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한다. 국내에선 앙상블 배우들을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고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편집자주> (사진=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웃는 남자’는 세기의 문호 빅토르 위고의 명작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끔찍한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순수한 마음을 가진 그윈플렌의 여정을 따라 정의와 인간성이 무너진 세태를 비판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에 대해 조명한 작품이다. ‘웃는 남자’의 시대적 배경을 채워주는 건 앙상블들의 역할이다. 그윈플렌의 곁을 지키며, 의상으로, 안무와 연기로 그 당시의 분위기를 설명한다. 특히 앙상블 중에는 유독 눈길을 끄는 배우가 있다. 반쪽은 남자의 모습을, 또 다른 반쪽은 여자의 모습을 하며 온갖 능청을 떨어대는 배우 서종원이다. 연륜이 느껴지는 연기를 선보이지만, 사실 이번 작품이 데뷔 후 두 번째다.  ◇ 배우 ‘서종원’은...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섹시동안클럽 2기 27살 서종원입니다. 하하. 저는 2019년 ‘벤허’로 데뷔했고, 2020년 ‘웃는 남자’가 제 두 번째 작품이에요. 아직 새내기죠(웃음). 원래 운동선수를 꿈꿨는데, 가정환경이 어려워서 포기했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TV에서 뮤지컬 ‘그리스’를 보게 됐어요. 거기에 빠져서 정말 뜬금없이 뮤지컬 배우를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뜬금없이 시작한 게 꿈이 되고 이제는 제 직업이 되었네요. 아직도 신기해요 제가 뮤지컬 배우라는 게.  Q. ‘반남반녀’ 캐릭터를 맡고 있는데, 오디션에서도 이 역할이 주어졌다고요?  A. 진짜 기억에 남는 오디션이었어요. 저한테 반남반녀 캐릭터가 주어졌는데 너무 생소하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더 섹시하게 보일지, 혹은 더 남자답게 보일지 고민했어요.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아서 다 내려놓고 ‘내 안의 섹시를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임했는데 합격이 됐더라고요. 저 엄청 울었어요. 하하. 그리고 합격 전화가 왔는데 ‘서종원 배우님’이라는 말을 들으니 ‘내가 진짜 배우가 됐구나’ 실감하게 됐어요.  Q. 감격적인 합격소식 이후엔 어땠나요.   A. 연습하는 매일 매일이 인상 깊었던 날이었죠. 그냥 놀이터라고 생각해요. 내가 나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곳이에요. 하루하루 노트를 받으면서 서로 같이 이야기하고 호흡하고 이것저것 다 해보면서요. ‘웃는 남자’ 연습은 저를 다듬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아, 한가지 고민이 됐던 건 있었어요. 제가 반은 남자, 나머지 반은 여자인데 혹여 동작을 하다 보면 관객들에게 겨드랑이 털이 보일 수 있잖아요. 제모를 해야 하나 진짜 심각하게 고민했어요.  Q. 고민의 결과는요?  A. 원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즐기고 있답니다. 하하.  Q. 무대를 진짜 즐기는 것 같네요. ‘좋은 배우’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A. 정말 좋은 배우가 뭘까 아직도 많이 생각하게 되는 부분인데, 조심스럽지만 제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는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임하는 배우인 것 같아요. 이 무대를 준비하기까지 정말 많은 분들이 힘써주시는데 그 모든 분들께 매일 감사하고 이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할 줄 아는 배우요.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 ‘앙상블’이라는 직업은... 배우 서종원은 프롤로그에서 콤프라치코스, 파티 장면에서는 하인으로 등장한다. 또 높은 자리에 있는 귀족이 되기도 했다가, ‘일단 와’ 씬에서 반남반녀로 열연한다. 많은 역할을 퀵으로 번갈아가면서 거뜬히 소화해내고 있다.  Q. ‘웃는 남자’ 앙상블로서 무대에 오르는 것에 힘든 점이 있다면요?  A. 무대를 오르는 게 힘들어진다는 생각이 든다면 전 아마 엄청 늙어 있을 거예요. 지금은 아직 쌩쌩해요(웃음). 이 역할들을 하기 위해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있거든요. 아, 힘든 게 있었네요. 무대에 오르기 전, 매일 더 좋은 캐릭터를 만길기 위해 하는 이 운동이 그렇게 힘들더라고요.  Q. 뮤지컬에서 앙상블이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요.  A. 앙상블은 달리기 경주에 ‘준비, 땅!’ 하는 총과 같은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극을 시작하게 해주고, 마무리도 해주고고요. 또 배경을 만들어주기도 하고요. 극의 모든 걸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네요.  Q. 앙상블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어떤 것 같나요?  A. 기특하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공연 끝나고 팬들 만나면 ‘고생했다’ ‘힘들 텐데 오늘도 공연 잘했다’ ‘응원한다’고 해주세요. 앙상블이라는 직업은, 어떻게 보면 응원해주고 싶은 직업이 아닐까 생각해요.  Q. 관객들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길 바라실까요. A. 앞으로 더 높이 올라갈 거예요. 뮤지컬 배우라는 꿈은 이뤘잖아요. 이제 조연, 또 주연까지 제 노래와 연기를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꿈을 이뤘는데 또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게 이 직업인 것 같아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저는 관객들에게 ‘간장게장’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간장게장인데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고 계속 찾게 되더라고요. 관객들에게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 뮤지컬 ‘웃는 남자’는.. 지난 2018년 EMK뮤지컬컴퍼니가 선보인 오리지널 창작 뮤지컬 ‘웃는 남자’는 총 5년의 제작기간, 175억 원 대의 초대형 제작비를 투입해 한국 창작 뮤지컬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등장한 수작이다.  초연 개막 후 한 달 만에 최단 기간 누적관객 10만 명을 기록, 마지막 까지 총 2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기록을 세웠고, 지난해 제7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 6관왕을 수상하는 등 여러 뮤지컬 시상식의 작품상을 휩쓸었다.  올해 재연에는 그윈플렌 역에 이석훈·규현·박강현·수호, 우르수스 역에 민영기·양준모, 조시아나 여공작 역에 신영숙·김소향, 데아 역에 강혜인·이수빈, 데이빗 더리모어 경 역에 최성원·강태을, 페드로 역에 이상준, 앤여왕 역에 김경선·한유란, 어린 그윈플렌 역에 이시목·박태양·유석현, 그리고 서종원을 포함한 20명의 앙상블 배우가 함께 한다.  ‘웃는 남자’는 3월 1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앙상블;뷰⑱] ‘웃는 남자’ 서종원, 새내기 배우에게서 느껴진 노련미

반남반녀 캐릭터 생소했지만 연구 끝에 합격

박정선 기자 승인 2020.01.16 10:29 | 최종 수정 2020.01.16 11:43 의견 1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한다. 국내에선 앙상블 배우들을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고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편집자주>

(사진=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웃는 남자’는 세기의 문호 빅토르 위고의 명작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끔찍한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순수한 마음을 가진 그윈플렌의 여정을 따라 정의와 인간성이 무너진 세태를 비판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에 대해 조명한 작품이다.

‘웃는 남자’의 시대적 배경을 채워주는 건 앙상블들의 역할이다. 그윈플렌의 곁을 지키며, 의상으로, 안무와 연기로 그 당시의 분위기를 설명한다. 특히 앙상블 중에는 유독 눈길을 끄는 배우가 있다. 반쪽은 남자의 모습을, 또 다른 반쪽은 여자의 모습을 하며 온갖 능청을 떨어대는 배우 서종원이다. 연륜이 느껴지는 연기를 선보이지만, 사실 이번 작품이 데뷔 후 두 번째다. 

◇ 배우 ‘서종원’은...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섹시동안클럽 2기 27살 서종원입니다. 하하. 저는 2019년 ‘벤허’로 데뷔했고, 2020년 ‘웃는 남자’가 제 두 번째 작품이에요. 아직 새내기죠(웃음). 원래 운동선수를 꿈꿨는데, 가정환경이 어려워서 포기했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TV에서 뮤지컬 ‘그리스’를 보게 됐어요. 거기에 빠져서 정말 뜬금없이 뮤지컬 배우를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뜬금없이 시작한 게 꿈이 되고 이제는 제 직업이 되었네요. 아직도 신기해요 제가 뮤지컬 배우라는 게. 

Q. ‘반남반녀’ 캐릭터를 맡고 있는데, 오디션에서도 이 역할이 주어졌다고요? 

A. 진짜 기억에 남는 오디션이었어요. 저한테 반남반녀 캐릭터가 주어졌는데 너무 생소하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더 섹시하게 보일지, 혹은 더 남자답게 보일지 고민했어요.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아서 다 내려놓고 ‘내 안의 섹시를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임했는데 합격이 됐더라고요. 저 엄청 울었어요. 하하. 그리고 합격 전화가 왔는데 ‘서종원 배우님’이라는 말을 들으니 ‘내가 진짜 배우가 됐구나’ 실감하게 됐어요. 

Q. 감격적인 합격소식 이후엔 어땠나요.  

A. 연습하는 매일 매일이 인상 깊었던 날이었죠. 그냥 놀이터라고 생각해요. 내가 나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곳이에요. 하루하루 노트를 받으면서 서로 같이 이야기하고 호흡하고 이것저것 다 해보면서요. ‘웃는 남자’ 연습은 저를 다듬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아, 한가지 고민이 됐던 건 있었어요. 제가 반은 남자, 나머지 반은 여자인데 혹여 동작을 하다 보면 관객들에게 겨드랑이 털이 보일 수 있잖아요. 제모를 해야 하나 진짜 심각하게 고민했어요. 

Q. 고민의 결과는요? 

A. 원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즐기고 있답니다. 하하. 

Q. 무대를 진짜 즐기는 것 같네요. ‘좋은 배우’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A. 정말 좋은 배우가 뭘까 아직도 많이 생각하게 되는 부분인데, 조심스럽지만 제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는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임하는 배우인 것 같아요. 이 무대를 준비하기까지 정말 많은 분들이 힘써주시는데 그 모든 분들께 매일 감사하고 이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할 줄 아는 배우요.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 ‘앙상블’이라는 직업은...

배우 서종원은 프롤로그에서 콤프라치코스, 파티 장면에서는 하인으로 등장한다. 또 높은 자리에 있는 귀족이 되기도 했다가, ‘일단 와’ 씬에서 반남반녀로 열연한다. 많은 역할을 퀵으로 번갈아가면서 거뜬히 소화해내고 있다. 

Q. ‘웃는 남자’ 앙상블로서 무대에 오르는 것에 힘든 점이 있다면요? 

A. 무대를 오르는 게 힘들어진다는 생각이 든다면 전 아마 엄청 늙어 있을 거예요. 지금은 아직 쌩쌩해요(웃음). 이 역할들을 하기 위해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있거든요. 아, 힘든 게 있었네요. 무대에 오르기 전, 매일 더 좋은 캐릭터를 만길기 위해 하는 이 운동이 그렇게 힘들더라고요. 

Q. 뮤지컬에서 앙상블이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요. 

A. 앙상블은 달리기 경주에 ‘준비, 땅!’ 하는 총과 같은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극을 시작하게 해주고, 마무리도 해주고고요. 또 배경을 만들어주기도 하고요. 극의 모든 걸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네요. 

Q. 앙상블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어떤 것 같나요? 

A. 기특하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공연 끝나고 팬들 만나면 ‘고생했다’ ‘힘들 텐데 오늘도 공연 잘했다’ ‘응원한다’고 해주세요. 앙상블이라는 직업은, 어떻게 보면 응원해주고 싶은 직업이 아닐까 생각해요. 

Q. 관객들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길 바라실까요.

A. 앞으로 더 높이 올라갈 거예요. 뮤지컬 배우라는 꿈은 이뤘잖아요. 이제 조연, 또 주연까지 제 노래와 연기를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꿈을 이뤘는데 또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게 이 직업인 것 같아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저는 관객들에게 ‘간장게장’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간장게장인데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고 계속 찾게 되더라고요. 관객들에게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 뮤지컬 ‘웃는 남자’는..

지난 2018년 EMK뮤지컬컴퍼니가 선보인 오리지널 창작 뮤지컬 ‘웃는 남자’는 총 5년의 제작기간, 175억 원 대의 초대형 제작비를 투입해 한국 창작 뮤지컬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등장한 수작이다. 

초연 개막 후 한 달 만에 최단 기간 누적관객 10만 명을 기록, 마지막 까지 총 2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기록을 세웠고, 지난해 제7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 6관왕을 수상하는 등 여러 뮤지컬 시상식의 작품상을 휩쓸었다. 

올해 재연에는 그윈플렌 역에 이석훈·규현·박강현·수호, 우르수스 역에 민영기·양준모, 조시아나 여공작 역에 신영숙·김소향, 데아 역에 강혜인·이수빈, 데이빗 더리모어 경 역에 최성원·강태을, 페드로 역에 이상준, 앤여왕 역에 김경선·한유란, 어린 그윈플렌 역에 이시목·박태양·유석현, 그리고 서종원을 포함한 20명의 앙상블 배우가 함께 한다. 

‘웃는 남자’는 3월 1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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