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창양 장관 주재로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미국의 반도체·전기차 지원법 대응 업계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법 제정으로 국내 자동차·배터리·반도체 업계에 빨간등이 켜졌다. 정부는 민관 합동으로 이를 대응하기로 했다. 최근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IRA 관련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 관계자 접촉하고,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설립을 서두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러한 가운데 현대차 노조가 미국 전기차 생산 확대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현대차 노사는 아직 이와 관련한 어떤 논의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으로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 산업부, 반도체·자동차·배터리 업계 불러 대응 논의 25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창양 장관 주재로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반도체·자동차·배터리 업계 간담회’를 열었다. 미국의 IRA와 반도체 지원법 제정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예상되면서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자동차 기업 관계자가 대거 참석했다. 또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전지산업협회 등 업종별 단체도 자리를 함께 했다. 정부는 미국의 IRA와 반도체 지원법 관련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민관 합동 대응반을 구성하고 미 행정부와 의회에 협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 장관은 “‘칩스법’(반도체법) 초안에는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이 없었지만 미 의회 논의 후 추가됐고, 전기차 보조금 개편 내용이 담긴 IRA 법안도 법안 공개 후 2주 만에 통과됐다”며 “미국 내 정치적인 요소와 중국 공급망 제외, 자국 산업 육성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미 의회는 반도체 지원법을 내놓고 신규 투자 기업에 재정 지원과 세액 공제를 약속했다. 하지만 가드레일 조항을 통해 10년간 중국에 신규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하는 조건을 내세웠다. IRA법도 전기차 보조금을 주는 법안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 또한 미국 내에서 생산한 완성차와 배터리에 한해서 지원한다는 법이다. 이 두 법안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기업의 피해는 거의 확정된 셈이다. 이에 산업부는 통상정책국장을 팀장으로 세워 민관 합동팀을 구성하고 대응에 나섰다. 통상 규범도 검토하고 필요하면 직접 접촉해 설득에 나서는 ‘아웃리치’ 활동도 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미 상무부와 공급망 채널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마지막 날인 지난 5월 22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만나 환담을 나눈 뒤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 정의선 현대차 회장, 미 출장길 나서…미 전기차 보조금 관련 행보인듯 현대차그룹도 IRA에 대한 대응에 나섰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23일 국내외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공영운 사장과 함께 미국으로 출국했다. 정 회장은 이번 미국 출장을 통해 미 정관계 인사들을 만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회장의 구체적인 일정은 공유해줄 수 없지만 미국으로 출장을 떠났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IRA에 서명했다. 이 법안에는 북미에서 제조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재로선 미국 현지에 전기차 생산시설이 없기 때문에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의 전기차 세제 혜택을 못 받게 된 상황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5와 기아 EV6는 미국에서 판매가 잘 되고 있어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3만3556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25만여대를 판매해 1위에 오른 테슬라 다음으로 많이 팔았다. 하지만 미국의 새 법안인 IRA가 시행되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미국 내 생산 시설이 있는 미국, 독일 등의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는 세제 혜택 대상이 되면서 이를 받지 못하는 현대차·기아 전기차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기 때문이다. 이에 내년부터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폭스바겐그룹 등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업체들에 밀릴 위기에 처했다. 현대차그룹은 미 IRA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 착공 일정도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관계자는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 설립을 앞당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지난 7월 12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15차 교섭을 통해 4년 연속 무분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현대차 노사 대표단이 지난 5월 10일 울산공장 본관에서 2022년 임금협상 상견례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 ■ 현대차 노사, 미 전기차 생산확대 협상 ‘아직’ 이뤄지지 않아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서 현대차 노동조합과 협의해야한다. 일부 보도에서는 노조가 전기차 확대에 대해 협상 테이블조차 마련하지 못할 정도로 완강히 반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노사 간 공식적인 입장이 오고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아직 사측에서 미국 내 공장 설립과 관련해 협상하자는 공문을 보내오지는 않았다”며 “협상이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식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해외 생산 시설을 늘리면 국내 투자 규모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관련해서 노사가 협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사측 관계자도 “아직 미국 내 전기차 생산시설 확충 관련 노사 협의가 진행된 일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일부 언론은 사측이 미국 내 전기차 확대 관련 논의 의사를 노조 측에 전달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노사 모두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마쳤다. 현대차그룹의 해외에서의 전기차 생산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사측은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 이는 현대차 단체 협약에 ‘해외공장으로의 차종 이관 및 국내 생산 중인 동일 차종의 해외공장 생산계획 확정시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노사공동위원회를 통해 심의·의결한다’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기아도 비슷한 조항이 있다. 현재 아이오닉 5는 국내 울산 1공장에서 기아 EV6는 화성 2·3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 중 50~60%는 해외로 수출한다. 수출 물량 중 절반 이상은 미국으로 보낸다. 이에 따라 IRA에 따른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을 늘리려면 국내 전기차 생산량 20~30%가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에 노조는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협상의 여지는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노사가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반도체·전기차 법’ 민관 합동 대응…정의선 회장, 미 출장

이창양 장관 주재 반도체·車 업계 간담회 ‘대응 논의’
현대차 노조, 미 전기차 확대 논의 거절 아니라 ‘아직’ 안한 것

손기호 기자 승인 2022.08.25 14:04 의견 0
25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창양 장관 주재로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미국의 반도체·전기차 지원법 대응 업계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법 제정으로 국내 자동차·배터리·반도체 업계에 빨간등이 켜졌다. 정부는 민관 합동으로 이를 대응하기로 했다.

최근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IRA 관련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 관계자 접촉하고,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설립을 서두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러한 가운데 현대차 노조가 미국 전기차 생산 확대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현대차 노사는 아직 이와 관련한 어떤 논의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으로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 산업부, 반도체·자동차·배터리 업계 불러 대응 논의

25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창양 장관 주재로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반도체·자동차·배터리 업계 간담회’를 열었다. 미국의 IRA와 반도체 지원법 제정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예상되면서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자동차 기업 관계자가 대거 참석했다. 또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전지산업협회 등 업종별 단체도 자리를 함께 했다.

정부는 미국의 IRA와 반도체 지원법 관련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민관 합동 대응반을 구성하고 미 행정부와 의회에 협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 장관은 “‘칩스법’(반도체법) 초안에는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이 없었지만 미 의회 논의 후 추가됐고, 전기차 보조금 개편 내용이 담긴 IRA 법안도 법안 공개 후 2주 만에 통과됐다”며 “미국 내 정치적인 요소와 중국 공급망 제외, 자국 산업 육성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미 의회는 반도체 지원법을 내놓고 신규 투자 기업에 재정 지원과 세액 공제를 약속했다. 하지만 가드레일 조항을 통해 10년간 중국에 신규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하는 조건을 내세웠다. IRA법도 전기차 보조금을 주는 법안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 또한 미국 내에서 생산한 완성차와 배터리에 한해서 지원한다는 법이다.

이 두 법안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기업의 피해는 거의 확정된 셈이다.

이에 산업부는 통상정책국장을 팀장으로 세워 민관 합동팀을 구성하고 대응에 나섰다. 통상 규범도 검토하고 필요하면 직접 접촉해 설득에 나서는 ‘아웃리치’ 활동도 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미 상무부와 공급망 채널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마지막 날인 지난 5월 22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만나 환담을 나눈 뒤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 정의선 현대차 회장, 미 출장길 나서…미 전기차 보조금 관련 행보인듯

현대차그룹도 IRA에 대한 대응에 나섰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23일 국내외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공영운 사장과 함께 미국으로 출국했다. 정 회장은 이번 미국 출장을 통해 미 정관계 인사들을 만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회장의 구체적인 일정은 공유해줄 수 없지만 미국으로 출장을 떠났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IRA에 서명했다. 이 법안에는 북미에서 제조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재로선 미국 현지에 전기차 생산시설이 없기 때문에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의 전기차 세제 혜택을 못 받게 된 상황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5와 기아 EV6는 미국에서 판매가 잘 되고 있어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3만3556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25만여대를 판매해 1위에 오른 테슬라 다음으로 많이 팔았다.

하지만 미국의 새 법안인 IRA가 시행되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미국 내 생산 시설이 있는 미국, 독일 등의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는 세제 혜택 대상이 되면서 이를 받지 못하는 현대차·기아 전기차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기 때문이다. 이에 내년부터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폭스바겐그룹 등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업체들에 밀릴 위기에 처했다.

현대차그룹은 미 IRA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 착공 일정도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관계자는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 설립을 앞당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지난 7월 12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15차 교섭을 통해 4년 연속 무분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현대차 노사 대표단이 지난 5월 10일 울산공장 본관에서 2022년 임금협상 상견례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


■ 현대차 노사, 미 전기차 생산확대 협상 ‘아직’ 이뤄지지 않아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서 현대차 노동조합과 협의해야한다. 일부 보도에서는 노조가 전기차 확대에 대해 협상 테이블조차 마련하지 못할 정도로 완강히 반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노사 간 공식적인 입장이 오고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아직 사측에서 미국 내 공장 설립과 관련해 협상하자는 공문을 보내오지는 않았다”며 “협상이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식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해외 생산 시설을 늘리면 국내 투자 규모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관련해서 노사가 협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사측 관계자도 “아직 미국 내 전기차 생산시설 확충 관련 노사 협의가 진행된 일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일부 언론은 사측이 미국 내 전기차 확대 관련 논의 의사를 노조 측에 전달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노사 모두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마쳤다. 현대차그룹의 해외에서의 전기차 생산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사측은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 이는 현대차 단체 협약에 ‘해외공장으로의 차종 이관 및 국내 생산 중인 동일 차종의 해외공장 생산계획 확정시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노사공동위원회를 통해 심의·의결한다’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기아도 비슷한 조항이 있다.

현재 아이오닉 5는 국내 울산 1공장에서 기아 EV6는 화성 2·3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 중 50~60%는 해외로 수출한다. 수출 물량 중 절반 이상은 미국으로 보낸다. 이에 따라 IRA에 따른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을 늘리려면 국내 전기차 생산량 20~30%가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에 노조는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협상의 여지는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노사가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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