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이 오창 전기차 배터리 공장 생산라인에서 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미국이 최근 공개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지침에서 배터리 핵심 광물 규제 요건을 완화했다. 한국 배터리 기업에게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마냥 호재만은 아니었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에 진출할 가능성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우리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에서 중국 기업들과 경쟁해야 할 상황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IRA 백서(White Paper)를 통해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의 요건을 공개했다. 미 재무부는 이 백서의 내용을 토대로 오는 3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당초 IRA에서는 ‘북미 또는 미국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채굴 또는 가공한 광물을 써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백서에서 바뀐 지침은 ‘북미 또는 미국 FTA 체결국에서 50% 이상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쓸 수 있다’는 식이다. 이에 올해 3월부터 전기차 배터리 관련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북미나 미국과 FTA 체결 국가에서 제조하거나 조립한 부품을 50%(2029년 100% 단계적 상승) 이상,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도 40%(2027년 80% 이상) 이상을 채굴·가공해야 각각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준다. 중국 기업도 미국 기업 등과 합작법인 형태로 미국에 진출할 수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중국은 배터리 업체 고션하이테크가 독일 완성차 기업 폭스바겐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미국 미시건주에 23억6000만 달러(약 3조1000억원)을 투자해 배터리 소재 공장을 세울 계획을 갖고 있었다. 세계 배터리 점유율 1위의 중국 최대 배터리 업체 CATL도 미국 포드자동차와 손잡고 미국 내 배터리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다. 이들 중국 업체들은 기존 IRA로 인해 막혔던 미국 진출이 이번 변경된 IRA 백서 세부 지침에 따라 슬그머니 미국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온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 (사진=SK온) 국내 배터리 3사는 변경된 IRA 지침이 북미나 미국FTA 체결국 외에 다른 국가에서 광물을 얻을 수 있는 점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중국과 다시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배터리 3사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홀랜드와 오하이오에 공장을 운영 중이고, 제너럴모터스(GM)와 공동으로 지난해 하반기 오하이오, 오는 2023년 테네시, 2025년 미시간 등 총 3개의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스텔란티스와는 공동으로 2024년 캐나다 온타리오에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공동으로 2025년 인디애나에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SK온도 미국 조지아 제1공장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며, 조지아 제2공장을 올해 증설 중이다. 포드와는 공동으로 2025년 켄터키, 테네시에 공장 건설 계획을 갖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3사의 점유율은 23.2%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p 넘게 하락했다. 그 자리를 중국 업체들이 차지했다. 다만 IRA 규정과 연계한 수출 통제 제도가 있어 미국의 우려 집단에 제재가 가능한 부분이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여전히 중국의 미국 진출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IRA 백서를 면밀히 살펴봐야겠지만, 미국이 IRA 조항을 바꿨다고 해서 우려 집단에 대해 규제를 못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IRA 조항에는 미국이 수출 통제 제도와 연계해 우려 집단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K-배터리, 미국 IRA 완화에 웃지못해…中과 싸워야 할 판

IRA 백서 “미국 50% 이상 부가가치 창출하면 가능”…中 기업에 틈새 조항될 듯
LG엔솔·삼성SDI·SK온, 점유율 경쟁 우려…전문가 “미, 수출통제제도로 中 막을수도”

손기호 기자 승인 2023.01.06 12:53 의견 0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이 오창 전기차 배터리 공장 생산라인에서 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미국이 최근 공개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지침에서 배터리 핵심 광물 규제 요건을 완화했다. 한국 배터리 기업에게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마냥 호재만은 아니었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에 진출할 가능성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우리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에서 중국 기업들과 경쟁해야 할 상황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IRA 백서(White Paper)를 통해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의 요건을 공개했다. 미 재무부는 이 백서의 내용을 토대로 오는 3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당초 IRA에서는 ‘북미 또는 미국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채굴 또는 가공한 광물을 써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백서에서 바뀐 지침은 ‘북미 또는 미국 FTA 체결국에서 50% 이상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쓸 수 있다’는 식이다.

이에 올해 3월부터 전기차 배터리 관련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북미나 미국과 FTA 체결 국가에서 제조하거나 조립한 부품을 50%(2029년 100% 단계적 상승) 이상,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도 40%(2027년 80% 이상) 이상을 채굴·가공해야 각각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준다.

중국 기업도 미국 기업 등과 합작법인 형태로 미국에 진출할 수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중국은 배터리 업체 고션하이테크가 독일 완성차 기업 폭스바겐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미국 미시건주에 23억6000만 달러(약 3조1000억원)을 투자해 배터리 소재 공장을 세울 계획을 갖고 있었다. 세계 배터리 점유율 1위의 중국 최대 배터리 업체 CATL도 미국 포드자동차와 손잡고 미국 내 배터리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다.

이들 중국 업체들은 기존 IRA로 인해 막혔던 미국 진출이 이번 변경된 IRA 백서 세부 지침에 따라 슬그머니 미국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온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 (사진=SK온)


국내 배터리 3사는 변경된 IRA 지침이 북미나 미국FTA 체결국 외에 다른 국가에서 광물을 얻을 수 있는 점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중국과 다시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배터리 3사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홀랜드와 오하이오에 공장을 운영 중이고, 제너럴모터스(GM)와 공동으로 지난해 하반기 오하이오, 오는 2023년 테네시, 2025년 미시간 등 총 3개의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스텔란티스와는 공동으로 2024년 캐나다 온타리오에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공동으로 2025년 인디애나에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SK온도 미국 조지아 제1공장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며, 조지아 제2공장을 올해 증설 중이다. 포드와는 공동으로 2025년 켄터키, 테네시에 공장 건설 계획을 갖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3사의 점유율은 23.2%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p 넘게 하락했다. 그 자리를 중국 업체들이 차지했다.

다만 IRA 규정과 연계한 수출 통제 제도가 있어 미국의 우려 집단에 제재가 가능한 부분이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여전히 중국의 미국 진출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IRA 백서를 면밀히 살펴봐야겠지만, 미국이 IRA 조항을 바꿨다고 해서 우려 집단에 대해 규제를 못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IRA 조항에는 미국이 수출 통제 제도와 연계해 우려 집단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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