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제목에 대해 사과부터 드려야 할 것 같다. 필자는 1980년생으로 1970년대에 대한 추억을 갖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1970년대에 대한 공부의 결과’ 정도로 제목을 썼어야 되는데 솔직하지 못한 제목이다. 이렇게까지 해서 70년대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건, 최근의 금융시장 흐름이 이 시절과 사뭇 닮아 있기 때문이다. 2022년은 투자자들에게 힘든 한 해였다. 치솟는 물가, 그에 따른 금리의 고공행진으로 금융시장이 1년 내내 큰 고통을 겪었다. 인플레이션과 긴축정책으로 인한 혼란을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겪어보지 못했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의 금리는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5년 동안 우리는 인플레이션보다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공포를 주로 다뤄왔기 때문이다. 인플레는 투자자들에겐 막상 낯선 단어이고, 인플레와 주식가격에 대한 사례를 공부하려면 50년전 19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73년 10월, 이스라엘과 이집트 그리고 시리아 간의 전쟁이 발발했다. 욤키푸르 전쟁 혹은 제4차 중동전쟁이라고도 부르는 사건이었다. 서방 세계가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지원하자, 중동의 이슬람 산유국들은 이에 대한 보복조치로 원유 보이콧을 시작했다. 2달러대에 머물던 유가는 11달러까지 수직상승했고 이것이 바로 제1차 오일쇼크다. 원유 가격이 이렇게 치솟으니 물가가 버틸 재간이 없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급등했고(위 차트에서 아래 빨간색 선) 미국 주가지수는 -48%나 하락했다. 전쟁, 유가상승, 인플레, 주가하락이라는 점이 2022년과 비슷한데, 하락장이 생기기 전 상황도 유사하다. 1970년부터 1972년까지 미국 주식시장은 “니프티 피프티” 장세라고 부르는 기술주 중심의 초강세장이었다. 2022년 하락장 이전이 FANG이나 테슬라 등으로 대변되는 미국 빅테크 중심의 강세장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1970년대는 지금과 여러모로 닮아있다. 현 시점에서 우리가 찾으려고 하는 단서는 하락장이 어떻게 끝났고 그 이후 무슨 시대가 펼쳐졌냐일 것이다. 1970년대 시장의 저점은 1974년 9월에 나왔다. 이 때 이후로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기록하고 하락하면서 주식시장은 이후 2년간 낙폭의 2/3 이상을 되돌리는 역사적인 반등장세를 기록했다. 75년~76년 강세장에 대해 2가지 특징을 말씀드리고 싶다. 첫번째는 1975년 연간으로 미국 경제가 역성장하는 극심한 경기불황 시기였다는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이야기로 경제학의 패러다임이 바뀌던 시절이다. 두번째는 물가가 74년 가을 정점을 기록하긴 했지만, 그 이후에도 상당히 높은 수준을 지속했다는 점이다. 물가상승률로 과거로 회귀하지 못했고 인플레이션은 이어졌지만 정점 통과 이후 주식은 상승했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지 몇시간 전에 (1월 12일밤) 미국 12월 물가지수가 발표됐다. 전월 대비 마이너스, 11월보다 물가가 빠진 것이다. 인플레와 금리 상승에 대한 공포는 작년 가을이 최악이었고 그 뒤로 점자 진정되고 있다. 커머더티 가격 상승과 노동공급 부족으로 모두들 인플레 시대가 왔다고 하지만, 상승률 자체는 정점을 통과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기술주 중심의 강세장, 전쟁, 인플레이션의 대두, 대폭의 가격 하락 이후 찾아온 물가 정점 통과. 여기까지 1970년대와 최근의 시장 흐름은 유사점이 많다. 그럼 이제 75년~76년처럼 반등장이 찾아올까. 남긴 명언이 많았던 마크 트웨인이지만, 그 중 유명한 말 중 하나가 “역사는 반복되지 않는다. 운율을 맞출 뿐”이다. 과거의 사건이 오늘날 그대로 반복될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유사한 환경에 놓인 인간은 유사한 선택을 하기 마련이다. 필자는 작년말 해가 바뀌면 시장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주변 반응은 꽤나 냉담했다. 제2의 IMF사태가 온다고 말하는 쪽이 오히려 합리적이라는 평가였다. 낙관은 절망을, 비관은 희망을 잉태하기 마련이다. 해가 바뀌니 미국이든 한국이든 주식시장이 강하고 당황스럽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필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속도가 너무 빠르긴 하다. 운율을 맞추는 역사의 흐름 앞에서는 늘 겸손함이 필요할 것이다. 2023년 투자자들의 무운을 빈다. ■ 강대권 대표는 현재 라이프자산운용을 이끌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 및 동대학원 석사(산업경제학 전공)를 마쳤고, 서울대 가치투자 동아리 '스믹(SMIC)' 출신으로도 유명하다. 가치투자 2세대 스타 펀드매니저인 강 대표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을 거쳐 유경PSG자산운용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역임했다. 당시 국내 운용사 최연소 CIO다. 지난 2016년, 2020년 국내 주식형 운용사 수익률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강대권의 시시각각] 1970년대의 추억

강대권 승인 2023.01.13 11:53 | 최종 수정 2023.01.13 12:02 의견 0

먼저 제목에 대해 사과부터 드려야 할 것 같다. 필자는 1980년생으로 1970년대에 대한 추억을 갖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1970년대에 대한 공부의 결과’ 정도로 제목을 썼어야 되는데 솔직하지 못한 제목이다. 이렇게까지 해서 70년대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건, 최근의 금융시장 흐름이 이 시절과 사뭇 닮아 있기 때문이다.

2022년은 투자자들에게 힘든 한 해였다. 치솟는 물가, 그에 따른 금리의 고공행진으로 금융시장이 1년 내내 큰 고통을 겪었다. 인플레이션과 긴축정책으로 인한 혼란을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겪어보지 못했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의 금리는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5년 동안 우리는 인플레이션보다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공포를 주로 다뤄왔기 때문이다. 인플레는 투자자들에겐 막상 낯선 단어이고, 인플레와 주식가격에 대한 사례를 공부하려면 50년전 19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73년 10월, 이스라엘과 이집트 그리고 시리아 간의 전쟁이 발발했다. 욤키푸르 전쟁 혹은 제4차 중동전쟁이라고도 부르는 사건이었다. 서방 세계가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지원하자, 중동의 이슬람 산유국들은 이에 대한 보복조치로 원유 보이콧을 시작했다. 2달러대에 머물던 유가는 11달러까지 수직상승했고 이것이 바로 제1차 오일쇼크다. 원유 가격이 이렇게 치솟으니 물가가 버틸 재간이 없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급등했고(위 차트에서 아래 빨간색 선) 미국 주가지수는 -48%나 하락했다.

전쟁, 유가상승, 인플레, 주가하락이라는 점이 2022년과 비슷한데, 하락장이 생기기 전 상황도 유사하다. 1970년부터 1972년까지 미국 주식시장은 “니프티 피프티” 장세라고 부르는 기술주 중심의 초강세장이었다. 2022년 하락장 이전이 FANG이나 테슬라 등으로 대변되는 미국 빅테크 중심의 강세장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1970년대는 지금과 여러모로 닮아있다.

현 시점에서 우리가 찾으려고 하는 단서는 하락장이 어떻게 끝났고 그 이후 무슨 시대가 펼쳐졌냐일 것이다. 1970년대 시장의 저점은 1974년 9월에 나왔다. 이 때 이후로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기록하고 하락하면서 주식시장은 이후 2년간 낙폭의 2/3 이상을 되돌리는 역사적인 반등장세를 기록했다.

75년~76년 강세장에 대해 2가지 특징을 말씀드리고 싶다. 첫번째는 1975년 연간으로 미국 경제가 역성장하는 극심한 경기불황 시기였다는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이야기로 경제학의 패러다임이 바뀌던 시절이다. 두번째는 물가가 74년 가을 정점을 기록하긴 했지만, 그 이후에도 상당히 높은 수준을 지속했다는 점이다. 물가상승률로 과거로 회귀하지 못했고 인플레이션은 이어졌지만 정점 통과 이후 주식은 상승했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지 몇시간 전에 (1월 12일밤) 미국 12월 물가지수가 발표됐다. 전월 대비 마이너스, 11월보다 물가가 빠진 것이다. 인플레와 금리 상승에 대한 공포는 작년 가을이 최악이었고 그 뒤로 점자 진정되고 있다. 커머더티 가격 상승과 노동공급 부족으로 모두들 인플레 시대가 왔다고 하지만, 상승률 자체는 정점을 통과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기술주 중심의 강세장, 전쟁, 인플레이션의 대두, 대폭의 가격 하락 이후 찾아온 물가 정점 통과. 여기까지 1970년대와 최근의 시장 흐름은 유사점이 많다. 그럼 이제 75년~76년처럼 반등장이 찾아올까.

남긴 명언이 많았던 마크 트웨인이지만, 그 중 유명한 말 중 하나가 “역사는 반복되지 않는다. 운율을 맞출 뿐”이다. 과거의 사건이 오늘날 그대로 반복될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유사한 환경에 놓인 인간은 유사한 선택을 하기 마련이다. 필자는 작년말 해가 바뀌면 시장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주변 반응은 꽤나 냉담했다. 제2의 IMF사태가 온다고 말하는 쪽이 오히려 합리적이라는 평가였다. 낙관은 절망을, 비관은 희망을 잉태하기 마련이다. 해가 바뀌니 미국이든 한국이든 주식시장이 강하고 당황스럽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필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속도가 너무 빠르긴 하다. 운율을 맞추는 역사의 흐름 앞에서는 늘 겸손함이 필요할 것이다. 2023년 투자자들의 무운을 빈다.


■ 강대권 대표는 현재 라이프자산운용을 이끌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 및 동대학원 석사(산업경제학 전공)를 마쳤고, 서울대 가치투자 동아리 '스믹(SMIC)' 출신으로도 유명하다. 가치투자 2세대 스타 펀드매니저인 강 대표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을 거쳐 유경PSG자산운용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역임했다. 당시 국내 운용사 최연소 CIO다. 지난 2016년, 2020년 국내 주식형 운용사 수익률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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