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 (사진=이항구 연구위원) 자동차산업은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가적인 문제로 인식된다. 2023년 시행을 앞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현대자동차그룹이 만든 전기차가 미국 내에서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규제한다. 이는 현대차그룹에만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아니다. 현대차그룹에 연계된 수천개 협력사들과 관련 산업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를 자처한 점도 관심 있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오는 2025년 이후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대경쟁 시대를 앞두고 있어 우리나라 산업의 사활이 달렸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미래 모빌리티와 자동차 전문가다. 그에게 2023년 국내 자동차 산업의 발전 방향을 들어봤다. - 미국 IRA가 올해 시행되면 우리 기업의 피해가 예상되는데 어떻게 대응해야하나? ▲ 정부와 우리 기업은 미국 측에 3년 정도 시행을 유예시켜달라고 했다. IRA 시행이 3월로 연기됐다. 우리보다 유럽연합(EU)가 강하게 반발한 점도 작용했다. 배터리 등 북미 생산에 대한 원산지 세부 계획이 발표될 예정인데, 나와봐야 그 다음 전략이 있을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에 30만대 생산 규모의 전기차 전용공장을 서둘러 설립하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 기존 공장 활용은 효율성이 떨어져 한계가 있다. IRA가 결국 시행된다면 현대차그룹은 가격을 낮춰서라도 경쟁력을 유지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 유럽과 아시아의 불만에도 미국 정부가 IRA를 시행하려는 이유는? ▲ 하루 아침에 나온 법안이 아니다. 표면적으론 탄소중립을 내세웠지만, 결국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해서다. 미국 자동차 산업은 1970년대 말에 무너진 경험이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땐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파산하는 일도 겪었다. 최근에는 제조업 육성이 강하게 대두됐다. 특히 미래 모빌리티를 통한 전체 산업 육성이 목표다. 근데 중국이 전기차 등에서 빨리 치고 올라왔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1700만대 시장이며, 이 중 전기차는 4~5%에 불과하다. 반면 중국은 1년에 전기차 300만대를 팔았다. 미국 시장에 중국 전기차가 들어오면 미국은 과거 고통을 또 겪는다. 선제적으로 막으려는 전략이다. - 자국우선주의 시대에 우리 기업들의 수출 전략은? ▲ 자동차 산업은 한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으로 이어진다. 수십차수의 협력사와 연계된 산업들이 많기 때문. 국내 산업계에서 자동차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연관산업을 넘어 제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수출과 성장률이 연쇄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 중국과 유럽은 내수시장이 크다. 일본도 내수로 500만대가 팔린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80만대 시장이다. 수입차 빼면 150만대 시장. 수출이 중요하다. 그런데 앞으론 미래 모빌리티 시대다. 미국은 전기를 처음 만든 나라다. 기초 화학도 잘돼있어 배터리도 하면 잘 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도 구글과 엔비디아 등 선점한 회사들이 있다. 우리나라는 얼마나 대비됐나. 2025년 이후엔 본격적으로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대경쟁 시대다. 승패의 문제가 아닌 생사가 달린 문제다. 현대차기아가 아무리 준비됐다 해도, 연계된 협력사 등 중소기업들은 준비가 안됐다. 대비가 시급하다. 현대차그룹 제네시스 전기차 콘셉트카 ‘엑스 컨버터블’ (사진=현대자동차그룹) -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 기술과 사람이다. 미래 모빌리티를 구축할 수 있는 사람이 먼저 확보돼야 한다. 미국은 관련 인력 양성에 매진했다. 우리 정부는 대학에 인력 양성하라고 계약 학과 등을 설립했다. 현실은 사람 뽑으니 더 좋은 대학, 학과 간다며 다 빠져나가고 있다. 임금 격차로 해외로 빠져나가기도 한다. 현대차 노동자가 많이 받는다 해도 1억원이라면, 테슬라 평균 임금은 2억원대다. 자동차 교육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게 현실. 미국은 자동차 연구개발(R&D) 인력을 키웠다. 소프트웨어 인력이 3만명이 있다. 국내는 자동차 소프트웨어 인력이 1000명도 안 된다. 사람부터 키워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한국 자동차산업 발전을 위해 당부하고 싶은 말은? ▲ 미래 모빌리티 대비를 위해 R&D에 투자해야 한다. 똑똑한 중소협력사도 키워야 한다. 우리나라는 R&D 투자에 기껏해야 9조원 쓴다. 미국은 29조원이다. IRA에 따른 미래기술 투자만 해도 250조원에 달한다. 또한 전동화 전장 부품을 만들 수 있는 업체가 부족하다. 1차 협력업체 744개 중 만들 수 있는 곳은 200곳에 불과하다. 중국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 1~2차 협력사들이라도 제대로 키우면 그 아래 협력사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4가지다. 인력양성, R&D 지원, 하부구조 구축, 비즈니스 서비스 지원. 얼마 전에 자동차 부품 협력업체와 만남을 가졌는데 ‘200억원이 필요한데 2억원도 없다’는 말을 들었다. 미래차 장비를 못 만들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정확한 기업 통계를 갖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인터뷰] 이항구 연구위원 “IRA, 현대차만의 문제 아냐…미래차 핵심은 사람”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인재·R&D·협력사 투자가 미래 車산업 열쇠”

손기호 기자 승인 2023.01.01 06:00 | 최종 수정 2023.01.01 16:11 의견 0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 (사진=이항구 연구위원)


자동차산업은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가적인 문제로 인식된다. 2023년 시행을 앞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현대자동차그룹이 만든 전기차가 미국 내에서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규제한다. 이는 현대차그룹에만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아니다. 현대차그룹에 연계된 수천개 협력사들과 관련 산업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를 자처한 점도 관심 있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오는 2025년 이후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대경쟁 시대를 앞두고 있어 우리나라 산업의 사활이 달렸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미래 모빌리티와 자동차 전문가다. 그에게 2023년 국내 자동차 산업의 발전 방향을 들어봤다.

- 미국 IRA가 올해 시행되면 우리 기업의 피해가 예상되는데 어떻게 대응해야하나?

▲ 정부와 우리 기업은 미국 측에 3년 정도 시행을 유예시켜달라고 했다. IRA 시행이 3월로 연기됐다. 우리보다 유럽연합(EU)가 강하게 반발한 점도 작용했다. 배터리 등 북미 생산에 대한 원산지 세부 계획이 발표될 예정인데, 나와봐야 그 다음 전략이 있을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에 30만대 생산 규모의 전기차 전용공장을 서둘러 설립하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 기존 공장 활용은 효율성이 떨어져 한계가 있다. IRA가 결국 시행된다면 현대차그룹은 가격을 낮춰서라도 경쟁력을 유지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 유럽과 아시아의 불만에도 미국 정부가 IRA를 시행하려는 이유는?

▲ 하루 아침에 나온 법안이 아니다. 표면적으론 탄소중립을 내세웠지만, 결국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해서다. 미국 자동차 산업은 1970년대 말에 무너진 경험이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땐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파산하는 일도 겪었다.

최근에는 제조업 육성이 강하게 대두됐다. 특히 미래 모빌리티를 통한 전체 산업 육성이 목표다. 근데 중국이 전기차 등에서 빨리 치고 올라왔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1700만대 시장이며, 이 중 전기차는 4~5%에 불과하다. 반면 중국은 1년에 전기차 300만대를 팔았다. 미국 시장에 중국 전기차가 들어오면 미국은 과거 고통을 또 겪는다. 선제적으로 막으려는 전략이다.

- 자국우선주의 시대에 우리 기업들의 수출 전략은?

▲ 자동차 산업은 한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으로 이어진다. 수십차수의 협력사와 연계된 산업들이 많기 때문. 국내 산업계에서 자동차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연관산업을 넘어 제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수출과 성장률이 연쇄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 중국과 유럽은 내수시장이 크다. 일본도 내수로 500만대가 팔린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80만대 시장이다. 수입차 빼면 150만대 시장. 수출이 중요하다.

그런데 앞으론 미래 모빌리티 시대다. 미국은 전기를 처음 만든 나라다. 기초 화학도 잘돼있어 배터리도 하면 잘 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도 구글과 엔비디아 등 선점한 회사들이 있다. 우리나라는 얼마나 대비됐나. 2025년 이후엔 본격적으로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대경쟁 시대다. 승패의 문제가 아닌 생사가 달린 문제다. 현대차기아가 아무리 준비됐다 해도, 연계된 협력사 등 중소기업들은 준비가 안됐다. 대비가 시급하다.

현대차그룹 제네시스 전기차 콘셉트카 ‘엑스 컨버터블’ (사진=현대자동차그룹)


-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 기술과 사람이다. 미래 모빌리티를 구축할 수 있는 사람이 먼저 확보돼야 한다. 미국은 관련 인력 양성에 매진했다. 우리 정부는 대학에 인력 양성하라고 계약 학과 등을 설립했다. 현실은 사람 뽑으니 더 좋은 대학, 학과 간다며 다 빠져나가고 있다. 임금 격차로 해외로 빠져나가기도 한다. 현대차 노동자가 많이 받는다 해도 1억원이라면, 테슬라 평균 임금은 2억원대다. 자동차 교육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게 현실.

미국은 자동차 연구개발(R&D) 인력을 키웠다. 소프트웨어 인력이 3만명이 있다. 국내는 자동차 소프트웨어 인력이 1000명도 안 된다. 사람부터 키워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한국 자동차산업 발전을 위해 당부하고 싶은 말은?

▲ 미래 모빌리티 대비를 위해 R&D에 투자해야 한다. 똑똑한 중소협력사도 키워야 한다. 우리나라는 R&D 투자에 기껏해야 9조원 쓴다. 미국은 29조원이다. IRA에 따른 미래기술 투자만 해도 250조원에 달한다. 또한 전동화 전장 부품을 만들 수 있는 업체가 부족하다. 1차 협력업체 744개 중 만들 수 있는 곳은 200곳에 불과하다. 중국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 1~2차 협력사들이라도 제대로 키우면 그 아래 협력사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4가지다. 인력양성, R&D 지원, 하부구조 구축, 비즈니스 서비스 지원. 얼마 전에 자동차 부품 협력업체와 만남을 가졌는데 ‘200억원이 필요한데 2억원도 없다’는 말을 들었다. 미래차 장비를 못 만들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정확한 기업 통계를 갖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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