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팬心의 새 얼굴] ②열정페이부터 암표까지… 팬 울리는 갑질
[아이돌 팬心의 새 얼굴] ②열정페이부터 암표까지… 팬 울리는 갑질
  • 손예지 기자
  • 승인 2018.12.17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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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팬덤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의 팬덤은 아이돌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고객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데 더욱 적극적이다. 과거의 팬덤이 아이돌의 절대적인 지지자 역할을 했던 것과 비교된다. 이에 팬덤의 의견이 아이돌의 활동 방향을 좌우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반면 여전히 팬덤이 아이돌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움직인다는 점을 악용하는 사례 역시 적잖다. 갑(甲)과 을(乙) 사이에 놓인 아이돌 팬덤의 현재를 조명한다. -편집자주 

(사진=SM, YG엔터테인먼트)
(사진=SM, YG엔터테인먼트)

 

[뷰어스=손예지 기자] #1세대 아이돌을 대표하는 젝스키스의 팬 70여 명이 지난달 12일 멤버 강성훈과 개인 팬클럽 후니월드를 사기·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강성훈과 후니월드는 지난 4월 젝스키스 데뷔 20주년 기념 영상회로 발생한 티켓 수익금을 기부하지 않고 빼돌렸다는 게 고소인들의 주장이다. 현재 강성훈은 혐의를 부인하는 상태다. 문제는 이 외에도 강성훈을 둘러싼 젝스키스 팬들의 폭로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강성훈이 후니월드 운영에 불만을 표하는 팬들에게 “그딴 소리 그만하라” “얻다대고 반말이냐”고 꾸짖는 내용의 팬카페 글이 공개되기도 했다.

#아이돌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 출신의 가수 다나는 팬을 비난했다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 28일 SNS 라이브 방송 중 컴백을 요청하는 팬들에게 “(지난 음원에 대한) 반응이 별로라 못 나간다. 너네(팬들)가 열심히 해서 차트 1위만 만들어줬어도 솔로 (음반을) 또 낼 수 있었다. 차트가 아니라 너네가 잘못했다”고 핀잔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같은 발언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지며 논란이 일자 다나는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통해 “모든 것이 나의 불찰이다. 면목없다”고 사과했다.

최근 아이돌 팬덤을 공분케 한 이슈다. 팬을 아랫사람 대하듯 꾸짖는 강성훈의 태도는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었다. 다나는 팬의 노력을 당연히 여기는 뉘앙스의 발언으로 빈축을 샀다. 무엇보다 두 사람 모두 오랜 시간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활동한 연예인이기에 배신감이 더욱 컸다는 반응이다. 

더 많이 좋아하는 쪽이 약자라는 말이 있다. 팬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이돌에게 아낌없이 보내는 팬덤의 사랑은 종종 인질이 된다. 팬덤을 대상으로 한 ‘갑질’이 여전히 만연한 이유다.

■ 허위 마케팅부터 암표 거래까지… 팬 두 번 울린다

중학교 3학년의 A양은 지난 8~9월 치킨 브랜드 BBQ가 홍보하는 콘서트에 응모하기 위해 23마리의 치킨을 시켜먹었다. BBQ의 광고 모델인 엑소가 출연한다는 홍보 메시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콘서트 최종 라인업에는 엑소가 쏙 빠져 있었다. 치킨 한 마리 값이 2만 원에 육박하는 시대다. 부모님 눈치를 보며 응모횟수를 채웠던 A양은 절망했다.

이런 가운데 콘서트 티켓 증정 이벤트가 진행된 두 달간 BBQ 가맹점 평균 매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0.8%, 5.5%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A양을 비롯해 많은 엑소 팬이 BBQ의 허위 광고에 속아넘어간 것이다. 그러나 논란 직후 BBQ는 “콘서트 주최 측에서 엑소 출연을 논의했으나 불발된 것으로 안다”며 “본사에서 엑소 출연을 공식화한 적은 없다. 출연진 라인업에 엑소가 적힌 광고 메시지는 일부 가맹점이 보낸 것”이라고 꼬리를 잘랐다.

20대 직장인이자 동방신기의 오랜 팬이라는 B씨의 사연도 눈길을 끈다. B씨는 오는 26일 예정된 동방신기 팬미팅 티켓 예매에 실패했다. 며칠 밤을 새워 취켓팅(미입금으로 새벽에 취소되는 표를 예매하는 것)을 시도했으나 좌석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SNS에서 원가 이상의 가격으로 팬미팅 티켓을 판매한다는 글을 볼 때마다 B씨는 속이 쓰리다.

공연 티켓의 불법 거래는 말 그대로 ‘불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표상들이 아이돌 공연마다 출몰해 팬덤을 괴롭힌다. 지난 12일 방송된 KBS1 ‘뉴스9’ 끈질긴K 코너에서는 암표상들의 ‘꼼수’를 폭로했다. 보도에 따르면 암표상들은 대여섯 명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티켓 예매창이 열리자마자 이른바 ‘매크로’를 사용한다. 매크로란 정보를 자동으로 반복해 입력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일반적으로 티켓 얘매 시 필요한 클릭수가 5번이라면 매크로 사용 시에는 단축키를 2번만 누르면 된다는 것. 이와 관련해 티켓 예매처는 “암표는 판매된 이후 일어나는 거래 방식이라 예매처하고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렇듯 티켓 예매처가 손을 놓는 사이 암표상들은 더욱 활개를 친다. 지난 8월에는 11만원짜리 방탄소년단의 콘서트 티켓을 320만원에 팔겠다는 암표상이 나오기까지 했다.

(사진=KBS, 채널A 뉴스화면)
(사진=KBS, 채널A 뉴스화면)

 

이에 일부 소속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암표상 퇴치에 나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는 예매처 사이트를 통해 매크로 차단 시스템을 도입하고 양도 및 프리미엄 티켓 신고제를 운영했다. 또 지난 10월 오랜만에 완전체 콘서트를 개최한 H.O.T.는 1차 예매 실시 이후 매크로로 예매된 티켓을 강제 취소하고, 동일한 주소지로 대량의 티켓이 발송 요청된 경우에 한해 현장 수령만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아이유의 소속사 카카오엠은 팬덤과 합심했다. 불법 거래를 신고하는 팬에게 해당 티켓을 제공한다는 방침을 밝혀 참여를 유도한 것이다. 덕분에 아이유 소속사와 팬덤은 약 2달간 200건 이상의 암표를 적발하는 성과를 냈다.

그런가 하면 아이돌 팬 3년 차의 30대 직장인 D씨는 연말이면 휴대전화 요금을 걱정하는 게 일상이었다고 한다. 일부 가요 시상식의 유료 투표 제도 때문이다. 투표를 위해 팬들로 하여금 상업 광고를 시청하게 하거나 물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아예 투표권을 판매하는 곳도 있다. D씨는 좋아하는 아이돌의 수상을 바라는 마음으로 결제와 투표를 반복하다 보면 전월 대비 급증한 요금 청구서를 받아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다행인 점은 유료 투표 폐지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가온차트 뮤직어워즈’가 선두에 섰다. ‘가온차트 뮤직어워즈’ 주최측은 “최근 수많은 시상식이 개최되고 과열됨에 따라 가수와 팬들의 피로감은 증가되고, 음악시상식이 갖추어야 할 권위와 상징성이 점차 퇴색되고 있다”며 “이런 시장 상황을 초래한 책임에 우리도 자유롭지 못함을 잘 알고 있다. 이에 현시점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 팬덤간 과열된 경쟁을 부추기는 ‘팬 투표 인기상’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혀 아이돌 팬덤의 박수를 받았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 팬심 악용한 열정 페이? 논란의 ‘서포터즈’ 제도

일부 소속사에서 운영하는 ‘서포터즈’ 시스템 역시 ‘갑질’의 일종이라는 의혹을 받기도 한다. 서포터즈는 소속사의 고용된 직원인 팬 매니저와는 다른 개념이다. 서포터즈는 팬의 자발적 참여를 원칙으로 모집된다. 주요 업무는 오프라인 행사 시 팬덤의 질서를 유지하고 현장을 관리하는 것으로, 개인이 참여 가능한 날짜를 고를 수 있다. 봉사활동의 개념이기 때문에 급여는 없지만, 행사가 늦은 밤이나 새벽에 진행될 경우 차비를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인기 아이돌 서포터즈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는 20대 E씨는 “서포터즈 참여 시 좋아하는 아이돌의 출연 행사를 관람할 수 있고, 경력에 따라 팬 사인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서포터즈의 혜택을 짚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러한 제도가 팬심을 이용해 무급 노동을 시킨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포터즈 제도를 실시하는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에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전체적인 팬클럽 관리는 담당자가 따로 있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빅히트의 변화가 눈에 띈다. 빅히트는 과거 현장 질서 및 정리 관련 업무를 팬클럽 오프라인 임원에게 맡겼으나, 2016년 연말부터 진행요원 전문 업체에게 이를 위탁했다. 대신 고용인들의 현장 운영이 미비하다고 느낄 시 팬들은 빅히트가 관리하는 팬클럽 공식 메일 계정에 문의하도록 조치했다.

또 팬클럽 온라인 임원이 담당했던 공식 팬카페 관리 업무도 빅히트 내부 직원으로 교체했다. 빅히트는 “실제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업무를 팬클럽 임원들이 나누어 맡는 데는 개인의 희생과 배려가 필요하다. 팬들의 소중한 시간을 이용해 도움을 받는 것은 방탄소년단 팬클럽이 지향하는 바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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