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지역 칼국수 평균 가격이 8000원을 넘어섰다. 싼 곳이 6000원 비싼 곳은 1만원이 넘기도 한다. 칼국수 외에 짜장면과 냉면 평균 가격도 각각 6000원, 1만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칼국수 등 음식 가격이 오르면서 서민들의 외식 비용 부담도 늘고 있고 소비자 물가 상승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서민들이 즐겨 찾는 외식 메뉴인 칼국수, 짜장면, 냉면은 김치찌개, 삼겹살 등과 함께 소비자 물가를 산출하는 지표 종목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 음식 가격이 오른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밀을 비롯한 국제 곡물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쌀 자급률은 92.1%에 이르나 밀 자급률은 0.7%에 불과하다. 국제 곡물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엔 없는 구조이다. 우크라이나 루간스키 지역에서 생산되는 밀 제배 모습(사진=연합뉴스) 세계 최대 밀 생산 및 수출국은 러시아고, 5위가 우크라이나다. 두 나라간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의 곡창 지대는 폐허가 됐고, 수출은 막혔다. 러시아를 비롯한 일부 국가는 식량과 에너지의 무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 속에서 세계 2위 인구 대국이자 밀 수출 9위인 인도가 최근 밀 수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앞으로도 당분간 밀 가격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동북아시아 지역은 그래도 상황이 낫다. 문제는 밀을 주식으로 하는 중동과 아프리카, 그리고 일부 유럽 국가에 식량 부족 등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 하다는 점이다. 202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의 데이비드 비즐리 사무총장은 “앞으로 몇 달 동안 참사 이상의 참사를 보게 될 것”이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따른 중동과 아프리카의 식량 위기를 경고하기도 했다. 이들 국가만큼 심각하진 않지만, 지금과 같은 국제 정세가 상당 기간 계속되어 밀 가격이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면(국수)에 대한 사랑에 있어 둘째 가라면 서러울 우리나라 사람들도 국수 가격 상승 이상의 더 큰 영향을 받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밀은 쌀, 옥수수와 함께 세계 3대 작물이다. 1만 5000여년 전부터 재배되기 시작했던 밀은 2000년 전쯤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하지만, 기후에 민감한데다 쌀에 비해 생산성이 낮고 지력 소모는 많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널리 재배되지 못했다. 이런 연유로 밀이 주재료인 국수는 귀한 음식이었다. 고려를 방문한 송나라 사신은 “고려에는 밀이 적어 화북(중국)에서 들여와 값이 매우 비싸서 성례(成禮) 때가 아니면 먹지 못한다. 10여 가지 식미 중 면식을 으뜸으로 삼는다”라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고려를 지나 조선시대에도 국수는 양반 가문에서도 잔치 때나 먹는 귀한 음식이었다. “결혼 언제 하느냐?”는 의미로 “국수 언제 먹냐?”는 말을 건네고 멸치국수를 ‘잔치국수’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절에서는 국수를 ‘승소(僧笑)’라고 하는데, 국수 맛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는 의미로 구도의 길을 걷는 스님들에게도 국수는 인기 메뉴이다. 이렇게 귀했던 밀은 한국전쟁 후 미국의 무상원조와 70년대 값싼 해외 밀이 들어오면서 쌀보다 더 흔한 음식 재료가 되었고 밀가루로 만든 국수와 라면, 빵 문화가 본격적으로 발달하게 되었다. 쌀이 귀하던 이 시절 정부는 혼분식 장려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최근 국제 곡물가가 치솟고 그에 따라 칼국수 등의 가격이 오르는 것을 보면서 한국전쟁 이후 흔한 음식재료가 된 밀이 다시 고려시대, 조선시대처럼 귀한 음식재료가 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을 하게 되었다. 이런 걱정이 쓸데없는 걱정이 되도록 하루 빨리 전쟁이 끝나고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 오길 기원한다. 다시는 무고한 시민들이 다치고 고통 받는 전쟁 없이 세상 모든 곳에 평화가 깃들기를 소망한다.

[한화 김욱기의 ‘思見’]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칼국수 가격 올렸다

김욱기 승인 2022.05.20 10:07 의견 0

지난달 서울지역 칼국수 평균 가격이 8000원을 넘어섰다. 싼 곳이 6000원 비싼 곳은 1만원이 넘기도 한다. 칼국수 외에 짜장면과 냉면 평균 가격도 각각 6000원, 1만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칼국수 등 음식 가격이 오르면서 서민들의 외식 비용 부담도 늘고 있고 소비자 물가 상승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서민들이 즐겨 찾는 외식 메뉴인 칼국수, 짜장면, 냉면은 김치찌개, 삼겹살 등과 함께 소비자 물가를 산출하는 지표 종목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 음식 가격이 오른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밀을 비롯한 국제 곡물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쌀 자급률은 92.1%에 이르나 밀 자급률은 0.7%에 불과하다. 국제 곡물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엔 없는 구조이다.

우크라이나 루간스키 지역에서 생산되는 밀 제배 모습(사진=연합뉴스)


세계 최대 밀 생산 및 수출국은 러시아고, 5위가 우크라이나다. 두 나라간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의 곡창 지대는 폐허가 됐고, 수출은 막혔다. 러시아를 비롯한 일부 국가는 식량과 에너지의 무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 속에서 세계 2위 인구 대국이자 밀 수출 9위인 인도가 최근 밀 수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앞으로도 당분간 밀 가격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동북아시아 지역은 그래도 상황이 낫다. 문제는 밀을 주식으로 하는 중동과 아프리카, 그리고 일부 유럽 국가에 식량 부족 등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 하다는 점이다. 202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의 데이비드 비즐리 사무총장은 “앞으로 몇 달 동안 참사 이상의 참사를 보게 될 것”이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따른 중동과 아프리카의 식량 위기를 경고하기도 했다.

이들 국가만큼 심각하진 않지만, 지금과 같은 국제 정세가 상당 기간 계속되어 밀 가격이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면(국수)에 대한 사랑에 있어 둘째 가라면 서러울 우리나라 사람들도 국수 가격 상승 이상의 더 큰 영향을 받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밀은 쌀, 옥수수와 함께 세계 3대 작물이다. 1만 5000여년 전부터 재배되기 시작했던 밀은 2000년 전쯤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하지만, 기후에 민감한데다 쌀에 비해 생산성이 낮고 지력 소모는 많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널리 재배되지 못했다.

이런 연유로 밀이 주재료인 국수는 귀한 음식이었다. 고려를 방문한 송나라 사신은 “고려에는 밀이 적어 화북(중국)에서 들여와 값이 매우 비싸서 성례(成禮) 때가 아니면 먹지 못한다. 10여 가지 식미 중 면식을 으뜸으로 삼는다”라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고려를 지나 조선시대에도 국수는 양반 가문에서도 잔치 때나 먹는 귀한 음식이었다. “결혼 언제 하느냐?”는 의미로 “국수 언제 먹냐?”는 말을 건네고 멸치국수를 ‘잔치국수’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절에서는 국수를 ‘승소(僧笑)’라고 하는데, 국수 맛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는 의미로 구도의 길을 걷는 스님들에게도 국수는 인기 메뉴이다.

이렇게 귀했던 밀은 한국전쟁 후 미국의 무상원조와 70년대 값싼 해외 밀이 들어오면서 쌀보다 더 흔한 음식 재료가 되었고 밀가루로 만든 국수와 라면, 빵 문화가 본격적으로 발달하게 되었다. 쌀이 귀하던 이 시절 정부는 혼분식 장려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최근 국제 곡물가가 치솟고 그에 따라 칼국수 등의 가격이 오르는 것을 보면서 한국전쟁 이후 흔한 음식재료가 된 밀이 다시 고려시대, 조선시대처럼 귀한 음식재료가 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을 하게 되었다.

이런 걱정이 쓸데없는 걱정이 되도록 하루 빨리 전쟁이 끝나고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 오길 기원한다. 다시는 무고한 시민들이 다치고 고통 받는 전쟁 없이 세상 모든 곳에 평화가 깃들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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