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중도원(任重道遠). 맡은 책임은 무겁고 실천할 길은 어렵고 아득함을 뜻하는 말이다. 지난 2019년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 시대'를 열자 용산 집값과 관련한 기사를 적잖게 접할 수 있다. 대통령의 출근 장소도 개발 호재로 취급받는 상황이다. 이쯤되면 우리나라를 두고 부동산 공화국이라는 자조섞인 표현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본다. 그만큼 전 국민의 관심거리 중 하나가 부동산이다. 윤석열 정부는 용산 이전 문제만 보더라도 안정보다는 대대적인 변화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관심이 모였던 부동산도 이 같은 기조에 예외는 아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놓은 부동산 공약만 살펴보더라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안전진단 완화 ·분양가상한제 손질·1기 신도시 특별법 등 지난 정부가 규제를 통해 부동산 시장을 억누르려했던 것과는 정반대 성향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공약 이행에서 다소 후퇴하거나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속에서 탄생한 윤 정부가 문 전 정부의 극렬한 안티테제를 취하던 것과 대비된다. 온라인상에 유출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따르면 인수위는 ‘주택 재건축 판정을 위한 안전진단 기준 개정’의 이행시기를 내년 상반기로 잡아놨다. 안전진단 규제 완화에 따라 민간정비시장이 활성화 되고 이를 통해 공급을 늘리겠다는 윤 정부의 초기 구상은 결국 환경의 압박 속에 걸음을 떼는데 실패했다. 임대차 3법 폐지도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오는 8월 전후로 임대차 시장동향을 살피고 임대차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 시장 혼선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 혼선은 이미 시작된 모습이다. 부작용이 있더라도 멀리 봤을 때는 집값 안정을 꾀할 수 있는 장기적인 안목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이마저 사그라들 위기다. 부동산 정책 관련 공약 이행까지 적잖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면서 공약이 또 공약(空約)이 되지 않겠냐는 실망섞인 시선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윤석열 정부의 이 같은 모습은 문재인 전 정부의 데자뷰와 같은 모습이다. 문재인 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정체성은 규제 완화와 공공 주도의 공급, 주택복지 증진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뇌리에는 24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 등 변덕이 심했던 것으로 남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단기적인 집값 하향 안정"을 내세웠지만 부동산 가격의 단기적인 상승과 하락이 곧 부동산 정책의 성패가 아니다. 단기적인 집값 향방에만 목을 맨다면 전 정부의 실패를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 분양가상한제의 합리적인 보완, 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한 제도개선에는 분명한 뜻이 있는 만큼 조속한 정책 개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단기적인 집값 상승은 불가피하겠지만 성장통으로 삼고 견딜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 2년차를 맞아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사자성어는 '임중도원'이었다. 초심을 잃지 말고 가라는 개혁 지지를 담은 목소리였다. 윤석열 정부도 잠깐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갈 길이 먼 부동산 정책의 첫발을 뚝심으로 떼길 바란다.

[정지수의 랜드마크] 용산 대통령 시대, 부동산 정책은 임중도원

정지수 기자 승인 2022.05.13 10:27 | 최종 수정 2022.05.13 10:29 의견 0


임중도원(任重道遠). 맡은 책임은 무겁고 실천할 길은 어렵고 아득함을 뜻하는 말이다. 지난 2019년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 시대'를 열자 용산 집값과 관련한 기사를 적잖게 접할 수 있다. 대통령의 출근 장소도 개발 호재로 취급받는 상황이다. 이쯤되면 우리나라를 두고 부동산 공화국이라는 자조섞인 표현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본다.

그만큼 전 국민의 관심거리 중 하나가 부동산이다. 윤석열 정부는 용산 이전 문제만 보더라도 안정보다는 대대적인 변화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관심이 모였던 부동산도 이 같은 기조에 예외는 아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놓은 부동산 공약만 살펴보더라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안전진단 완화 ·분양가상한제 손질·1기 신도시 특별법 등 지난 정부가 규제를 통해 부동산 시장을 억누르려했던 것과는 정반대 성향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공약 이행에서 다소 후퇴하거나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속에서 탄생한 윤 정부가 문 전 정부의 극렬한 안티테제를 취하던 것과 대비된다.

온라인상에 유출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따르면 인수위는 ‘주택 재건축 판정을 위한 안전진단 기준 개정’의 이행시기를 내년 상반기로 잡아놨다.

안전진단 규제 완화에 따라 민간정비시장이 활성화 되고 이를 통해 공급을 늘리겠다는 윤 정부의 초기 구상은 결국 환경의 압박 속에 걸음을 떼는데 실패했다. 임대차 3법 폐지도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오는 8월 전후로 임대차 시장동향을 살피고 임대차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 시장 혼선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 혼선은 이미 시작된 모습이다. 부작용이 있더라도 멀리 봤을 때는 집값 안정을 꾀할 수 있는 장기적인 안목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이마저 사그라들 위기다.

부동산 정책 관련 공약 이행까지 적잖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면서 공약이 또 공약(空約)이 되지 않겠냐는 실망섞인 시선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윤석열 정부의 이 같은 모습은 문재인 전 정부의 데자뷰와 같은 모습이다.

문재인 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정체성은 규제 완화와 공공 주도의 공급, 주택복지 증진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뇌리에는 24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 등 변덕이 심했던 것으로 남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단기적인 집값 하향 안정"을 내세웠지만 부동산 가격의 단기적인 상승과 하락이 곧 부동산 정책의 성패가 아니다. 단기적인 집값 향방에만 목을 맨다면 전 정부의 실패를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

분양가상한제의 합리적인 보완, 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한 제도개선에는 분명한 뜻이 있는 만큼 조속한 정책 개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단기적인 집값 상승은 불가피하겠지만 성장통으로 삼고 견딜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 2년차를 맞아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사자성어는 '임중도원'이었다. 초심을 잃지 말고 가라는 개혁 지지를 담은 목소리였다. 윤석열 정부도 잠깐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갈 길이 먼 부동산 정책의 첫발을 뚝심으로 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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