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를 읽다] 김훈이 바라보는 세상
[작가를 읽다] 김훈이 바라보는 세상
  • 문다영 기자
  • 승인 2019.03.08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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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해냄출판사)
(사진=해냄출판사)

[뷰어스=문다영 기자] “함부로 내보낸 말과 글을 뉘우치는 일을 여생의 과업으로 삼되, 뉘우쳐도 돌이킬 수는 없으니 슬프고 누추하다(‘라면을 끓이며’ 중)”

그는 글은 시간이 지날수록 낡아지고 퇴색한다며 글을 쓰는 행위가 자신을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사람, 본인이 쓴 글을 보며 ‘왜 이것밖에 안되냐’고 자기 성찰을 하고, 원고를 완성하면 거기서 떠나기 위해 자신의 책을 보려 하지 않는 사람. 기자 출신, 국내 몇 안되는 밀리언셀러 작가인 김훈의 솔직한 고백이다. 

그는 70년 격동의 시대에 한국일보에 입사한 뒤 여러 매체에서 일하다 1994년 문학동네에서 소설 ‘빗살무늬토기의 추억’으로 등단하며 기자직을 벗어던졌다. 밀리언셀러인 ‘칼의 노래’(2001)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했고 이후 내놓는 작품들로 유수 문학상을 거머쥐었다. ‘현의 노래’ ‘화장’ ‘남한산성’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그의 딸이 제작자로 나선 만큼 원작의 맛과 진의를 가장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누가 봐도 성공한 작가지만 김훈 작가에게 작가적 거드름이라거나 교만은 찾아보기 힘들다. 김훈 작가 스스로도 문학적 권위를 찾는 이가 아니다. 김훈 작가가 월간조선과 인터뷰 중 “나는 문학이 인간을 구원하고, 문학이 인간의 영혼을 인도한다고 하는, 이런 개소리를 하는 놈은 다 죽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다소 강경한 어조로 얘기한 것에서 그가 문학을 대하는 태도가 드러난다. “문학이 현실 속에서의 자리가 어딘지를 알고, 문학하는 사람들이 정확하게 자기 자리에 가 있어야 한다”는 그의 말은 작품에서도 오롯이 드러난다.

(사진=학고재)
(사진=학고재)

그래서 작품 속 그의 세상은 여느 작가들과 다르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세상의 면면을 세세히 표현하고 언어로 보통 사람들의 삶을 붙잡아낸다. 인간의 본질을 들여다보기 좋아하고 세상의 추악함 속에서 인간적 희망을 조명한다. 그가 조명하는 인물들은 국가의 운명 앞에 소신을 다하는 충신이기도 하고, 선상에서 밧줄을 쥐고 있는 선원들이기도 하고, 자전거의 페달에 발을 올린 자기 자신이기도 하다. 그 안에서 허공에 붕 뜬 듯한 미사여구나 설정은 찾아보기 힘들다. “눈이 아프도록 들여다보며 세상을 이해하는 소설가”로 정의한 웅진지식하우스 설명이 납득이 간다. 

기자 출신답게 예리한 눈도 그만의 묘사와 서술을 완성해낸다. ‘칼의 노래’를 구상할 때 몇날 며칠을 아산 현충사 사당 장군 큰 칼 앞에서 서성거렸고, ‘남한산성’을 쓸 때는 한 계절이 지나도록 산성을 자전거로 오르내렸다고 전해진다. 그렇게 생각을 집약하고 사실주의로 담아낸 이야기들은 장황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다. 성웅 이순신은 고뇌하는 인간이 되고, 전쟁과 죽음이란 상황 앞에 충신 역시 한 인간이 된다. 

이야기를 재창조하고, 남다른 시선으로 세상에 파인더를 들이댄 그의 작품 세계는 작품의 성격에 따라 변화하는 문체로 살아있는 존재가 된다. ‘칼의 노래’나 ‘남한산성’은 남성적 문체와 수사적 군더더기를 뺀 단문으로 긴박감을 높였다. ‘칼의 노래’와 ‘현의 노래’ 두 작품을 놓고 보면 그의 언어적 장단을 비교하는 맛이 있다. 김훈 스스로도 계간지 ‘문학동네’ 대담에서 “‘칼의 노래’를 쓸 때는 짧은 문장으로 마구 휘몰고 나가는 휘모리를 ‘현의 노래’를 쓸때는 중모리나 중중모리로 밀었다”며 음악적 박자로 작품을 설명했다. 에세이를 쓸 때면 한없이 뻗어가는 스물네 박자짜리 진양조를 선호했다는 그의 설명은 김훈 작가의 작품이 어째서 아름다운 문장, 단정한 문체로 높이 평가받는 지를 알 수 있게 한다. 

기자 출신, 간결하고 유려한 문체, 평론가들이 인정하는 몇 안되는 ‘글쟁이’로 꼽히는 김훈 작가다. 사람을 묶어 놓고 밥을 갖다 주는 게 모욕적으로 느껴져 비행기 타기를 싫어하고 기성세대가 풍요를 만들어놓고 젊은이들을 외곽에서 방랑하게 만들었다며 요즘 세대를 걱정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남다른 눈으로 세상을 직시하고 파고드는 그가 또 어떤 세계를 우리 앞에 펼쳐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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