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리 메리츠자산운용 전 대표 (사진=연합뉴스) 소문대로였습니다. 북촌에 있는 사무실에서 을지로까지. 그는 최고경영자(CEO)들의 기본 이동수단인 ‘검은 세단’ 대신 자전거를 타고 약속 장소에 나타났습니다. “전세계에서 우리나라처럼 대중교통이 발달한 나라가 없는데 막히는 도로에 비싼 돈들여 왜 차를 타고 다니는지 안타깝다.” 식사를 하는 내내 나눈 그와의 대화는 온통 ‘소비’와 ‘투자’, 그리고 우리나라의 ‘금융 문맹률’이 화두였죠. 사실 2015년 당시만 해도 주식은 대중들에게 거리감 있는, 조금은 어려운 시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주식을 소비 생활 가까이에서 떠올릴 수 있게 해주는 그의 접근법은 뭔가 신선하고 간결했습니다. 그리고 수년 후.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존리 대표는 투자 시장 뿐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이름을 알릴 만큼 핫한 ‘스타’가 됐습니다. “커피 살 돈으로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는 그의 말이 과거 저에게 그랬듯, 사람들에게도 같은 느낌을 던져줬던 거겠죠. 사실 존리 대표로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겁니다. 지난 2018년부터 버스를 타고 전국 곳곳을 누리면서 ‘경제교육’을 외쳤던 그에게 지난 2년여는 어쩌면 기회였을지 모릅니다.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동학개미 열풍이 거세지면서 어느 순간부터 기자들은 그를 만나는 자리에 당연한듯 카메라를 들고 왔다고 합니다. 그렇게 존리 대표는 투자 관련 콘텐츠의 섭외 1순위 필수 ‘섬네일’이 됐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양날의 검이 있기 마련이죠. 그가 외부에서 이름을 알리고 투자 전도사로 대중 앞에 서는 시간이 많아지자 정작 그가 대표로 있는 메리츠자산운용에는 그림자가 드리웠습니다. 대표가 내부 조직을 다지고 운용 성과를 챙기는 데 소홀하다보니 펀드들의 수익률은 산으로 가기도 했습니다. 고객들은 존리 대표를 믿고 들어오는데 정작 그는 운용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던 거죠.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던 내부에서는 불만이 쌓아갔고 인력 이탈로 이어졌습니다. “대중에 노출되는 빈도가 너무 많아지다보니 적도 많아졌어요. 운용사 대표로 있으면서 책임을 다 하지 않으면서 자꾸 밖으로 돌 생각만 한다는 것에 대한 불만이었죠.” 현재 금융감독원에서 조사하고 있는 사건이 내부 민원으로 인해 시작됐다는 점은 이러한 일면을 보여주는 예이기도 합니다. 사실 존리 대표도 대표직과 강연자 두 역할을 맡으며 고민이 컸을 것입니다. 언젠가 지인에게 “이제 나도 브레이크가 고장난 것 같다”고 털어놨다는 그의 넋두리가 귓가를 맴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브레이크를 밟았어야 했다는 아쉬움과 함께 말이죠. 메리츠금융지주 역시 존리 대표가 2020년 운용에서 손을 떼며 사실상 관리직으로 전환했을때 그의 거취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고 결단을 내렸으면 어땠을까란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30일 메리츠금융지주는 결국 존리 대표의 사의를 받아들이며 사표를 수리했다고 합니다. 8년이란 시간동안 수차례 있었던 타이밍을 놓친 이들이 가장 좋지 않은 이별을 하게 된 셈이죠. 존리 대표의 불법투자 의혹은 금융감독원의 조사가 끝나봐야 결과를 알 수 있을 듯합니다. 위법성 여부로 결론나면 존리 대표는 그에 따른 법적, 혹은 도덕적 책임을 지게 되겠죠. 다만 ‘존봉준’이란 애칭을 붙이며 그의 말에 귀기울였던 개인투자자들이 걱정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주가 하락으로 상심한 투자자들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또다른 상처를 받게되는 건 아닌지.

[박민선의 View+] 존리가 놓친 브레이크

박민선 기자 승인 2022.06.30 17:01 | 최종 수정 2022.07.01 09:20 의견 0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전 대표 (사진=연합뉴스)

소문대로였습니다. 북촌에 있는 사무실에서 을지로까지. 그는 최고경영자(CEO)들의 기본 이동수단인 ‘검은 세단’ 대신 자전거를 타고 약속 장소에 나타났습니다.

“전세계에서 우리나라처럼 대중교통이 발달한 나라가 없는데 막히는 도로에 비싼 돈들여 왜 차를 타고 다니는지 안타깝다.”

식사를 하는 내내 나눈 그와의 대화는 온통 ‘소비’와 ‘투자’, 그리고 우리나라의 ‘금융 문맹률’이 화두였죠. 사실 2015년 당시만 해도 주식은 대중들에게 거리감 있는, 조금은 어려운 시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주식을 소비 생활 가까이에서 떠올릴 수 있게 해주는 그의 접근법은 뭔가 신선하고 간결했습니다.

그리고 수년 후.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존리 대표는 투자 시장 뿐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이름을 알릴 만큼 핫한 ‘스타’가 됐습니다. “커피 살 돈으로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는 그의 말이 과거 저에게 그랬듯, 사람들에게도 같은 느낌을 던져줬던 거겠죠.

사실 존리 대표로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겁니다. 지난 2018년부터 버스를 타고 전국 곳곳을 누리면서 ‘경제교육’을 외쳤던 그에게 지난 2년여는 어쩌면 기회였을지 모릅니다.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동학개미 열풍이 거세지면서 어느 순간부터 기자들은 그를 만나는 자리에 당연한듯 카메라를 들고 왔다고 합니다. 그렇게 존리 대표는 투자 관련 콘텐츠의 섭외 1순위 필수 ‘섬네일’이 됐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양날의 검이 있기 마련이죠. 그가 외부에서 이름을 알리고 투자 전도사로 대중 앞에 서는 시간이 많아지자 정작 그가 대표로 있는 메리츠자산운용에는 그림자가 드리웠습니다. 대표가 내부 조직을 다지고 운용 성과를 챙기는 데 소홀하다보니 펀드들의 수익률은 산으로 가기도 했습니다. 고객들은 존리 대표를 믿고 들어오는데 정작 그는 운용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던 거죠.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던 내부에서는 불만이 쌓아갔고 인력 이탈로 이어졌습니다.

“대중에 노출되는 빈도가 너무 많아지다보니 적도 많아졌어요. 운용사 대표로 있으면서 책임을 다 하지 않으면서 자꾸 밖으로 돌 생각만 한다는 것에 대한 불만이었죠.”

현재 금융감독원에서 조사하고 있는 사건이 내부 민원으로 인해 시작됐다는 점은 이러한 일면을 보여주는 예이기도 합니다.

사실 존리 대표도 대표직과 강연자 두 역할을 맡으며 고민이 컸을 것입니다. 언젠가 지인에게 “이제 나도 브레이크가 고장난 것 같다”고 털어놨다는 그의 넋두리가 귓가를 맴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브레이크를 밟았어야 했다는 아쉬움과 함께 말이죠.

메리츠금융지주 역시 존리 대표가 2020년 운용에서 손을 떼며 사실상 관리직으로 전환했을때 그의 거취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고 결단을 내렸으면 어땠을까란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30일 메리츠금융지주는 결국 존리 대표의 사의를 받아들이며 사표를 수리했다고 합니다. 8년이란 시간동안 수차례 있었던 타이밍을 놓친 이들이 가장 좋지 않은 이별을 하게 된 셈이죠.


존리 대표의 불법투자 의혹은 금융감독원의 조사가 끝나봐야 결과를 알 수 있을 듯합니다. 위법성 여부로 결론나면 존리 대표는 그에 따른 법적, 혹은 도덕적 책임을 지게 되겠죠.

다만 ‘존봉준’이란 애칭을 붙이며 그의 말에 귀기울였던 개인투자자들이 걱정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주가 하락으로 상심한 투자자들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또다른 상처를 받게되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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