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알앤디웍스 제공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보여주는 연기의 에너지를 한 단어로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맡은 캐릭터에 따라, 작품의 성격에 따라 수시로 변하고, 그 안에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무언가가 있다. 흔히 ‘흡인력’ 있는 배우라는 말을 쓰는데, 최근 배우 장지후에게서 사람을 끄는 강한 힘이 느낄 수 있었다.  큰 키에 다부진 체격, 준수한 외모로 시선을 끄는 장지후는 ‘마마, 돈크라이’ ‘노트르담 드 파리’ ‘호프-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더데빌’ ‘킹아더’ ‘세종, 1446’ 등의 작품에서 빼어난 연기력과 풍부한 성량을 보여줬다. 지금은 뮤지컬 ‘그림자를 판 사나이’와 연극 ‘환상동화’를 동시에 소화해내고 있다.  벌써 데뷔 10년차이지만 사실상 본격적으로 활동을 한 건 2017년, 즉 3여 년 정도다. 그렇다고 ‘갑자기 뜬 배우’라고 말할 순 없다. 그가 보낸 인고의 시간이 지금의 이 자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제가 직업학교를 나왔어요. 졸업생들은 의무취업을 하는데, 그때 파주에 있는 무대회사에 취직을 하게 됐어요. 조영남 디너쇼나 싸이 콘서트 등 무대 세트를 세우는 일들을 했는데 그 무대 위의 가수를 보고 있자니 갈증이 생기더라고요. 어떻게 출발해야하는지 자체를 몰랐는데, 막연히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아졌어요. 문제는 집안 형편이었죠. 말을 꺼내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부모님이 속상해 하실 게 뻔하니까요”  공장의 한편에 판자를 깔아놓고 생활하던 그 시절,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의 갈증은 더 심해졌다. 자신이 만든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처럼 주목을 받고, 스스로의 끼와 재능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에 서는 상상을 하면 짜릿함까지 느끼곤 했다. 회사에서 느끼는 부당한 대우도 문제였지만, 사실 그를 일으킨 건 잠재되어있던 그 속의 재능 때문이었을 터다.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연기가 너무 하고 싶다’고 어렵게 말을 꺼냈는데 너무 곤란해 하시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엄마한테 ‘잠시만 불효를 하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죠. 결국 경제적인 여유가 있던 아버지가 도와줘서 입시 학원에 다니게 됐고, 이후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을 걷게 됐어요. 지금은 부모님이 인터넷 검색을 그렇게 하세요. 왜 맨날 ‘장지후’를 검색하고, 똑같은 걸 계속 보시는지(웃음)”  사진=스토리피 제공 그렇게 고집스럽게 시작한 배우의 길인만큼 장지후는 쉼 없이 달리고 있다. ‘환상동화’와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동시에 무대에 오르고 있는데 그는 하루는 전쟁광대로, 또 하루는 페터 슐레밀로 살아간다. 두 캐릭터의 온도차가 극명해 혼란이 올 수도 있지만, 그는 전혀 흔들림 없는 무대로 매번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솔직히 혼란스럽진 않아요. ‘그림자를 판 사나이’ 공연장에 가면 그 곳의 냄새가 나고, ‘환상동화’ 공연장에 가면 입구부터 ‘환상동화’ 냄새가 확 나요. 하하. 그래서 그런지 두 작품의 대기실에서 저의 모습이 180도 다른 것 같아요. ‘그림자’의 경우는 가만히 앉아서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힘든 노래가 많아서 목도 풀어야하고요. 근데 ‘환상동화’ 대기실에서는 농담 따먹기가 생활화 됐어요. 형들, 동생들과 장난으로 준비를 하는 셈이죠. 의도하지 않아도 그렇게 되더라고요. 아, 그건 있어요. ‘그림자’ 공연을 하고 나오면 ‘환상동화’한테 미안하고, ‘환상동화’를 하고 나면 ‘그림자’한테 미안한 감정이 생기더라고요. 둘 다 정말 애정하는 작품이라서 그런가 봐요”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독일 작가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의 소설 ‘페터 슐레밀의 기이한 이야기’를 원작으로, 자신의 그림자를 대가로 한 페터 슐레밀과 그레이맨의 거래가 서사의 중심이 된다.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자기기만으로 인한 비판하는 작품의 특성상 주인공인 페터 슐레밀이 가지는 심리적인 압박이 매우 크다.  반면 ‘환상동화’는 육체적 고통이 따른다. ‘뮤지컬 같은 연극’이라고 불릴 정도로 작품에서 장지후가 소화해야하는 육체적인 수고가 따른다. 노래와 격정적인 안무, 마술을 선보이면서 이렇다 할 퇴장 한 번이 없다. 실제로 무대에 선 배우들의 옷은 공연이 끝날 때 쯤 모두 흥건하게 젖어 있다.  “둘 다 진짜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작품들이죠. 그래도 ‘그림자를 판 사나이’가 ‘환상동화’보다 다섯 배는 넘게 힘들어요. 일단 페터 슐레밀도 퇴장이 거의 없어요. 또 괴롭힘을 당해야 하는 캐릭터라 정신적으로 받는 압박이 커요. 한 사람의 선택으로 인해 받게 되는 대가들을 다구로 있잖아요. 이런 주제의 극을 출발시켜야 하는 역할은 진짜 역대급으로 힘들더라고요. 반면 ‘환상동화’는 체력적으로 힘든 작품이지만 한바탕 놀고 집에 들어가는 느낌이에요. 힘들다는 생각 보다는 땀 흘리고 개운하게 집에 들어가는 느낌이랄까요?”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힘든 두 작품을 동시에 올리고 있음에도 지친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그는 “난 워커홀릭”이라며 “무대에 오르는 것이 일상에서의 가장 큰 일탈”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간절하게 꿈 꿔왔던 배우 생활을 할 수 있음에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말이다.

[마주보기①] 장지후, 고집스럽게 시작한 뮤지컬 배우의 길

박정선 기자 승인 2020.01.17 10:03 의견 0
사진=알앤디웍스 제공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보여주는 연기의 에너지를 한 단어로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맡은 캐릭터에 따라, 작품의 성격에 따라 수시로 변하고, 그 안에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무언가가 있다. 흔히 ‘흡인력’ 있는 배우라는 말을 쓰는데, 최근 배우 장지후에게서 사람을 끄는 강한 힘이 느낄 수 있었다. 

큰 키에 다부진 체격, 준수한 외모로 시선을 끄는 장지후는 ‘마마, 돈크라이’ ‘노트르담 드 파리’ ‘호프-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더데빌’ ‘킹아더’ ‘세종, 1446’ 등의 작품에서 빼어난 연기력과 풍부한 성량을 보여줬다. 지금은 뮤지컬 ‘그림자를 판 사나이’와 연극 ‘환상동화’를 동시에 소화해내고 있다. 

벌써 데뷔 10년차이지만 사실상 본격적으로 활동을 한 건 2017년, 즉 3여 년 정도다. 그렇다고 ‘갑자기 뜬 배우’라고 말할 순 없다. 그가 보낸 인고의 시간이 지금의 이 자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제가 직업학교를 나왔어요. 졸업생들은 의무취업을 하는데, 그때 파주에 있는 무대회사에 취직을 하게 됐어요. 조영남 디너쇼나 싸이 콘서트 등 무대 세트를 세우는 일들을 했는데 그 무대 위의 가수를 보고 있자니 갈증이 생기더라고요. 어떻게 출발해야하는지 자체를 몰랐는데, 막연히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아졌어요. 문제는 집안 형편이었죠. 말을 꺼내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부모님이 속상해 하실 게 뻔하니까요” 

공장의 한편에 판자를 깔아놓고 생활하던 그 시절,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의 갈증은 더 심해졌다. 자신이 만든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처럼 주목을 받고, 스스로의 끼와 재능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에 서는 상상을 하면 짜릿함까지 느끼곤 했다. 회사에서 느끼는 부당한 대우도 문제였지만, 사실 그를 일으킨 건 잠재되어있던 그 속의 재능 때문이었을 터다.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연기가 너무 하고 싶다’고 어렵게 말을 꺼냈는데 너무 곤란해 하시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엄마한테 ‘잠시만 불효를 하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죠. 결국 경제적인 여유가 있던 아버지가 도와줘서 입시 학원에 다니게 됐고, 이후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을 걷게 됐어요. 지금은 부모님이 인터넷 검색을 그렇게 하세요. 왜 맨날 ‘장지후’를 검색하고, 똑같은 걸 계속 보시는지(웃음)” 

사진=스토리피 제공

그렇게 고집스럽게 시작한 배우의 길인만큼 장지후는 쉼 없이 달리고 있다. ‘환상동화’와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동시에 무대에 오르고 있는데 그는 하루는 전쟁광대로, 또 하루는 페터 슐레밀로 살아간다. 두 캐릭터의 온도차가 극명해 혼란이 올 수도 있지만, 그는 전혀 흔들림 없는 무대로 매번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솔직히 혼란스럽진 않아요. ‘그림자를 판 사나이’ 공연장에 가면 그 곳의 냄새가 나고, ‘환상동화’ 공연장에 가면 입구부터 ‘환상동화’ 냄새가 확 나요. 하하. 그래서 그런지 두 작품의 대기실에서 저의 모습이 180도 다른 것 같아요. ‘그림자’의 경우는 가만히 앉아서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힘든 노래가 많아서 목도 풀어야하고요. 근데 ‘환상동화’ 대기실에서는 농담 따먹기가 생활화 됐어요. 형들, 동생들과 장난으로 준비를 하는 셈이죠. 의도하지 않아도 그렇게 되더라고요. 아, 그건 있어요. ‘그림자’ 공연을 하고 나오면 ‘환상동화’한테 미안하고, ‘환상동화’를 하고 나면 ‘그림자’한테 미안한 감정이 생기더라고요. 둘 다 정말 애정하는 작품이라서 그런가 봐요”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독일 작가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의 소설 ‘페터 슐레밀의 기이한 이야기’를 원작으로, 자신의 그림자를 대가로 한 페터 슐레밀과 그레이맨의 거래가 서사의 중심이 된다.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자기기만으로 인한 비판하는 작품의 특성상 주인공인 페터 슐레밀이 가지는 심리적인 압박이 매우 크다. 

반면 ‘환상동화’는 육체적 고통이 따른다. ‘뮤지컬 같은 연극’이라고 불릴 정도로 작품에서 장지후가 소화해야하는 육체적인 수고가 따른다. 노래와 격정적인 안무, 마술을 선보이면서 이렇다 할 퇴장 한 번이 없다. 실제로 무대에 선 배우들의 옷은 공연이 끝날 때 쯤 모두 흥건하게 젖어 있다. 

“둘 다 진짜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작품들이죠. 그래도 ‘그림자를 판 사나이’가 ‘환상동화’보다 다섯 배는 넘게 힘들어요. 일단 페터 슐레밀도 퇴장이 거의 없어요. 또 괴롭힘을 당해야 하는 캐릭터라 정신적으로 받는 압박이 커요. 한 사람의 선택으로 인해 받게 되는 대가들을 다구로 있잖아요. 이런 주제의 극을 출발시켜야 하는 역할은 진짜 역대급으로 힘들더라고요. 반면 ‘환상동화’는 체력적으로 힘든 작품이지만 한바탕 놀고 집에 들어가는 느낌이에요. 힘들다는 생각 보다는 땀 흘리고 개운하게 집에 들어가는 느낌이랄까요?”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힘든 두 작품을 동시에 올리고 있음에도 지친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그는 “난 워커홀릭”이라며 “무대에 오르는 것이 일상에서의 가장 큰 일탈”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간절하게 꿈 꿔왔던 배우 생활을 할 수 있음에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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