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월스트리트' 여의도 금융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 사고들. 다시 한번 살펴야 할, 중요하나 우리가 놓친 이슈들을 '왜(why)'의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윤석열 정부 첫 금융당국 수장의 행보가 시작됐습니다. 이번 주 은행을 시작으로 증권, 보험, 카드업계 사장단과의 회동도 막바지 일정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먼저 17개 은행장들과 지난 20일 만났습니다. 윤석열 사단의 핵심라인, 더구나 이례적인 검사 출신 금융당국 수장이다보니 그의 발언과 메시지에 금융권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데요. 역시나 그의 첫 메시지는 검사다웠습니다. 은행들의 이자 장사를 직격하며 금리 상승기 지나친 이익 추구를 경고했습니다.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금리를 산정, 운영하라고 했습니다. 취약 차주의 부실 우려도 언급했는데요. 이들에 대해선 저금리대출로 전환하거나 금리 조정폭과 속도를 늦춰주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합니다. 첫 만남부터 금융권에 대한 그립을 세게 잡고 가는 모양새입니다. 사실 최근 급변하는 경제 상황, 금리 환경을 감안하면 서민들 입장에서 나쁠게 없는, 금감원의 지당한 고삐쥐기입니다. 대출금리는 즉각 인상하면서도 예금금리는 더디게 반영하는 오랜 관행 개선, 취약 차주에 대한 보다 면밀한 보호조치가 필요한 것도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흘러나오는 금융 관치에 대한 걱정은 빼놓을 순 없는데요. 시장주의를 외쳤던 윤석렬 정부의 첫 금감원장이 시작부터 시장 개입을 외치고 나서니 금융권의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사실 은행들은 최근 금리인상기 대출금리 인상을 두고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완화기조를 보여왔습니다. 금리 상승기에 은행들의 예대마진은 늘어납니다. 예컨대 대출금리는 석달마다 변동되지만 예금 금리는 한번 가입하면 만기까지 그대로 가다보니 자연스레 마진이 커집니다. 대출금리는 즉각 반영하면서도 예금금리 인상에는 미적거리는 은행들의 꼼수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시중은행들의 선두 경쟁이 수년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예대마진 확대를 통한 손쉬운 이익 추구를 하지 않았다 부인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평소 은행들의 금리변동이 금융당국의 관리영역 안에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금감원의 지속적인 창구지도 관행도 여전합니다. 은행이 올리고 싶다고 마구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금융당국 국장의 전화 한통에 계획을 전면 수정하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특히 은행들의 예대마진 공시가 올해 하반기 시행을 앞두고 있어 앞으로 예대마진을 통한 이익추구도 만만치 않은 환경이 됩니다. 쉽고, 조용히 풀어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럼 금감원장은 왜 강한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전달했을까. 공부하려고 방문 닫고 들어가 책상정리를 하던 아들에게 부모가 문을 열고 "공부 안하냐"고 소리치는 격은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금감원장의 시의적절한(?) 이번 액션의 이면에는 정무적, 정치적 의중이 깔려있어 보입니다. 취임초부터 과도하게 떨어지는 대통령 지지율. 일부 여론조사에 따르면 역대 정부 취임초기 중 가장 낮은 지지율 수준입니다. 이번 발언을 여당 지지기반으로 스며든 2030에 대한 민심 달래기용으로 해석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입니다. 최근 시장 변동성이 상당히 급격합니다. 누구보다 큰 타격을 받는 이들은 자영업자, 주식과 가상화폐 등 개인투자자, 영끌해서 사들인 부동산과 금융자산으로 손실을 입은 이들입니다. 결국 은행들을 호통쳐 그들의 축 처진 어깨를 다독여보자는 여론 달래기, 정치적 쇼잉의 일환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근본적인 해결책 등의 진정성은 결여됐다는 의미겠지요. 다행이라 해야할까요. 일단 효과는 즉각적입니다.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들이 하루만에 대출금리 혹은 주담보대출금리 인하에 동참한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립니다. 다만 이 지점에서 '관치의 그림자'가 떠오르는 것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전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법을 개정해 정유업계의 마진 일부를 제한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유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상황에서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하자 경쟁적으로 정치적 액션을 취한 것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서민 고통분담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고통은 기업이, 생색은 정치권이 내는 모양새입니다. 시장은 그 누구보다 냉정하지요. 주식시장에선 벌써부터 정유주를 내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정치 외풍에 휘둘리는 은행주꼴이 됐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실제 법 개정으로 이어질 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어쨌든 경기에 민감한 정유주 미래가 정치판에 휘둘리게 될 상황에 놓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급격한 물가인상 후폭풍을 막기 위한 다각적인 정책과 고민이 필요한 건 맞지만 이런 식으로 '묻고 따블로' 가라고 한다면 대출이자, 과자값, 라면값, 옷값, 어디까지 번질 지, 어디가 끝일 지 알 수 없습니다. 여당에서 이쪽을 배려하니 야당에선 저쪽을 더 선처하는 상황. 포퓰리즘을 기반으로 한 관치가 경쟁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최근의 고물가 상황은 지난 2년간의 팬데믹, 러-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공급망 이슈가 주된 요인입니다.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 수요가 급증하다보니 일시적으로 단가가 올라간 측면이 있습니다. 돈 많이 벌었다고 법과 상식을 건너뛰어 가격만 후려치라는 정치권의 기조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문제가 있다면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하고 조율해나가는 것이 먼저입니다. 당장에 대출금리가 내려가면 효과는 분명 있겠지요. 다만 은행들도 영악합니다. 부도우려를 감안해 위험대출은 줄일 테지요. 마진이 많을땐 어느정도 손해를 감수할 버퍼가 있지만 마진이 박해지면 위험 비즈니스는 줄이는 게 상식입니다. 결국 지금의 기류가 계속된다면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와 금융에 치명타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기업들, 특히 금융시장에 정치 논리, 정무적 판단이 지극히 경계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홍승훈의 Y] 금감원에 정치의 그림자가 보인다

홍승훈 기자 승인 2022.06.23 14:24 | 최종 수정 2022.06.23 15:26 의견 0

'한국의 월스트리트' 여의도 금융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 사고들. 다시 한번 살펴야 할, 중요하나 우리가 놓친 이슈들을 '왜(why)'의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윤석열 정부 첫 금융당국 수장의 행보가 시작됐습니다. 이번 주 은행을 시작으로 증권, 보험, 카드업계 사장단과의 회동도 막바지 일정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먼저 17개 은행장들과 지난 20일 만났습니다. 윤석열 사단의 핵심라인, 더구나 이례적인 검사 출신 금융당국 수장이다보니 그의 발언과 메시지에 금융권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데요.

역시나 그의 첫 메시지는 검사다웠습니다. 은행들의 이자 장사를 직격하며 금리 상승기 지나친 이익 추구를 경고했습니다.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금리를 산정, 운영하라고 했습니다.

취약 차주의 부실 우려도 언급했는데요. 이들에 대해선 저금리대출로 전환하거나 금리 조정폭과 속도를 늦춰주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합니다. 첫 만남부터 금융권에 대한 그립을 세게 잡고 가는 모양새입니다.

사실 최근 급변하는 경제 상황, 금리 환경을 감안하면 서민들 입장에서 나쁠게 없는, 금감원의 지당한 고삐쥐기입니다. 대출금리는 즉각 인상하면서도 예금금리는 더디게 반영하는 오랜 관행 개선, 취약 차주에 대한 보다 면밀한 보호조치가 필요한 것도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흘러나오는 금융 관치에 대한 걱정은 빼놓을 순 없는데요. 시장주의를 외쳤던 윤석렬 정부의 첫 금감원장이 시작부터 시장 개입을 외치고 나서니 금융권의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사실 은행들은 최근 금리인상기 대출금리 인상을 두고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완화기조를 보여왔습니다. 금리 상승기에 은행들의 예대마진은 늘어납니다. 예컨대 대출금리는 석달마다 변동되지만 예금 금리는 한번 가입하면 만기까지 그대로 가다보니 자연스레 마진이 커집니다. 대출금리는 즉각 반영하면서도 예금금리 인상에는 미적거리는 은행들의 꼼수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시중은행들의 선두 경쟁이 수년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예대마진 확대를 통한 손쉬운 이익 추구를 하지 않았다 부인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평소 은행들의 금리변동이 금융당국의 관리영역 안에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금감원의 지속적인 창구지도 관행도 여전합니다. 은행이 올리고 싶다고 마구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금융당국 국장의 전화 한통에 계획을 전면 수정하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특히 은행들의 예대마진 공시가 올해 하반기 시행을 앞두고 있어 앞으로 예대마진을 통한 이익추구도 만만치 않은 환경이 됩니다.

쉽고, 조용히 풀어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럼 금감원장은 왜 강한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전달했을까. 공부하려고 방문 닫고 들어가 책상정리를 하던 아들에게 부모가 문을 열고 "공부 안하냐"고 소리치는 격은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금감원장의 시의적절한(?) 이번 액션의 이면에는 정무적, 정치적 의중이 깔려있어 보입니다. 취임초부터 과도하게 떨어지는 대통령 지지율. 일부 여론조사에 따르면 역대 정부 취임초기 중 가장 낮은 지지율 수준입니다. 이번 발언을 여당 지지기반으로 스며든 2030에 대한 민심 달래기용으로 해석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입니다.

최근 시장 변동성이 상당히 급격합니다. 누구보다 큰 타격을 받는 이들은 자영업자, 주식과 가상화폐 등 개인투자자, 영끌해서 사들인 부동산과 금융자산으로 손실을 입은 이들입니다. 결국 은행들을 호통쳐 그들의 축 처진 어깨를 다독여보자는 여론 달래기, 정치적 쇼잉의 일환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근본적인 해결책 등의 진정성은 결여됐다는 의미겠지요.

다행이라 해야할까요. 일단 효과는 즉각적입니다.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들이 하루만에 대출금리 혹은 주담보대출금리 인하에 동참한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립니다.

다만 이 지점에서 '관치의 그림자'가 떠오르는 것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전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법을 개정해 정유업계의 마진 일부를 제한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유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상황에서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하자 경쟁적으로 정치적 액션을 취한 것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서민 고통분담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고통은 기업이, 생색은 정치권이 내는 모양새입니다.

시장은 그 누구보다 냉정하지요. 주식시장에선 벌써부터 정유주를 내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정치 외풍에 휘둘리는 은행주꼴이 됐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실제 법 개정으로 이어질 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어쨌든 경기에 민감한 정유주 미래가 정치판에 휘둘리게 될 상황에 놓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급격한 물가인상 후폭풍을 막기 위한 다각적인 정책과 고민이 필요한 건 맞지만 이런 식으로 '묻고 따블로' 가라고 한다면 대출이자, 과자값, 라면값, 옷값, 어디까지 번질 지, 어디가 끝일 지 알 수 없습니다. 여당에서 이쪽을 배려하니 야당에선 저쪽을 더 선처하는 상황. 포퓰리즘을 기반으로 한 관치가 경쟁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최근의 고물가 상황은 지난 2년간의 팬데믹, 러-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공급망 이슈가 주된 요인입니다.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 수요가 급증하다보니 일시적으로 단가가 올라간 측면이 있습니다. 돈 많이 벌었다고 법과 상식을 건너뛰어 가격만 후려치라는 정치권의 기조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문제가 있다면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하고 조율해나가는 것이 먼저입니다.

당장에 대출금리가 내려가면 효과는 분명 있겠지요. 다만 은행들도 영악합니다. 부도우려를 감안해 위험대출은 줄일 테지요. 마진이 많을땐 어느정도 손해를 감수할 버퍼가 있지만 마진이 박해지면 위험 비즈니스는 줄이는 게 상식입니다. 결국 지금의 기류가 계속된다면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와 금융에 치명타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기업들, 특히 금융시장에 정치 논리, 정무적 판단이 지극히 경계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