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캐슬’이 남긴 것] ① 입체적인 ‘캐릭터’ 향연, 여자 배우 입지 넓혔다
[‘스카이캐슬’이 남긴 것] ① 입체적인 ‘캐릭터’ 향연, 여자 배우 입지 넓혔다
  • 손예지 기자
  • 승인 2019.01.31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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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첫 방송 시청률 1.7%를 기록하며 다소 저조한 성적으로 출발한 JTBC 금토드라마 ‘스카이(SKY)캐슬’(극본 유현미, 연출 조현탁)이 종영까지 1회 만을 남겨뒀다. 기대도, 주목도 받지 못했던 ‘스카이캐슬’이 기적을 일으킨 데는 대한민국 입시문제를 소재로 회마다 영화처럼 박진감 넘치는 전개를 선보이는 대본, 미장센이 돋보이는 연출, 배우들의 흡인력 강한 연기가 큰 몫을 했다. 덕분에 지난 19회로 자체 최고 시청률 23.2%를 돌파, 비지상파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과연 지난 2달 간 신드롬급 인기를 얻은 ‘스카이캐슬’이 안방극장에 남긴 것들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사진=JTBC)
(사진=JTBC)

 

[뷰어스=손예지 기자] ‘스카이캐슬’의 인기, 생생히 살아 숨 쉬는 캐릭터 덕분이었다.

‘스카이캐슬’은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석조주택단지 안에서 남편은 왕으로, 자식은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욕망을 파헤친 작품이다. 

이에 따라 ‘스카이캐슬’은 다양한 유형의 캐릭터들이 등장했다. 가난한 과거에 대한 자격지심 때문에 딸만큼은 성공시키고픈 곽미향(극중 예명 한서진, 염정아)부터 가부장적인 남편의 기에 눌려 사는 노승혜(윤세아) 교육법에 대한 자기만의 철학 없이 남들 따라하기 바쁜 진진희(오나라)까지 캐슬 내 사모님들은 욕심을 채우기 위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움직였다.

자녀 교육에 대한 부모의 어긋난 욕망을 철저히 이용하는 인물도 있었다. 극 중 서울대 의대 합격률 100%를 자랑한다는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김서형)이다. 실제로 ‘스카이캐슬’에서 주영은 미향의 딸 예서(혜윤)에게 ‘올백(올백점, 전과목 100점을 뜻함)’을 만들어주기 위해 시험지 유출에 연루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이처럼 ‘스카이캐슬’의 거의 모두가 입시에만 목을 맨 상황에서 교육보다 훈육에 가치를 두는 이수임(이태란)은 그 결이 분명 달랐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동화작가이자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의 수임은 ‘스카이캐슬’의 어른들에게 “아이들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파란을 일으켰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스카이캐슬’의 선악 구도는 비교적 뚜렷하다. 공부 스트레스에 도둑질을 저지른 둘째딸 예빈(이지원)에게 잘못을 지적하는 대신 돈을 써 사건을 덮으려고만 했던 미향이나 성적 향상을 명목으로 아이들을 교묘히 현혹하는 주영은 악에 가깝다. 반면 도를 넘은 사교육 수준에 학을 떼며 대다수 아이가 싫어한 캐슬 내 독서토론모임을 폐지시킨 수임은 교과서에서 볼 법한 정의로움, 그 자체를 대변한다.

(사진=JTBC)
(사진=JTBC)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카이캐슬’이 방영되는 내내 각 캐릭터간 팬덤 싸움이 치열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시청자들이 극 중 인물에 호감을 느껴 그의 행보를 응원하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대개는 선인(善人)을 지지하고 악인에 비판을 가하는 식으로 양분된다. 하지만 ‘스카이캐슬’은 달랐다. 단순히 드라마 애청자 수준을 넘어서 특정 캐릭터에 깊이 몰입, 절대적인 지지를 표하면서 ‘팬덤’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이에 매주 ‘스카이캐슬’ 방송 다음 날이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뜨거운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입체적인 캐릭터 덕분이다. ‘스카이캐슬’의 인물들은 하나의 단어로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여러 면면을 가지고 있다. 이를 테면 미향은 어린 시절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데 심한 피해의식을 느끼는 것으로 묘사된다. 때문에 그는 이름을 바꾸고 학력을 조작하는 등 과거를 세탁한다. 딸의 대입에 목숨을 거는 이유도 과거의 아픔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아서다. 그런가 하면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을 선동해 한 가정을 파국으로 몰아 넣는 주영에게도 슬픈 과거가 존재한다. 미국 유명대학 최연소 입학으로 이름을 날린 딸 케이(조미녀)가 자신의 실수로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주영이 과거의 자신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부모들에게 복수 아닌 복수를 하는 이유가 여기서 설명된다. ‘스카이캐슬’은 이렇듯 모든 인물에 저마다의 사연을 부여했다. 그 어느 캐릭터도 극에서 특정한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소모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선과 악의 구분 없이 시청자 각자 상황에 비슷한 인물에게 몰입하며 ‘스카이캐슬’을 ‘나’의 이야기처럼 바라볼 수 있었던 배경이다.

동시에 ‘스카이캐슬’은 여자 캐릭터의 확장을 이뤘다는 점에서도 박수받아 마땅하다. 여자 배우의 경우 나이가 듦에 따라 설 자리가 좁아진다. 연령대에 맞는 역할을 소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사회에서 나이 든 여성이 차지하는 입지 자체가 좁다 보니 미디어에서 이를 그리는 방식도 제한되는 것이다. ‘스카이캐슬’이 그려낸 입체적인 엄마들이 남다른 의미를 갖는 이유다. ‘스카이캐슬’ 속 엄마들도 가족에 대한 사랑을 기반으로 움직인다는 데는 이견이 없으나, 지금까지의 미디어가 표현한 것처럼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존재이거나 자식의 선택을 반대하기만 하는 인물로만 머물지 않았다는 데서 진일보했다. 

덕분에 연기 잘하는 30~40대 여자 배우들의 활약을 만날 수 있었다. 그간 도회적인 이미지로 사랑받았던 염정아는 ‘스카이캐슬’의 미향을 통해 시청자를 설득하는 연기가 무엇인지 보여줬다. 김서형은 자신만의 고유한 색으로 주영을 소화, 인생캐릭터를 경신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스카이캐슬’ 초중반에 합류한 이태란은 수임, 그 자체가 된 듯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았다. 윤세아는 극 중 자녀들을 보호하기 위해 점점 목소리를 내게 되는 승혜의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해 감탄을 자아냈다. 진희 역의 오나라는 특유의 능청스럽고 발랄한 연기로 매회 휘몰아치는 ‘스카이캐슬’ 전개 속에서 한 줄기 웃음꽃을 피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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