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의 성 착취 동영상을 제작하고 유포한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으로 전 국민이 충격을 받았다. 여성을 노예로 이름 붙이며 거짓말과 협박으로 성착취 동영상을 제작한 일당이 운영한 ‘박사방’ 가입자 수가 26만 명이라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수십 만 원에서 수백 만 원까지 하는 회원가입 비용은 성 착취 동영상 제작에 쓰이고, 이를 보기 위해 또 다시 돈을 내고 박사방에 가입하는 사람들. 이 사건의 피해자도, 가해자도 되고 있는 미성년자에 대한 보호를 위해 아동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아청법) 개정 목소리가 높은 때다. -편집자주-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지만 기실 우리 사회에서 음란물 유포 문제는 20년 넘게 계속되어 왔다. 일베, 소라넷, 웹하드카르텔 등 음란물 제작, 유포, 공유 등의 행위는 범죄로 인식되지 않아 왔다.  이에 대해 서지현 검사는 “사이버라는 말이 붙으면 범죄라고 인식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면서 “사이버가 붙으면 일단 현실에서의 범죄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볍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사이버 공간에서의 폭력과 범죄는 현실을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세계 최대 아동 포르노 공유 및 유포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가 내달 27일 출소한다. (사진=웰컴투비디오) ■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한국서 징역 1년 6개월…다운받은 미국인 징역 5년 8개월 2015년부터 3년 가까이 ‘웰컴투비디오’ 사이트를 운영하며 4억 원의 이득을 본 24살 손정우씨가 다음달 27일 출소한다. 손씨는 ‘사이버 조두순’이라 불리고 있는 인물이지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고 실형을 산 데 그쳤다.  이 사이트에서 적발된 아동 포르노는 8테라바이트에 달했다. 2018년 2월 기준으로 100만 건이 넘는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했고, 서버에는 영상 파일 20만 개가 보관 중이었다. 중복 자료 없는 약 25만 개의 아동 포르노가 업로드 중이었으며, 이 중 45%는 기존에 알려진 영상이 아닌 ‘웰컴투비디오’에서만 발견된 영상이었다. 업로드 페이지에는 “성인 포르노는 올리지 말 것”이라는 배너도 있었다. 기소장에 의하면 영유아 및 4~5세의 아이들이 성폭행을 당하는 영상뿐 아니라 폭행, 수간, 신체를 훼손하는 영상 등도 존재했다. 이 사이트 검거를 통해서 미국에서 그동안 성폭행을 당하던 아동들이 여럿 구출되었는데, 그 중에서는 생후 6개월 된 신생아도 있었다. 신체 훼손이 있는 아이들도 있었고 그동안 실종 신고 되었던 아이들도 다수 발견되었다.  2017년 9월 서버의 IP 주소가 한국 통신 회사의 것으로 밝혀지면서 수사망이 좁혀졌다. 이어 2018년 2월 28일 미국 워싱턴 DC 연방 법원 소속 연방 치안 판사는 충남에 거주 중인 23세 남성 손정우를 상대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한국 경찰청은 같은 해 3월 5일 가택 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두 달 후, 한국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아동음란물을 제공하는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손정우를 구속 송치하였다고 발표했다. 이후 손정우는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손정우의 복역은 내달 26일 끝나고 27일 출소한다. 반면 이 사이트에서 단 한차례 영상을 내려 받은 미국인 리처드 그랫코프스키는 이름이 공개되고 징역 5년 8개월을 선고받았다. 미국 법무부가 손씨에 대한 신변인도를 요청했다. (사진=JTBC 방송캡처) 이에 미국은 미국에서도 불법 영상물을 팔았다면서 다시 죄를 물을 테니 손씨를 미국으로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 손씨는 다음 달이면 풀려나지만, 법무부는 아직 미국에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는 걸로 확인됐다. 미국 위싱턴DC 연방 검사 제시라우는 “아동 성착취는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악행이란 점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이 범행은 너무 악랄해서 입에 담기도 어렵지만…”이라며 손씨 범행의 잔혹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당시 우리 검찰과 법원은 손씨의 범죄를 아동 성착취물의 단순 배포나 판매 행위로 판단했다. '성폭력'이 아닌 '성범죄'로 분류돼 신상공개나 전자발찌 부착도 이뤄지지 않았다. (사진=픽사베이) ■ 성폭력 범죄 솜방망이 처벌, 실형선고 4건 중 1건에 불과 국내 성폭력 범죄, 특히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 가해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지적은 계속해서 이어져 왔다. 손정우 사례에서만 봐도 한국의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이 얼마나 솜방망이인 지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성폭력 범죄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4건 중 1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의 ‘2019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국내 성폭력범죄 발생건수는 지난 2009년 1만7377건에서 2013년 2만9097건, 2018년 3만2104건 등 10여 년간 2배 가까이 늘었다. 법무부가 지난 2008년부터 2018년까지의 모든 유형의 성범죄 현황을 조사해 최근 발표한 ‘2020 성범죄백서’에 따르면 사법부는 10년간 진행한 성범죄 관련 재판 7만4956건 중 절반에 가까운 3만1006건(41.4%)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다음으로 벌금형이 2만2669건(30.2%)으로 뒤를 이었고, 징역형이 1만9567건(26.1%)에 불과했다. 형이 집행되지 않았거나, 벌금형으로만 끝난 사건이 무려 71.6%에 달한다. 또 실형(사형·무기징역·징역·금고형)을 선고받은 이들 중에는 67.3%(19645건 중 13230건)가 1년 이상 6년 미만의 형량을 선고받았다. 같은 기간 동안 음란물 제작배포죄 732건 중 303건(41.4%)에 집행유예, 299건(40.9%)에 벌금형이 선고됐다. 통신매체 이용음란죄는 999건 중 298건(29.8%)에 집행유예, 542건(54.3%)에 벌금형이 선고됐다. 반면 해외 다른 나라들의 경우 성범죄, 특히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무겁다. 통상적으로 선고하는 징역형은 22년이다.  미국은 아동 성범죄자가 두 차례 유죄판결을 받으면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투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지난 2000년부터 시행 중이다. 캐나다는 범죄자에 따라 화학적 거세를 시행하기도 하며, 싱가포르는 강제 추행죄만으로도 징역형에 태형을 선고한다. 영국은 아동에게 성추행 및 관련 행위를 강요한 경우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예멘은 공개 처형까지 한다.

[아청법 개정 시급하다] ②처벌 수위 현저히 낮은 한국…‘웰컴투비디오’ 손정우, 미국서 인도 요청

성폭력 범죄 실형 선고 4건 중 1건에 불과…미국?캐나다에 비해 현저히 낮은 처벌 수위

박진희 기자 승인 2020.04.08 08:50 의견 0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의 성 착취 동영상을 제작하고 유포한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으로 전 국민이 충격을 받았다. 여성을 노예로 이름 붙이며 거짓말과 협박으로 성착취 동영상을 제작한 일당이 운영한 ‘박사방’ 가입자 수가 26만 명이라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수십 만 원에서 수백 만 원까지 하는 회원가입 비용은 성 착취 동영상 제작에 쓰이고, 이를 보기 위해 또 다시 돈을 내고 박사방에 가입하는 사람들. 이 사건의 피해자도, 가해자도 되고 있는 미성년자에 대한 보호를 위해 아동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아청법) 개정 목소리가 높은 때다. -편집자주-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지만 기실 우리 사회에서 음란물 유포 문제는 20년 넘게 계속되어 왔다. 일베, 소라넷, 웹하드카르텔 등 음란물 제작, 유포, 공유 등의 행위는 범죄로 인식되지 않아 왔다. 

이에 대해 서지현 검사는 “사이버라는 말이 붙으면 범죄라고 인식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면서 “사이버가 붙으면 일단 현실에서의 범죄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볍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사이버 공간에서의 폭력과 범죄는 현실을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세계 최대 아동 포르노 공유 및 유포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가 내달 27일 출소한다. (사진=웰컴투비디오)

■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한국서 징역 1년 6개월…다운받은 미국인 징역 5년 8개월

2015년부터 3년 가까이 ‘웰컴투비디오’ 사이트를 운영하며 4억 원의 이득을 본 24살 손정우씨가 다음달 27일 출소한다. 손씨는 ‘사이버 조두순’이라 불리고 있는 인물이지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고 실형을 산 데 그쳤다. 

이 사이트에서 적발된 아동 포르노는 8테라바이트에 달했다. 2018년 2월 기준으로 100만 건이 넘는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했고, 서버에는 영상 파일 20만 개가 보관 중이었다. 중복 자료 없는 약 25만 개의 아동 포르노가 업로드 중이었으며, 이 중 45%는 기존에 알려진 영상이 아닌 ‘웰컴투비디오’에서만 발견된 영상이었다. 업로드 페이지에는 “성인 포르노는 올리지 말 것”이라는 배너도 있었다.

기소장에 의하면 영유아 및 4~5세의 아이들이 성폭행을 당하는 영상뿐 아니라 폭행, 수간, 신체를 훼손하는 영상 등도 존재했다. 이 사이트 검거를 통해서 미국에서 그동안 성폭행을 당하던 아동들이 여럿 구출되었는데, 그 중에서는 생후 6개월 된 신생아도 있었다. 신체 훼손이 있는 아이들도 있었고 그동안 실종 신고 되었던 아이들도 다수 발견되었다. 

2017년 9월 서버의 IP 주소가 한국 통신 회사의 것으로 밝혀지면서 수사망이 좁혀졌다. 이어 2018년 2월 28일 미국 워싱턴 DC 연방 법원 소속 연방 치안 판사는 충남에 거주 중인 23세 남성 손정우를 상대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한국 경찰청은 같은 해 3월 5일 가택 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두 달 후, 한국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아동음란물을 제공하는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손정우를 구속 송치하였다고 발표했다.

이후 손정우는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손정우의 복역은 내달 26일 끝나고 27일 출소한다. 반면 이 사이트에서 단 한차례 영상을 내려 받은 미국인 리처드 그랫코프스키는 이름이 공개되고 징역 5년 8개월을 선고받았다.

미국 법무부가 손씨에 대한 신변인도를 요청했다. (사진=JTBC 방송캡처)

이에 미국은 미국에서도 불법 영상물을 팔았다면서 다시 죄를 물을 테니 손씨를 미국으로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 손씨는 다음 달이면 풀려나지만, 법무부는 아직 미국에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는 걸로 확인됐다.

미국 위싱턴DC 연방 검사 제시라우는 “아동 성착취는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악행이란 점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이 범행은 너무 악랄해서 입에 담기도 어렵지만…”이라며 손씨 범행의 잔혹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당시 우리 검찰과 법원은 손씨의 범죄를 아동 성착취물의 단순 배포나 판매 행위로 판단했다. '성폭력'이 아닌 '성범죄'로 분류돼 신상공개나 전자발찌 부착도 이뤄지지 않았다.

(사진=픽사베이)


■ 성폭력 범죄 솜방망이 처벌, 실형선고 4건 중 1건에 불과

국내 성폭력 범죄, 특히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 가해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지적은 계속해서 이어져 왔다. 손정우 사례에서만 봐도 한국의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이 얼마나 솜방망이인 지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성폭력 범죄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4건 중 1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의 ‘2019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국내 성폭력범죄 발생건수는 지난 2009년 1만7377건에서 2013년 2만9097건, 2018년 3만2104건 등 10여 년간 2배 가까이 늘었다.

법무부가 지난 2008년부터 2018년까지의 모든 유형의 성범죄 현황을 조사해 최근 발표한 ‘2020 성범죄백서’에 따르면 사법부는 10년간 진행한 성범죄 관련 재판 7만4956건 중 절반에 가까운 3만1006건(41.4%)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다음으로 벌금형이 2만2669건(30.2%)으로 뒤를 이었고, 징역형이 1만9567건(26.1%)에 불과했다. 형이 집행되지 않았거나, 벌금형으로만 끝난 사건이 무려 71.6%에 달한다.

또 실형(사형·무기징역·징역·금고형)을 선고받은 이들 중에는 67.3%(19645건 중 13230건)가 1년 이상 6년 미만의 형량을 선고받았다. 같은 기간 동안 음란물 제작배포죄 732건 중 303건(41.4%)에 집행유예, 299건(40.9%)에 벌금형이 선고됐다. 통신매체 이용음란죄는 999건 중 298건(29.8%)에 집행유예, 542건(54.3%)에 벌금형이 선고됐다.

반면 해외 다른 나라들의 경우 성범죄, 특히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무겁다. 통상적으로 선고하는 징역형은 22년이다. 

미국은 아동 성범죄자가 두 차례 유죄판결을 받으면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투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지난 2000년부터 시행 중이다. 캐나다는 범죄자에 따라 화학적 거세를 시행하기도 하며, 싱가포르는 강제 추행죄만으로도 징역형에 태형을 선고한다. 영국은 아동에게 성추행 및 관련 행위를 강요한 경우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예멘은 공개 처형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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