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 1400원에 근접하자 외환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아직까지는 괜찮다고 평가한다. 다만 달러 강세가 장기화하고, 경상수지 악화 등이 이어질 경우 외화 자금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1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한때 1395.5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장중 고가 기준으로 글로벌 외환위기 당시인 2009년3월31일 1422.0원 이후 13년5개월만에 최고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초 1190원 내외에서 횡보했으나 3월 이후 상승세로 방향을 틀었다. 6월말 1300원선을 넘어선 후 주춤했으나, 8~9월 상승 속도를 높였다. 이달들어 1350원, 1360원, 1370원, 1380원 등을 연일 돌파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의 속도를 늦추지 않고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전날 발표된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치(8.0%)를 웃돌아 8.3%였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역시 전월치와 예상치를 웃돌아 충격이 더 컸다. 이에 연준이 오는 25일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리는 '울트라스텝'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경상수지와 외환보유고 (자료=한국은행, 신한금융투자) 이같은 원달러 환율의 가파른 상승은 우리나라의 달러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앞서 외화자금시장 경색이 나타났던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초기 등 수준 이상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때마다 한국은 대내외 금융 불안에 노출됐다"며 "과거보다 많은 외환보유고에도 외환 유동성 경색 경계가 점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작년 10월 4692억달러였으나 올 8월 4364억달러로 300억달러 넘게 감소했다. 경상수지 축소와 자본유출 확대가 맞물린 영향이다. 김 연구원은 "과거 달러 유동성 위기가 발행했던 시기에 비해 현재 자금시장의 유동성 여건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스왑레이트가 -1%까지 하락했지만 내외금리차 역전에 따른 이론 가격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GDP 대비 단기외채 비율이 10% 내외에 그치고, 순대외채권 규모가 4000억달러까지 확대된 것도 이유다. 그러나 추세적으로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달러 강세가 장기화할 경우 자금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연구원은 "중국에 이어 선진국마저 가파른 긴축의 부작용으로 수요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 수출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한편 수입은 계절적 에너지 수요 등과 맞물려 상품수지 악화가 우세하다"며 "서비스수지도 여행수지 적자가 5개월 연속 확대되고 있고, 상해컨테이너운임지수는 연초 이후 50% 가까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예금취급기관에서 단기 외화 유동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금취급기관의 2분기 대외채무가 2006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며 단기 순대외채무가 246억달러로 확대됐다. 한국의 장기 대외채무는 정부의 부채 확대로 인해 올 2분기 4780억달러로 늘었다. 김 연구원은 "과거 위기 수준에 근접한 원달러 레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양호한 대외건전성에 기반해 외화자금시장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다만 대외 강달러, 경상수지 악화 및 금융거래를 통한 외화자금 흐름이 장기화할 경우 약한 고리를 중심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단기외채 증가 흐름과 장기외채 증가로 인한 대외건전성 훼손, 내외금리 차 확대에 따른 채권자금 유출 등은 모니터링이 필요하겠다"고 덧붙였다.

가파른 원달러 환율 상승세...외환 유동성 위기로 치닫나

문형민 기자 승인 2022.09.14 11:09 의견 0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 1400원에 근접하자 외환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아직까지는 괜찮다고 평가한다. 다만 달러 강세가 장기화하고, 경상수지 악화 등이 이어질 경우 외화 자금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1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한때 1395.5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장중 고가 기준으로 글로벌 외환위기 당시인 2009년3월31일 1422.0원 이후 13년5개월만에 최고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초 1190원 내외에서 횡보했으나 3월 이후 상승세로 방향을 틀었다. 6월말 1300원선을 넘어선 후 주춤했으나, 8~9월 상승 속도를 높였다. 이달들어 1350원, 1360원, 1370원, 1380원 등을 연일 돌파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의 속도를 늦추지 않고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전날 발표된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치(8.0%)를 웃돌아 8.3%였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역시 전월치와 예상치를 웃돌아 충격이 더 컸다. 이에 연준이 오는 25일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리는 '울트라스텝'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경상수지와 외환보유고 (자료=한국은행, 신한금융투자)


이같은 원달러 환율의 가파른 상승은 우리나라의 달러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앞서 외화자금시장 경색이 나타났던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초기 등 수준 이상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때마다 한국은 대내외 금융 불안에 노출됐다"며 "과거보다 많은 외환보유고에도 외환 유동성 경색 경계가 점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작년 10월 4692억달러였으나 올 8월 4364억달러로 300억달러 넘게 감소했다. 경상수지 축소와 자본유출 확대가 맞물린 영향이다.

김 연구원은 "과거 달러 유동성 위기가 발행했던 시기에 비해 현재 자금시장의 유동성 여건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스왑레이트가 -1%까지 하락했지만 내외금리차 역전에 따른 이론 가격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GDP 대비 단기외채 비율이 10% 내외에 그치고, 순대외채권 규모가 4000억달러까지 확대된 것도 이유다.

그러나 추세적으로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달러 강세가 장기화할 경우 자금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연구원은 "중국에 이어 선진국마저 가파른 긴축의 부작용으로 수요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 수출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한편 수입은 계절적 에너지 수요 등과 맞물려 상품수지 악화가 우세하다"며 "서비스수지도 여행수지 적자가 5개월 연속 확대되고 있고, 상해컨테이너운임지수는 연초 이후 50% 가까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예금취급기관에서 단기 외화 유동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금취급기관의 2분기 대외채무가 2006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며 단기 순대외채무가 246억달러로 확대됐다. 한국의 장기 대외채무는 정부의 부채 확대로 인해 올 2분기 4780억달러로 늘었다.

김 연구원은 "과거 위기 수준에 근접한 원달러 레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양호한 대외건전성에 기반해 외화자금시장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다만 대외 강달러, 경상수지 악화 및 금융거래를 통한 외화자금 흐름이 장기화할 경우 약한 고리를 중심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단기외채 증가 흐름과 장기외채 증가로 인한 대외건전성 훼손, 내외금리 차 확대에 따른 채권자금 유출 등은 모니터링이 필요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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