11:09 의견 0
지난달 25일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소비자를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지난달 25일 시행됐다. 소비자를 위해 만들어진 이 법은 오히려 소비자를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준비 부족’이라는 책임을 서로 돌리는 금융사와 당국의 행태 때문이다.

금소법은 일부 금융상품에만 적용하던 ‘6대 판매규제’(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설명의무·불공정영업행위 금지·부당권유행위 금지·허위 과장광고 금지)를 모든 금융상품으로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반한 금융사에는 관련 수입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고, 판매한 직원에게도 최대 1억원의 과태료를 물린다.

금소법의 취지는 좋다. 그간 업계에서 꾸준히 문제 되어 왔던 ‘불완전판매’, ‘꺾기’ 등 부당 권유 행위가 줄어 소비자도 안전하게 상품을 구입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막상 법을 시장에 적용하니 시행 첫날부터 불만이 쏟아졌다. 상품을 하나 판매할 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거나 상품 설명과 관련된 모든 시스템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직접 소비자를 대하는 직원들은 ‘소비자 보호’라는 기본 원칙과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업무량 증가와 판매 저조 등 현실적 어려움도 상당하다고 토로한다.

예상대로 상품 판매 저하는 업계 전반에 나타났다. 일부 증권사는 상품 판매가 평소 1/3 수준으로 줄었고 은행들은 설명서 개정 등을 이유로 일부 상품의 판매 재개 시기도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다.

고객들도 불만이 쌓이는 건 마찬가지다. 상품 하나를 사기 위해선 1시간이 넘게 설명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30~40쪽가량의 투자설명서를 읽어야 하고 전과정을 녹취해야 하기 때문에 은행 직원은 빠르게 설명할 수가 없다. 결국 소비자를 위해 만들었다는 법이 되려 소비자에게 어려움만 준 격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국과 업계는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를 두고 책임회피만 하고 있다. 업계의 준비 부족을 탓하는 당국과 세칙도 정하지 않은 졸속시행을 꼬집은 업계의 싸움에 애꿎은 소비자의 등만 터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정부는 업계는 물론 소비자까지 피곤할 수밖에 없는 싸움이 계속되자 협업을 위한 손을 내밀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요청으로 지난 1일 국민·신한·우리·하나·SC제일·기업은행장과 농협·전북은행 부은행장, 부산은행 부행장보와 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의에서 은 위원장은 금소법 안착을 위한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도 당국의 입장에 대체로 동의한다는 반응이다.

당국과 은행이 손을 맞잡으면 그동안 일방통행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던 금소법이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객들의 불편은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다. 시스템 변경 및 구축에는 예정대로 일정 시간이 투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가능 인력을 모두 투입해 중단된 상품 판매 재개를 위한 시스템 개편을 하고 있지만 정확한 시기는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금소법이 시행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지난 일주일간 여러 문제점이 등장했고 금융당국과 업계는 책임을 회피하기 바빴다. 하지만 이제는 바뀔 시간이다. 법을 만들고 적용하게 된 취지가 소비자인 만큼 소비자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풀기 어렵지 않은 문제들이다. 소비자가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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