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부 박진희 부장 2004년 작 영화 ‘아무도 모른다’는 일본에서부터 시작해 전 세계인들을 울렸다. 그것이 일본에서 벌어진 실화라는 점이 관객들의 눈물 온도를 높였다. 아이가 한 명이라고 거짓말을 한 후 집을 구한 엄마는 나머지 세 명의 아이들을 여행 가방에 숨겨서 들어온다. 아이들은 소리를 내서도 안 되고 밖으로 나가서도 안 된다. 학교에 가고 싶다는 아이에게 엄마는 “학교는 재미없는 곳”이라는 말로 설득을 한다. 그리고 엄마는 아이들 곁을 떠난다. 크리스마스 전에 돌아오겠다는 메모를 남기고 떠난 엄마는 돌아오지 않는다. 12살 첫째가 보살피는 세 명의 아이들은 먹을 게 없고, 입을 게 없다. 점점 말라가고, 지저분해 지던 아이들은 결국 막내 동생을 잃고서도 자기들끼리 삶을 살아간다. 뿔뿔이 흩어지게 될까봐 도움도 청하지 못하는 아이들, 영화 제목 ‘아무도 모른다’처럼 죽어가는 알아 챈 어른은 정말 없었던 걸까. 새삼 이 영화가 떠오른 이유는 최근 들어 자립청년지원 사업을 펼치는 회사들이 많아진 탓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몰랐던’ 시설 퇴소 아동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났다는 점에서 부쩍 안도감이 샘솟는다.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자립청년을 지원하는 문제는 NGO 단체에서도 큰 숙제꺼리였다. 국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규모의 NGO 단체 홍보 담당자를 만나 식사를 하던 자리에서 자립청년 지원 문제의 심각성을 처음 인지하게 됐다. 홍보 담당자가 이전 다른 부서에 있을 때 자립청년을 보살핀 적이 있는데 이 친구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됐다. “이 아이처럼 스스로 공부해서 대학을 졸업하는 케이스는 아주 드물어요. 시설을 나올 때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아봐야 500만원을 지원 받아 나오게 되는데, 아직 고등학생이잖아요. 만 18세면. 아이들이 그 돈을 들고 시설을 나간다고 생각해보세요. 거주지부터 막막하죠. 어디에 살아야 할지,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한데 대학이 왠말일까요. 그만큼 자립청년에 대한 지원은 사실 전무하다시피 해요. 거의 관심이 없다고 봐도 될 거예요. 그래서 스스로 공부하고 대학을 졸업한 그 아이가 저는 정말 대견해요” 눈물까지 글썽이던 그녀에게 그로부터 약 2시간 동안 자립청년들의 고충과 지원 부족 실정을 속속들이 들을 수 있게 됐다. 이후 기업의 홍보 담당자들이 다음해 ESG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시설 퇴소 아동에 주목해 달라고 읍소해온 바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성인 입양을 해 화제가 됐던 배우 박시은 부부가 무척 존경스럽다. 아동 보호 시설 밖에서 홀로 섰어야 할 아이, 아직 아이인 만 18세에게 세상은 성인이 됐으니 홀로서라고 종용한다. 그런 아이를 사랑으로 입양한 덕에 아이는 따뜻한 울타리 안에서 꿈을 꿀 수 있게 된 것이 아닌가. 그리고 오늘(21일) 스타벅스코리아가 2022년도 자립청년지원 사업 개시 소식을 전했다. 이미 수년째 해오고 있는 일이지만 새삼 반가운 것은 바로 하루 전 삼양사 또한 자립준비청년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소식에 잇따랐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스타벅스코리아, 삼양사 뿐 아니라 각 지자체, 금융사 등 최근에는 자립준비청년 혹은 자립청년에 대한 지원사업이 부쩍 늘었다. 어쩌면 이제 정말 홀로 서야 하는 아이들이기에 어른들의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 이 아이들이 아직 아이라는 것을 인정받고 어른들의 보살핌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홀로, 해충이 득실거리는 열악한 방 안에서 다시 작아져야 했던 아이들이 이제 세상의 관심을 받으며 꿈을 꿀 수 있게 된 것 같아 부쩍 고마운 요즘이다.

[데스크칼럼] “고마워요 삼양사 그리고 스타벅스”

박진희 기자 승인 2022.06.21 14:09 의견 0
생활경제부 박진희 부장


2004년 작 영화 ‘아무도 모른다’는 일본에서부터 시작해 전 세계인들을 울렸다. 그것이 일본에서 벌어진 실화라는 점이 관객들의 눈물 온도를 높였다.

아이가 한 명이라고 거짓말을 한 후 집을 구한 엄마는 나머지 세 명의 아이들을 여행 가방에 숨겨서 들어온다. 아이들은 소리를 내서도 안 되고 밖으로 나가서도 안 된다. 학교에 가고 싶다는 아이에게 엄마는 “학교는 재미없는 곳”이라는 말로 설득을 한다. 그리고 엄마는 아이들 곁을 떠난다. 크리스마스 전에 돌아오겠다는 메모를 남기고 떠난 엄마는 돌아오지 않는다. 12살 첫째가 보살피는 세 명의 아이들은 먹을 게 없고, 입을 게 없다. 점점 말라가고, 지저분해 지던 아이들은 결국 막내 동생을 잃고서도 자기들끼리 삶을 살아간다. 뿔뿔이 흩어지게 될까봐 도움도 청하지 못하는 아이들, 영화 제목 ‘아무도 모른다’처럼 죽어가는 알아 챈 어른은 정말 없었던 걸까.

새삼 이 영화가 떠오른 이유는 최근 들어 자립청년지원 사업을 펼치는 회사들이 많아진 탓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몰랐던’ 시설 퇴소 아동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났다는 점에서 부쩍 안도감이 샘솟는다.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자립청년을 지원하는 문제는 NGO 단체에서도 큰 숙제꺼리였다.

국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규모의 NGO 단체 홍보 담당자를 만나 식사를 하던 자리에서 자립청년 지원 문제의 심각성을 처음 인지하게 됐다. 홍보 담당자가 이전 다른 부서에 있을 때 자립청년을 보살핀 적이 있는데 이 친구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됐다.

“이 아이처럼 스스로 공부해서 대학을 졸업하는 케이스는 아주 드물어요. 시설을 나올 때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아봐야 500만원을 지원 받아 나오게 되는데, 아직 고등학생이잖아요. 만 18세면. 아이들이 그 돈을 들고 시설을 나간다고 생각해보세요. 거주지부터 막막하죠. 어디에 살아야 할지,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한데 대학이 왠말일까요. 그만큼 자립청년에 대한 지원은 사실 전무하다시피 해요. 거의 관심이 없다고 봐도 될 거예요. 그래서 스스로 공부하고 대학을 졸업한 그 아이가 저는 정말 대견해요”

눈물까지 글썽이던 그녀에게 그로부터 약 2시간 동안 자립청년들의 고충과 지원 부족 실정을 속속들이 들을 수 있게 됐다. 이후 기업의 홍보 담당자들이 다음해 ESG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시설 퇴소 아동에 주목해 달라고 읍소해온 바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성인 입양을 해 화제가 됐던 배우 박시은 부부가 무척 존경스럽다. 아동 보호 시설 밖에서 홀로 섰어야 할 아이, 아직 아이인 만 18세에게 세상은 성인이 됐으니 홀로서라고 종용한다. 그런 아이를 사랑으로 입양한 덕에 아이는 따뜻한 울타리 안에서 꿈을 꿀 수 있게 된 것이 아닌가.

그리고 오늘(21일) 스타벅스코리아가 2022년도 자립청년지원 사업 개시 소식을 전했다. 이미 수년째 해오고 있는 일이지만 새삼 반가운 것은 바로 하루 전 삼양사 또한 자립준비청년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소식에 잇따랐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스타벅스코리아, 삼양사 뿐 아니라 각 지자체, 금융사 등 최근에는 자립준비청년 혹은 자립청년에 대한 지원사업이 부쩍 늘었다. 어쩌면 이제 정말 홀로 서야 하는 아이들이기에 어른들의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 이 아이들이 아직 아이라는 것을 인정받고 어른들의 보살핌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홀로, 해충이 득실거리는 열악한 방 안에서 다시 작아져야 했던 아이들이 이제 세상의 관심을 받으며 꿈을 꿀 수 있게 된 것 같아 부쩍 고마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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