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신 생활경제부 차장 진짜 ‘식용유 대란’일까. 최근 유통업계 이슈가 되고 있는 ‘식용유 대란’을 둘러싼 그 원인이 묘하게 ‘소비자 사재기’로 몰아가는 모양새다. 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식용유 값 인상 보도가 쏟아졌다. 여기에 텅 빈 대형마트의 품절 모습이나 이커머스 업체들의 잇단 구매 개수 제한 소식이 전해졌다. 소비자들의 ‘수급 불안’ 심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식용유 공급사들은 가격 인상과 관련해 해바라기씨유 최대 생산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식용유 값 폭등을 꼽는다. 여기에 팜유 최대 수출국인 인도네시아가 수출 제한 조치에 나서면서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데 따른 조치라는 설명이다. 수급 불안에 따른 품귀 현상으로 식용유 구매 제한은 그에 따른 업체들의 고육지책이라는 해석까지 내놓고 있다. 실제로 일부 창고형할인점과 온라인몰이 ‘식용유 구매 제한’ 조치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소비자 불안심리를 이용한 사재기 우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라는 주장이다. 싼 가격으로 대량 구매해 높은 가격으로 되파는 비공식 거래 물량이 늘어날수록 박리다매 전략을 추구하는 판매 채널 특성상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소비자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식용유 값이 연초와 비교해 10% 이상 오른 데다 지난해와 비교해 많게는 최대 30% 이상 오르는 등 꾸준히 인상되고 있는 것과 관련한 의문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식용유 값 급등에 따른 조치’라는 점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식용유 가격은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문제 등을 이유로 2020년 하반기부터 가격 인상 기조가 이어졌다. 지난해 초 식용유 값 줄인상이 이어졌으며 올해 4월까지 추가 인상 조치가 단행됐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오뚜기 콩기름(900㎖)의 5월 평균 판매가격은 4916원이다. 전년동기 대비 33.8% 오른 가격이다. 해표 맑고 신선한 식용유(900㎖) 역시 지난 4월 전년동기 대비 최대 35% 인상됐다. ‘식용유 대란’이라는 보도가 이어지자 부랴부랴 정부와 업체들이 내놓은 입장 역시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8일 권재한 식품산업정책실장 주재로 식용유 수급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국내 공급 상황 점검과 시장 안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업소용·가정용으로 사용량이 가장 많은 대두유의 경우 미국·아르헨티나 등 주요 수출국으로부터 차질 없이 도입되고 있다. 팜유는 최근 인도네시아 수출제한에도 불구하고 국내 식품업계는 말레이시아산을 사용하기 때문에 수급에 차질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날 참여한 국내 주요 식용유 공급사들 역시 생산과 발주 모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이미 2~4개월 가량의 재고를 안정적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기존 재고 이외에도 5~6월 평균 수준 사용량을 도입 중이고 하반기 이후 물량도 계약대로 정상 도입 예정이라고 했다. 특히 가격 인상 계획도 없음을 시사했다. 공급과 판매시점 간 시차로 인한 ‘일시적 문제’일 뿐 제조나 유통 과정에서 특별한 문제는 없는 상황으로, 최근 ‘식용유 대란’, ‘품귀현상’ 같은 보도가 쏟아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심리에 따른 판매량 급증 탓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공급사들의 입장을 종합해보면, 식용유 값이 오르고 있는 이유는 국제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 조치다. 통상적으로 국내 유통을 위해 이미 수개월 치의 재고를 확보하고 있으며 추후 6개월 이상의 물량도 계약된 상태다. 수개월 전 재고를 확보할 당시 국제 원자재 가격은 지금과 다를 수 있다. 판매 시점에 따른 국제 식용유 값 인상분을 반영한 가격 인상 조치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소비자들의 입장이다. 또한 최근 기름 값 인상 이유에 대해 취재를 하던 과정에서 업계 관계자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할 경우 국내 유통 기름 값 역시 하락세를 반영해 조정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미 오른 식용유 가격이 국제 가격 변동분을 반영해 재조정한 사례는 드물다고 지적한다. 소비자들은 식용유를 구매하지 못할 것을 우려하지 않는다. ‘식용유 품귀 현상’으로 몰아가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이를 빌미로 한 ‘가격 인상 불가피’를 우려한다. 정부가 칼을 빼들자 공급사들은 ‘가격 인상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과연 얼마 만에 추가 가격 인상이 단행될 지 지켜볼 대목이다.

[김명신의 유통it슈] 식용유 대란? ‘소비자 탓’으로 몰아가는 이상한 논리

김명신 기자 승인 2022.05.19 11:08 | 최종 수정 2022.05.19 11:25 의견 0
김명신 생활경제부 차장

진짜 ‘식용유 대란’일까. 최근 유통업계 이슈가 되고 있는 ‘식용유 대란’을 둘러싼 그 원인이 묘하게 ‘소비자 사재기’로 몰아가는 모양새다. 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식용유 값 인상 보도가 쏟아졌다. 여기에 텅 빈 대형마트의 품절 모습이나 이커머스 업체들의 잇단 구매 개수 제한 소식이 전해졌다. 소비자들의 ‘수급 불안’ 심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식용유 공급사들은 가격 인상과 관련해 해바라기씨유 최대 생산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식용유 값 폭등을 꼽는다. 여기에 팜유 최대 수출국인 인도네시아가 수출 제한 조치에 나서면서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데 따른 조치라는 설명이다. 수급 불안에 따른 품귀 현상으로 식용유 구매 제한은 그에 따른 업체들의 고육지책이라는 해석까지 내놓고 있다.

실제로 일부 창고형할인점과 온라인몰이 ‘식용유 구매 제한’ 조치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소비자 불안심리를 이용한 사재기 우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라는 주장이다. 싼 가격으로 대량 구매해 높은 가격으로 되파는 비공식 거래 물량이 늘어날수록 박리다매 전략을 추구하는 판매 채널 특성상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소비자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식용유 값이 연초와 비교해 10% 이상 오른 데다 지난해와 비교해 많게는 최대 30% 이상 오르는 등 꾸준히 인상되고 있는 것과 관련한 의문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식용유 값 급등에 따른 조치’라는 점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식용유 가격은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문제 등을 이유로 2020년 하반기부터 가격 인상 기조가 이어졌다. 지난해 초 식용유 값 줄인상이 이어졌으며 올해 4월까지 추가 인상 조치가 단행됐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오뚜기 콩기름(900㎖)의 5월 평균 판매가격은 4916원이다. 전년동기 대비 33.8% 오른 가격이다. 해표 맑고 신선한 식용유(900㎖) 역시 지난 4월 전년동기 대비 최대 35% 인상됐다.

‘식용유 대란’이라는 보도가 이어지자 부랴부랴 정부와 업체들이 내놓은 입장 역시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8일 권재한 식품산업정책실장 주재로 식용유 수급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국내 공급 상황 점검과 시장 안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업소용·가정용으로 사용량이 가장 많은 대두유의 경우 미국·아르헨티나 등 주요 수출국으로부터 차질 없이 도입되고 있다. 팜유는 최근 인도네시아 수출제한에도 불구하고 국내 식품업계는 말레이시아산을 사용하기 때문에 수급에 차질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날 참여한 국내 주요 식용유 공급사들 역시 생산과 발주 모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이미 2~4개월 가량의 재고를 안정적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기존 재고 이외에도 5~6월 평균 수준 사용량을 도입 중이고 하반기 이후 물량도 계약대로 정상 도입 예정이라고 했다. 특히 가격 인상 계획도 없음을 시사했다.

공급과 판매시점 간 시차로 인한 ‘일시적 문제’일 뿐 제조나 유통 과정에서 특별한 문제는 없는 상황으로, 최근 ‘식용유 대란’, ‘품귀현상’ 같은 보도가 쏟아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심리에 따른 판매량 급증 탓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공급사들의 입장을 종합해보면, 식용유 값이 오르고 있는 이유는 국제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 조치다. 통상적으로 국내 유통을 위해 이미 수개월 치의 재고를 확보하고 있으며 추후 6개월 이상의 물량도 계약된 상태다.

수개월 전 재고를 확보할 당시 국제 원자재 가격은 지금과 다를 수 있다. 판매 시점에 따른 국제 식용유 값 인상분을 반영한 가격 인상 조치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소비자들의 입장이다.

또한 최근 기름 값 인상 이유에 대해 취재를 하던 과정에서 업계 관계자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할 경우 국내 유통 기름 값 역시 하락세를 반영해 조정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미 오른 식용유 가격이 국제 가격 변동분을 반영해 재조정한 사례는 드물다고 지적한다.

소비자들은 식용유를 구매하지 못할 것을 우려하지 않는다. ‘식용유 품귀 현상’으로 몰아가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이를 빌미로 한 ‘가격 인상 불가피’를 우려한다. 정부가 칼을 빼들자 공급사들은 ‘가격 인상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과연 얼마 만에 추가 가격 인상이 단행될 지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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