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 역에서 공집합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복잡한 골목을 한참 지나야 한다. 그러나 골목 사이사이 숨은 카페와 식당들을 구경하다 보면 빨간 벽돌 외관이 눈에 띄는 다이닝 바 공집합을 만나게 된다. 간판이 크지 않아 자칫하면 지나치기 쉽다. 건물 외벽에 공집합 기호 하나만으로 이 공간을 설명하는 공집합은 한적하지만 편안함이 느껴지는 후암동에 이질감 없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공집합은 건축 사무소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 겸 다이닝 바다. 상도동과 후암동 두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단순히 가게 운영에만 목적을 둔 것이 아닌, 지역을 함께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후암동 공집합도 커뮤니티 다이닝 바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외지인 분들이 와서 이용을 할 수도 있지만, 주목적은 동네 주민들이다. 그들이 편안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동네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상도동에 위치한 공집합과 건축 사무소도 마찬가지다. 최대한 지역과 일을 하려고 하고 있으며, 동네에서 알려진 사무소가 되고 있다” 1층은 조리 공간과 카운터 위주로 구성이 돼 있다. 다양한 종류의 술도 비치돼 있어 언뜻 시끄러운 술집이 연상되기도 한다. 그러나 2층으로 올라가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가운데 긴 테이블 하나와 창가 1인 좌석들로 구성된 2층은 조명과 식물, 벽에 걸린 사진이 어우러져 작지만 따뜻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다만 소통에 방점이 찍힌 식당인 만큼 독립적인 공간을 원한 이들은 당황할 수도 있다. “처음에는 따로 테이블을 두려고도 했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는 큰 테이블을 놓고,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이 성격에 맞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찾아주시는 분들도 어색해하시더라. 하지만 지금은 문화로 잡힌 것 같다”   대신 1인 좌석만큼은 다르다. 조명이 한 자리 당 하나씩 놓여 있어 혼자 편안한 분위기를 즐기기 좋다. 특히 창문가에 자리한 1인 좌석에서는 공집합의 가장 큰 장점인 고즈넉한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한적한 골목은 물론, 남산 타워까지 한눈에 담겨 밤이 되면 더욱 아름다운 아경을 볼 수가 있다. 공집합의 총괄 디렉터 강성영 또한 우연히 얻은 이 배경에 크게 만족했다. “처음 후암동에 자리 잡기로 결심을 하고 다른 가게를 둘러보기도 했다. 다른 후보군은 새로 공사를 해야 했고, 예산보다 많은 비용이 필요했다. 고민하던 차에 이 건물을 봤다. 빨간 벽돌 외관이 마음에 들었고, 올라와서 보니 생각지 못하게 남산 뷰가 있더라. ‘이곳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바 좌석을 둔 것도 저 풍경을 놓치기 싫어서였다. 불편한 부분이 있어도 저 뷰를 보시면 그런 마음이 없어질 것 같다” 처음에는 조용한 동네에 술집이 생겨 분위기를 흐릴까 걱정하던 주민들도 이제는 시선이 달라졌다. 식사를 즐기러 오는 단골 주민이 생긴 것은 물론, 근처 회사원들 덕분에 공집합은 평일 점심이면 구내식당처럼 북적거릴 때도 있다. 강성영 디렉터는 처음의 오해는 어느 장소에서 어느 가게를 열어도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라며 의연하게 주민들의 시선이 바뀌기를 기다렸다. “레스토랑이던 식당이던 주변에 오래된 가게, 주민들이 늘 있을 것이다. 새로 생기는 것에 관심을 두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은 근처에 있는 다둥이 어머님이 늘 인사를 해주시고, 직접 만든 비누도 선물을 해주신다. 식사 후 ‘너무 맛있게 먹었고, 우리 동네에서 이런 곳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해주신 손님이 있는데, 그 분이 제일 기억에 남고 감사했다”   단순히 공간을 열어두고, 주민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기만 해서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었다. 공집합은 배달로 받아야 하는 물건이 아닌 경우에는 주변 시장에서 직접 식자재를 사면서 소통을 하고 있다. 동네의 커뮤니티 바가 되기 위해서는 사소한 실천들이 쌓여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거부감을 허물고, 나아가 도움이 되고 싶는 생각을 했다. 상도동 공집합도 그렇고, 주변 시장이나 가게들을 많이 이용하려고 노력 중이다. 실제로 소비를 하면서 도움을 드리고, 또 우리가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몰랐던 주민을 알게 되고, 그분이 가게에 대해 좋게 말씀을 해주시기도 한다. 말로만 커뮤니티 바라고 하는 건 아니다. 정말 실천을 해야 한다” 식당의 빈 공간도 주변인들과 함께 채우고 있다. 식당 한 편에 걸린 사진들은 바 운영을 준비 중이거나 소통이 필요한 사람들이 모이는 호스트 나잇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회원이 찍은 사진이다. 식당의 호스트는 누구라도 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긴 시도인 셈이다. “벽은 원래 비워뒀다. 처음부터 전시 공간으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이번에는 사진이 취미이신 분의 사진을 전시했다면 겨울 쯤 다른 것들이 걸려있을 수도 있다. 근처 아이들의 그림을 걸어둘 수도 있다. 곳곳의 빈 공간을 이런 식으로 활용하고 싶다” 공집합은 어디서든 조화롭게 어우러지기 위해 아무 곳에도 속해있지 않겠다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다. 후암동에 스며들기 위해 노력 중인 공집합은 앞으로도 편안하게 이 공간을 즐겨주신다면, 더 바랄 게 없다며 진심을 내비쳤다. “우리만의 색깔을 가지고 동네에 스며들고 싶다. 앞으로 손님들에게 딱히 바라는 것도 없다. 지금처럼 편안하게, 또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한다. 공간에 와서 만족하고 나가시면 충분하다. 또 오고 싶은 공간,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싶은 공간이 됐으면 한다”

[공간의 맛] 공집합, 동네와 ‘공유’하며 확장되는 의미

장수정 기자 승인 2019.12.03 14:08 | 최종 수정 2019.12.04 17:45 의견 0
 

근처 역에서 공집합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복잡한 골목을 한참 지나야 한다. 그러나 골목 사이사이 숨은 카페와 식당들을 구경하다 보면 빨간 벽돌 외관이 눈에 띄는 다이닝 바 공집합을 만나게 된다. 간판이 크지 않아 자칫하면 지나치기 쉽다. 건물 외벽에 공집합 기호 하나만으로 이 공간을 설명하는 공집합은 한적하지만 편안함이 느껴지는 후암동에 이질감 없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공집합은 건축 사무소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 겸 다이닝 바다. 상도동과 후암동 두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단순히 가게 운영에만 목적을 둔 것이 아닌, 지역을 함께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후암동 공집합도 커뮤니티 다이닝 바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외지인 분들이 와서 이용을 할 수도 있지만, 주목적은 동네 주민들이다. 그들이 편안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동네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상도동에 위치한 공집합과 건축 사무소도 마찬가지다. 최대한 지역과 일을 하려고 하고 있으며, 동네에서 알려진 사무소가 되고 있다”

1층은 조리 공간과 카운터 위주로 구성이 돼 있다. 다양한 종류의 술도 비치돼 있어 언뜻 시끄러운 술집이 연상되기도 한다. 그러나 2층으로 올라가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가운데 긴 테이블 하나와 창가 1인 좌석들로 구성된 2층은 조명과 식물, 벽에 걸린 사진이 어우러져 작지만 따뜻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다만 소통에 방점이 찍힌 식당인 만큼 독립적인 공간을 원한 이들은 당황할 수도 있다.

“처음에는 따로 테이블을 두려고도 했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는 큰 테이블을 놓고,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이 성격에 맞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찾아주시는 분들도 어색해하시더라. 하지만 지금은 문화로 잡힌 것 같다”

 

대신 1인 좌석만큼은 다르다. 조명이 한 자리 당 하나씩 놓여 있어 혼자 편안한 분위기를 즐기기 좋다. 특히 창문가에 자리한 1인 좌석에서는 공집합의 가장 큰 장점인 고즈넉한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한적한 골목은 물론, 남산 타워까지 한눈에 담겨 밤이 되면 더욱 아름다운 아경을 볼 수가 있다. 공집합의 총괄 디렉터 강성영 또한 우연히 얻은 이 배경에 크게 만족했다.

“처음 후암동에 자리 잡기로 결심을 하고 다른 가게를 둘러보기도 했다. 다른 후보군은 새로 공사를 해야 했고, 예산보다 많은 비용이 필요했다. 고민하던 차에 이 건물을 봤다. 빨간 벽돌 외관이 마음에 들었고, 올라와서 보니 생각지 못하게 남산 뷰가 있더라. ‘이곳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바 좌석을 둔 것도 저 풍경을 놓치기 싫어서였다. 불편한 부분이 있어도 저 뷰를 보시면 그런 마음이 없어질 것 같다”

처음에는 조용한 동네에 술집이 생겨 분위기를 흐릴까 걱정하던 주민들도 이제는 시선이 달라졌다. 식사를 즐기러 오는 단골 주민이 생긴 것은 물론, 근처 회사원들 덕분에 공집합은 평일 점심이면 구내식당처럼 북적거릴 때도 있다. 강성영 디렉터는 처음의 오해는 어느 장소에서 어느 가게를 열어도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라며 의연하게 주민들의 시선이 바뀌기를 기다렸다.

“레스토랑이던 식당이던 주변에 오래된 가게, 주민들이 늘 있을 것이다. 새로 생기는 것에 관심을 두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은 근처에 있는 다둥이 어머님이 늘 인사를 해주시고, 직접 만든 비누도 선물을 해주신다. 식사 후 ‘너무 맛있게 먹었고, 우리 동네에서 이런 곳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해주신 손님이 있는데, 그 분이 제일 기억에 남고 감사했다”

 

단순히 공간을 열어두고, 주민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기만 해서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었다. 공집합은 배달로 받아야 하는 물건이 아닌 경우에는 주변 시장에서 직접 식자재를 사면서 소통을 하고 있다. 동네의 커뮤니티 바가 되기 위해서는 사소한 실천들이 쌓여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거부감을 허물고, 나아가 도움이 되고 싶는 생각을 했다. 상도동 공집합도 그렇고, 주변 시장이나 가게들을 많이 이용하려고 노력 중이다. 실제로 소비를 하면서 도움을 드리고, 또 우리가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몰랐던 주민을 알게 되고, 그분이 가게에 대해 좋게 말씀을 해주시기도 한다. 말로만 커뮤니티 바라고 하는 건 아니다. 정말 실천을 해야 한다”

식당의 빈 공간도 주변인들과 함께 채우고 있다. 식당 한 편에 걸린 사진들은 바 운영을 준비 중이거나 소통이 필요한 사람들이 모이는 호스트 나잇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회원이 찍은 사진이다. 식당의 호스트는 누구라도 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긴 시도인 셈이다.

“벽은 원래 비워뒀다. 처음부터 전시 공간으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이번에는 사진이 취미이신 분의 사진을 전시했다면 겨울 쯤 다른 것들이 걸려있을 수도 있다. 근처 아이들의 그림을 걸어둘 수도 있다. 곳곳의 빈 공간을 이런 식으로 활용하고 싶다”

공집합은 어디서든 조화롭게 어우러지기 위해 아무 곳에도 속해있지 않겠다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다. 후암동에 스며들기 위해 노력 중인 공집합은 앞으로도 편안하게 이 공간을 즐겨주신다면, 더 바랄 게 없다며 진심을 내비쳤다.

“우리만의 색깔을 가지고 동네에 스며들고 싶다. 앞으로 손님들에게 딱히 바라는 것도 없다. 지금처럼 편안하게, 또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한다. 공간에 와서 만족하고 나가시면 충분하다. 또 오고 싶은 공간,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싶은 공간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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