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드라마] 모호한 웃음만 남긴 ‘리갈하이’ 알맹이가 없다
[첫눈에 드라마] 모호한 웃음만 남긴 ‘리갈하이’ 알맹이가 없다
  • 이소희 기자
  • 승인 2019.02.09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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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제공)
(사진=JTBC 제공)

[뷰어스=이소희 기자] 드라마 '리갈하이'가 짊어진 짐이 무겁다. 역대급 기록을 세운 ‘스카이(SKY) 캐슬’의 후속작, 그리고 인상 깊은 연기를 남긴 원작을 바탕으로 하는 드라마라는 부담까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진과 배우는 “‘리갈하이’는 ‘리갈하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작품이 베일을 벗은 첫회, ‘리갈하이’는 그 짐의 무게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해보인다.

지난 8일 오후 첫 방송한 JTBC 새 금토드라마 ‘리갈하이’(극본 박성진, 연출 김정현)는 법 좀 만질 줄 아는 승률 100% 괴물 변호사 고태림(진구)과 법만 믿는 정의감 100% 초짜 변호사 서재인(서은수), 달라도 너무 다른 두 변호사의 살벌하게 유쾌한 코믹 법조 활극이다. 2012년 후지TV에서 방영한 동명의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삼는다.

(사진=JTBC 화면 캡처)
(사진=JTBC 화면 캡처)

이날 방송에서는 고태림과 서재인의 ‘악몽’ 같은 첫 만남이 그려졌다. 서재인은 지하철에서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려고 했고, 그 자리를 얄밉게 빼앗은 고태림은 서재인에 또박또박 말대꾸를 하며 그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후 서재인은 자신의 항소심을 성사 및 성공시키기 위해 고태림을 찾아가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고태림과 대치하고 있는 인물들도 그려졌다. B&G 로펌 대표 방대한(김병옥), 윤상구(정상구), 민주경(채정안) 등이다. 고태림을 가르친 전적이 있는 방대한, 그리고 현재 그의 밑에 있는 윤상구는 고태림에게 한 번의 재판이라도 이기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민주경은 선배 변호사에게 몹쓸 짓을 당할 뻔한 서재인을 변호해준 데 이어 자신의 회사로 들어올 기회를 주며 추후 고태림, 서재인과 얽히고설킬 관계를 예고했다.

(사진=GnG 프로덕션, 이매진 아시아 제공)
(사진=GnG 프로덕션, 이매진 아시아 제공)

드라마는 각 캐릭터의 성향과 관계를 잘 보여줘야 하는 첫 회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그 안에서는 배우들의 코믹 연기가 돋보였다. 단연 눈에 띄었던 건 진구의 변신. 진구는 군더더기 없는 대사처리와 동작으로 사사건건 독설을 날리는 등 얄밉고 비열하기까지 한 캐릭터를 실감나게 살렸다.

코믹연기라면 이미 일가견이 있는 김병옥과 정상훈, 절제된 연기로 통쾌함을 날리는 채정안의 연기는 ‘역시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게와 웃음을 모두 잡는 내공이 가득한 이순재의 역할은 코믹의 화룡점정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방송에서 이순재가 진구의 수발을 들고 블루투스 이어폰을 낀 채 청소부로 위장한 모습 등은 그 자체만으로도 ‘리갈하이’가 표방하는 웃음을 존재감 있게 채웠다.

(사진=GnG 프로덕션, 이매진 아시아 제공)
(사진=GnG 프로덕션, 이매진 아시아 제공)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 외에는 애매하고 답답한 구석 투성이었다. 먼저 서재인에 대한 설정부터 반감을 샀다. 서재인은 선배 변호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한 계기를 통해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참지 않고 드러내겠다고 각성한다. 하지만 왜 하필 여자 주인공이, 왜 성적인 사건과 연루되어 부들부들 떨고 알을 깨고 나와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꼭 필요한 설정이었을까. 이런 사건들이 추후 전개와 얽힐 부분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듯 보인다.

전개 또한 뚝뚝 끊겼다. 일례로 신입 변호사 서재인이 단 한 통의 전화를 통해 매스컴을 탄 대형사건의 변호를 지목 당했는데, 알고 보니 피의자 신분인 인물이 서재인의 동창이었다는 설정에는 충분한 설명이 주어지지 않았다. 서은수가 고태림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는 계기는 오직 서은수 친구의 입을 통해서만 그려진다. 분명 고태림의 ‘병맛’ 캐릭터가 중심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오히려 뒤로 빠진 채 그 외적인 요소들이 비중 있게 그려져 애매모호하다. 빠른 전개만을 추구하다가 알맹이는 쏙 빠진 셈이다. 그런 와중 중요한 고태림과 서재인이 만나는 장면마저 설득력 없이 간간히 그려지다 보니 오히려 전개 속도가 느리게 느껴진다.

즉 ‘리갈하이’가 첫 회에서 캐릭터를 잘 보여줬다고 하지만 내용에 대한 설명과 중심 잡기는 턱없이 부족했다. 시청자들이 ‘법정드라마인 것 같은데 왜 겉도는 이야기만 나오는지’ '코믹 드라마라고 했는데 왜 그렇게 웃기지도, 반대로 진지하지도 않은지' 의문을 드러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사진=GnG 프로덕션, 이매진 아시아 제공)
(사진=GnG 프로덕션, 이매진 아시아 제공)

이는 더더욱 원작을 떠올리게 만든다. 논리적인 말재간으로 두 주인공이 ‘따다다다’ 쏘아대는 장면에서 오는 통쾌함, 확실한 병맛 캐릭터를 기대한 시청자들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그냥 캐릭터 보는 재미인 듯” “유치하고 진부하다” “여주인공의 성장 드라마인가” “감성팔이 하지 말자. 곁가지가 너무 많다” 등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런가 하면 “리메이크 아니었으면 이정도까지 악평을 받지는 않았을 듯” “진구 연기를 더 보고싶다” “진구와 이순재가 멱살 잡고 끌고 갈 것 같다” 등 내용은 나쁘지 않았지만 모호한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더욱이 경쟁 구도도 ‘리갈하이’를 옥죈다. 현재 방영하는 금토드라마 중 tvN에서는 ‘로맨스는 별책부록’으로 이종석과 이나영이라는 톱스타 캐스팅을 내세웠다. SBS에서는 ‘리갈하이’처럼 묵직한 주제를 웃음으로 풀어내는 ‘열혈사제’로 금토극 첫 도전에 나선다. 

물론 각 방송 시간대는 다르긴 하지만 이런 상황 속 ‘리갈하이’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작품들과 비교될 경우 견줄 만 한 경쟁력이 아직 없어 보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열혈사제’가 첫 방송하기 전 포문을 열어 승기를 잡을 가능성을 먼저 맛봤다는 점. 

하지만 병맛이면 병맛, 법정 밖 이야기면 법정 밖, 통쾌한 재판이면 재판, 확실한 포인트의 비중을 늘려 뚜렷한 중심을 잡지 않는다면 4%대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과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로맨스는 별책부록’에 밀리는 건 시간 문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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