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은 기본적으로 고의자살이다. 고의 자살은 보험금의 지급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자살을 하더라도 사망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보험약관에는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 상해사망보험금으로 그 지급요건을 정한다. 이는 어떤 경우인가. 대법원 판단을 보자.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도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므로...(중략) 이때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이었는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자살자의 신체적, 정신적 심리상황, 그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그 진행경과와 정도 및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서의 구체적인 상태,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과 자살 무렵의 자살자의 행태,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의 동기, 그 경위와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한 사례를 보자. 병원 행정부장으로 근무한 망인이 새벽에 11층 아파트인 자신의 집 창문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2. 17. 선고 2019가단5240509 판결이다. 망인은 자살하기 4년 전부터 병원에 내원해 '병원 경영에서 스트레스가 많다', '충동조절이 되지 않는다'고 망인의 증상을 호소했고, 혼합형 불안 및 우울병 장애로 진단받았다. 망인은 그 후 사망 직전까지 위 병원에 정기적으로 내원해 불안, 우울, 충동 장애, 수면 장애, 병원 업무에서의 스트레스 등을 지속적으로 호소했다. 항우울제(뉴프람정), 항불안제(자나팜정), 수면제(루나팜, 졸민정, 트라조돈캅셀) 등도 투약받아 왔다. 망인은 사망일에 가까운 어느날 담당의에게 음주량이 늘고 있다고 말했고, 우울 증상을 호소하면서 "죽고 싶은 생각도 든다. 구체적 생각도 든 적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망인은 자살하기 1년 전부터 이른바 '사무장 병원'을 운영한 혐의로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아 왔는데, 망인의 사망일 전 2, 3일 무렵 변호사를 통해 영장실질심사를 위한 구인장이 발부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망 전날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변호사와 상담을 하고 집에 온 그는 매우 불안해했고 어머니, 형, 동생과 함께 상당한 양의 술을 마셨다. 그 뒤 망인은 원고들과 함께 거실에서 잠을 자다가 03:47경 일어나 안방 화장실에 다녀오던 중 갑자기 맞은 편 작은방으로 가 11층 높이의 창문에서 뛰어내려 사망했다. 위 판결에서는 ▲망인은 상당한 기간 동안 우울, 불안, 충동장애, 불면 등 정신질환을 앓고 지속적으로 항우울제와 항불안제, 수면제 등을 투약받아 왔는데, 위와 같은 치료와 투약으로도 증세가 크게 호전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사망일 한 달 전쯤에는 구체적인 자살충동을 보고하기도 했다는 점 ▲이러한 정신 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망인이 병원 업무로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아 온데다 사망일 무렵 사무장 병원 운영 혐의로 구속될 상황에 처해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에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위와 같은 정신질환 병력을 가진 망인이 스트레스 상태에서 상당한 양의 술을 마신 후 잠을 자다가 깨어 화장실에 다녀오던 중 돌연 작은방 창문으로 뛰어내려 자살한 것으로, 자살방법이 전혀 계획적이지 않고 충동적, 극단적인 것이란 점, ▲망인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상해사망보험금이 지급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정리하면, 자살이 사망보험금 지급대상이 되기 위해선 크게 3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자살 즈음까지 인지능력과 판단력이 저하되는 정도의 우울장애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에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의 인지기능 이상 증상이 존재할 것. 둘째, 이러한 정신 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자살 당시 자살충동을 느낄만한 특별한 이벤트가 존재할 것, 셋째 창문으로 뛰어내려 자살하는 등 전혀 계획적이지 않고 충동적인 자살방법일 것 등이다. 단순히 평소 우울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했다면 자살 당시 이벤트가 특별해도 주변 상황을 비관했다는 정도로 볼 여지가 더 많다. 비관자살은 고의자살이다. 목을 매어 자살하는 경우는 계획적인 자살로 보는 경향이 더 많다. ■ 최수영 변호사 프로필 법무법인 시공.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사법시험 39회(연수원 29기),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현), 근로복지공단 서울북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현), 한국의약품안전관리위원회 의약품부작용 전문위원회 위원(현),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법률자문위원(현)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수영의 보험법률] 사망보험금 지급되는 자살의 3가지 요건

최수영 변호사 승인 2023.03.06 07:00 | 최종 수정 2023.03.06 14:43 의견 0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은 기본적으로 고의자살이다. 고의 자살은 보험금의 지급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자살을 하더라도 사망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보험약관에는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 상해사망보험금으로 그 지급요건을 정한다. 이는 어떤 경우인가. 대법원 판단을 보자.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도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므로...(중략) 이때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이었는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자살자의 신체적, 정신적 심리상황, 그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그 진행경과와 정도 및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서의 구체적인 상태,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과 자살 무렵의 자살자의 행태,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의 동기, 그 경위와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한 사례를 보자. 병원 행정부장으로 근무한 망인이 새벽에 11층 아파트인 자신의 집 창문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2. 17. 선고 2019가단5240509 판결이다.

망인은 자살하기 4년 전부터 병원에 내원해 '병원 경영에서 스트레스가 많다', '충동조절이 되지 않는다'고 망인의 증상을 호소했고, 혼합형 불안 및 우울병 장애로 진단받았다. 망인은 그 후 사망 직전까지 위 병원에 정기적으로 내원해 불안, 우울, 충동 장애, 수면 장애, 병원 업무에서의 스트레스 등을 지속적으로 호소했다. 항우울제(뉴프람정), 항불안제(자나팜정), 수면제(루나팜, 졸민정, 트라조돈캅셀) 등도 투약받아 왔다.

망인은 사망일에 가까운 어느날 담당의에게 음주량이 늘고 있다고 말했고, 우울 증상을 호소하면서 "죽고 싶은 생각도 든다. 구체적 생각도 든 적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망인은 자살하기 1년 전부터 이른바 '사무장 병원'을 운영한 혐의로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아 왔는데, 망인의 사망일 전 2, 3일 무렵 변호사를 통해 영장실질심사를 위한 구인장이 발부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망 전날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변호사와 상담을 하고 집에 온 그는 매우 불안해했고 어머니, 형, 동생과 함께 상당한 양의 술을 마셨다.

그 뒤 망인은 원고들과 함께 거실에서 잠을 자다가 03:47경 일어나 안방 화장실에 다녀오던 중 갑자기 맞은 편 작은방으로 가 11층 높이의 창문에서 뛰어내려 사망했다.

위 판결에서는 ▲망인은 상당한 기간 동안 우울, 불안, 충동장애, 불면 등 정신질환을 앓고 지속적으로 항우울제와 항불안제, 수면제 등을 투약받아 왔는데, 위와 같은 치료와 투약으로도 증세가 크게 호전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사망일 한 달 전쯤에는 구체적인 자살충동을 보고하기도 했다는 점 ▲이러한 정신 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망인이 병원 업무로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아 온데다 사망일 무렵 사무장 병원 운영 혐의로 구속될 상황에 처해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에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위와 같은 정신질환 병력을 가진 망인이 스트레스 상태에서 상당한 양의 술을 마신 후 잠을 자다가 깨어 화장실에 다녀오던 중 돌연 작은방 창문으로 뛰어내려 자살한 것으로, 자살방법이 전혀 계획적이지 않고 충동적, 극단적인 것이란 점, ▲망인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상해사망보험금이 지급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정리하면, 자살이 사망보험금 지급대상이 되기 위해선 크게 3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자살 즈음까지 인지능력과 판단력이 저하되는 정도의 우울장애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에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의 인지기능 이상 증상이 존재할 것. 둘째, 이러한 정신 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자살 당시 자살충동을 느낄만한 특별한 이벤트가 존재할 것, 셋째 창문으로 뛰어내려 자살하는 등 전혀 계획적이지 않고 충동적인 자살방법일 것 등이다.

단순히 평소 우울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했다면 자살 당시 이벤트가 특별해도 주변 상황을 비관했다는 정도로 볼 여지가 더 많다. 비관자살은 고의자살이다. 목을 매어 자살하는 경우는 계획적인 자살로 보는 경향이 더 많다.


■ 최수영 변호사 프로필
법무법인 시공.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사법시험 39회(연수원 29기),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현), 근로복지공단 서울북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현), 한국의약품안전관리위원회 의약품부작용 전문위원회 위원(현),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법률자문위원(현)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