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상파 방송이 뉴스에서 게임중독자들의 폭력성을 실험하겠다며 PC방 전원 차단기를 내리는 일이 있었다. 게임에 과몰입한 청소년들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알아보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뉴스는 역풍을 맞았다. 실험 방식이 오히려 더 폭력적이고 무작스럽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날벼락을 맞은 PC방 이용자들의 반응은 어찌보면 '정상적'이었다. 자신이 돈을 내고 이용한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못해 욕을 했을 뿐이다. 음식점이나 병원에서나 어떤 서비스를 이용할 때 불만족한 부분에서 궁시렁 대는 거에 비해 뭐가 그렇게 폭력적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당시 이 뉴스 인터뷰에 응했던 교수는 "게임 중독 문제가 간단한 문제가 아니고 할 거면 실험실에서 제대로 된 실험을 해야한다"고 다른 매체와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게임을 특정 감정조절장애와 연결 짓는다거나 게임중독에 따른 폐해를 설명하는 일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이를 단순하게 접근하고 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등록 내용을 담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제11차 국제질병분류(ICD11)가 지난 1월부터 효력이 발생했다. WHO의 권고 사안이며 수용 여부는 각 국가에서 판단한다. 우리나라도 WHO의 질병코드를 수용하려는 움직임이 나오면서 게임업계에서 다시금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WHO는 ▲게임에 대한 통제기능 손상 ▲삶의 다른 관심사·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 ▲부정적인 결과에도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현상 등이 12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게임이용장애, 즉 게임중독으로 본다. 여기서 말하는 게임중독은 보드게임과 같은 아날로그 게임이 아닌 PC게임 등을 의미한다. WHO가 내세운 게임중독 분류를 두고도 중독상태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업계에서나 학계에서나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과학적 근거분석 보고서'나 '게임이용장애 실태조사 기획연구' 등을 마련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록에 대비하고 있으나 숱한 논란거리를 낳고 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게임전문지 인벤에 제공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과학적 근거분석 보고서'에도 과학적 근거 부실을 지적하는 부분이 있다. 이 연구를 맡은 안우영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는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으로 작용하는 역학적 증거는 신뢰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게임이용장애가 다른 정신병리나 심리적 어려움을 야기하는 것인지, 다른 정신병리나 심리적 어려움이 게임행위로 이어지는 것인지에 대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게임중독을 사회적 문제로 삼았던 역사는 국내에서도 꽤 오래됐다. PC방 폐인을 양성한다며 '리니지'를 사회문제로 지적했던 시절이나 FPS 장르의 게임과 폭력성을 연결하려던 시도만 보더라도 그렇다. 누군가 총기 난사 사고를 냈는데 이 사람은 평소 FPS 게임을 많이 했다. 이 대목을 보면 FPS게임이 마치 총기 난사 사고를 부추긴 것처럼 읽힌다. 이처럼 긴 기간동안 게임은 놀이가 아닌 범죄를 부추기는 콘텐츠로 오독됐다. 이제는 게임중독이라는 실체조차 불분명한 누명을 씌우기에까지 이르렀다. 게임중독의 실체를 증명하기 위한 확증편향은 계속되고 있다. 가출청소년, 폭력범죄, 히키코모리 등 많은 사회적 문제를 게임에 갖다 붙이고 게임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그렇게 게임은 문제아가 됐다. 게임산업의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나친 확률형 아이템이 대표적이다. 분명 지탄받을 일이다. 다만 이는 게임중독이 아니라 도박중독의 영역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 게임이용장애, 게임중독에 대한 근거가 빈약한 시점에서 무리한 질병코드 등록 추진이 이뤄지지 않길 바란다. 질병코드 부여는 해당 질병코드를 통해 누군가를 '비정상적'이라고 봐도 괜찮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누군가는 게임 이용자를 두고 "다른 일상 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니까 당신은 게임중독자고 비정상입니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정상과 비정상을 나눠서 비정상을 하나의 치료의 대상으로 낙인 찍었을 때 누군가의 인생은 얼마나 비참해지는가. 게임에 대한 오독과 누명이 걷히기 전까지는 이용자, 관련 산업 종사자 모두를 집어삼키지 않길 바란다.

[정지수의 랜드마크] 게임, 질병이라는 누명

정지수 기자 승인 2022.07.11 17:48 의견 0


한 지상파 방송이 뉴스에서 게임중독자들의 폭력성을 실험하겠다며 PC방 전원 차단기를 내리는 일이 있었다. 게임에 과몰입한 청소년들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알아보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뉴스는 역풍을 맞았다. 실험 방식이 오히려 더 폭력적이고 무작스럽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날벼락을 맞은 PC방 이용자들의 반응은 어찌보면 '정상적'이었다. 자신이 돈을 내고 이용한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못해 욕을 했을 뿐이다. 음식점이나 병원에서나 어떤 서비스를 이용할 때 불만족한 부분에서 궁시렁 대는 거에 비해 뭐가 그렇게 폭력적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당시 이 뉴스 인터뷰에 응했던 교수는 "게임 중독 문제가 간단한 문제가 아니고 할 거면 실험실에서 제대로 된 실험을 해야한다"고 다른 매체와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게임을 특정 감정조절장애와 연결 짓는다거나 게임중독에 따른 폐해를 설명하는 일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이를 단순하게 접근하고 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등록 내용을 담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제11차 국제질병분류(ICD11)가 지난 1월부터 효력이 발생했다. WHO의 권고 사안이며 수용 여부는 각 국가에서 판단한다. 우리나라도 WHO의 질병코드를 수용하려는 움직임이 나오면서 게임업계에서 다시금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WHO는 ▲게임에 대한 통제기능 손상 ▲삶의 다른 관심사·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 ▲부정적인 결과에도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현상 등이 12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게임이용장애, 즉 게임중독으로 본다. 여기서 말하는 게임중독은 보드게임과 같은 아날로그 게임이 아닌 PC게임 등을 의미한다.

WHO가 내세운 게임중독 분류를 두고도 중독상태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업계에서나 학계에서나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과학적 근거분석 보고서'나 '게임이용장애 실태조사 기획연구' 등을 마련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록에 대비하고 있으나 숱한 논란거리를 낳고 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게임전문지 인벤에 제공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과학적 근거분석 보고서'에도 과학적 근거 부실을 지적하는 부분이 있다.

이 연구를 맡은 안우영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는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으로 작용하는 역학적 증거는 신뢰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게임이용장애가 다른 정신병리나 심리적 어려움을 야기하는 것인지, 다른 정신병리나 심리적 어려움이 게임행위로 이어지는 것인지에 대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게임중독을 사회적 문제로 삼았던 역사는 국내에서도 꽤 오래됐다. PC방 폐인을 양성한다며 '리니지'를 사회문제로 지적했던 시절이나 FPS 장르의 게임과 폭력성을 연결하려던 시도만 보더라도 그렇다. 누군가 총기 난사 사고를 냈는데 이 사람은 평소 FPS 게임을 많이 했다. 이 대목을 보면 FPS게임이 마치 총기 난사 사고를 부추긴 것처럼 읽힌다.

이처럼 긴 기간동안 게임은 놀이가 아닌 범죄를 부추기는 콘텐츠로 오독됐다. 이제는 게임중독이라는 실체조차 불분명한 누명을 씌우기에까지 이르렀다.

게임중독의 실체를 증명하기 위한 확증편향은 계속되고 있다. 가출청소년, 폭력범죄, 히키코모리 등 많은 사회적 문제를 게임에 갖다 붙이고 게임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그렇게 게임은 문제아가 됐다.

게임산업의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나친 확률형 아이템이 대표적이다. 분명 지탄받을 일이다. 다만 이는 게임중독이 아니라 도박중독의 영역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

게임이용장애, 게임중독에 대한 근거가 빈약한 시점에서 무리한 질병코드 등록 추진이 이뤄지지 않길 바란다. 질병코드 부여는 해당 질병코드를 통해 누군가를 '비정상적'이라고 봐도 괜찮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누군가는 게임 이용자를 두고 "다른 일상 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니까 당신은 게임중독자고 비정상입니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정상과 비정상을 나눠서 비정상을 하나의 치료의 대상으로 낙인 찍었을 때 누군가의 인생은 얼마나 비참해지는가.

게임에 대한 오독과 누명이 걷히기 전까지는 이용자, 관련 산업 종사자 모두를 집어삼키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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