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년 2개월만에 1320원을 돌파했다.(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 1300원 시대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선 연말 환율이 1350원을 넘어 1400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로·달러 환율도 패리티(parity·1대1 교환)에 성큼 다가섰다. 이는 안전자산으로 손꼽히던 유로화 가치의 추락을 의미한다. 이처럼 환율 불안감이 커지자 오는 19~20일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 통화스왑 재개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 600억달러 규모로 체결된 한미간 통화스왑 계약은 지난해 말 종료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과거 통화스왑 체결 당시와 지금 상황에 차이가 생겼음을 강조한다. 달러의 초강세 기조 속에 유로화나 엔화 등 주요국 통화에 비해 한국 원화 약세가 덜 한 상황에서 달러 조달을 원활하게 해주는 한미간 통화스왑 실효성은 다소 퇴색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지난 15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20원을 돌파했다. 유로화, 엔화 등 주요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화 가치가 상승한 영향이다. 환율이 장중 1320원을 넘어선 것은 2009년 4월 30일(1325원) 이후 13년 2개월 만이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넘어선 것은 1997년 외환위기, 2001년 카드대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세 차례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의 긴축이 강화되는 연말께 1350원을 넘어 1400원까지도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 총재도 통화스왑 가능성을 슬쩍 내비쳤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13일 금통위 정례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왔을 때 한미 양국 간에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여러 방안을 고려하기로 두 정상께서 얘기한 만큼 자연스럽게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옐런 장관 사이에 말씀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총재는 19일 옐런 장관과 면담 일정이 잡혀 있다. 최근 세계경제와 금융시장 상황, 글로벌 정책 공조 등에 대해 40여분간 의견 교환을 할 예정이다. 통화스왑은 외환 부족 위기에 몰렸을 때 서로 다른 통화를 미리 약정된 환율에 따라 교환(swap)하는 외환거래다. 외화가 바닥났을 때 상대국 통화를 빌려 쓰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개념이다. '마통'이 돈을 쓰고 안쓰고의 문제를 떠나 존재 자체만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주듯, 통화스왑도 체결만으로 대외 신인도 상승과 금융시장내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다. 정치권 행보도 빨라졌다. 지난 12일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서 열린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주도의 민·당·정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김형태 김앤장법률사무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한국경제의 위기 대응책으로 한미간 통화스왑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 연준으로선 통화스왑 대상을 확대할 유인이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한국은행과 연준 차원이 아닌 경제안보, 동맹강화, 반도체의 미국 투자 확대 등과 연계해 미국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경제위기대응특별위원장 역시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환율 안정과 경제심리를 위해 한미 통화스왑을 서둘러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한미 통화스왑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긴박한 사안인지, 어느정도 효과를 낼 지 등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안영진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통화스왑은 환율 안정을 위한 즉각적인 해결책이란 점에서 우리로선 필요한 계약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유럽 경제가 악화되면서 유로와 달러의 패리티 상황인 지금 자칫 밑빠진 독에 물붓기일 수도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다만 "실효성과 실제 통화스왑 실행 여부를 떠나 통화스왑을 맺어두는 것 자체는 나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미 통화스왑의 목적은 달러대비 불안한 원화의 안정이다. 하지만 유럽 경제가 악화된 지금 글로벌리 시급한 환율 이슈는 원화보단 유로화 안정이다. 유로화 가치는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 공포 탓이 큰데,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국의 달러화에 돈이 몰리고 유로화에선 돈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엔화 역시 주요국 긴축 기조 속 유일하게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면서 약세를 면치 못한다. 한미 통화스왑의 실효성이 과거 팬데믹 당시보다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엔 이머징 통화가 전반적으로 약세로 가면서 통화스왑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글로벌리 달러 유동성이 나쁘지 않고 긴급하게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달러가 초강세로 가면서 원화가 같이 밀려 올라가는 형국인 것은 맞지만 유로나 엔화 대비 원화가 선방하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만 보고 스왑을 얘기하는 건 단순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현재 우리의 외환보유고 여력과 경제 펀더멘탈을 감안할 때 통화스왑이 재개된다면 실적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보단 한미간 정치적 동맹이란 상징성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감소 추세인 외환보유액에 대한 시장 우려가 점차 확산 중이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7월 4457억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올해 6월말 현재 4145억 달러 수준이다. 1년동안 7%(312억 달러) 가량 감소했다. 과거 외환위기(1997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들이 외환보유액이 줄어들면서 불거졌던 위기임을 떠올리면 최근의 감소 추세에 경계심을 갖을 만하다. 다만 아직까지 외환보유액 감소 및 원/달러 환율 상승이 심각한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 전언이다. 김효진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IMF가 적정하다고 보는 ARA(적정 외환유유액 평가) 비율은 1~1.5인데 한국은 0.99로 대체로 아직까지 부합하는 수준"이라며 "특히 장기 위주로 바뀐 부채 구조, 순대외자산이 플러스라는 점에서 과거 위기로 이어졌던 외환보유액 감소와는 분명 차별화된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환율 1300원 시대, ‘통화스왑’ 카드 통할까

홍승훈 기자 승인 2022.07.16 06:00 의견 0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년 2개월만에 1320원을 돌파했다.(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 1300원 시대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선 연말 환율이 1350원을 넘어 1400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로·달러 환율도 패리티(parity·1대1 교환)에 성큼 다가섰다. 이는 안전자산으로 손꼽히던 유로화 가치의 추락을 의미한다.

이처럼 환율 불안감이 커지자 오는 19~20일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 통화스왑 재개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 600억달러 규모로 체결된 한미간 통화스왑 계약은 지난해 말 종료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과거 통화스왑 체결 당시와 지금 상황에 차이가 생겼음을 강조한다. 달러의 초강세 기조 속에 유로화나 엔화 등 주요국 통화에 비해 한국 원화 약세가 덜 한 상황에서 달러 조달을 원활하게 해주는 한미간 통화스왑 실효성은 다소 퇴색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지난 15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20원을 돌파했다. 유로화, 엔화 등 주요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화 가치가 상승한 영향이다. 환율이 장중 1320원을 넘어선 것은 2009년 4월 30일(1325원) 이후 13년 2개월 만이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넘어선 것은 1997년 외환위기, 2001년 카드대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세 차례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의 긴축이 강화되는 연말께 1350원을 넘어 1400원까지도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 총재도 통화스왑 가능성을 슬쩍 내비쳤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13일 금통위 정례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왔을 때 한미 양국 간에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여러 방안을 고려하기로 두 정상께서 얘기한 만큼 자연스럽게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옐런 장관 사이에 말씀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총재는 19일 옐런 장관과 면담 일정이 잡혀 있다. 최근 세계경제와 금융시장 상황, 글로벌 정책 공조 등에 대해 40여분간 의견 교환을 할 예정이다.

통화스왑은 외환 부족 위기에 몰렸을 때 서로 다른 통화를 미리 약정된 환율에 따라 교환(swap)하는 외환거래다. 외화가 바닥났을 때 상대국 통화를 빌려 쓰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개념이다. '마통'이 돈을 쓰고 안쓰고의 문제를 떠나 존재 자체만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주듯, 통화스왑도 체결만으로 대외 신인도 상승과 금융시장내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다.

정치권 행보도 빨라졌다. 지난 12일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서 열린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주도의 민·당·정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김형태 김앤장법률사무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한국경제의 위기 대응책으로 한미간 통화스왑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 연준으로선 통화스왑 대상을 확대할 유인이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한국은행과 연준 차원이 아닌 경제안보, 동맹강화, 반도체의 미국 투자 확대 등과 연계해 미국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경제위기대응특별위원장 역시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환율 안정과 경제심리를 위해 한미 통화스왑을 서둘러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한미 통화스왑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긴박한 사안인지, 어느정도 효과를 낼 지 등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안영진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통화스왑은 환율 안정을 위한 즉각적인 해결책이란 점에서 우리로선 필요한 계약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유럽 경제가 악화되면서 유로와 달러의 패리티 상황인 지금 자칫 밑빠진 독에 물붓기일 수도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다만 "실효성과 실제 통화스왑 실행 여부를 떠나 통화스왑을 맺어두는 것 자체는 나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미 통화스왑의 목적은 달러대비 불안한 원화의 안정이다. 하지만 유럽 경제가 악화된 지금 글로벌리 시급한 환율 이슈는 원화보단 유로화 안정이다. 유로화 가치는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 공포 탓이 큰데,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국의 달러화에 돈이 몰리고 유로화에선 돈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엔화 역시 주요국 긴축 기조 속 유일하게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면서 약세를 면치 못한다.

한미 통화스왑의 실효성이 과거 팬데믹 당시보다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엔 이머징 통화가 전반적으로 약세로 가면서 통화스왑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글로벌리 달러 유동성이 나쁘지 않고 긴급하게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달러가 초강세로 가면서 원화가 같이 밀려 올라가는 형국인 것은 맞지만 유로나 엔화 대비 원화가 선방하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만 보고 스왑을 얘기하는 건 단순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현재 우리의 외환보유고 여력과 경제 펀더멘탈을 감안할 때 통화스왑이 재개된다면 실적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보단 한미간 정치적 동맹이란 상징성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감소 추세인 외환보유액에 대한 시장 우려가 점차 확산 중이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7월 4457억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올해 6월말 현재 4145억 달러 수준이다. 1년동안 7%(312억 달러) 가량 감소했다. 과거 외환위기(1997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들이 외환보유액이 줄어들면서 불거졌던 위기임을 떠올리면 최근의 감소 추세에 경계심을 갖을 만하다.

다만 아직까지 외환보유액 감소 및 원/달러 환율 상승이 심각한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 전언이다. 김효진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IMF가 적정하다고 보는 ARA(적정 외환유유액 평가) 비율은 1~1.5인데 한국은 0.99로 대체로 아직까지 부합하는 수준"이라며 "특히 장기 위주로 바뀐 부채 구조, 순대외자산이 플러스라는 점에서 과거 위기로 이어졌던 외환보유액 감소와는 분명 차별화된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