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를 읽다] 무라카미 하루키, 사실은 이런 사람
[작가를 읽다] 무라카미 하루키, 사실은 이런 사람
  • 문다영 기자
  • 승인 2019.03.0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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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무라카미 하루키 공식 사이트)
(사진=무라카미 하루키 공식 사이트)

[뷰어스=문다영 기자] 이 작가의 조국에는 팬들에게 성지로 불리는 재즈 바가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출연한 동양권 작가 중 가장 성공한 작가이자 가장 책을 많이 판 작가다. 50여개 국에 그의 작품이 번역 출간됐다. 폴란드에는 그의 책만 파는 자판기가 있다. 팬들은 단번에 알아챌 주인공, 무라카미 하루키다.

상실, 성숙, 개인의 실존, 사랑…. 인간의 모든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평가를 이끌어 내는 그의 장점을 세 가지만 꼽자면 작품의 깊이, 유려하고 간명한 문체, 그리고 식지 않는 열정이다. 

하루키 작품의 깊이는 그가 작가 중에도 남다르다는 데에서 온다. 그는 여러 관심사를 노출하며 다양한 사회적 발언을 한다. 음악에 조예가 깊고 음식에 관심이 많으며 다양한 취미가 있다. 일본의 과거사는 물론이고 사회적 논란에 거침없이 목소리를 낸다. 이러한 사회적 시선과 개인적 경험들은 고스란히 작품에 축적되며 깊이를 더한다. 또 한 가지 장점은 간명한 문체다. 그가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점쳐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품을 집필하는 단계부터 모국어인 일본어의 순서와 절차가 아닌 영어를 번역하듯 쓴다는 그의 설명은 왜 수많은 독자들이 그를 사랑하게 됐는지를 명확하게 증명한다. 

1949년생으로 올해 만 70살이 된 그에게 나이는 중요치 않다. 70대인 그에겐 여느 소설지망생보다 더 뜨거운 열정이 불타고 있기 때문. 그는 규칙적인 작가로 작품에 온 힘을 쏟아 붓는다. 하루키의 자전적 에세이인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 자세히 실려 있는데 장편소설을 쓸 때 그의 하루 정량은 200자 원고지 20매다. 잘 풀린다고 해서 더 쓰지도, 안 풀린다고 해서 손을 놔버리지도 않는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나 조정래 작가 등도 매일 시간을 정해두고 글쓰기에 전념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99%의 노력이 천재를 완성한다는 말 그대로 무라카미 하루키는 규칙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 특히 소설을 쓰는 체력을 잃고 싶지 않아 달리기와 수영을 30년 넘게 해오고 있다는 점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철두철미한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지점이다. “충치가 욱신욱신 아프다면 책상을 마주하고 찬찬히 소설을 쓸 수 없다” “체력이 떨어지면 사고능력도 미묘하게 쇠퇴한다”는 그의 말에서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그의 의지가 묻어난다. 퇴고 후 “후회는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삶을 살아왔기에 가능한 자신감이다. 

(사진=YTN 방송화면)
(사진=YTN 방송화면)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는 자신감과 별개로 마음속에 팬들이 떠나갈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늘상 도사리고 있다는 점은 더욱 흥미롭다. 

“길에서 마주친 사람이 ‘무라카미 씨의 열렬한 팬입니다’라고 말해주면, 물론 진심이겠지만 그래도 2년쯤 지나면 저 사람도 ‘무라카미는 이제 틀렸어’라고 하지 않을까 상상하게 됐다. ‘전에는 좋았는데 이번 신작은 영 아니야. 못 읽겠어’ 뭐 항상 그런 생각으로 살아왔다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中)” 

이 두려움처럼 그는 줄곧 변화해왔다. 

현대인의 고독과 감성을 세밀하게 표현하고 묘사해왔던 그다. 이같은 시선은 국내를 관통했다. 시대적 상황도 무라카미 하루키에겐 호재였다. ‘상실의 시대(1989·원제 ‘노르웨이의 숲’)’가 국내에 처음 소개됐을 당시 한국 작가들은 분단과 역사, 노동이라는 거대 담론을 소재로 소설을 쓰는 분위기였다. 개인의 실존과 사랑이란 문학적 주제에 목말라 있던 한국 독자들은 열광했고 한 해에만 30만부가 넘게 팔렸다. ‘상실의 시대’ 만으로 국내에서 올린 판매고는 200만 부를 훌쩍 넘는다. 1994년 요미우리 문학상 수상작인 ‘태엽감는 새’는 청춘의 상실과 성숙의 고통을 주로 그려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세계에서 분수령이 된 소설로 꼽힌다. 잃어버린 아내를 되찾으려는 남자의 분투와 실재했던 폭력의 역사를 교차해 촘촘하게 짜내려 간 이 소설은 일본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태엽감는 새 연대기’라는 제목으로 작가가 직접 다듬은 개정판이 발간되기도 했다.

(사진=문학동네)
(사진=문학동네)

그렇게 무심한 듯이, 한발 멀리 사건을 말하고 세상을 바라보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세계는 해를 지나며 점점 담대하고 적극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환상의 세계를 펼쳐낸 ‘1Q84’(2010)를 기점으로 최근작인 ‘기사단장 죽이기’(2017)까지, 그의 시선과 영역은 더욱 넓어졌다. 이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상실 대신 이상을 좇게 됐다는가 하면 작품 안에서 상실을 들여다보기보다 이를 해치우고 극복해내려는 캐릭터들에 그의 오랜 팬들은 “변했다”고 말한다. 이 “변했다”는 말이 무조건적인 비판은 아니다. 이를테면 ‘기사단장 죽이기’ 안에서 기를 쓰고 자신의 결핍과 상실을 이겨내려던 인물들은 이전 하루키 작품 속 캐릭터와 정반대의 인물들이라 생경하게 다가오는 정도다. 변화하는 사이사이, 작고 소소한 이야기들을 다룬 작품들을 선보이면서 기존 팬층을 끌고 가는 하루키의 전략 또한 거장답다.

1978년 4월, 어느 봄날 프로야구 개막경기를 관람하던 중 첫 타자가 2루타를 날리는 것을 보고 갑작스레 “그래,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는 하루키다. 경기가 끝나고 서점에 들러 원고지와 만년필을 사와 그날 밤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그는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성공한 인생, 그가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2017년 ‘기사단장 죽이기’ 출간 후 가진 뉴욕행사에서 “중요한 것은 낸 세금의 액수와 과거의 여자친구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 그리고 노벨문학상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 말한 바 있다. 지나간 것에 연연해하지 않고 미래의 기대에 목매지 않는 것. 무라카미 하루키가 여전히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뷰어스)
(사진=뷰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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