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점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몇 년 전만 해도 길거리를 걷다 보면 자동화기기인 ATM은 물론 은행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동네마다 주거래은행이 있었고 은행을 이용하기 위해 길을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달라졌다. 익숙한 간편함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시중·특수·국책은행 점포(지점·출장소) 수는 6405개로, 1년 전보다 304개 줄었다. 2018년 23개, 2019년 57개에 이어 지난해 300여개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은행들이 점포를 줄이는 이유는 디지털 금융 전환 때문. 특히 코로나19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디지털 역량 강화에 많은 비중을 쏟았고 비대면 영업도 점차 확대돼 점포를 꾸준히 축소했다. 은행이 사라지자 자동화기기인 ATM기도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들의 CD·ATM 기기 설치 대수는 3만3982대로 전년 대비 2454개 줄었다. 하루 평균 6대씩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은행들은 점포를 폐쇄하고 자동화기기를 줄이는 이유에 대해 ‘비용’ 문제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지점을 운영하려면 인건비나 운영비, 임대료 등을 부담해야 하고 자동화기기만 운영하더라도 매달 100만원 이상의 운영비용 등이 나간다. 비용 절감을 통해서라도 수익을 끌어올려야 하는 은행들에게는 고민거리일 것이다. 물론 은행의 사정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게 문제다. 지점을 찾는 고객들의 연령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적응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또 점포가 사라지고 통폐합되면서 지점이 아니면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금융 취약계층은 점차 ‘금융 외톨이’로 전락하게 된다. 이러한 취약계층을 위한 방안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제시된 적이 없다. 부산 모라동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동네은행인 모라점이 사라지자 지하철 세 정거장 떨어진 곳까지 가서 은행 서비스를 이용해야한다. 금감원 역시 이러한 점포 감축 속도를 우려한 듯 폐쇄 전 사전영향평가 실시를 의무화하고 출장소 전환 등을 우선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폐쇄를 이어갈 예정이다.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전국 수백개에 걸쳐 퍼져있는 점포를 어느 정도 효율화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호장치 마련도 필요하다.

[최동수의 머니;View] 은행·ATM 찾아 삼만리… ‘금융 외톨이’ 늘어

은행 점포 1년 전보다 304개 줄어

최동수 기자 승인 2021.04.16 11:44 의견 1
은행 지점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몇 년 전만 해도 길거리를 걷다 보면 자동화기기인 ATM은 물론 은행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동네마다 주거래은행이 있었고 은행을 이용하기 위해 길을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달라졌다. 익숙한 간편함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시중·특수·국책은행 점포(지점·출장소) 수는 6405개로, 1년 전보다 304개 줄었다. 2018년 23개, 2019년 57개에 이어 지난해 300여개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은행들이 점포를 줄이는 이유는 디지털 금융 전환 때문. 특히 코로나19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디지털 역량 강화에 많은 비중을 쏟았고 비대면 영업도 점차 확대돼 점포를 꾸준히 축소했다.

은행이 사라지자 자동화기기인 ATM기도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들의 CD·ATM 기기 설치 대수는 3만3982대로 전년 대비 2454개 줄었다. 하루 평균 6대씩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은행들은 점포를 폐쇄하고 자동화기기를 줄이는 이유에 대해 ‘비용’ 문제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지점을 운영하려면 인건비나 운영비, 임대료 등을 부담해야 하고 자동화기기만 운영하더라도 매달 100만원 이상의 운영비용 등이 나간다.

비용 절감을 통해서라도 수익을 끌어올려야 하는 은행들에게는 고민거리일 것이다. 물론 은행의 사정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게 문제다. 지점을 찾는 고객들의 연령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적응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또 점포가 사라지고 통폐합되면서 지점이 아니면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금융 취약계층은 점차 ‘금융 외톨이’로 전락하게 된다. 이러한 취약계층을 위한 방안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제시된 적이 없다.

부산 모라동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동네은행인 모라점이 사라지자 지하철 세 정거장 떨어진 곳까지 가서 은행 서비스를 이용해야한다.

금감원 역시 이러한 점포 감축 속도를 우려한 듯 폐쇄 전 사전영향평가 실시를 의무화하고 출장소 전환 등을 우선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폐쇄를 이어갈 예정이다.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전국 수백개에 걸쳐 퍼져있는 점포를 어느 정도 효율화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호장치 마련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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