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이미지 더블클릭) 배우 류승룡 (사진=NEW) 현(류승룡)의 손가락 하트에 중지를 들어 올리는 순모(희원). 틀어박혀서 도통 친구들 모임에 나오지 않는 현을 끌어내기 위해 존경하는 은사의 사망 선고를 해 버리는 친구들, 고등학생인 성경(성유빈)이 담벼락에서 몰래 피우는 담배를 빼앗아서 피우는 정원(이유영), 동성애자 유진(무진성)의 눈빛만으로도 흠칫하는 현… 어쩌면 우리는 일상의 소소한 농담과 장난꺼리를 그리워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과 사람이 부딪혀가면서 만들어 내는 불협화음과 사소한 웃음이 이 영화 ‘장르만 로맨스’를 밀고 나가는 커다란 동력이 이다. 이 언택트 시대에 말이다. 배우 조은지의 첫 장편 상업영화 ‘장르만 로맨스’가 개봉을 하루 앞두고 있다. 이제는 얼굴만 봐도 웃음을 참을 수 없다는 배우 류승룡이 베스트셀러 소설가 김현 역을 맡아서 주변 인물들과 함께 소소한 일상을 함께 한다. 극의 중심이 되는 인물 김현 역을 맡은 류승룡은 참으로 일상적인 코믹 연기에 안성맞춤인 배우다. 초능력을 가졌던 ‘염력’의 신석헌보다, 작정하고 웃겨버린 ‘극한직업’의 고반장 보다도 어쩌면 ‘장르만 로맨스’의 김현이 류승룡 본연의 모습이 아닐까. 편집(이미지 더블클릭) 배우 류승룡 (사진=NEW) ■ “눈치보고, 의기소침해지고…어쩌면 내 모습” 극중 김현은 베스트셀러 작가지만 7년 째 신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인물이다. 글을 쓰기 위해 늘 노트북과 함께하지만 어쩐지 자판 앞에만 앉으면 작아진다. 한 번의 이혼을 겪었다. 자신의 외도로 인해 이혼한 전처와 사이에서 이제 사춘기를 겪는 아들 성경을 두고 있다. 현재의 아내와 아이는 유학 중이다. 한 마디로 기러기 아빠인 셈이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지만 자리는 늘 위태롭다. 그리고 젊은 후배들은 신선한 아이디어와 필력으로 늘 그를 위협한다. 류승룡이 맡은 캐릭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은 소소하다. 소소하지만 사람이 함께 있기에 행복하고, 사람과 나누기에 웃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웃음이 터진다. 이토록 사람이 그리워지게 하는 영화라니… “보편적인 공감을 끌어내는 이야기에 마음이 많이 간다. ‘장르만 로맨스’ 출연 결정을 할 때도 바로 이런 감정 때문에 하기로 했다. 배우이다 보니 같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과도 함께 행복한 영화를 하고 싶다. 특히나 요즘에는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이전에 선 굵은 캐릭터를 연기할 때와 달리 이제는 ‘보편적인 공감’ ‘사람과의 관계’에 더 치중한다는 류승룡은 실제로 예전의 배우 류승룡보다 한결 편안해 보이는 모습이다. 눈에서도, 어깨에서도, 말투에서도 힘이 빠졌다. 배우라기보다 흡사 옆집에 사는 동네 오빠와 사는 이야기를 하는 듯 조근조근 속마음을 꺼내 놓는 모습에서 많이 달라진 그가 느껴진다. “계속해서 노력해야 하는 게 인생인 것 같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에 들었다. 배우이기 전에 현실에서 나도 남편이고 아빠다. 실생활에서 그 역할을 잘 해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최선을 다하고는 있다. 생활 속에서 동선을 아주 심플하게 정리했다. 촬영장과 운동, 집, 교회…그 동선 속에서 인간 류승룡의 삶에 집중하고 있다” 배우 류승룡으로 돌아가 보자. 1000만 관객을 모은 영화에 두 편이나 주인공으로 활약했다. 안해본 캐릭터가 없을 정도로 다양한 캐릭터를 종횡무진하면서 영화사에 이름 석 자를 선명하게 새겼다. 그런 그에게는 극중 김현과 같이 지독한 슬럼프가 없었을까? “물론 배우가 관객 수나 시청률에 연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종류의 숫자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도 없는 것 같다. 때문에 늘 위축되고, 눈치 보이고, 힘들고, 의기소침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장르만 로맨스’에서 김현이 역설적으로 실력 있는 후배를 만나면서 슬럼프를 극복한다. 나 역시 그런 것 같다. 힘들 때 ‘극한직업’을 만났고, 의기소침할 때 ‘킹덤’을 만났다. 작품을 통해서 슬럼프를 자연스럽게 극복하게 된 것 같다. 거기서 오는 기분 좋은 자극이나 관계 속에서 회복을 하는 게 또 배우가 아닐까” 영화를 빼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사람이 되다보니 이제 류승룡에게는 촬영 현장이 쉼터가 되었단다. 촬영이 없는 날 휴식을 통해서 혹은 가정에서도 쉼을 얻지만 자신의 존재를 가장 선명히 보여주고, 그렇기 때문에 가장 많은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곳, 그 곳이 촬영장이라는 말은 이 일벌레 류승룡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리라. “이제는 나에게 휴식과도 같은 촬영장에서도 짜릿할 때가 있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포스터를 보면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주먹을 나눠 갖고 있지 않나. 연기를 하다보면 사전에 합을 맞추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연기 합이 딱딱 맞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정말 짜릿한 희열을 느낀다. 그런데 이 영화 ‘장르만 로맨스’ 촬영을 하면서 그런 경험을 여러 차례 했다. 조은지 감독과 합이 잘 맞았다. 어딘지 마음에 안 들어서 밤새 고민했던 대사가 있거나, 안 풀리는 장면이 있을 때 촬영장에 가면 여지없이 조은지 감독이 그것과 관련한 이야기를 한다. 소름끼치게 놀란 경험을 다섯 번쯤 했다” 편집(이미지 더블클릭) 배우 류승룡 (사진=NEW) ■ “시사보고 심장 터지는 줄, 내가 언제 저런 연기를 했지?” “기술 시사 때 완성된 영화를 보고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내가 언제 했는지도 기억이 안나는 연기들이 많았더라. 기억이 안 나는 소소한 리액션들이 많아서 많이 웃었지만 또한 다른 배우들이 연기한 것을 보고도 깜짝 놀랐다. 이번에 정말 내 연기에 집중하면서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르만 로맨스’를 본 주연배우 류승룡의 소감이다. 스스로 “내 필로그라피의 방점”이라고 평가한 이 영화에 담긴 류승룡의 애정이 듬뿍 느껴지는 대목이다. 영화는 말 그대로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그린다. 이혼한 부부, 작가와 출판사 대표, 교수와 제자 , 동네 소년과 아줌마 그리고 친구들…영화는 이 모든 관계에 애정어린 시선을 불어 넣는다. “관계에 솔직하고 싶었다. 나도 아들로서, 사위로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사회구성원으로서, 배우로서 살아가고 있지 않나. 사람은 한 명이지만 관계마다 역할은 다 다르다. 영화에서도 아빠로, 전남편으로, 현남편으로, 친구로, 동료로, 선후배로…그 모든 관계가 다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때그때 그 관계에 집중해서 하다 보니 좋은 케미가 나왔던 것 같다” 영화는 거창한 주제를 보여주려고 하거나 대단한 메시지를 심어주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일상의 관계 속에서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등이 되어 줄 수 있다는 것을 나지막하게 이야기한다. “관계나 인물마다 마음에 다 남는 영화다. 아들이 울먹이는 장면, 친구가 혼자 우는 장면 등…모두에게 상처를 극복하는 모습이 있다. 우리는 누구나 상처를 받지 않나. 장면 장면을 보면서 ‘나도 저랬지’라고 공감하면서 위로를 받게 된다. 영화는 어쩌면 조건 없는 관계를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랑이라는 것은 내가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준 선물을 준 것 만큼 또 받으려고 하면 그 만큼의 고통이 따르지 않나” 자못 진지하게 작품이 주는 공감과 위로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실상 ‘장르만 로맨스’는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웃음을 막아낼 수 없다. 옆 사람과 손뼉 치며 박장대소하는 웃음이 아닌, 혼자 공감하면서 피식피식 흘러나오는 웃음 말이다. “쨉을 날리듯이 잔잔한 웃음이 계속 이어지는 영화다. 사실 우리가 위로한답시고 각 잡고 하는 위로는 위로가 안 될 때가 많지 않나. 진지하게 하는데 웃기는 것, 그런 웃음을 주는 장면이 많다. 김현이 혼잣말 하는 대목 등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는 생활 속에서도 코믹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저변에 웃음 요소가 깔려 있어서 생활에 닿아있는 코믹한 요소가 이 영화에 주효했던 것 같다. 코믹연기라고 해서 웃기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아니라,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혹은 만화같은 장면으로 웃음을 주려고 했다” 정답이다. 류승룡이 묘사한 ‘쨉을 날리는 듯한 웃음’ 그런 웃음이 이 영화 ‘장르만 로맨스’를 보는 동안 계속된다. 그것이 류승룡이기에 가능한 연기였을 수도 있고, 배우 출신 감독인 조은지의 저력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주 오래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관계에 소원해진 지금, 우리에게 이렇게 부대끼며 피어나는 웃음이 무척 필요할 것 같다. 류승룡이 웃음을 담당한다면 성유빈과 신인배우 무진성은 영화의 비주얼을 맡는데 부족함이 없다. 오나라, 김희원, 이유영의 능청스러운 연기빨에 류승룡의 존재감, 젊은 배우들이 빛은 영화 ‘장르만 로맨스’를 반짝반짝하게 다듬기에 충분했다. 수 많은 관계 속에서도 외로운 사람들, 옆자리가 왠지 허전하다고 느끼는 모두에게 찾아온 선물 같은 영화 ‘장르만 로맨스’는 17일 개봉한다.

[마주보기] ‘장르만 로맨스’ 류승룡, 말장난이 주는 위로가 필요한 당신에게

박진희 기자 승인 2021.11.16 18:14 | 최종 수정 2021.11.17 09:52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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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승룡 (사진=NEW)


현(류승룡)의 손가락 하트에 중지를 들어 올리는 순모(희원). 틀어박혀서 도통 친구들 모임에 나오지 않는 현을 끌어내기 위해 존경하는 은사의 사망 선고를 해 버리는 친구들, 고등학생인 성경(성유빈)이 담벼락에서 몰래 피우는 담배를 빼앗아서 피우는 정원(이유영), 동성애자 유진(무진성)의 눈빛만으로도 흠칫하는 현…

어쩌면 우리는 일상의 소소한 농담과 장난꺼리를 그리워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과 사람이 부딪혀가면서 만들어 내는 불협화음과 사소한 웃음이 이 영화 ‘장르만 로맨스’를 밀고 나가는 커다란 동력이 이다. 이 언택트 시대에 말이다.

배우 조은지의 첫 장편 상업영화 ‘장르만 로맨스’가 개봉을 하루 앞두고 있다. 이제는 얼굴만 봐도 웃음을 참을 수 없다는 배우 류승룡이 베스트셀러 소설가 김현 역을 맡아서 주변 인물들과 함께 소소한 일상을 함께 한다.

극의 중심이 되는 인물 김현 역을 맡은 류승룡은 참으로 일상적인 코믹 연기에 안성맞춤인 배우다. 초능력을 가졌던 ‘염력’의 신석헌보다, 작정하고 웃겨버린 ‘극한직업’의 고반장 보다도 어쩌면 ‘장르만 로맨스’의 김현이 류승룡 본연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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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승룡 (사진=NEW)


■ “눈치보고, 의기소침해지고…어쩌면 내 모습”

극중 김현은 베스트셀러 작가지만 7년 째 신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인물이다. 글을 쓰기 위해 늘 노트북과 함께하지만 어쩐지 자판 앞에만 앉으면 작아진다. 한 번의 이혼을 겪었다. 자신의 외도로 인해 이혼한 전처와 사이에서 이제 사춘기를 겪는 아들 성경을 두고 있다. 현재의 아내와 아이는 유학 중이다. 한 마디로 기러기 아빠인 셈이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지만 자리는 늘 위태롭다. 그리고 젊은 후배들은 신선한 아이디어와 필력으로 늘 그를 위협한다.

류승룡이 맡은 캐릭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은 소소하다. 소소하지만 사람이 함께 있기에 행복하고, 사람과 나누기에 웃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웃음이 터진다. 이토록 사람이 그리워지게 하는 영화라니…

“보편적인 공감을 끌어내는 이야기에 마음이 많이 간다. ‘장르만 로맨스’ 출연 결정을 할 때도 바로 이런 감정 때문에 하기로 했다. 배우이다 보니 같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과도 함께 행복한 영화를 하고 싶다. 특히나 요즘에는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이전에 선 굵은 캐릭터를 연기할 때와 달리 이제는 ‘보편적인 공감’ ‘사람과의 관계’에 더 치중한다는 류승룡은 실제로 예전의 배우 류승룡보다 한결 편안해 보이는 모습이다. 눈에서도, 어깨에서도, 말투에서도 힘이 빠졌다. 배우라기보다 흡사 옆집에 사는 동네 오빠와 사는 이야기를 하는 듯 조근조근 속마음을 꺼내 놓는 모습에서 많이 달라진 그가 느껴진다.

“계속해서 노력해야 하는 게 인생인 것 같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에 들었다. 배우이기 전에 현실에서 나도 남편이고 아빠다. 실생활에서 그 역할을 잘 해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최선을 다하고는 있다. 생활 속에서 동선을 아주 심플하게 정리했다. 촬영장과 운동, 집, 교회…그 동선 속에서 인간 류승룡의 삶에 집중하고 있다”

배우 류승룡으로 돌아가 보자. 1000만 관객을 모은 영화에 두 편이나 주인공으로 활약했다. 안해본 캐릭터가 없을 정도로 다양한 캐릭터를 종횡무진하면서 영화사에 이름 석 자를 선명하게 새겼다. 그런 그에게는 극중 김현과 같이 지독한 슬럼프가 없었을까?

“물론 배우가 관객 수나 시청률에 연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종류의 숫자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도 없는 것 같다. 때문에 늘 위축되고, 눈치 보이고, 힘들고, 의기소침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장르만 로맨스’에서 김현이 역설적으로 실력 있는 후배를 만나면서 슬럼프를 극복한다. 나 역시 그런 것 같다. 힘들 때 ‘극한직업’을 만났고, 의기소침할 때 ‘킹덤’을 만났다. 작품을 통해서 슬럼프를 자연스럽게 극복하게 된 것 같다. 거기서 오는 기분 좋은 자극이나 관계 속에서 회복을 하는 게 또 배우가 아닐까”

영화를 빼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사람이 되다보니 이제 류승룡에게는 촬영 현장이 쉼터가 되었단다. 촬영이 없는 날 휴식을 통해서 혹은 가정에서도 쉼을 얻지만 자신의 존재를 가장 선명히 보여주고, 그렇기 때문에 가장 많은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곳, 그 곳이 촬영장이라는 말은 이 일벌레 류승룡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리라.

“이제는 나에게 휴식과도 같은 촬영장에서도 짜릿할 때가 있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포스터를 보면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주먹을 나눠 갖고 있지 않나. 연기를 하다보면 사전에 합을 맞추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연기 합이 딱딱 맞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정말 짜릿한 희열을 느낀다. 그런데 이 영화 ‘장르만 로맨스’ 촬영을 하면서 그런 경험을 여러 차례 했다. 조은지 감독과 합이 잘 맞았다. 어딘지 마음에 안 들어서 밤새 고민했던 대사가 있거나, 안 풀리는 장면이 있을 때 촬영장에 가면 여지없이 조은지 감독이 그것과 관련한 이야기를 한다. 소름끼치게 놀란 경험을 다섯 번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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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승룡 (사진=NEW)

■ “시사보고 심장 터지는 줄, 내가 언제 저런 연기를 했지?”

“기술 시사 때 완성된 영화를 보고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내가 언제 했는지도 기억이 안나는 연기들이 많았더라. 기억이 안 나는 소소한 리액션들이 많아서 많이 웃었지만 또한 다른 배우들이 연기한 것을 보고도 깜짝 놀랐다. 이번에 정말 내 연기에 집중하면서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르만 로맨스’를 본 주연배우 류승룡의 소감이다. 스스로 “내 필로그라피의 방점”이라고 평가한 이 영화에 담긴 류승룡의 애정이 듬뿍 느껴지는 대목이다.

영화는 말 그대로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그린다. 이혼한 부부, 작가와 출판사 대표, 교수와 제자 , 동네 소년과 아줌마 그리고 친구들…영화는 이 모든 관계에 애정어린 시선을 불어 넣는다.

“관계에 솔직하고 싶었다. 나도 아들로서, 사위로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사회구성원으로서, 배우로서 살아가고 있지 않나. 사람은 한 명이지만 관계마다 역할은 다 다르다. 영화에서도 아빠로, 전남편으로, 현남편으로, 친구로, 동료로, 선후배로…그 모든 관계가 다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때그때 그 관계에 집중해서 하다 보니 좋은 케미가 나왔던 것 같다”

영화는 거창한 주제를 보여주려고 하거나 대단한 메시지를 심어주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일상의 관계 속에서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등이 되어 줄 수 있다는 것을 나지막하게 이야기한다.

“관계나 인물마다 마음에 다 남는 영화다. 아들이 울먹이는 장면, 친구가 혼자 우는 장면 등…모두에게 상처를 극복하는 모습이 있다. 우리는 누구나 상처를 받지 않나. 장면 장면을 보면서 ‘나도 저랬지’라고 공감하면서 위로를 받게 된다. 영화는 어쩌면 조건 없는 관계를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랑이라는 것은 내가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준 선물을 준 것 만큼 또 받으려고 하면 그 만큼의 고통이 따르지 않나”

자못 진지하게 작품이 주는 공감과 위로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실상 ‘장르만 로맨스’는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웃음을 막아낼 수 없다. 옆 사람과 손뼉 치며 박장대소하는 웃음이 아닌, 혼자 공감하면서 피식피식 흘러나오는 웃음 말이다.

“쨉을 날리듯이 잔잔한 웃음이 계속 이어지는 영화다. 사실 우리가 위로한답시고 각 잡고 하는 위로는 위로가 안 될 때가 많지 않나. 진지하게 하는데 웃기는 것, 그런 웃음을 주는 장면이 많다. 김현이 혼잣말 하는 대목 등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는 생활 속에서도 코믹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저변에 웃음 요소가 깔려 있어서 생활에 닿아있는 코믹한 요소가 이 영화에 주효했던 것 같다. 코믹연기라고 해서 웃기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아니라,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혹은 만화같은 장면으로 웃음을 주려고 했다”

정답이다. 류승룡이 묘사한 ‘쨉을 날리는 듯한 웃음’ 그런 웃음이 이 영화 ‘장르만 로맨스’를 보는 동안 계속된다. 그것이 류승룡이기에 가능한 연기였을 수도 있고, 배우 출신 감독인 조은지의 저력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주 오래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관계에 소원해진 지금, 우리에게 이렇게 부대끼며 피어나는 웃음이 무척 필요할 것 같다.

류승룡이 웃음을 담당한다면 성유빈과 신인배우 무진성은 영화의 비주얼을 맡는데 부족함이 없다. 오나라, 김희원, 이유영의 능청스러운 연기빨에 류승룡의 존재감, 젊은 배우들이 빛은 영화 ‘장르만 로맨스’를 반짝반짝하게 다듬기에 충분했다.

수 많은 관계 속에서도 외로운 사람들, 옆자리가 왠지 허전하다고 느끼는 모두에게 찾아온 선물 같은 영화 ‘장르만 로맨스’는 1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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