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장르? 공연계는 지금] ③ 뮤지컬 제작자 안영수 대표, 유튜버 도전한 까닭(인터뷰)
[그들만의 장르? 공연계는 지금] ③ 뮤지컬 제작자 안영수 대표, 유튜버 도전한 까닭(인터뷰)
  • 손예지 기자
  • 승인 2019.02.2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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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함께 진행한 ‘2018 공연예술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공연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8132억 원으로 추정됐다. 전년(7480억 원) 대비 8.7% 증가한 수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공연계 성장이 직접적으로 체감되지 않는다. 이 분야가 워낙 마니아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곳이어서 그렇다. 이에 따라 전체 매출이 늘었다고 해서 실제 소비자 규모가 확대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로 동일 기간 공연장과 공연단체 실적은 감소했는데, 특히 공연 횟수가 전년 대비 8.5%, 총 관객 수가 5.3%씩 각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진출을 목표로 하는 대기업 공연들이 늘어나는 반면, 오픈런으로 관객들을 만나는 대학로 소극장 공연의 실적은 감소한 것이다. 이에 화려한 이면 뒤 여전히 ‘그들만의 장르’로 여겨지는 공연계의 명과 암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안영수 주식회사 랑 대표(사진=랑)
안영수 주식회사 랑 대표(사진=랑)

 

[뷰어스=손예지 기자] 오늘날의 문화 산업은 ‘팬덤’의 힘으로 움직인다. 과거 팬덤은 가요계, 그 중에서도 아이돌 가수의 마니아를 이르던 말이지만 현재는 드라마·영화계에까지 영향력을 뻗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연극과 뮤지컬로 대표되는 공연계에서는 진작부터 마니아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향유층의 폭이 좁은 공연의 특성 상 같은 작품을 여러 번 관람하는 소비자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위치에 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질’이 녹록지 않은 장르 역시 공연계였다. 공간과 시간에 제약받지 않고 기록된 자료를 반복해 감상할 수 있는 영상·음성 매체와 달리 공연은 정해진 기간 내 시간과 돈을 들여 극장을 찾는 것 외에 즐길 만한 요소가 충분치 않아서다. 게다가 국내에는 공연에 대한 후기를 나눌 만한 커뮤니티도 부족해 갓 입문한 이들이 정착하기가 쉽지 않다.

그 속에서 기존의 관객은 물론, 예비 관객들까지 다함께 소통하는 장(場)을 만들고자 국내 한 공연 제작사 대표가 나섰다. 최근 뮤지컬 ‘풍월주’를 무대에 올린 주식회사 랑(이하 랑)의 안영수 대표다. 그는 지난해 연말부터 랑 공식 유튜브 채널에 ‘혜화로운 공연생활’이라는 콘텐츠를 내보내며 대학로 중·소극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작품과 배우를 소개하고 있다. 제작사 대표와 관객이 함께하는 ‘풍월주’ 단체관람 이벤트를 열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안 대표는 애초 연극 배우를 꿈꾸며 대학로에 입문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로 홍보·마케팅 분야에 먼저 발을 들이게 됐다. 이후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작품을 관객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했다. 덕분에 그 누구보다 관객의 입장을 가까이서 듣고 이해하게 됐다. 안 대표가 “공연 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관객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까닭이다.

이에 최근 랑 사무실에서 만난 안 대표는 제작자로서 오는 4월 중 서울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될 차기작을 준비하는 동시에 건강한 공연문화의 선도자로서 ‘혜화로운 공연생활 시즌2’ 기획을 병행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뮤지컬 '풍월주' 리딩회 현장(사진=랑)
뮤지컬 '풍월주' 리딩회 현장(사진=랑)

 

▲ 최근 폐막한 뮤지컬 ‘풍월주’ 네 번째 시즌을 직접 제작했는데, 제작 및 홍보 업무를 대행했던 2012년 초연과 비교하여 더 신경쓴 점이 있나요?
“그 사이 관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 지점이 달라졌습니다. 캐릭터의 성별부터 등장인물이 소모적으로 쓰이는 것에 대해 더 생각할 필요가 있었죠. ‘풍월주’를 만들면서도 그런 부분을 고민했는데 관객들이 느꼈을지는 모르겠군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공연을 어떻게 제작해야 할지 교훈을 얻게 되었습니다”

▲ 20년 넘게 일하며 공연 문화나 관객 성향과 관련해 변화를 느끼기도 했나요?
“몇 년 새 혼자 공연을 보러 다니는 관객이 매우 늘었습니다. 그런 반면 공연에 대한 감상을 나눌 수 있는 플랫폼은 제한됐죠. 개인 SNS 계정에는 타인이 볼 수 없도록 작품 제목이나 배우의 이름을 바꿔 후기를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예전에는 산악회처럼 공연 동호회도 활발했거든요. 이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 안에서 업계 종사자들이 관객들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혹은 응원을 받는 시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기회를 찾아보기 힘들더군요”

▲ 그래서 최근에는 직접 ‘풍월주’ 단체관람(이하 단관) 이벤트를 열었죠. 관객들이 같이 공연을 보고 뒷풀이 자리까지 가졌다고 들었습니다
“단관을 통해 느낀 바가 많아요. 일단 다들 혼자 온 사람들이라 처음에는 서먹서먹해하더라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평생 같이 다닌 사람들처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신기했죠. 비단 ‘풍월주’뿐만 아니라 공연 문화 전반에 대한 의견도 공유하고요. 제작사 대표로서는 그간 공연 관계자와 관객들이 소통할 기회가 부족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습니다. 관객들이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 우리가 대답하지 않았다는 걸 느낀 거죠. 비판적인 의견에 대해서도요. 만약 한 관객이 ‘이건 잘못됐다’고 했을 때 반응하지 않으면 그게 ‘진짜’로 굳어져요. 그렇지만 ‘이건 다르게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답하면 새로운 해석의 길이 열리는 거고요. 생각이란 건 모두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번 단관은 40명의 관객과 함께했는데, 이를 통해 (관객과 함께하는 자리를) 꾸준히 만들다 보면 우리가 그간 묵과했던 일들을 수면 위로 드러내 정화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 장르 특성 상 ‘마니아 문화’라는 인식이 강한 게 공연입니다. 때문에 ‘공연의 대중화’를 주장하는 의견도 적잖은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시스템의 이유가 있죠. 국내 공연장 규모를 보면 커봐야 3000석이고 대학로 소극장은 300석 밖에 되지 않는 곳도 있어요. 이런 데서 오프라인으로 펼쳐지는 공연을 ‘대중적’으로 만든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과연 대중이 공연을 즐기고 접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 개발되었는지에 대해서도 논의해 봐야겠고요”

▲ 그런 의미에서 직접 크리에이터로 나선 유튜브 콘텐츠 ‘혜화로운 공연생활’이 새로운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런 플랫폼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 건 오래 됐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공연) 소비자와 공급자 간의 입장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는데, 이를 직접적으로 체감한 게 뮤지컬 ‘난쟁이들’의 홍보 마케팅을 담당했을 때였죠. 관객의 90% 이상이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공연장 여자 화장실이 남자 화장실보다 좁은 거예요. 그런데다 요즘 공연들은 중간에 퇴장하면 재입장이 불가능하거든요. 그게 염려스러워 직접 안내 멘트를 하게 됐는데 그때부터 관객들이 나를 ‘랑댚(랑 대표)’이라고 부르며 좋아해주더라고요. ‘내가 조금 더 나서도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주위에서 ‘1인 크리에이터가 주목받는 시대가 됐으니 한번 도전해보라’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과거 ‘시박스’라는 인터넷 방송 사이트에서 ‘뮤지컬 토크’를 진행한 적이 있는 터라 자연스럽게 ‘혜화로운 공연생활’을 기획했는데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지원사업에 선정된 거예요. 처음에는 ‘우리가 대학로 문화를 선도해보자’는 욕심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우리가 관객들에게 선도되고 있습니다. ‘혜화로운 공연생활’을 통해서 다양한 관객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거든요”

'혜화로운 공연생활'을 진행하는 안영수 대표(왼쪽) 배우 우찬(사진=랑 공식 유튜브)
'혜화로운 공연생활'을 진행하는 안영수 대표(왼쪽) 배우 우찬(사진=랑 공식 유튜브)

 

▲ ‘혜화로운 공연생활’의 콘텐츠는 어떤 과정을 거쳐 기획되나요?
“우선 뛰어난 작품성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공연, 신인 창작자나 배우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회마다 다루는 대상은 ‘혜화로운 공연생활’ 단체 채팅방에서 가장 강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의 뜻에 따라 선정되고요(웃음) 작품이 정해지면 내용에 대해서만 설명하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에 티켓 할인율과 같은 정보도 찾아보죠”

▲ 최근 ‘혜화로운 공연생활’ 첫 번째 시즌이 마무리되었는데 시즌2는 언제 만나볼 수 있을까요?
“그 전에 ‘혜화로운 공연생활’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오는 3월 29일 뮤지컬 ‘호프’ 단관을 진행할 예정이어서요. ‘호프’에 대해 공부하는 내용의 콘텐츠를 시즌1.5의 개념으로 공개할 예정입니다. 두 번째 시즌에 대해서는, 시즌1보다 여러 가지 콘텐츠를 주 2회 업로드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고요. 지금은 이를 위해 후원과 지원금을 알아보는 중입니다”

▲ 공연 문화 활성화를 위해 앞장서는 만큼 정부 정책에 대해 바라는 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공연이라는 게 많은 저작권자들의 저작물로 이뤄진 콘텐츠잖아요. 때문에 제작사에서는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아요. 라이선스 공연을 예로 들면 라이선스 비용과 부가세가 필요하고, 예매처마다 할인율도 적용되어야 합니다. 창작극은 작가와 작곡가에게 창작물에 대한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고요. 시간이 지날수록 제작비는 높아지는데 실 수익은 전체의 50%밖에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생기는 구조입니다. 결국 지원금이 필요한 셈이죠. 그렇다고 모든 제작사가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스타트업이나 제작 외에 마케팅에 관여하는 기업 등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곳에 한해 지원사업이 진행되면 어떨까 싶어요. 또 한 작품에 대해 MD상품과 IPTV 서비스 등 수익창출의 다양한 모델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나 외국인 관객을 위한 자막 지원 사업도 시행되면 좋겠고요. 우리나라 대학로 극장의 수가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이를 잘 활용해 국내외로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게끔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 공연계 종사자이자 ‘혜화로운 공연생활’ 기획·진행자로서 목표가 있다면요?
“제작사 대표로서는 작품이 잘 돼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주고 싶고요(웃음). 크리에이터로서는 ‘혜화로운 공연생활’이 건강한 플랫폼으로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공연을 자주 관람하는 사람과 가끔 보는 사람들이 서로의 의견을 웃으면서 나눌 수 있는 장(場)으로서요. 또 누가 ‘요즘 어떤 공연이 재미있어?’라고 물으면 단순히 예매처 티켓 판매 순위를 찾아보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혜화로운 공연생활’을 찾아볼 만큼 성장했으면 좋겠고요. 그렇게 되기 위해 ‘혜화로운 공연생활’에서도 대학로 맛집처럼 공연 관람 전후로 즐길 수 있는 코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 국내 공연계에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이 있습니까?
“작품성이 좋다는 전제 하에, 공연마다 일정 수준의 객석 점유율이 유지되는 시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또 가장 바라는 것은 공연을 만들고 즐기는 이들의 행복이에요. 다들 좋아서 하는 일이잖아요. 관객들과 배우·창작자 및 제작자가 서로로 하여금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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