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기아 본사 전경.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그룹이 어떻게 순환출자구조를 개편할 것인가를 재계와 시장이 지켜보고 있다. 최근 현대엔지니어링의 주식시장 상장 추진을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신호탄으로 보는 분위기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갖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정리하면 1조원 이상의 실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차 내부에서는 이제 막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절차에 착수한 참인데, 지배구조 개편 논의는 너무 이르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 해소되지 않은 순환출자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현대모비스로 집중된다. 순환관계를 제외해보면 실질적으로 현대차그룹 주력 계열사 대부분을 현대차가 지배하고 있고, 현대차는 현대모비스가 지배하는 구조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여전히 현대차 – 기아·현대제철 – 현대모비스 – 현대차로 얽힌 순환출자 구조다. 작년 말 기준 현대차는 기아와 현대제철 지분을 각각 33.88%, 6.87%씩 보유 중이고, 기아와 현대제철은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17.28%, 5.79%씩 보유 중이다. 현대모비스는 다시 현대차 지분 21.43%를 갖고 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순환출자 구조는 오너 입장에선 출자한 자본금 이상의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외부의 침식에 취약하다는 점과 한 계열사의 부실이 다른 계열사로 연쇄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국회는 2013년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 정의선 확보실탄은 1조 이상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9일 국내 주요 증권사에 코스피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조만간 주관사단을 확정하고 이르면 올해 3분기 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장외시장에서 현대엔지니어링 시가총액은 이미 10조원을 넘어섰다. 장외주식 거래 플랫폼 38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21일 현재 132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정 회장의 지분 11.72%를 고려하면 상장 후 단순 계산으로 약 1조원 이상의 실탄을 확보할 수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자동차) 일단 정 회장은 상장 과정에서 지분 일부를 구주매출로 공개매각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2015년 현대차그룹 광고계열사인 이노션과 2019년 현대오토에버 상장 과정에서도 정 회장은 보유 지분 절반가량을 구주매출로 내놨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후에는 시기를 봐서 다른 계열사와 블록딜을 통해 잔여 지분을 청산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블록딜 전 다른 계열사와 합병을 통해 몸값을 높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구조개편 어떻게 진행될까 현재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상 현대모비스가 구조개편의 중심에 서 있는 건 분명하다.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상정되는 몇 가지 안에도 현대모비스는 빠지지 않고 등장할 수밖에 없다. 먼저 나올 수 있는 방안은 기아·현대제철-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어내는 방법이다. 이에 따르면 현대모비스가 그룹 정점에서 현대차를 지배하고 현대차가 나머지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그림이 나온다. 현대모비스로의 연결을 끊었을 때의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이를 위해서는 현대제철·기아가 들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각 5.79%·17.28%)을 정 회장이 직접 소유하거나, 다른 계열사를 통해 사들일 수 있다. 현재 현대모비스 시총(28조2957억원)을 기준으로 6조5270억원이 필요하다. 사실상 현대모비스를 소외시키는 방법으로 지배구조를 단순화시킬 수도 있다. 현대모비스와-현대차의 고리를 끊는 안이다. 이 경우 현대차가 사실상 지주회사로 현대차그룹 맨 위에 서고, 구조적으로 현대모비스의 영향력은 크게 줄어든다. 현대차 시총(47조9685억원)을 고려하면 약 10조2796억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차의 연결을 끊었을 때의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이론상으로는 기아와 현대차의 고리를 끊고 기아를 지배구조 정점에 두는 방안도 있을 수 있지만, 현대차가 보유한 기아 지분(33.88%) 및 다른 계열사 지분과 현재 기아의 시총(약 34조원), 브랜드 가치 등을 생각하면 다소 현실성이 떨어진다. 다만 현대차그룹 측은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 이제 막 도마에 오른 참이고, 이후 주가 향방 및 대내외 사정 등을 고려하면 구조개편이 본격화되는 것은 아무리 빨라도 내년 이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한 현대차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 관련) 이야기는 계속 나오고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어떤 얘기도 나오고 있지 않다. 내부적으로 논의가 되고 있지도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회장님이 생각한 방향이 있을 순 있지만 구체적으로 들은 내용은 없다”며 “아직 현대엔지니어링 상장까진 시간이 많이 남았고, 구조개편이 본격화 되는 건 아무리 빨라도 내년쯤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해묵은 순환출자 고리 끊어내나...정의선 지분 방향은

구조개편 핵심은 현대모비스, 쳐내거나 올리거나

김수영 기자 승인 2021.04.21 16:51 의견 0
현대자동차-기아 본사 전경.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그룹이 어떻게 순환출자구조를 개편할 것인가를 재계와 시장이 지켜보고 있다. 최근 현대엔지니어링의 주식시장 상장 추진을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신호탄으로 보는 분위기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갖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정리하면 1조원 이상의 실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차 내부에서는 이제 막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절차에 착수한 참인데, 지배구조 개편 논의는 너무 이르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 해소되지 않은 순환출자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현대모비스로 집중된다. 순환관계를 제외해보면 실질적으로 현대차그룹 주력 계열사 대부분을 현대차가 지배하고 있고, 현대차는 현대모비스가 지배하는 구조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여전히 현대차 – 기아·현대제철 – 현대모비스 – 현대차로 얽힌 순환출자 구조다.

작년 말 기준 현대차는 기아와 현대제철 지분을 각각 33.88%, 6.87%씩 보유 중이고, 기아와 현대제철은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17.28%, 5.79%씩 보유 중이다. 현대모비스는 다시 현대차 지분 21.43%를 갖고 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순환출자 구조는 오너 입장에선 출자한 자본금 이상의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외부의 침식에 취약하다는 점과 한 계열사의 부실이 다른 계열사로 연쇄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국회는 2013년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 정의선 확보실탄은 1조 이상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9일 국내 주요 증권사에 코스피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조만간 주관사단을 확정하고 이르면 올해 3분기 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장외시장에서 현대엔지니어링 시가총액은 이미 10조원을 넘어섰다. 장외주식 거래 플랫폼 38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21일 현재 132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정 회장의 지분 11.72%를 고려하면 상장 후 단순 계산으로 약 1조원 이상의 실탄을 확보할 수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자동차)


일단 정 회장은 상장 과정에서 지분 일부를 구주매출로 공개매각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2015년 현대차그룹 광고계열사인 이노션과 2019년 현대오토에버 상장 과정에서도 정 회장은 보유 지분 절반가량을 구주매출로 내놨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후에는 시기를 봐서 다른 계열사와 블록딜을 통해 잔여 지분을 청산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블록딜 전 다른 계열사와 합병을 통해 몸값을 높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구조개편 어떻게 진행될까

현재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상 현대모비스가 구조개편의 중심에 서 있는 건 분명하다.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상정되는 몇 가지 안에도 현대모비스는 빠지지 않고 등장할 수밖에 없다.

먼저 나올 수 있는 방안은 기아·현대제철-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어내는 방법이다. 이에 따르면 현대모비스가 그룹 정점에서 현대차를 지배하고 현대차가 나머지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그림이 나온다.

현대모비스로의 연결을 끊었을 때의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이를 위해서는 현대제철·기아가 들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각 5.79%·17.28%)을 정 회장이 직접 소유하거나, 다른 계열사를 통해 사들일 수 있다. 현재 현대모비스 시총(28조2957억원)을 기준으로 6조5270억원이 필요하다.

사실상 현대모비스를 소외시키는 방법으로 지배구조를 단순화시킬 수도 있다. 현대모비스와-현대차의 고리를 끊는 안이다. 이 경우 현대차가 사실상 지주회사로 현대차그룹 맨 위에 서고, 구조적으로 현대모비스의 영향력은 크게 줄어든다. 현대차 시총(47조9685억원)을 고려하면 약 10조2796억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차의 연결을 끊었을 때의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이론상으로는 기아와 현대차의 고리를 끊고 기아를 지배구조 정점에 두는 방안도 있을 수 있지만, 현대차가 보유한 기아 지분(33.88%) 및 다른 계열사 지분과 현재 기아의 시총(약 34조원), 브랜드 가치 등을 생각하면 다소 현실성이 떨어진다.

다만 현대차그룹 측은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 이제 막 도마에 오른 참이고, 이후 주가 향방 및 대내외 사정 등을 고려하면 구조개편이 본격화되는 것은 아무리 빨라도 내년 이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한 현대차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 관련) 이야기는 계속 나오고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어떤 얘기도 나오고 있지 않다. 내부적으로 논의가 되고 있지도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회장님이 생각한 방향이 있을 순 있지만 구체적으로 들은 내용은 없다”며 “아직 현대엔지니어링 상장까진 시간이 많이 남았고, 구조개편이 본격화 되는 건 아무리 빨라도 내년쯤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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