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희의 B레코드] 각기 다른 표정의 ‘유근호’ 시리즈를 듣는 묘미
[이소희의 B레코드] 각기 다른 표정의 ‘유근호’ 시리즈를 듣는 묘미
  • 이소희 기자
  • 승인 2019.03.09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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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어스=이소희 기자] #72. 금주의 가수는 유근호입니다.

(사진=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제공)

■ 누굴까, ‘유근호’

이름: 유근호

데뷔: 2013년 11월 정규 1집 앨범 ‘워크 얼론(Walk Alone)’

대표곡: 첫 번째 미니앨범 ‘무지개가 뜨기 전에’ 타이틀곡 ‘얄미운 나비인가봐’

디스코그래피 요약: 정규 1집 앨범 ‘워크 얼론’(2013), 미니앨범 ‘무지개가 뜨기 전에’(2015), 미니앨범 ‘결’(2018)

특이점: ▲2011년 제22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입상 ▲2015년 민트페이퍼 컴필레이션 앨범 ‘브라이트(bright) #3’ 참여

해시태그: #포크의 다양한 매력 #앨범의 출중한 짜임새 #각 트랙마다 달라지는 바이브

(사진='라스트 신' MV 영상 캡처)
(사진='라스트 신' MV 영상 캡처)

■ 미리 보는 비디오

정규 1집 앨범 ‘결’ 타이틀곡 ‘라스트 신(Last Scene)’ 뮤직비디오. 시작부터 끝까지 본인만의 리듬으로 춤을 추는 여성의 모습이 나온다. 그는 마치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노래에 취해 누가 보든 말든 멋대로 몸을 움직이는 사람 같다. 장소는 바뀌어도 변함없이 지켜나가는 그의 바이브는 ‘애써 아름다울 필요가 없다’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별을 받아들이는 유근호의 목소리와 하나 된다. 그리고 그 자유롭고도 꿋꿋한 움직임은 ‘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까지의 씁쓸하고 관조적인 틈까지 잘 보여준다.

(사진=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결' 커버)

■ 유근호의 음표를 즐기는 법

유근호의 노래에 푹 빠지고 싶다면 결코 한 트랙만 들어서는 안 된다. 물론 노래 하나하나만 들을 때에도 유근호만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트랙을 향유하며 그의 스펙트럼에 놀라는 일 또한 그 못지않게 즐겁다. 

유근호의 스펙트럼은 잘 짜인 연재물처럼 정교하게 정돈되어 있다. 각 앨범마다 콘셉트와 방향성이 뚜렷한데 그 안에서 저마다의 음표들이 뛰노는 식이다. 유근호의 데뷔 앨범이기도 한 정규 1집 앨범 ‘워크 얼론’은 그가 지닌 능력을 모두 보여주겠다는 의지로 가득하다. 더블 타이틀곡 ‘워크 얼론’과 ‘킵 키싱(Keep Kissing)’은 각각 포크의 정취와 대중성 높은 밝은 기운이 물씬 풍긴다. 그러면서 향니와 함께해 풍성함을 불어 넣은 ‘런 투(Run 2)’, 발라드의 장르를 띄고 있는 ‘런(Run)’, 록적인 요소가 돋보이는 ‘위 블루(We Blu)’ 등이 자리한다.

이후 낸 첫 번째 미니앨범 ‘무지개가 뜨기 전에’는 몽글몽글한 구름이 커버에 자리하고 있는 만큼 산뜻하고 설렘 가득한 멜로디들이 귀를 가득 채운다. 그러면서도 어쿠스틱한 사운드 사이로 약간은 러프한 ‘사막탈출’, 섹슈얼한 가사가 돋보이는 ‘렛 미 인(Let Me In)’, 이규호의 코러스로 몽환이 더해진 ‘둘이서’ 등이 유려한 굴곡을 선사한다.

가장 최근에 낸 두 번째 미니앨범 ‘결’은 앞선 두 앨범보다 탄탄하다는 느낌을 준다. 음악적인 시도와 초창기 유근호의 모습이 모두 담긴 덕분이다. 더 나아가 앨범은 미니멀한 톤을 바탕으로 하되 소리에 변형을 줘 곡이 풍기는 분위기를 강조하는 식으로 ‘선택과 집중’을 했다. 그로 인해 멜로디컬한 ‘라스트 신’ ‘이방인의 춤’은 더욱 돋보인다.

이렇게 하나하나 일관성 있게, 하지만 지루하지 않게 짜인 유근호만의 시리즈는 듣는 재미를 선사한다. 여기에 각 분위기마다 마무리감이나 힘을 주는 정도 등을 달리한 ‘보컬의 표정’에도 집중한다면 더욱 풍성한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사진=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제공)

■ 유근호 미니 인터뷰
(이하 인터뷰는 반말로 재구성됐습니다)

▲ 노래 잘 듣고 있어. 그간 발매한 앨범들을 보면 다채로운 장르 속에서도 한 챕터씩 일관되게, 섬세하게 다듬어진 느낌이 들어서 대단해. 콘셉트를 잡고 가는 건지 아니면 만들면서 색깔이 형성되는 건지 궁금해. 작업은 보통 어떻게 이뤄지는 편이야?

“앨범을 만들기 전부터 명확한 콘셉트를 잡고 작업하는 건 아냐. 그 시기에 쓴 곡들을 쭉 들어보면서 관통하는 분위기나 색깔 같은 것을 잡는 편이지. 어떤 시기에 겪은 일들이 불러오는 생각이나 느낌이 며칠 몇 달 만에 사라지는 게 아니잖아. 그래서 일관된 느낌이 있는 것 같아. 억지로 하나로 묶으려 하지 않아도 어색함 없이 큰 그림이 나오더라고. 장르적인 측면에서는 당연하겠지만 그 시기에 많이 듣고 좋아하는 음악에 영향을 많이 받아. 특히 편곡을 하면서 곡의 색깔을 명확히 할 때가 있는데 그때면 더 그렇지”

▲ 노래의 분위기가 다양한 만큼 각각의 보컬도 다르게 느껴져. 장르에 따라 목소리를 다르게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어때? 

“가이드 녹음을 할 때 가사 없이 멜로디를 흥얼거리는데 무의식적으로 그때부터 그 노래에 맞게 불러 놓는 것 같아. 보컬의 느낌은 그 첫 느낌이 제일 좋더라고. 그래서 사실 가사를 붙이고 제대로 녹음을 하면 그 느낌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아. 보컬을 원하는 대로 컨트롤할 수 있는 실력이 없어서 그런가봐. 이건 앨범을 만들면서 늘 아쉬운 부분이기도 해”

▲ 노래를 만들면서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

“어렸을 때는 멜로디와 가사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이 노래 좋다’고 느끼는 데에는 멜로디와 가사 외에도 복합적인 이유가 있더라고. ‘이 사람을 예뻐서 좋아한 줄 알았는데 깊게 사귀다 보니 이런 저런 면이 나를 끌어당겨서 예쁘게 보인거구나’ 뒤늦게 알게 된 거지. 결국 보컬, 멜로디, 가사, 편곡, 연주, 레코딩, 믹싱, 마스터링 등부터 곡을 만드는 과정에서 눈치 채지 못 한 요소들이 모두 합쳐져서 그 곡의 느낌을 내는 것 같아. 그 중 하나라도 달라지면 노래의 느낌도 달라지는 거지. 그래서 ‘음악을 만드는 데 어떤 게 중요해?’라고 물으면 다 중요한 것 같기도 하고 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해”

(사진=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제공)

▲ 지난해 낸 미니앨범 ‘결’도 참 좋더라. 모두 마지막 장면을 그리고 있잖아. 그런데 마지막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고도 생각해. ‘결’의 의미 중 ‘어떤 일을 하다가 생각을 다른 데로 돌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라는 뜻이 더 좋았다고 직접 앨범을 소개한 것도 있고. 이렇게 마지막, 그리고 전환을 주제로 잡게 된 계기가 있어?

“원래는 앨범을 내거나 곡을 만들고 나면 ‘다음에는 이런 걸 해야지’와 같이 미처 다하지 못 한 이야기 같은 게 남아 있었어. 그런데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어. 음악을 듣고 만드는 일도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지. 그래서 ‘이번 앨범으로 매듭을 한 번 지어야겠다’하는 생각이 굳어졌어. 스스로도 ‘아, 지금 새로운 시작과 어제의 끝 사이에 있구나’ 싶었어. 그 시작이 어떤 방향이 될지는 몰라. 하지만 어느 한 시기가 끝나가는 게 두려워서 억지로 붙잡고 있지는 말자는 생각으로 앨범을 완성했어”

▲ 그래서 그런지 ‘결’을 보면 전체적으로 마지막의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태도가 느껴져. 이런 인정은 그간 많은 고민과 생각들을 겪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때?

“‘마지막의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했는데 정확해. 있는 그대로 마지막을 받아들이는 것에도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 마지막이긴 하지만 체념이나 포기의 느낌이 아니야. 주저앉는 게 아니라 마지막 오르막을 꿋꿋이 걸어가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그런 마지막은 늘 새 시작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 제대로 마지막을 마주하지 않으면 새로운 시작도 유예되는 거지. 내 힘으로 이쯤에서 쉼표를 찍고 싶었어. 그래도 삶은 계속 될 것 은 분명하니까”

▲ 재미있는 건 ‘결’에서 초창기 유근호의 모습과 지금의 유근호의 모습이 모두 있다는 거야. 음악적으로 시도한 트랙도 있고 데뷔 당시 보여준 색깔도 있는 것 같아. 이 역시 또 하나의 시작과 끝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데뷔 당시의 유근호를 돌이켜보면 지금의 유근호는 어때?

“글쎄, 사실 별로 변한 게 없는 것 같아. 물론 앨범은 계속 내고 있으니 음악 만드는 과정에 익숙해지고 처음보다 능숙해진 건 있지.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것과 아쉽지만 포기해야 하는 것에 대한 판단도 빨리 내려지고. 그렇지만 그게 무조건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어. 마치 시시한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해. ‘조금 더 세련되고 철이 들었지만 에너지 레벨은 낮아졌다’. 이렇게 정리하면 될 거 같다. 그런데 말하고 보니까 너무 자연스러운 현상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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