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밀양' 스틸컷) 용서는 과연 누구의 몫일까? 남편을 잃은 30대 젊은 엄마가 시골에 정착하자마자 아이를 잃는다. 이미 많은 것을 잃은 여자는 남편의 고향에서 아이와의 새로운 삶을 기약하지만 아이는 유괴당하고 끝내 여자의 곁을 떠나고 만다. 모든 것을 잃은 여자는 종교에 기대어 삶을 이어가다가 아이를 앗아간 유괴범을 용서하기 위해 감옥을 찾았다가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경험을 한다. 유괴범이 말한다. 자신은 하느님에게서 자신의 죄를 용서받았다고. 자신과 죽은아이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세상 어느 누가 그를 용서했단 말인가. 그 유괴범은 정말 용서받을 자격이 있기는 한 것일까? 여자는 다시 혼란과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영화 ‘밀양’은 당대 연기 잘하는 스타들의 출연, 위대한 감독의 연출만으로 유명한 작품이라 할 수 없다. 이 영화는 심오한 질문을 던지며 용서란 누구의 권리이고 그 자격은 누구에게 부여되는 것인지를 묻는다. 가족을 잃는다는 경험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크고 작은 순간 이런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피해자는 용서할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타인이, 세상이 용서를 종용하는 순간, 과오를 용서받기 위해 변화하고 진실된 태도를 보여주지 않는 가해자들은 우리 삶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영화 ‘밀양’을 통해 용서라는 화두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본 이라면 용서받을 자격과 용서할 권리에 대해 고민하고 사유한 ‘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를 읽어볼 만하다.     ■ 용서의 자격과 권리 ‘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 ‘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는 나치 전범 추적자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출신 유대인 시몬 비젠탈(1908~2005)이 쓴 자전적 에세이에 더해 그에 대한 세계 각국 다양한 인사들의 반응을 엮은 책을 번역한 것이다. 유대인 수용소에 수용된 적 있던 비젠탈은 죽어가는 나치 장교가 입원해있는 병실로 불려가게 되고, 이 장교는 비젠탈에게 죽음을 앞둔 시점에서 자신이 학살한 이들과 같은 유대인에게서라도 용서를 받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비젠탈은 그 자리에서 아무 말 없이 병실을 나선다. 자신 뿐 아니라 89명의 친척이 나치에 의해 목숨을 잃은 상황, 도저히 용서한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고 그는 고백한다. 이후 비젠탈은 ‘어떤 죄인이라도 죽음을 앞두고 진심으로 뉘우친다면 용서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인가’라는 고민에 평생 얽매어 살았다. 이 책은 비젠탈이 이 “당신이라면 과연 어떻게 했을 것인가”라고 독자들에게 건네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의 책이 출간된지 7년만에 전세계 지식인과 종교인들이 응답했고 이 책은 비젠탈의 고민과 세계 명사들의 의견이 함께 묶여 출간됐다. 이 개정판은 올해에서야 국내에 소개됐다. 국내 독자들에게도 이 책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일제 강제 징용, 일본군 위안부, 논란의 민주화 운동 등 가해자와 피해자의 잘잘못을 따지는 뜨거운 논쟁 사이 가해자들의 사과없는 용서가 가능한 것인지, 어떤 범죄도 뉘우치기만 하면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인지, 혹은 어떤 누군가가 다른 희생자들을 대신해 가해자를 요서해도 되는 것인지 용서와 화해에 대한 본질을 생각해보게 한다.

[미디어셀러] '밀양'이 던진 용서의 본질… '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가 응답하다

용서의 자격과 권리 ‘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

문다영 기자 승인 2020.01.28 17:20 의견 0
(사진=영화 '밀양' 스틸컷)


용서는 과연 누구의 몫일까?

남편을 잃은 30대 젊은 엄마가 시골에 정착하자마자 아이를 잃는다. 이미 많은 것을 잃은 여자는 남편의 고향에서 아이와의 새로운 삶을 기약하지만 아이는 유괴당하고 끝내 여자의 곁을 떠나고 만다. 모든 것을 잃은 여자는 종교에 기대어 삶을 이어가다가 아이를 앗아간 유괴범을 용서하기 위해 감옥을 찾았다가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경험을 한다.

유괴범이 말한다. 자신은 하느님에게서 자신의 죄를 용서받았다고. 자신과 죽은아이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세상 어느 누가 그를 용서했단 말인가. 그 유괴범은 정말 용서받을 자격이 있기는 한 것일까? 여자는 다시 혼란과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영화 ‘밀양’은 당대 연기 잘하는 스타들의 출연, 위대한 감독의 연출만으로 유명한 작품이라 할 수 없다. 이 영화는 심오한 질문을 던지며 용서란 누구의 권리이고 그 자격은 누구에게 부여되는 것인지를 묻는다.

가족을 잃는다는 경험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크고 작은 순간 이런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피해자는 용서할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타인이, 세상이 용서를 종용하는 순간, 과오를 용서받기 위해 변화하고 진실된 태도를 보여주지 않는 가해자들은 우리 삶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영화 ‘밀양’을 통해 용서라는 화두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본 이라면 용서받을 자격과 용서할 권리에 대해 고민하고 사유한 ‘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를 읽어볼 만하다.

 

 

■ 용서의 자격과 권리 ‘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

‘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는 나치 전범 추적자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출신 유대인 시몬 비젠탈(1908~2005)이 쓴 자전적 에세이에 더해 그에 대한 세계 각국 다양한 인사들의 반응을 엮은 책을 번역한 것이다.

유대인 수용소에 수용된 적 있던 비젠탈은 죽어가는 나치 장교가 입원해있는 병실로 불려가게 되고, 이 장교는 비젠탈에게 죽음을 앞둔 시점에서 자신이 학살한 이들과 같은 유대인에게서라도 용서를 받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비젠탈은 그 자리에서 아무 말 없이 병실을 나선다. 자신 뿐 아니라 89명의 친척이 나치에 의해 목숨을 잃은 상황, 도저히 용서한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고 그는 고백한다.

이후 비젠탈은 ‘어떤 죄인이라도 죽음을 앞두고 진심으로 뉘우친다면 용서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인가’라는 고민에 평생 얽매어 살았다. 이 책은 비젠탈이 이 “당신이라면 과연 어떻게 했을 것인가”라고 독자들에게 건네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의 책이 출간된지 7년만에 전세계 지식인과 종교인들이 응답했고 이 책은 비젠탈의 고민과 세계 명사들의 의견이 함께 묶여 출간됐다. 이 개정판은 올해에서야 국내에 소개됐다.

국내 독자들에게도 이 책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일제 강제 징용, 일본군 위안부, 논란의 민주화 운동 등 가해자와 피해자의 잘잘못을 따지는 뜨거운 논쟁 사이 가해자들의 사과없는 용서가 가능한 것인지, 어떤 범죄도 뉘우치기만 하면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인지, 혹은 어떤 누군가가 다른 희생자들을 대신해 가해자를 요서해도 되는 것인지 용서와 화해에 대한 본질을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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