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패트롤 점검반이 중소규모 건설현장을 방문해 사고사망자 감소를 위한 안전점검을 벌이고 있다 (사진=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정지돈은 소설 '건축이냐 혁명이냐'에서 건축이란 행위를 두고 땅 위에 시를 짓는 일이라고 표현한다. 최근 건설업계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붐도 마치 자연을 벗삼아 시조를 읊듯 친환경 강조에 나섰다. ESG경영을 강조한 건설업계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친환경 사업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대형건설사부터 중견건설사까지 폐기물 처리산업과 수처리시설에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로 꼽히는 수소 에너지와 풍력 등에도 신경쓰고 있다. 이같이 많은 건설사들이 친환경 사업 확대를 위해 분주하지만, 일부에서는 근로자 안전과 ESG경영이 동떨어진 얘기가 된 듯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ESG경영을 통해 건설사가 이루고자 하는 바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분명 친환경 사업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 것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안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ESG경영은 불가능하다. 지속가능한 발전의 기본은 기업의 신뢰이기 때문이다. ESG경영이 단순한 시장 트렌드에 맞춘 구호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당장 무엇이 필요할까. 건설 현장에서 일어지는 산업재해는 2021년인 현재에도 해결되지 않은 과제다. 지난 5년간 산재 사고 사망자 중 건설업과 제조업 노동자 비율은 74.1%로 압도적이다. 다수의 건설사들이 마냥 근로자 안전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산업재해는 여전히 곳곳서 일어난다. 건설사가 다양한 안전 방지책을 내고 관련 신기술 개발에도 투자하는 등 적지 않은 힘을 쓰고 있으나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2016년~2020년) 산업재해 신청·승인 현황’자료에 따르면, 건설업 분야에서 포스코건설·GS건설·현대건설의 산업재해승인 건수 증가율은 최근 5년 사이(2016년 대비 2020년 증가율) 각각 120.8%(포스코건설), 98.6%(GS건설), 56.4%(현대건설)을 기록했다. 건설사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산업재해 근절은 도리어 요원해지고 있는 셈이다. ESG경영이라는 큰 틀안에서 산업재해가 없는 안전한 일터와 친환경 에너지 생산이라는 투트랙이 필요한 이유다. 산업재해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조한 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 1월 시행을 앞두면서 건설사들은 다시금 안전 경영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안에 모호한 부분과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져 아쉬운 목소리는 있다. 그러나 노동자의 안전에 대해 건설사들이 다시금 신경쓸 수 있는 부분은 분명 긍정적이다. 지난 몇 년간 '사람이 먼저다'라는 선거 구호는 꽤나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다. 구호를 외친 이들의 각종 사회적 불공정 논란에 그 의미는 퇴색됐지만 철 지난 선거용 슬로건으로 전락해서는 안되는 문구다. ESG경영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꿈꾸는 건설사들에게도 결국 사람이 먼저여야 한다.

[정지수의 랜드마크] 건설사 ESG경영 붐...‘사람이 먼저다’

ESG경영 친환경 사업 확대 속 근로자 안전 돌아봐야

정지수 기자 승인 2021.04.05 15:03 | 최종 수정 2021.04.05 15:45 의견 0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패트롤 점검반이 중소규모 건설현장을 방문해 사고사망자 감소를 위한 안전점검을 벌이고 있다 (사진=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정지돈은 소설 '건축이냐 혁명이냐'에서 건축이란 행위를 두고 땅 위에 시를 짓는 일이라고 표현한다. 최근 건설업계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붐도 마치 자연을 벗삼아 시조를 읊듯 친환경 강조에 나섰다.

ESG경영을 강조한 건설업계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친환경 사업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대형건설사부터 중견건설사까지 폐기물 처리산업과 수처리시설에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로 꼽히는 수소 에너지와 풍력 등에도 신경쓰고 있다.

이같이 많은 건설사들이 친환경 사업 확대를 위해 분주하지만, 일부에서는 근로자 안전과 ESG경영이 동떨어진 얘기가 된 듯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ESG경영을 통해 건설사가 이루고자 하는 바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분명 친환경 사업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 것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안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ESG경영은 불가능하다. 지속가능한 발전의 기본은 기업의 신뢰이기 때문이다.

ESG경영이 단순한 시장 트렌드에 맞춘 구호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당장 무엇이 필요할까.

건설 현장에서 일어지는 산업재해는 2021년인 현재에도 해결되지 않은 과제다. 지난 5년간 산재 사고 사망자 중 건설업과 제조업 노동자 비율은 74.1%로 압도적이다.

다수의 건설사들이 마냥 근로자 안전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산업재해는 여전히 곳곳서 일어난다. 건설사가 다양한 안전 방지책을 내고 관련 신기술 개발에도 투자하는 등 적지 않은 힘을 쓰고 있으나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2016년~2020년) 산업재해 신청·승인 현황’자료에 따르면, 건설업 분야에서 포스코건설·GS건설·현대건설의 산업재해승인 건수 증가율은 최근 5년 사이(2016년 대비 2020년 증가율) 각각 120.8%(포스코건설), 98.6%(GS건설), 56.4%(현대건설)을 기록했다.

건설사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산업재해 근절은 도리어 요원해지고 있는 셈이다.

ESG경영이라는 큰 틀안에서 산업재해가 없는 안전한 일터와 친환경 에너지 생산이라는 투트랙이 필요한 이유다.

산업재해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조한 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 1월 시행을 앞두면서 건설사들은 다시금 안전 경영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안에 모호한 부분과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져 아쉬운 목소리는 있다. 그러나 노동자의 안전에 대해 건설사들이 다시금 신경쓸 수 있는 부분은 분명 긍정적이다.

지난 몇 년간 '사람이 먼저다'라는 선거 구호는 꽤나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다. 구호를 외친 이들의 각종 사회적 불공정 논란에 그 의미는 퇴색됐지만 철 지난 선거용 슬로건으로 전락해서는 안되는 문구다. ESG경영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꿈꾸는 건설사들에게도 결국 사람이 먼저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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