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길을 묻다] 지금 당신이 숨쉬고 있는 곳, 만족하십니까
[책에 길을 묻다] 지금 당신이 숨쉬고 있는 곳, 만족하십니까
  • 문다영 기자
  • 승인 2019.03.03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을유문화사)
(사진=을유문화사 북트레일러 영상 캡처)

[뷰어스=문다영 기자] 내 생애 첫 집은 아파트. 4층이다. 어차피 은행의 힘을 빌려야 하는 상황에서 오래 살 수 있는 집을 구하자는 것이 목표였다. 그 전에 살던 집은 요즘 각광받는다는 고층, 21층이었다. 전망은 좋았지만 내리는 비가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거센 바람, 안팎 온도차로 인한 결로가 고충이었다. 그럼에도 21층에서 4층으로 간다는 건 고민되는 일이었다. “낮은 층은 소음이 크다” “고층이 대세인데 나중에 잘 팔리겠냐” 등등등…. 회의적인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어린 아들마저 “친구들보다 높은 곳에 살아서 좋았는데”라고 아쉬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층으로 이사 온 건 순전히 나무 때문이었다. 열어둔 창문에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가 참 좋았다. 거실 창문으로 보이는 놀이터 앞 커다란 소나무는 어쩐지 앞마당 같았다. 주방 창문에서도 중앙광장의 나무들이 고스란히 보였다. 멀리 도로를 지나는 차와 산책로를 거니는 사람들이 보이는 그 움직임마저 좋았다. 마치 라푼젤이 처음 성에서 내려와 세상을 마주한 느낌이었달까. 

선택은 옳았다. 누군가 이전 집과 지금의 집 중 어느 곳을 선택하겠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지금의 집이다. 내 소유의 집이라서가 아니다. 사람 사는 맛이 난다고나 할까.

월세든, 전세든, 자가든 누구나 자신의 기준으로 집을 고를 터다. 어떤 것에 기준을 두느냐에 따라 행복의 크기도 달라진다. 그 기준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을 고르라면 주저없이 유현준 교수의 ‘어디서 살 것인가’를 추천하겠다.

tvN ‘알쓸신잡2’에서 조곤조곤 건축 이야기를 풀던 유현준 교수는 책 안에서도 대화하듯 건축에 대한 자신의 철학, 잘 살기 위한 건축, 사회와 어우러지는 건축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집은 물론이고 학교부터 기업, 쇼핑몰까지, 그의 눈길과 분석과 생각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SNS를 많이 하는 이유도 건축 구조의 변화 때문이다. 이렇듯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일상의 사소한 부분들을 건축학적으로 풀어내는 그의 이야기들은 현실과 맞닿아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건축에 대해 1%도 관심없는 사람이라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이유다.

(사진=을유문화사)
(사진=을유문화사)

일례로 유현준 교수가 책의 도입부에서 언급하는 학교 시스템과 학교의 건축은 충격적이다. 유 교수는 수렵 채집, 농경사회에서 필요 없었던 시간 개념이 공장을 돌리는 산업혁명 후 중요해지면서 학교가 생겨났다고 말한다. 바이오리듬에 맞춰 살던 사람들을 9시까지 출근하는 사람으로 길러내기 위해 학교가 생겼다는 것이다. 더불어 9시까지 출근해야 하는 부모를 위해 아이가 성인으로 자라기 전 12년 동안 9시까지 등교한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왜’라는 질문과 명쾌한 답을 주는 그의 방식은 이렇듯 남다르다. 이에 더해 그는 국내 학교가 교도소, 혹은 양계장과 같은 구조라고 꼬집으면서 “우리 아이들이 같은 반 친구를 왕따시키고, 폭력적으로 바뀌는 것은 학교 공간이 교도소와 비슷해서다”라고 말한다. 충격적이지만 그가 국내 학교 건물과 교도소 구조의 공통점을 논하면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마찬가지 방식으로 유 교수는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어떤 집이 필요한지, 인재가 모이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선 어떤 사옥을 지어야 하는지, 행복한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도시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등을 말한다. 아이들이 움직이는 풍경을 보기 힘든 아파트에서 자라느라 TV에 몰두하게 된다는 진단이나 현대사회가 커피숍부터 거주지까지 공간을 즐기려면 돈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는 등 설명은 책 제목처럼 ‘어디서 살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장소’의 이상향 안에는 ‘어떻게’도 포함되어 있다. 어디서 살 것인지를 선택할 때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떻게 살 수 있는지도 결정된다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 가족이 가장 행복할 집을 찾기보다 어느 도시에 살지, 얼마나 가격이 뛸 집인지를 따진다. 재건축을 노리고 불편을 감수하고 살거나 뛰는 집값이 아까워 하루 왕복 4시간씩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을 볼라치면 어쩐지 씁쓸하다. 유 교수는 이런 이들에게 공간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집은 단순히 비바람을 막는 곳이 아니라 삶의 질과 아이의 인성을 결정할 수 있는 곳이며 회사는 그저 출퇴근만 하면 되는 곳이 아니라 일의 효율성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도시는 어떻게든 지하철 노선 하나 끼워 집값을 올려야 하는 수단이 아니라 행복한 곳이어야 한다. 유 교수의 일침은 우리가 우리 몸을 너무 함부로 아무 곳에나 두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만든다.

“만약 우리가 사는 도시가 아름답지 않다면 그것은 어느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그 안에 사는 많은 사람의 건축적 이해와 가치관의 수준이 반영된 것이다. 좋은 도시에 살고 싶은가? 나부터 좋은 가치관을 갖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