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은 신뢰가 생명이다. 맡긴 돈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약속한 대로 이자와 원금을 지급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돌아갈 수 있다. 믿음이 깨지니 돈이 돌지 않는다. 돌다리를 두들겨보고 건너는게 아니라 건너지 않는다. '돈맥경화'가 위험수준에 다다랐다. 발단은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다. 강원도는 지난달 28일 법원에 레고랜드 사업주체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한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GJC가 발행한 2050억원 규모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상환을 대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채권은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한 것이다. 부도처리된 ABCP의 규모가 전체 시장 규모에 비해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시장에 거대한 폭풍을 몰고왔다. 이유는 지방자치단체가 지급을 보증한 채권을 갚지 않겠다고 처리했기 때문.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떼일 일 없다고 믿었던 투자자들은 아무리 신용등급이 최고수준(AAA)이라도 믿을 수 없게 됐다. 즉각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에 영향을 줬다. 그렇지 않아도 무섭게 치솟는 금리로 인해 시장은 혼란스럽고 두려움에 가득차 있었다. 여기에 강원도가 불을 붙인 셈이다. 정부가 긴급대책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지만 쉽지 않다. 흥국생명 DB생명 등이 외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미행사한 것도 신뢰의 추락을 불러왔다. 조기상환 콜옵션이 붙은 신종자본증권은 명목상으로는 발행사가 조기상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렇지만 투자자 대부분은 최초 조기상환 도래 시점을 실질적인 만기로 인식한다. 관행적으로 발행기업 대부분이 조기상환을 해왔다. 콜옵션 미행사는 신뢰를 무너뜨린 것이다. 지난 2009년에 우리은행이 외화 후순위채에 대한 조기상환을 시행하지 않아 국제 금융시장의 CDS 프리미엄이 급격히 상승했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한국물에 대한 평판이 악화돼 외화조달이 어려워졌다. 신뢰 문제는 몇 천억원 단위의 기업들 거래에서만 중요하지 않은게 아니다. 몇 십만, 백만원 거래하는 개인 소비자에게도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시중은행들이 과도한 우대금리 마케팅이 우려스럽다.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10%대 적금 상품을 내놓으며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그런데 뜯어보면 가관이다. 광주은행의 ‘행운적금’은 업계 최고 수준인 연 13.2%의 금리를 제공한다고 한다. 신한은행의 ‘신한 럭키드로우 적금’은 최고 연 12% 금리를 홍보한다. 광주은행의 '행운적금'은 기본금리(12개월) 3.2%에 매주 6개의 행운번호를 배정하고 추첨을 통해 우대금리 10%p를 더 제공하는 방식이다. 복권에 당첨되지 않는다면 아주 평범한 아니 평범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신한은행의 '신한 럭키드로우 적금'도 비슷하다. 기본금리 연 2%에 월 30만원까지 입금 가능한 6개월 자유적립식 상품이다. 여기에 금리우대쿠폰 추첨을 통해 ▲10%p(1500명) ▲6%p(5000명) ▲3%p(1만3500명)를 제공한다. 당첨되지 못하면 온전한 금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연 2%대의 기본금리밖에 챙길 수 없다. 문형민 편집국장 두 은행뿐 아니라 여러 금융회사들이 고금리를 제공한다면서 ▲자동이체 등록 ▲신용카드 사용 실적 ▲개인정보 마케팅 활용 동의 ▲월적립액 제한 등 여러 조건을 충족할 것을 요구한다. 당장은 미끼에 걸리는 소비자들이 있을 수 있다. 자금도 꽤 유치할 것이다. 그렇지만 지속가능하겠는가? 신뢰가 무너질텐데. 예적금 특판 상품의 우대금리 적용과 관련해 소비자의 민원이 금융감독원에 접수되고 있다고 한다. 접수된 주요 민원 내용은 ▲복잡한 우대금리 달성 조건 ▲상품 설명 부족으로 우대금리 착오 ▲낮은 우대금리 수준 ▲가입한도 제한 등이다. 다시 말하면 잔소리다. 신뢰가 생명이다.

[데스크 칼럼] 신뢰가 생명...레고랜드 사태와 고금리 적금

문형민 기자 승인 2022.11.07 11:27 의견 0

금융시장은 신뢰가 생명이다. 맡긴 돈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약속한 대로 이자와 원금을 지급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돌아갈 수 있다. 믿음이 깨지니 돈이 돌지 않는다. 돌다리를 두들겨보고 건너는게 아니라 건너지 않는다. '돈맥경화'가 위험수준에 다다랐다.

발단은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다. 강원도는 지난달 28일 법원에 레고랜드 사업주체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한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GJC가 발행한 2050억원 규모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상환을 대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채권은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한 것이다.

부도처리된 ABCP의 규모가 전체 시장 규모에 비해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시장에 거대한 폭풍을 몰고왔다. 이유는 지방자치단체가 지급을 보증한 채권을 갚지 않겠다고 처리했기 때문.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떼일 일 없다고 믿었던 투자자들은 아무리 신용등급이 최고수준(AAA)이라도 믿을 수 없게 됐다. 즉각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에 영향을 줬다.

그렇지 않아도 무섭게 치솟는 금리로 인해 시장은 혼란스럽고 두려움에 가득차 있었다. 여기에 강원도가 불을 붙인 셈이다. 정부가 긴급대책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지만 쉽지 않다.

흥국생명 DB생명 등이 외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미행사한 것도 신뢰의 추락을 불러왔다. 조기상환 콜옵션이 붙은 신종자본증권은 명목상으로는 발행사가 조기상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렇지만 투자자 대부분은 최초 조기상환 도래 시점을 실질적인 만기로 인식한다. 관행적으로 발행기업 대부분이 조기상환을 해왔다. 콜옵션 미행사는 신뢰를 무너뜨린 것이다.

지난 2009년에 우리은행이 외화 후순위채에 대한 조기상환을 시행하지 않아 국제 금융시장의 CDS 프리미엄이 급격히 상승했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한국물에 대한 평판이 악화돼 외화조달이 어려워졌다.

신뢰 문제는 몇 천억원 단위의 기업들 거래에서만 중요하지 않은게 아니다. 몇 십만, 백만원 거래하는 개인 소비자에게도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시중은행들이 과도한 우대금리 마케팅이 우려스럽다.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10%대 적금 상품을 내놓으며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그런데 뜯어보면 가관이다.

광주은행의 ‘행운적금’은 업계 최고 수준인 연 13.2%의 금리를 제공한다고 한다. 신한은행의 ‘신한 럭키드로우 적금’은 최고 연 12% 금리를 홍보한다.

광주은행의 '행운적금'은 기본금리(12개월) 3.2%에 매주 6개의 행운번호를 배정하고 추첨을 통해 우대금리 10%p를 더 제공하는 방식이다. 복권에 당첨되지 않는다면 아주 평범한 아니 평범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신한은행의 '신한 럭키드로우 적금'도 비슷하다. 기본금리 연 2%에 월 30만원까지 입금 가능한 6개월 자유적립식 상품이다. 여기에 금리우대쿠폰 추첨을 통해 ▲10%p(1500명) ▲6%p(5000명) ▲3%p(1만3500명)를 제공한다. 당첨되지 못하면 온전한 금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연 2%대의 기본금리밖에 챙길 수 없다.

문형민 편집국장


두 은행뿐 아니라 여러 금융회사들이 고금리를 제공한다면서 ▲자동이체 등록 ▲신용카드 사용 실적 ▲개인정보 마케팅 활용 동의 ▲월적립액 제한 등 여러 조건을 충족할 것을 요구한다. 당장은 미끼에 걸리는 소비자들이 있을 수 있다. 자금도 꽤 유치할 것이다. 그렇지만 지속가능하겠는가? 신뢰가 무너질텐데.

예적금 특판 상품의 우대금리 적용과 관련해 소비자의 민원이 금융감독원에 접수되고 있다고 한다. 접수된 주요 민원 내용은 ▲복잡한 우대금리 달성 조건 ▲상품 설명 부족으로 우대금리 착오 ▲낮은 우대금리 수준 ▲가입한도 제한 등이다.

다시 말하면 잔소리다. 신뢰가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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