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통큰' 결정을 내렸고 이를 실행에 옮겼습니다. 무료와 유료 이용자 가리지 않고 카카오톡 이용자 전부에게 이모티콘 3종이 포함된 마음 패키지를 지급한다는 겁니다. 데이터센터 화재로 전국민의 생활이 마비됐고 카카오는 유료 이용자 뿐만 아니라 무료 이용자들에게도 보상하는 큰 결심을 보였습니다. 카카오가 무료 이용자에게 제공한 디지털 서비스는 5577억원 규모입니다. '톡서랍 플러스' 1개월 이용권(1900~2500원)과 이모티콘 3종의 금액을 고려하면 하나하나 따지면 큰 금액은 아닙니다. 그러나 4700만명을 대상으로 해야하기 때문에 금액은 몇 천억원 수준까지로 늘어났습니다. 새삼 국민 기업이라 불리는 위상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카카오 이용 약관에 따르면 서비스 장애 발생시 무료 이용자들에게 보상을 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카카오의 대인배스러운 행보입니다. 플랫폼 업계에도 이용자 피해 보상과 관련한 착한 선례를 남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카카오는 무료 이용자에게까지 제공한 이번 보상을 '마음 선물팩'이라고 표현합니다. 남궁훈 대표가 고개를 숙이며 물러나고 사실상 전국민을 대상으로 보상하는 통큰 결정에도 '선물'이라는 단어를 쓴 것을 저만 불편한걸까요. 다짐 보고서 내용은 '화재로 인해 전국민에게 선물로 드린다'는 게 골자인데 선물의 사전적 뜻은 남에게 어떤 물건 따위를 선사함을 의미합니다. 선사하다는 존경과 친근, 애정의 뜻을 나타내기 위한 것입니다.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전국민의 일상이 멈춰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는 카카오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선물이라는 표현은 다소 거리가 느껴집니다. 위로나 사과, 죄송의 뜻과 부합한 단어를 골랐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여기까지는 그저 기자의 몽니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카카오도 난처하긴 했을 겁니다. 이용약관에 따르면 보상을 할 의무가 없는데 무료 이용자들에게 어떤 혜택을 주는 셈이니까요. 그렇다면 이건 보상도 아니니 적절한 단어를 찾다가 선물이라고 표현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톡서랍플러스 1개월 무료 이용 기간이 종료된 후 자동으로 구독 서비스가 결제된다는 점에 이르면 미끼 마케팅과 유사한 느낌이 납니다. 보상을 선물로 포장하고 선물을 빙자한 마케팅 활동으로도 비춰집니다. (자료=카카오톡 캡처) 톡서랍플러스를 그동안 이용하지 않은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색다른 경험을 하고 추후 해당 서비스를 더이상 지원 받지 못하면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불편함을 알게 되고 어쩔 수 없이 이를 결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카카오의 표현처럼 보상이 아닌 선물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여깄습니다. '기브 앤 테이크'라는 다분히 비즈니스적인 측면이 존재하는 셈입니다. 이용자들에게 선물을 주고 이용자들은 잠재적 고객이 되는 셈이죠. 카카오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미 다짐보고서 내용에는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을 약속했습니다. 여기에 카카오는 그동안의 과오를 그대로 숨김없이 드러냈습니다. 기업의 치부를 가리지도 않았습니다. 진정한 사과는 잘못을 인정하는데서 출발한다는 말마따나 카카오는 분명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싶었을 겁니다. 그렇기에 더욱 아쉽습니다. 책이 잡힐 수 있는 단어 표현, 마음을 전달한다면서 내놓은 자동 결제 구독 서비스. 국민 기업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 사소한 부분까지도 조금 더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는 건 너무 무리한 부탁일까요.

[정지수의 랜드마크] 카카오의 얄미운 선물…사과 진정성 해칠라

정지수 기자 승인 2023.01.05 17:29 | 최종 수정 2023.01.05 17:30 의견 0


카카오가 '통큰' 결정을 내렸고 이를 실행에 옮겼습니다. 무료와 유료 이용자 가리지 않고 카카오톡 이용자 전부에게 이모티콘 3종이 포함된 마음 패키지를 지급한다는 겁니다. 데이터센터 화재로 전국민의 생활이 마비됐고 카카오는 유료 이용자 뿐만 아니라 무료 이용자들에게도 보상하는 큰 결심을 보였습니다.

카카오가 무료 이용자에게 제공한 디지털 서비스는 5577억원 규모입니다. '톡서랍 플러스' 1개월 이용권(1900~2500원)과 이모티콘 3종의 금액을 고려하면 하나하나 따지면 큰 금액은 아닙니다. 그러나 4700만명을 대상으로 해야하기 때문에 금액은 몇 천억원 수준까지로 늘어났습니다. 새삼 국민 기업이라 불리는 위상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카카오 이용 약관에 따르면 서비스 장애 발생시 무료 이용자들에게 보상을 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카카오의 대인배스러운 행보입니다. 플랫폼 업계에도 이용자 피해 보상과 관련한 착한 선례를 남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카카오는 무료 이용자에게까지 제공한 이번 보상을 '마음 선물팩'이라고 표현합니다. 남궁훈 대표가 고개를 숙이며 물러나고 사실상 전국민을 대상으로 보상하는 통큰 결정에도 '선물'이라는 단어를 쓴 것을 저만 불편한걸까요. 다짐 보고서 내용은 '화재로 인해 전국민에게 선물로 드린다'는 게 골자인데 선물의 사전적 뜻은 남에게 어떤 물건 따위를 선사함을 의미합니다. 선사하다는 존경과 친근, 애정의 뜻을 나타내기 위한 것입니다.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전국민의 일상이 멈춰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는 카카오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선물이라는 표현은 다소 거리가 느껴집니다. 위로나 사과, 죄송의 뜻과 부합한 단어를 골랐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여기까지는 그저 기자의 몽니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카카오도 난처하긴 했을 겁니다. 이용약관에 따르면 보상을 할 의무가 없는데 무료 이용자들에게 어떤 혜택을 주는 셈이니까요. 그렇다면 이건 보상도 아니니 적절한 단어를 찾다가 선물이라고 표현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톡서랍플러스 1개월 무료 이용 기간이 종료된 후 자동으로 구독 서비스가 결제된다는 점에 이르면 미끼 마케팅과 유사한 느낌이 납니다. 보상을 선물로 포장하고 선물을 빙자한 마케팅 활동으로도 비춰집니다.

(자료=카카오톡 캡처)

톡서랍플러스를 그동안 이용하지 않은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색다른 경험을 하고 추후 해당 서비스를 더이상 지원 받지 못하면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불편함을 알게 되고 어쩔 수 없이 이를 결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카카오의 표현처럼 보상이 아닌 선물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여깄습니다. '기브 앤 테이크'라는 다분히 비즈니스적인 측면이 존재하는 셈입니다. 이용자들에게 선물을 주고 이용자들은 잠재적 고객이 되는 셈이죠.

카카오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미 다짐보고서 내용에는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을 약속했습니다. 여기에 카카오는 그동안의 과오를 그대로 숨김없이 드러냈습니다. 기업의 치부를 가리지도 않았습니다. 진정한 사과는 잘못을 인정하는데서 출발한다는 말마따나 카카오는 분명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싶었을 겁니다.

그렇기에 더욱 아쉽습니다. 책이 잡힐 수 있는 단어 표현, 마음을 전달한다면서 내놓은 자동 결제 구독 서비스. 국민 기업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 사소한 부분까지도 조금 더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는 건 너무 무리한 부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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