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국내 게임사 사이에서는 BJ나 스트리머 등 인터넷 방송인(크리에이터)을 통해 신작과 업데이트를 홍보하는 게 일종의 '국룰'로 자리잡았습니다. 뉴 미디어가 언론과 같은 기성 미디어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벌어진 현상으로 보입니다. 특히 게임 업계에서 그 파급력은 상상 이상입니다. 최근 게임사의 마케팅 비용 증가는 유명 크리에이터와 협업도 분명 영향이 있습니다. 지난해 한 MCN 업체에서 공개한 스트리머 광고료를 살펴보면 소위 잘나가는 스트리머와 마케팅 협업 비용은 최대 3500만원까지로 나타났습니다. 기업도 바보는 아닙니다. 그정도 비용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서 앞광고라 불리는 이른바 '숙제 방송' 계약을 맺습니다. 숙제 방송이라 불리는 계약은 사실 게임 내 생태계를 흐릴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통상적으로 숙제 방송을 진행하는 유명 크리에이터는 특정 게임 광고를 받았다고 해서 그 게임만 꾸준히 하지는 않으니까요. 말 그대로 일회성 마케팅인 셈이죠. 일회성 마케팅을 넘어선 게임사가 꾸준한 자사 게임 홍보를 위해 파트너 크리에이터를 선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같은 계약은 회사가 자신들이 서비스하는 게임을 꾸준히 플레이하고 있는 크리에이터에게 제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처음에는 이 같은 마케팅이 게임사와 크리에이터 모두 '윈-윈(WIN-WIN)'하는 일종의 상생 모델로 소개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됐습니다. 업계 전반적으로보면 게임산업 자체에 파이를 키울 수도 있는 좋은 모델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내 한 대형 게임사의 과도한 BJ 프로모션 논란으로 공정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BJ가 광고비에 성장 재화까지 받으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성한다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폭발해 트럭 시위가 전개된 게 대표적입니다. 게임사가 BJ들에게 광고비를 제공하고 BJ들은 아이템을 구매해 강해진 모습을 방송으로 보여주고 이용자들의 과금을 유도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해당 게임사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부분도 있습니다. 초기 제기된 뒷광고 논란은 해당 BJ의 말에서 비롯된 오해로 일단락이 되기도 했고요. 그러나 '상대적 박탈감'과 '기울어진 운동장' 조성 등 공정성에 관한 유저 불만은 여전합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 수도 있습니다. 자유시장경제에서 크리에이터들이 본인의 영향력으로 돈을 벌어 얼마를 쓰건 그게 뭐가 문제냐고요. 물론 크리에이터들은 분명 뛰어난 입담과 방송기술을 통해 많은 시청자를 끌어모았고 이는 분명 크리에이터의 뛰어난 능력입니다. 크리에이터를 탓할 문제는 아닙니다.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은 게임사의 과도한 BM(비즈니스 모델) 책정과 콘텐츠에 있습니다. 국내 게임사 다수는 비용을 지불한만큼 캐릭터가 강해지는 구조입니다. 특히 이런 과도한 BM으로 논란이 된 게임 내 대부분 콘텐츠는 경쟁에 초점이 맞춰져있습니다. 이용자는 경쟁 콘텐츠를 즐기고자 게임사에 비용을 아낌없이 지불합니다. 게임사는 이용자들이 낸 돈으로 크리에이터를 또 아낌없이 지원합니다. 크리에이터는 그 돈을 가지고 다른 이용자보다 강해집니다. 이용자는 다시 해당 크리에이터보다 강해지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황당한 순환구조가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개인의 자본은 한계가 있고 결국 따라갈 수 없는 격차가 생깁니다. 게임사가 프로모션이라는 명목으로 크리에이터에게 막대한 비용을 지원한다면 이는 다른 일반 유저와 경쟁이 성립조차 되지 않는 단계에 들어섭니다. 게임사가 공식 지원을 통해 슈퍼 계정을 만들어내는데 일조하는 셈입니다. 게임사에 돈을 낸 일반적인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경쟁이 주 콘텐츠이고 이를 즐기기 위해 지갑에서 돈을 꺼냈는데 결국 돌아온 건 나보다 강한 슈퍼 계정의 출현이니까요. 인터넷 방송인 프로모션의 또 다른 프로모션 문제점은 매출 '뻥튀기'입니다. 게임사가 방송인에게 제공한 협찬료 일부는 다시 자사 매출로 돌아오게 됩니다. 매출 순위가 게임의 인기 척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게임사가 일종의 사재기 행위를 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대목입니다. 결국은 한계를 모를 '페이 투 윈(Pay to Win)' 시스템과 이에 걸맞는 과도한 BM 책정이 낳은 참사입니다. 크리에이터나 이용자나 모두 같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들인데 게임사의 과도한 프로모션에 사이만 갈라진 겁니다. 현실에 대입하면 돈 많은 부자들이 결국 더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해야할까요. 몇 년 전부터 국내 게임업계는 과도한 BM 문제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게임사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른바 '착한 과금' 모델을 속속 선보이고는 있습니다. 이번 BJ 프로모션 논란도 결국은 BM 문제에서 발생한 불공정성으로 보입니다. 공정성이 몇 년 전부터 시대 화두로 떠올랐고 이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게임업계의 장기적인 존속을 위해서는 다방면에서 공정성을 해칠 수 있는 BM 모델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정지수의 랜드마크] 유튜버-게임사 ‘숙제 방송’, 어쩌다 불공정 모델 됐나

근본적인 문제는 과도한 과금 시스템과 '페이 투 윈(Pay to Win)'

정지수 기자 승인 2022.08.12 13:14 | 최종 수정 2022.08.13 21:47 의견 0

몇 년 전부터 국내 게임사 사이에서는 BJ나 스트리머 등 인터넷 방송인(크리에이터)을 통해 신작과 업데이트를 홍보하는 게 일종의 '국룰'로 자리잡았습니다. 뉴 미디어가 언론과 같은 기성 미디어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벌어진 현상으로 보입니다. 특히 게임 업계에서 그 파급력은 상상 이상입니다.

최근 게임사의 마케팅 비용 증가는 유명 크리에이터와 협업도 분명 영향이 있습니다. 지난해 한 MCN 업체에서 공개한 스트리머 광고료를 살펴보면 소위 잘나가는 스트리머와 마케팅 협업 비용은 최대 3500만원까지로 나타났습니다.

기업도 바보는 아닙니다. 그정도 비용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서 앞광고라 불리는 이른바 '숙제 방송' 계약을 맺습니다. 숙제 방송이라 불리는 계약은 사실 게임 내 생태계를 흐릴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통상적으로 숙제 방송을 진행하는 유명 크리에이터는 특정 게임 광고를 받았다고 해서 그 게임만 꾸준히 하지는 않으니까요. 말 그대로 일회성 마케팅인 셈이죠.

일회성 마케팅을 넘어선 게임사가 꾸준한 자사 게임 홍보를 위해 파트너 크리에이터를 선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같은 계약은 회사가 자신들이 서비스하는 게임을 꾸준히 플레이하고 있는 크리에이터에게 제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처음에는 이 같은 마케팅이 게임사와 크리에이터 모두 '윈-윈(WIN-WIN)'하는 일종의 상생 모델로 소개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됐습니다. 업계 전반적으로보면 게임산업 자체에 파이를 키울 수도 있는 좋은 모델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내 한 대형 게임사의 과도한 BJ 프로모션 논란으로 공정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BJ가 광고비에 성장 재화까지 받으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성한다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폭발해 트럭 시위가 전개된 게 대표적입니다. 게임사가 BJ들에게 광고비를 제공하고 BJ들은 아이템을 구매해 강해진 모습을 방송으로 보여주고 이용자들의 과금을 유도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해당 게임사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부분도 있습니다. 초기 제기된 뒷광고 논란은 해당 BJ의 말에서 비롯된 오해로 일단락이 되기도 했고요. 그러나 '상대적 박탈감'과 '기울어진 운동장' 조성 등 공정성에 관한 유저 불만은 여전합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 수도 있습니다. 자유시장경제에서 크리에이터들이 본인의 영향력으로 돈을 벌어 얼마를 쓰건 그게 뭐가 문제냐고요. 물론 크리에이터들은 분명 뛰어난 입담과 방송기술을 통해 많은 시청자를 끌어모았고 이는 분명 크리에이터의 뛰어난 능력입니다. 크리에이터를 탓할 문제는 아닙니다.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은 게임사의 과도한 BM(비즈니스 모델) 책정과 콘텐츠에 있습니다. 국내 게임사 다수는 비용을 지불한만큼 캐릭터가 강해지는 구조입니다. 특히 이런 과도한 BM으로 논란이 된 게임 내 대부분 콘텐츠는 경쟁에 초점이 맞춰져있습니다.

이용자는 경쟁 콘텐츠를 즐기고자 게임사에 비용을 아낌없이 지불합니다. 게임사는 이용자들이 낸 돈으로 크리에이터를 또 아낌없이 지원합니다. 크리에이터는 그 돈을 가지고 다른 이용자보다 강해집니다. 이용자는 다시 해당 크리에이터보다 강해지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황당한 순환구조가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개인의 자본은 한계가 있고 결국 따라갈 수 없는 격차가 생깁니다.

게임사가 프로모션이라는 명목으로 크리에이터에게 막대한 비용을 지원한다면 이는 다른 일반 유저와 경쟁이 성립조차 되지 않는 단계에 들어섭니다. 게임사가 공식 지원을 통해 슈퍼 계정을 만들어내는데 일조하는 셈입니다.

게임사에 돈을 낸 일반적인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경쟁이 주 콘텐츠이고 이를 즐기기 위해 지갑에서 돈을 꺼냈는데 결국 돌아온 건 나보다 강한 슈퍼 계정의 출현이니까요.

인터넷 방송인 프로모션의 또 다른 프로모션 문제점은 매출 '뻥튀기'입니다. 게임사가 방송인에게 제공한 협찬료 일부는 다시 자사 매출로 돌아오게 됩니다. 매출 순위가 게임의 인기 척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게임사가 일종의 사재기 행위를 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대목입니다.

결국은 한계를 모를 '페이 투 윈(Pay to Win)' 시스템과 이에 걸맞는 과도한 BM 책정이 낳은 참사입니다. 크리에이터나 이용자나 모두 같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들인데 게임사의 과도한 프로모션에 사이만 갈라진 겁니다. 현실에 대입하면 돈 많은 부자들이 결국 더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해야할까요.

몇 년 전부터 국내 게임업계는 과도한 BM 문제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게임사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른바 '착한 과금' 모델을 속속 선보이고는 있습니다.

이번 BJ 프로모션 논란도 결국은 BM 문제에서 발생한 불공정성으로 보입니다. 공정성이 몇 년 전부터 시대 화두로 떠올랐고 이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게임업계의 장기적인 존속을 위해서는 다방면에서 공정성을 해칠 수 있는 BM 모델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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