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아무도 그 자체로 온전한 섬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대륙의 한 조각, 본토의 일부이다. 흙 한 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가면, 유럽은 그만큼 줄어드니, 그건 곶이 씻겨 나가도 마찬가지이고, 그대의 친구나 그대의 영지(領地)가 씻겨 나가도 마찬가지이다. 누구의 죽음이든 그것은 나를 줄어들게 하는 것이니 그것은 내가 인류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저 종소리가 누구의 죽음을 알리는 종소리인가 알아보려고 사람을 보내지 마라. 그것은 그대의 죽음을 알리는 종소리이니”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의 제목은 17세기 영국의 시인 존 단의 위와 같은 기도문에서 따온 말이다. 존 단의 기도문은 우리 모든 인간의 삶이 하나로 묶여 있음을 암시한다. 누구의 죽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곧 그대의 죽음을 알리는 종소리라는 의미다. 휴머니즘 느낌이 물씬 나는 이 같은 구절은 이권 다툼으로 점철된 현대 사회에서 그 울림이 더욱 크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인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이 멍들고 있다. 조합 집행부와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을 놓고 둘러싼 대립이 극한으로 까지 치닫고 있다. 공사 중단 운명의 날이 하루 앞까지 다가왔으나 양 측의 입장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중재를 위해 파견된 서울시 도시정비사업 코디네이터팀이 혀를 내두르기까지도 했다는 후문이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시공단은 지난 2월11일 조합 측에 60일이 경과하는 오는 15일부터 공사비 지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예고했다. 시공단은 지난 2016년 2조6000억원 규모로 공사비를 계약했으나 설계 변경으로 가구 수 증가와 자재비 증가 등을 근거로 지난 2020년 공사비를 3조2000억원으로 늘리는 계약을 새로 체결했다. 그러나 집행부가 바뀌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새 조합 집행부는 이전 조합과 체결한 공사비 증액 계약이 한국부동산원 감정 결과를 반영한 총회를 거치지 않는 등 절차상 하자가 있어 무효라는 입장이다. 시공단은 조합이 계약을 인정하지 못하자 공사 중단을 예고했다. 이에 집행부는 대의원회의를 연 뒤 ‘시공사업단 조건부 계약해지 안건의 총회상정안’을 논의했다. 그 결과 대의원 120명 중 116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111표로 원안이 가결됐다. 조합은 공사 중단이 10일 가량 이어진다면 별도 대의원회를 열지 않고 이사회 의결로 계약해지 안건을 상정할 수 있게 됐다. 공사중단 예고에 계약해지 카드를 꺼내며 맞불을 놓은 셈이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예정된 둔촌주공 분양 일정은 무기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이 예정대로만 진행됐다면 벌써 일반 분양을 마쳤을 상황이다. 그러나 조합과 시공사 다툼에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사업비와 이주비 대출을 갚아야하는 조합원들의 속만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사업이 미뤄질수록 자금을 대출해 준 은행만 앉아서 돈을 번다는 소리가 나온다. 재건축은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득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여기서 기인한다. 여기에 소송전까지 벌어지고 새 시공사 선정에도 나선다면 분양이 이뤄지는 시점은 도저히 예측이 불가능하다. 최악의 경우에는 2024년에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일반 조합원들은 갈 곳을 잃는 것은 물론 빚더미에도 앉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최악의 상황에서 조합원이 일시에 상환해야하는 금액을 최대 3억원까지 보고 있다. 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공단과 조합 집행부의 주장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우선하기보다는 조합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를 먼저 보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 싸움은 결국 승자가 없는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제시한 일반 분양가가 조합에서 만족할 만큼만 나왔더라도 시공단과 조합 집행부의 갈등이 이렇게 깊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판이 깔리게 된 건 분양가 관련 정책 문제인데 싸움은 결국 시공단과 조합 집행부가 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시공단은 이처럼 갈등이 깊은데 무슨 사업을 더 할 수 있겠냐며 차라리 안하는 게 낫다는 하소연까지 하고 있다. 설령 조합 집행부가 별다른 소송 과정 없이 기존 시공단과 결별하고 새 시공단을 선정에 나서게 되더라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3구역 재개발 사업이 기존 시공사와 결별하고 새 시공사를 찾았으나 조합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건설업계 입장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단 한군데의 건설사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서울시도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조합이 지난달 서울동부지법에 5600억 원 규모의 공사비 증액 변경 계약을 무효로 돌려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한 것도 서울시에서 사업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빠른 법률적 판단을 받는 게 좋겠다는 의견에 따른 것이다. 사업 지연에 따른 천문학적인 공사비용과 금융비용 감당은 오히려 빠른 사업 진행을 원하는 조합원들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는 상황이다. 조합 집행부는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고 있나. 자신의 입장을 밀어 붙이고 승전보를 울리더라도 그건 결코 온전한 승리가 될 수 없다. 양 측 모두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일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조합원을 위한 대승적 차원의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 아닐까.

[정지수의 랜드마크] 둔촌주공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정지수 기자 승인 2022.04.14 11:20 | 최종 수정 2022.04.14 11:21 의견 0


“사람은 아무도 그 자체로 온전한 섬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대륙의 한 조각, 본토의 일부이다. 흙 한 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가면, 유럽은 그만큼 줄어드니, 그건 곶이 씻겨 나가도 마찬가지이고, 그대의 친구나 그대의 영지(領地)가 씻겨 나가도 마찬가지이다. 누구의 죽음이든 그것은 나를 줄어들게 하는 것이니 그것은 내가 인류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저 종소리가 누구의 죽음을 알리는 종소리인가 알아보려고 사람을 보내지 마라. 그것은 그대의 죽음을 알리는 종소리이니”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의 제목은 17세기 영국의 시인 존 단의 위와 같은 기도문에서 따온 말이다. 존 단의 기도문은 우리 모든 인간의 삶이 하나로 묶여 있음을 암시한다. 누구의 죽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곧 그대의 죽음을 알리는 종소리라는 의미다. 휴머니즘 느낌이 물씬 나는 이 같은 구절은 이권 다툼으로 점철된 현대 사회에서 그 울림이 더욱 크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인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이 멍들고 있다. 조합 집행부와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을 놓고 둘러싼 대립이 극한으로 까지 치닫고 있다. 공사 중단 운명의 날이 하루 앞까지 다가왔으나 양 측의 입장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중재를 위해 파견된 서울시 도시정비사업 코디네이터팀이 혀를 내두르기까지도 했다는 후문이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시공단은 지난 2월11일 조합 측에 60일이 경과하는 오는 15일부터 공사비 지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예고했다. 시공단은 지난 2016년 2조6000억원 규모로 공사비를 계약했으나 설계 변경으로 가구 수 증가와 자재비 증가 등을 근거로 지난 2020년 공사비를 3조2000억원으로 늘리는 계약을 새로 체결했다.

그러나 집행부가 바뀌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새 조합 집행부는 이전 조합과 체결한 공사비 증액 계약이 한국부동산원 감정 결과를 반영한 총회를 거치지 않는 등 절차상 하자가 있어 무효라는 입장이다.

시공단은 조합이 계약을 인정하지 못하자 공사 중단을 예고했다. 이에 집행부는 대의원회의를 연 뒤 ‘시공사업단 조건부 계약해지 안건의 총회상정안’을 논의했다. 그 결과 대의원 120명 중 116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111표로 원안이 가결됐다. 조합은 공사 중단이 10일 가량 이어진다면 별도 대의원회를 열지 않고 이사회 의결로 계약해지 안건을 상정할 수 있게 됐다. 공사중단 예고에 계약해지 카드를 꺼내며 맞불을 놓은 셈이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예정된 둔촌주공 분양 일정은 무기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이 예정대로만 진행됐다면 벌써 일반 분양을 마쳤을 상황이다. 그러나 조합과 시공사 다툼에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사업비와 이주비 대출을 갚아야하는 조합원들의 속만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사업이 미뤄질수록 자금을 대출해 준 은행만 앉아서 돈을 번다는 소리가 나온다. 재건축은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득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여기서 기인한다.

여기에 소송전까지 벌어지고 새 시공사 선정에도 나선다면 분양이 이뤄지는 시점은 도저히 예측이 불가능하다. 최악의 경우에는 2024년에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일반 조합원들은 갈 곳을 잃는 것은 물론 빚더미에도 앉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최악의 상황에서 조합원이 일시에 상환해야하는 금액을 최대 3억원까지 보고 있다. 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공단과 조합 집행부의 주장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우선하기보다는 조합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를 먼저 보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 싸움은 결국 승자가 없는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제시한 일반 분양가가 조합에서 만족할 만큼만 나왔더라도 시공단과 조합 집행부의 갈등이 이렇게 깊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판이 깔리게 된 건 분양가 관련 정책 문제인데 싸움은 결국 시공단과 조합 집행부가 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시공단은 이처럼 갈등이 깊은데 무슨 사업을 더 할 수 있겠냐며 차라리 안하는 게 낫다는 하소연까지 하고 있다. 설령 조합 집행부가 별다른 소송 과정 없이 기존 시공단과 결별하고 새 시공단을 선정에 나서게 되더라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3구역 재개발 사업이 기존 시공사와 결별하고 새 시공사를 찾았으나 조합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건설업계 입장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단 한군데의 건설사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서울시도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조합이 지난달 서울동부지법에 5600억 원 규모의 공사비 증액 변경 계약을 무효로 돌려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한 것도 서울시에서 사업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빠른 법률적 판단을 받는 게 좋겠다는 의견에 따른 것이다.

사업 지연에 따른 천문학적인 공사비용과 금융비용 감당은 오히려 빠른 사업 진행을 원하는 조합원들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는 상황이다. 조합 집행부는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고 있나. 자신의 입장을 밀어 붙이고 승전보를 울리더라도 그건 결코 온전한 승리가 될 수 없다. 양 측 모두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일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조합원을 위한 대승적 차원의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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