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네덜란드 출장으로 2주간 재판에 나오지 않을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박사랑 박정길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 등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공판을 향후 두 차례 이 부회장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진행하겠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에서 이 부회장이 이달 7∼18일 네덜란드 출장으로 재판 출석이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냈다면서 검찰의 의견을 물었다. 검찰이 "이견이 없다"고 하자 재판부는 "경영상 필요에 의한 것이고 검찰도 동의했다"면서 출장 기간에 예정된 두 기일의 재판은 이 부회장이 불출석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간에는 10일과 16일 재판이 예정돼 있다. 공판에서 진행되는 증인 신문은 그 내용을 기록한 조서를 증거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대체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의 출장지는 네덜란드의 세계적 반도체 장비업체 ASML로 추정된다. 반도체 미세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공급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서다. 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ASML에 EUV 장비를 추가 공급해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주문량이 급증하면서 EUV 장비를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반도체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ASML이 공급하고 있는 EUV 장비는 세계에서 가장 얇게 회로를 새길 수 있다. 회로를 새기는 광원의 파장이 기존 장비와 비교해 14분의 1 수준이다. EUV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는 전세계에서 ASML이 유일하다. 한 대당 2000억~3000억원가량으로 고가인 데다 연간 생산량도 40여대에 불과하다. 최근엔 EUV 장비에 필요한 렌즈를 독일 광학업체인 자이스가 공급망 문제로 생산하지 못해 EUV 장비 생산 속도도 같이 더뎌지고 있다. 이 때문에 각국 반도체 기업들이 반도체 쇼티지(수급 부족) 현상이 본격화된 2020년부터 ASML을 찾는 일이 더 잦아졌다. 이 부회장도 2020년 10월 반도체 장비 확보를 위해 ASML 본사를 방문했다.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은 선제적으로 EUV 장비를 확보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업체인 대만 TSMC는 EUV 장비를 100대 넘게 확보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15대에 불과하다. EUV 장비를 만드는 데만 2년가량 걸리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세워질 제2 파운드리에서 미세공정 생산라인을 만들기 위해선 올해 안에 장비 계약을 해야 한다. 한편 이 부회장은 지난달 20일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방문에 동행하면서 미리 의견서를 내고 재판에 불출석하기도 했다. 검찰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할 당시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고자 거짓 정보를 유포했다고 보고 2020년 9월 이 부회장을 기소했다. 이 부회장 측은 합병이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뤄진 합법적 결정이었고 합병으로 두 회사 모두 손해를 보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네덜란드 출장으로 2주간 재판 불출석…반도체 EUV 장비부터 챙긴다

장원주 기자 승인 2022.06.02 18:40 의견 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네덜란드 출장으로 2주간 재판에 나오지 않을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박사랑 박정길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 등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공판을 향후 두 차례 이 부회장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진행하겠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에서 이 부회장이 이달 7∼18일 네덜란드 출장으로 재판 출석이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냈다면서 검찰의 의견을 물었다.

검찰이 "이견이 없다"고 하자 재판부는 "경영상 필요에 의한 것이고 검찰도 동의했다"면서 출장 기간에 예정된 두 기일의 재판은 이 부회장이 불출석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간에는 10일과 16일 재판이 예정돼 있다. 공판에서 진행되는 증인 신문은 그 내용을 기록한 조서를 증거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대체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의 출장지는 네덜란드의 세계적 반도체 장비업체 ASML로 추정된다. 반도체 미세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공급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서다.

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ASML에 EUV 장비를 추가 공급해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주문량이 급증하면서 EUV 장비를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반도체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ASML이 공급하고 있는 EUV 장비는 세계에서 가장 얇게 회로를 새길 수 있다. 회로를 새기는 광원의 파장이 기존 장비와 비교해 14분의 1 수준이다. EUV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는 전세계에서 ASML이 유일하다. 한 대당 2000억~3000억원가량으로 고가인 데다 연간 생산량도 40여대에 불과하다.

최근엔 EUV 장비에 필요한 렌즈를 독일 광학업체인 자이스가 공급망 문제로 생산하지 못해 EUV 장비 생산 속도도 같이 더뎌지고 있다. 이 때문에 각국 반도체 기업들이 반도체 쇼티지(수급 부족) 현상이 본격화된 2020년부터 ASML을 찾는 일이 더 잦아졌다. 이 부회장도 2020년 10월 반도체 장비 확보를 위해 ASML 본사를 방문했다.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은 선제적으로 EUV 장비를 확보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업체인 대만 TSMC는 EUV 장비를 100대 넘게 확보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15대에 불과하다. EUV 장비를 만드는 데만 2년가량 걸리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세워질 제2 파운드리에서 미세공정 생산라인을 만들기 위해선 올해 안에 장비 계약을 해야 한다.

한편 이 부회장은 지난달 20일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방문에 동행하면서 미리 의견서를 내고 재판에 불출석하기도 했다.

검찰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할 당시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고자 거짓 정보를 유포했다고 보고 2020년 9월 이 부회장을 기소했다.

이 부회장 측은 합병이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뤄진 합법적 결정이었고 합병으로 두 회사 모두 손해를 보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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