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를 읽다] 김영하가 말하는 작가의 본분
[작가를 읽다] 김영하가 말하는 작가의 본분
  • 문다영 기자
  • 승인 2019.03.21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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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문학동네)
(사진=문학동네)

[뷰어스=문다영 기자] 한쪽으로 찌푸려진 눈, 시니컬한 미소, 특유의 그 표정에서 튀어나오는 생각보다 순진하고 구수한 유머들. 소설가이자 잡학박사로 유명한 김영하 작가.

방송으로 알려진 김영하 작가의 대중적 인지도는 작가 김영하와 비교가 안될 정도다. ‘알쓸신잡’ 당시 ‘오직 두 사람’은 출간 두 달 여 만에 13쇄를 찍었다. TV의 힘을 느끼자마자 ‘살인자의 기억법’이 개봉하면서 그의 책이 순위권에 진입했다. 측근들이 이를 두고 ‘김영하의 빅 픽처’라고 농을 던졌을 정도다. 

그러나 방송을 차치하더라도 김영하 작가가 국내 문학계에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첫 작품부터가 남달랐다. 그의 공식적 첫 작품은 1995년 계간지 ‘리뷰’에 발표하며 문단에 등단한 단편 ‘거울에 대한 명상’(단편소설집 ‘호출’內)이다. 故이은주의 대표작인 영화 ‘주홍글씨’ 원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한 남자와 남자의 여자 친구가 한강변을 걷다 섹스를 하기 위해 들어간 폐차 트렁크에서 갇혀 죽는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을 중앙일보는 1995년 신춘문예 최종심에서 낙선시켰다. 수상 가치는 충분하지만 ‘후반부 무게에 비해 전반부 성애가 너무 가볍고 진해’ 새해 첫날에 도저히 내보낼 수 없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만큼 파격적이었다.

공식적 첫 작품도 파격적인데 팬들이 꼽는 비공식적 데뷔작은 더 남다르다. ‘알쓸신잡’에서도 등장했던 ‘무협학생운동’은 1980년대 학생운동을 무협지 형식으로 소설화한 작품으로 ‘김영하의 진짜 데뷔작’, ‘전설적 작품’이란 평가를 받는다. 

남다른 시작만큼 이후 행보도 비범하다. 첫 장편소설인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죽음의 미학을 매혹적으로 탁월하게 형상화함으로써 한국문학에 비범하고 충격적 소설가의 탄생을 알리며 제 1회 문학동네 작가상을 수상했다. 일제 강점기 일본 인력회사 알선을 통해 멕시코로 떠난 조선인 11명을 조명한 ‘검은 꽃’은 열권짜리 분량을 한권으로 압축한 대하소설이란 평가를 받는다. 동인문학상이란 수확을 거뒀고 김영하 작가의 저력을 보여준 작품으로 꼽힌다. 2004년도 특별하다. 한 해에만 소설집 ‘오빠가 돌아왔다’로 이산문학상, 장편소설 ‘검은 꽃’으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장·단편을 종횡무진하는 필력을 자랑했다. 그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살인자의 기억법’은 지난해 제4회 일본 번역대상 수상으로 열도 독자들의 열띤 반응을 체감케 했다. 

독보적 행보를 걸어온 그의 작품세계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긴 어렵다. 이에 대해 김영하는 ‘네이버책’과 인터뷰에서 “늘 경계를 넘어가는 데 관심이 있었다”면서 한국문학의 경계, 혹은 문학은 이래야 한다는 통념을 넘어서기 위한 시도를 이어왔다고 밝힌 바다. 그는 “암묵적으로 합의된 경계, 교과서에서 보는 문학 작품들 같은 어떤 풍이 있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정해진 경계 안에서 글을 쓰는 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늘 그 바깥에 ‘이런 것 써도 되나? 쓰면 안 될 텐데’하는 생각을 했고 그때마다 참을 수 없이 그런 것을 꼭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작부터 파격의 연속이었던 작품 세계를 가장 잘 드러내는 자기분석이다.

(사진=문학동네)
(사진=문학동네)

 

■ 엔터테이너로서의 능력, 잃지 않는 본분

김영하 작가의 작품을 보면 어쩐지 특이한 사람일 것 같은 기분이다. 보통의 시선이 극히 드물기 때문. 그러나 방송이나 인터뷰를 비춰지는 김영하란 사람은 독특하고 귀엽고 박학다식한,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 속한다. 자신의 소설 번역본을 마주하는 느낌이 마치 20년전 헤어진 여자친구가 데려온 아이 같다고 표현하는가 하면 방송에선 지방도시를 찾아가 놓고 그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을 먹기보다는 피자를 먹으러 가는 엉뚱함을 발산한다. 그리스에선 가짜 월계관이라도 써보겠단 일념으로 꿋꿋이 버티는 순수함이 시청자들을 매료했다. 무엇보다 문학적 시선과 해박한 지식들은 시청자가 그를 사랑하도록 만든 요인이었다. “그의 숨은 감성을 발견해 좋았고, 그의 머릿속 감성이 내 머릿속으로 돌아온 느낌”이라던 황교익의 평가는 높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방심하는 순간 그는 소설가의 얼굴로 돌아와 문학을 탐미하는 재미와 가치, 그리고 소실의 안타까움을 말한다. 김영하 작가는 ‘알쓸신잡’ 첫 시즌 때 무인도에 가져가고 싶은 책으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골랐다. 작가들이 좋아하는 책이며 언제 (무인도에서) 구조될지 모르니 오래 읽어야 한다는 농담섞인 이유를 댔지만 “심리 묘사가 대단하다. 톨스토이가 보는 다양한 군상의 인간들이 있다. 모든 인물 내면에까지 다 들어간다”고 작가적 시선을 더해 그가 예능인이 아닌 작가임을 각인시켰다. 그런가 하면 ‘알쓸신잡3’에서는 절판된 책을 들고 나와 “세상에서 사라져선 안될 책”이란 한마디로 재출간을 이끌어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김영하 작가로 인해 세상에 다시 나오게 된 이 책은 지난 2월까지 판매부수만 14만부에 달한다. 자신의 유명세와 영향력을 오로지 ‘가치 있는 문학’에 활용한 것이다. ‘비정상회담’에서는 국내 번역 도서들에 대한 솔직한 견해부터 문학인의 고뇌까지 가감없이 밝히며 ‘친근한 유명인’인 가운데 그의 본업이 작가라는 점을 잊지 않게 한다. 전 정권 탄핵 시국에는 촛불시위현장 신문사에 르포를 쓰기도 했다. 당시 그가 그렇게 한 이유는 작가의 임무라 생각했기 때문. “현장에서 사람들 구경하고 기록하고, 이런 게 작가 아닌가”라는 그의 말은 사회 속에 살아가는 작가의 자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내놓는 책마다 성공을 거두고 센스 넘치는 입담으로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했다. 이 가운데서도 사회와 문학계를 향한 시선과 해석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세상 부러울 게 없을 것 같은 데다 부지런하기까지 한 그의 앞날은 어떨까. 그의 바람은 변함없이(혹은 변화하는) 소설가로서 살아가는 인생이다.

“농담삼아 하는 이야기인데 제 장래 희망이 소설가예요. 장래에도 계속 소설을 써야죠. 지금도 소설가이지만, 장래 희망도 소설가입니다” (네이버책과 인터뷰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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