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기] 이이경의 ‘인싸’ 라이프
[마주보기] 이이경의 ‘인싸’ 라이프
  • 손예지 기자
  • 승인 2019.01.28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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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HB엔터테인먼트)
(사진=HB엔터테인먼트)

 

[뷰어스=손예지 기자] 요즘 ‘인싸’라는 말이 유행이다. 인사이더(insider)를 줄인 ‘인싸’는 어느 무리에건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분위기를 주도하는 활발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연예계에서는 배우 이이경을 꼽을 수 있겠다. 그는 빠듯한 일정에 출연자는 물론이고 스태프들도 지치기 마련인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언제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하는 연기자로 유명하다. 실제로 최근 MBC ‘붉은 달 푸른 해’(극본 도현정, 연출 최정규 강희주)로 호흡을 맞춘 김선아는 촬영 당시 “이이경과 만나는 장면마다 에너지를 얻고 간다”고 감탄했단다.

“나라는 사람의 밝은 에너지를 전하고 싶어서 노력했습니다” ‘붉은 달 푸른 해’는 아동학대 가해자를 대상으로 일어나는 연쇄살인의 진실을 파헤치는 내용이 이야기의 큰 줄기를 이룬 만큼 극이 전개되는 내내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로 일관했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회마다 펼쳐지는 심각한 상황에 몰입하는 것만도 녹록지 않았을 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명마저 밝게 켜지 못했다는 ‘붉은 달 푸른 해’ 촬영 현장에 웃음꽃이 끊이지 않게 만든 이이경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과하게 긍정적인 성격이 내 강점이에요. 예를 들어 누가 나한테 커피를 쏟잖아요? 그럼 나는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구나’ 생각하는 거죠(웃음)”

본디 성격이 워낙 낙천적이다 보니 ‘붉은 달 푸른 해’의 냉철하고 까칠한 강지헌을 소화하기 쉽지 않았다. 출연을 제안받았을 당시 자신감보다는 걱정이 앞섰다는 이이경이다. 이에 그는 대본을 읽은 뒤 소속사에 “나에게 너무 좋은 기회인 걸 안다. 이 작품을 해내면 스펙트럼이 넓어질 것도 안다. 하지만 자신감 있게 들어가지는 못할 것 같다” 솔직히 털어놨다고.

“이전까지는 주로 밝은 캐릭터들을 연기했으니까요. 내가 나오면 웃을 준비부터 하는 시청자가 많으리라고 예상했죠. 그렇기에 ‘붉은 달 푸른 해’로 혹평받을 것도 각오했어요. 그런데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시청자들이 뒤로 갈수록 ‘진짜 강지헌 같은 형사가 있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여주셨어요.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완벽한 캐릭터 표현을 위해 대본을 반복해 읽고 최정규 PD에게 질문을 던지며 이룬 결과다. “한 장면을 이해하기 위해 대본의 앞뒤 장면들을 읽거나 지헌이 아닌 다른 인물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시도를 거듭했다는 이이경은 어느 날 제작진의 설명 없이도 캐릭터의 행동을 이해하게 됐다. 이에 최 PD는 이이경에게 “이제 그냥 지헌이가 다 됐구나”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작품이 끝나고 열린 종방연에서 도현정 작가도 “1회 때의 이경 씨와 중후반부터 마지막까지의 이경 씨가 달랐다”며 흐뭇함을 드러냈단다.

(사진=MBC)
(사진=MBC)

 

“평소 스태프들에게 연기하는 내 모습이 어땠는지 많이 묻는 편이거든요. 그 중에서 마지막 회 한 장면을 촬영한 뒤 스타일리스트의 답변이 기억 남아요. 극 중 지헌이 홍 팀장(박수영)에게 ‘내가 잘한 게 맞는데 자랑스럽지가 않다’는 이야기를 하는 장면인데요. 그때 스타일리스트 친구가 ‘오빠, 진짜 형사인 줄 알았어요’라고 하더라고요”

지헌은 ‘붉은 달 푸른 해’의 남자 주인공으로 분류되는 캐릭터지만 장르물의 특성상 실제 역할은 여자 주인공을 돕는 조력자에 가까웠다. 때문에 드라마의 전개가 지헌에게 다소 불친절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이경은 오히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붉은 달 푸른 해’의 흐름은 우경(김선아)을 따라갈 수밖에 없어요. 사건 안에 놓인 인물이니까요. 지헌은 사건의 용의자를 만나고 피해자 부검 결과를 알아보는, 그렇게 함으로써 드라마의 간지러운 부분을 풀어주는 역할을 담당해요. 그렇기에 지헌의 과거가 많이 풀리지 않았던 게 오히려 좋았어요. 지헌의 사연이 그려지면 시청자들은 그를 동정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그의 수사가 더욱 뾰족하게 들어가지 못했을 테니까요. 그런데 작가님은 ‘16부작이어서 지헌이를 다 못 풀었다’며 되레 사과하시더라고요. ‘난 더 좋았다’고 말씀드렸죠”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지헌과 이은호(차학연) 사이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극 중 은호는 자신이 저지른 살인 행각이 밝혀진 뒤 그를 체포하러 온 지헌의 오발탄에 맞아 숨을 거둔다. 그간 은호를 범인으로 의심하면서도 연민을 느꼈던 지헌은 이후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당시를 떠올리며 “힘들었다”고 운을 뗀 그는 “지헌이 총을 쏴놓고 은호를 지혈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PD님이 말하기를, (은호가) 먼저 총을 쏴서 위협한 다음 우경이를 조준하니까 막아야 한다는 사명감에 지헌이가 총을 쐈고, 거기에 스스로 놀라서 은호에게 달려간 것이라고 했어요.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죠. (방송 후) 반응을 찾아봤는데 역시나 그렇더라고요. 그런데 실제로 조사를 해보니 사고를 막으려다 경찰이 총기 사고를 내는 경우가 있대요. 이 때문에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경찰을 위한 치료 프로그램도 있고, 또 사고를 낸 경찰에게는 당분간 사건을 맡기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나는 그 장면을 촬영하고 나서 극 중 은호에 대한 감정이 깊어졌어요. 이를 나타내기 위해서 지헌이 은호 꿈을 꾸고 일어나서 사건을 다시 바라보는 장면이 추가됐죠. 그러면서 은호와의 전사가 더 그려졌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사진=HB엔터테인먼트)
(사진=HB엔터테인먼트)

 

그런가 하면 지상파 드라마로서 표현이 제한된 점도 아쉬웠다고. ‘붉은 달 푸른 해’는 책임감없는 부모의 방임에 고통받는 아이부터 지나친 교육열에 시달리는 아이까지 여러 유형의 학대 피해 아동을 조명했다. 때문에 이이경은 “‘붉은 달 푸른 해’가 영화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실제의 이이경이라면 욕과 주먹이 앞설 상황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개장수 역의 배우 백현진 씨와 연기할 때”를 꼽은 그는 “극 중 개장수가 딸 하나에게 ‘아빠라고 해봐’라고 반복해 말하는 장면은 백현진 씨의 애드리브였는데 가만히 지켜보기 힘들 정도의 분노를 느꼈다. 영화였으면 지헌이 개장수를 가격하거나 욕할 수 있었을 텐데 드라마 특성 상 심의를 고려해야 해서 어려웠다. 심지어는 PD님한테 드라마에서 담배 피우는 장면이 나와도 되는지 여쭤본 적도 있다. (아동학대 사건을 접한 뒤의) 지헌의 심리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떠올렸다.

“실제로 이런 일(아동학대)이 있는지 여쭤본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PD님, 작가님이 ‘실상은 더 심하다’면서 ‘방송으로는 전부 다 못 나갈 정도여서 미화할 수 있는 사례들만 반영한 것’이라더라고요. (아동학대의) 문제가 진짜 심각하다는 걸 알았죠”

이이경의 심경 변화는 ‘붉은 달 푸른 해’가 시청자에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와도 일맥상통한다. 이 드라마는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상처받는 아이들을 고루 비추며 경종을 울렸다. 그렇기에 일각에서는 ‘붉은 달 푸른 해’의 시청률이 4~5%대에 머문 데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느끼고, 행동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시청률이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을 꼭 받아요. 그런데 같은 시간에 채널을 위로 올리면 tvN ‘남자친구’가 있었고, 아래로 내리면 SBS ‘황후의 품격’이 있었잖아요? 그렇게 센 작품들 사이에서, 더구나 장르물인 ‘붉은 달 푸른 해’가 고정 시청자를 확보했다는 것만으로 긍정적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시청률에 대한 아쉬움은 없으나 시즌2 제작은 욕심 난다는 이이경이다. 종방연에서도 제작진에게 시즌제 제작에 대한 바람을 드러냈고. 그러면서 “나와 선아 선배는 아동학대에서 뿌리를 뻗어나갈 이야기들이 많으니까 시즌2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며 “이번에는 가정 폭력을 다뤄서 사회에서 근절시키자는 이야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 MBC ‘검법남녀’ 등 이이경의 앞선 출연작이 시즌2 제작을 확정한 상태임에 따라 ‘이경이가 시즌제의 남자니 우리도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며 웃음 지었다.

그런 한편 작품에 대한 애정과 확신이 남달랐던 만큼 여운도 짙게 남았다는 이이경이다. 연기와 일상을 잘 분리하는 편이었다는 이이경은 ‘붉은 달 푸른 해’는 다르다고 했다. “극의 특성상 메시지가 강렬했잖아요. 아동학대, 누구나 아는 사회 문제이지만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었거든요. 나와 같은 분들이 많을 거예요. 그렇기에 끝나서 시원하다기보다는 공허한 기분이 들어요. 심지어 차기작이 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붉은 달 푸른 해’의 여운이 짙습니다”

(사진=HB엔터테인먼트)
(사진=HB엔터테인먼트)

 

그렇기에 현재 이이경의 최대 고민은 하루 빨리 ‘붉은 달 푸른 해’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의 차기작은 JTBC 시트콤 ‘으라차차 와이키키2’. 그는 지난해 방송한 시즌1에서 배우 지망생 준기 역을 맡아 코믹 열연으로 호평받은 바 있다. “‘붉은 달 푸른 해’ 마지막 촬영을 아침 10시에 마치고 바로 ‘으라차차 와이키키2’ PD님과 작가님을 만나러 갔어요. 대본을 읽는데 내가 오버를 하고 있더라고요. 강지헌으로 몇 개월을 몰입해 살다 보니 ‘으라차차 와이키키2’의 준기는 이미 연기해본 캐릭터인데도 어색했던 거죠. 대본 리딩을 마치고 ‘아직 잘 모르겠다. 지금 내 톤이 많이 올라가 있는데 불안해서 그런 것 같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솔직히 말했어요. PD님도 ‘최대한 시간을 주겠다’고 하셨고요”

‘으라차차 와이키키2’에서 이이경은 유일한 원년 멤버로 활약한다. 그를 제외한 전 출연진이 이번 시즌부터 새로 투입됐기 때문. 새로운 캐릭터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극을 이끌어갈 이이경의 ‘인싸력’이 ‘으라차차 와이키키2’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셈이다. 이에 이이경은 ‘붉은 달 푸른 해’를 촬영하는 와중에도 ‘으라차차 와이키키2’ 현장에 나가 배우들과 어울렸다고 한다. 이를 설명하면서 이이경은 직접 휴대전화를 꺼내 스케줄이 적힌 달력을 보여줬다.

“캘린더를 보면 작년 8월부터 12월 31일까지 하루 쉬었거든요. 올해는 1월 3일 하루 휴식이라 별표 그렸고요(웃음) 현재 올해 6월까지 스케줄이 정해졌어요. 바쁘게 살자는 목표가 있는 건 아니에요. 아마 20대에 다양한 경험을 쌓고자 했던 게 관성처럼 이어지는 게 아닐까 싶어요”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이이경은 “내가 어딘가에 쓰인다는 자체가 좋다”며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을 늘어놨다. 우선 배우로서 독립영화나 연극 작업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오로지 내 것”이라는 느낌을 받고 싶어서다. 같은 이유로 작곡에도 관심이 있다고. 절친한 사이이자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만든 작곡가 유건형에게 음악을 배우기로 했다는 이이경은 주위 뮤지션들과의 친분도 자랑했다. 대학 시절부터 알아온 프로듀서 정키, 결혼식 축가를 같이 부르며 알게 됐다는 가수 박재정, 예능으로 인연을 맺은 래퍼 로꼬·우원재·그레이·하이라이트 용준형, 로커 정준영 등이다. 이어 이이경은 “음악 하는 사람들은 천재 같다”고 엄지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이이경은 해외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며 현지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콘셉트의 예능 ‘국경없는 포차’로 만난 인연들과도 아직까지 연락을 주고 받는다며 “방송이 아니었다면 언제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겠나. ‘국경없는 포차’ 시즌2로 또 다른 나라도 가고 싶다”고 희망했다. 본업인 연예 활동은 물론, 그로 인해 알게 된 사람들과 관계를 쌓는 데 있어서도 열정적인 모습이 과연 ‘인싸’다웠다. 이런 가운데 이이경의 현재 바람은 이 같은 열정이 계속되는 것이다.

“지금의 열정이 꺼지지 않기를 염원하고 있어요. 이게 중요한 거거든요. 긍정적인 마인드와 열정이 오래, 평생 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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