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기] 윤세아의 영원한 ‘스카이 캐슬’
[마주보기] 윤세아의 영원한 ‘스카이 캐슬’
  • 이소희 기자
  • 승인 2019.02.05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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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타캠프 202 제공)
(사진=스타캠프 202 제공)

[뷰어스=이소희 기자] 비지상파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23.7%, 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 이하 동일)을 찍은 JBTC 드라마 ‘스카이(SKY) 캐슬’은 비단 줄거리만 사랑받지 않았다.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은 작품일수록 그 안의 캐릭터 화제성도 높아진다. ‘스카이 캐슬’ 역시 모든 캐릭터 하나하나가 생동감 있게 그려지며 ‘역대급 캐릭터’를 낳았다. 그 덕분에 시청자뿐만 아니라 배우들 역시 드라마가 끝난 지금도 ‘캐슬’ 안에 머무르며 그 여운을 곱씹고 있다. 

극 중 쌍둥이 차서준, 차기준 그리고 차세리의 엄마 노승혜를 연기한 배우 윤세아도 마찬가지다. 최근 만난 윤세아는 여전히 종영을 실감하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그의 말에는 아쉬움이나 아련함 같은 건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신 윤세아는 행복한 미소를 얼굴에 머금고 끊임없이 ‘스카이 캐슬’ 이야기를 이어갔다.

■ ‘공기 반 소리 반’까지 고려한 윤세아의 디테일

“드라마 시청률이 올라갈 거라고는 생각했어요. 대본도 너무 재미있고 연출도 좋고, 노래도 좋았으니까요. 첫 방송하고 난 뒤에도 너무 많은 동료들의 전화를 받아서 잘 될 거라고 예상은 했죠. 물론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지만요” 

사실 ‘스카이 캐슬’ 1회는 1%대의 시청률로 시작했다. PD와 작가도 당황할 만한 수치였다. 하지만 좋은 드라마는 스스로 빛나듯 ‘스카이 캐슬’은 바로 2회부터 4%대 시청률로 올라서며 꾸준히 가파른 성장세를 탔다. 

여기에서 윤세아는 염정아, 이태란, 오나라 등 주변 엄마들과 호흡을 맞추는 동시에 다른 엄마들과 다른 결을 형성했다. 윤세아가 연기한 노승혜는 아이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겠다는 일념 하나에 목을 매는 엄마들 사이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뭔지 바라볼 줄 아는 엄마였다. 

(사진=스타캠프 202 제공)
(사진=스타캠프 202 제공)

“승혜가 초반부터 통쾌했던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갖고 있던 분위기에 워낙 일을 저지를 것 같은 게 있었나봐요. 방송 초반 얌전한 승혜 캐릭터를 보고, 시청자 분들이 왠지 불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웃음) 나는 나중에 승혜가 감정을 더 폭발시킨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잘 누르면서 초반 분량을 갈 수 있었죠. 또 김병철 선배님이 그 카리스마로 분위기를 잘 눌러주셔서 그에 맞춰서 가기만 하면 됐어요”

방송 초반 노승혜네 집안은 살벌했다. 강압적이고 오로지 경쟁, 꼭대기만을 추구하는 남편 차민혁(김병철)으로 인해서였다. 오죽하면 집안 인테리어마저 다른 집안들과 달리 온통 검은색으로 뒤덮여 그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그래서인지 노승혜의 말투와 태도는 더욱 도드라졌다.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 속 노승혜는 조심스럽고 차분한 말투로 긴장감을 형성했다. 그로 인해 ‘공기 반 소리 반’이라는 말도 들었다.

“승혜는 남편을 깍듯하게 모시지만 옳은 소리를 해야 하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집안 분위기가 진성을 낼 수 없는 숨 막히는 상황이잖아요. 압박감이 있으니 목소리가 모기소리처럼 나오는 거죠. 숨이 턱턱 막히는 연기를 하다 보니 어지러울 정도였어요. 괜히 남편이 애들한테 소리 지를 것 같고, 연기하면서 정말 식은땀이 났어요. 다들 승혜를 보고 다른 엄마들과 달리 왜 가만히 앉아있냐고 하는데 절대 가만히 앉아 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웃음)”

노승혜는 흐트러지지 않는 우아함을 지키는 한편 단단하고 부드러운 태도 또한 지니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과 상반된 교육관을 지닌 차민혁에 아닌 건 아니라고 당당하게 맞서는 강단을 보였다. 그런가 하면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모든 것을 감수하는 눈물겨운 마음도 보여줬다. 

(사진=스타캠프 202 제공)
(사진=스타캠프 202 제공)

■ ‘스카이 캐슬’로 ‘엄마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하다

이런 노승혜의 복합적인 성격이 동시에 폭발한 건 바로 차민혁이 미국 하버드를 다니는 척했던 딸 세리(박유나)의 뺨을 때렸을 때다. 노승혜는 그렁그렁 눈물을 매단 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있는 힘껏 “내 딸 건드리지 마”라고 소리쳤다.

“대본에 ‘야!!!’라고 느낌표 여러 개가 되어 있었어요. 그간 겪은 집안의 압박을 깨부수고 탈피하는 소리라고 생각했어요. 이걸 표현할 때 나한테 어떤 소리가 날 수 있을지 궁금하더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짐승같이 했을 줄은... (웃음) 그래도 촬영 끝나고 나서 PD님이 ‘이 소리 하나로 드라마를 대변했다’고 칭찬해주시더라고요”

‘엄마’ 노승혜의 처절함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장면은 바로 이태원 신이다. 승혜가 대학을 허위로 다닌 세리의 비밀을 알게 된 후 이태원으로 놀러나간 그를 찾아 헤매던 장면이다. 연락이 되지 않는 딸에 불안해하던 모습, 마침내 전화가 닿았지만 금세 끊어버리는 딸에 속수무책이었던 모습 등은 노승혜가 엄마였기에 흐트러졌던 유일한 순간이다.

“이 장면은 대본 보면서도 울컥울컥했어요.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고, 승혜가 나의 엄마 모습 같더라고요. 그 나이 때는 그렇잖아요. 부모님 전화 피하고 예쁜 옷 입고 나가고 싶고. 난 실제로 통금이 9시였거든요. 언제 한 번은 엠티를 갔는데 익숙한 차가 보이는 거예요. 부모님 차였죠. 그랬던 집안에서 연기를 꿈꾸면서 어떻게 반항을 안했겠어요. 분위기는 화목하긴 했지만 엄격한 아빠였고, 그런 와중 끼를 내보이고 싶은 딸이었어요. 그 사이에서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스카이 캐슬’과 우리 집안의 스케일이 다를 지라도 그때가 생각이 나더라고요. 촬영을 하면서 ‘이렇게 다 해주고 싶은 게 엄마의 마음이구나’ 느꼈죠”

윤세아는 노승혜를 연기하면서 엄마의 마음을 다시 한 번 깊게 이해하게 됐다. 그래서 ‘스카이 캐슬’을 촬영하는 동안 엄마와 많이 껴안고 옛날이야기도 했단다.

(사진=스타캠프 202 제공)
(사진=스타캠프 202 제공)

■ 윤세아가 꼽은 또 다른 명장면

윤세아가 꼽은 또 다른 명장면은 바로 ‘개싸움’ 신이다. 혜나(김보라)를 죽인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캐슬 식구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헐뜯었고, 결국 모두가 뒤엉켜 싸우는 난장판이 벌어졌다. 이 장면은 화려하고 우아하게만 보이던 캐슬의 폐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자 블랙코미디로서 ‘스카이 캐슬’의 진가를 보여준 명장면으로 평가 받는다.

“다들 이 장면을 찍으면서 시청률이 오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카메라가 사방에서 계속 돌고 있는데 다들 부둥켜안고 뒤섞이고... 카메라가 안 비춘다 싶으면 서로 ‘시계 (안 부서지게) 조심하자’고 말해주기도 했죠. (웃음) 너무 재미있던 건 (사이가 데면데면했던 집안도 이런 상황이 되니) 부부끼리 편을 먹게 되는 거예요. 그렇게 나와 달랐던 남편이 내 편을 들어주니까 ‘이래서 가족이구나’ ‘밉든 곱든 내 편이구나’ 싶더라고요. 차민혁이 강준상(정준호)을 때릴 때는 멋있어 보이기까지 했어요. 여기에서 김병철 선배님이 우쭐대는 연기를 하는데 얼마나 웃겼는지요”

심지어 노승혜와 차민혁의 사이가 너무 좋아 보여 편집된 장면도 있었다. 진진희(오나라)가 “내가 예서(김혜윤)랑 혜나랑 싸우는 거 봤어”라면서 범인의 선상에서 세리를 제외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던 신이다. 윤세아는 이 장면에 대해 “남편이랑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눈물 반, 웃음 반 지었는데, 둘 사이가 너무 깊어지면 안 되는지 편집을 하셨더라”고 밝히며 웃었다.

“다른 팀들은 지난해 9월부터 촬영을 했는데 저희 부부는 10월, 늦게 촬영에 들어갔거든요. 현장에 있으면 ‘누가 죽이는 연기를 했다’ 이런 소식들이 들려오는데 그럼 너무 불안하더라고요. 그래서 김병철 선배님과 더 대본공부도 하고 호흡도 맞춰보고 했는데, 그런 게 촬영 후반까지 쭉 이어진 것 같아요. 김병철 선배님의 연기를 보고 그 깊이에 완전히 압도돼서 ‘열심히만 말고 잘 해야 하는구나’ 생각이 들었죠”

(사진=스타캠프 202 제공)
(사진=스타캠프 202 제공)

■ 김병철 향한 무한 애정·아이들의 예쁜 시선...“이야기 쭉 이어지는 기분”

윤세아는 김병철의 이야기가 나오자 또 다른 화색을 띄며 말을 이어갔다. 노승혜 차민혁 부부가 ‘파국이네’(김병철이 출연했던 드라마 ‘도깨비’ 속 대사에 나오는 단어 ‘파국’, 김병철의 시그니처가 됐다)로 불리며 유독 사랑받았던 이유가 있었다. 극 중 차민혁은 엄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이 같고 귀여운 모습을 은근히 보여줬는데, 노승혜는 이런 차민혁을 보듬으며 또 다른 케미를 형성했다.

“대본을 보고 ‘이 두 사람 어떻게 같이 살 수 있지?’ 생각을 많이 했어요. 너무 다르잖아요. 그런데 잘 보면 차민혁은 가정적인 남편이에요. ‘칼퇴’하고 집에서 식사 다 하고, 나랑 왈츠도 배우러 다니지, 누가 또 그렇게 아이들하고 공부를 같이 해줘. (웃음) 방법이 잘못됐던 것뿐이지, 자신이 겪은 힘든 것들을 대물림해주고 싶지 않아 하는 마음이 이해됐어요. 그래서 승혜가 (남편을 버리지 않고) 어떻게든 고쳐 쓰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너무 귀엽잖아요. 하하”

계속된 윤세아의 김병철 칭찬에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그만큼 윤세아는 김병철 그리고 차민혁 캐릭터에 애정을 듬뿍 느끼며 촬영에 임했기에 매 순간을 명장면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자녀들을 연기했던 박유나, 김동희, 조병규를 향한 애정과 배우들조차 눈치 채지 못했을 정도로 눈빛, 손짓, 시선 등 세밀한 부분까지 집어낸 작가와 PD의 역량까지 만났다.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게 만들고 귀인들을 만나게 해 준 ‘스카이 캐슬’, 가히 ‘윤세아 인생작’이라고 불릴 만한 작품이 또 하나 추가됐다.

“이 작품은 철저하게 리허설을 많이 한 작품이에요. 어느 하나 허투루 지나간 장면이 없고 그래서 현장의 생생함도 더 살아났죠. 학생을 연기한 배우들도 너무 해맑게 열심히 하는 거예요. 그런 걸 보며 ‘계산되어 있지 않은 날것의 느낌’을 많이 배웠어요. 아이들이 잘 챙겨줘서 그 맛에 현장 가고, 또 나를 잘 따라줘서 얼마나 예쁘던지. 남편은 나랑 눈을 안 마주치는데, 애들은 그렇게 눈빛을 주더라고요. (웃음)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아무도 안 울었거든요. 아무도 끝을 실감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이야기가 쭉 이어지는 기분이 드는 거죠. 다들 ‘스카이 캐슬’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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