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다영의 세태공감] 우리가 아는 ‘기레기’의 정체
[문다영의 세태공감] 우리가 아는 ‘기레기’의 정체
  • 문다영 기자
  • 승인 2019.04.15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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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1)
(사진=KBS1)

[뷰어스=문다영 기자] KBS1 ‘저널리즘토크쇼J’ 14일 방송을 몇 명이나 봤을 지 궁금하다. 여론보다 기자라는 직함을 가진 이들 중 몇 %나 이 방송을 봤을까 궁금하다. 과연 기자라는 직함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는가를 처절하게 반성하게 만드는 회차였기 때문이다.

이날 방송된 KBS1 ‘저널리즘토크쇼J’는 세월호 참사 당시 주요 언론사들의 보도 행태는 되짚어보는 시간이었다. 타 언론사들을 저격하는 내용이 아니었다. 신랄한 비판에는 KBS 자사에 대한 자성과 일침도 함께였다.

KBS는 이 방송을 통해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사들의 오보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의도된’ 보도들이 얼마나 많은 이들의 눈을 가리게 했는지를 상세히 전했다. 자사 보도 중 故 김홍경 씨가 해양 경비대의 구조 당시 상황을 꼬집은 코멘트를 어떻게 자르고, 다르게 둔갑시켜 내보냈는지를 편집 전 영상으로 보여줬다. 또 사건 당시 구조 작업이나 정부 컨트롤 타워에 대한 면밀 보도 대신 유벙언 일가에 초점을 맞추는 등 시선을 돌린 보도를 냈다는 점을 수치로 고백하고 나섰다. 내부에서도 부끄러웠을 치부를 낱낱이 드러내며 자성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KBS는 재난주관방송사다. 정확하고 신속한 보도를 해야 함에도 우왕좌왕하며 숱한 실수들을 저질렀고, 정치 바람에 흔들리며 언론사로서 신념을 지키지 못했다. 이 사실을 본인들의 입으로 알렸다는 점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사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요즘의 언론사들은 언론인으로서 자존심보다 체면치레에 몰두하고 있다. 잘못된 보도에 대해 가감없이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외면하기 바쁜 것이다. 

국내에 존재하는 언론사 중 외부의 입김에 흔들리지 않는 곳은 없다.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마찬가지다. 권력에 맞서 진실을 보도하는 언론사의 실화를 담은 영화 ‘더 포스트’나 ‘스포트라이트’ 같은 작품보다 현실이 더 지질하고 처절하다. 이는 언론사가 언론인의 신념대로 살 수 있기보다 이윤을 도모하는 기업 일원이어야 하기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사진=KBS1)
(사진=KBS1)

그런 점에서 KBS의 이번 자성은 칭찬할 만하다.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언론사가 아닌 기자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저널리즘토크쇼J’ 방송 후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보도 매체들의 기사를 보면 방송 내용에 대한 설명이 전부이거나 외면하고 있다. 할 말이 없어서, 뜨끔해서라면 다행이겠지만 해당 방송을 보면서도 받아쓰기에 바빴거나 언론인으로서 자신을 돌아보지 않았다면 큰일이다.

정부 압력에 의한 의도된 편집, 언론사라 불러야 할지 기업이라 불러야 할지 모호한 회사의 사정에 휘둘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무척 많다. 그 점이 앞으로의 문제다. ‘저널리즘토크쇼J’ 는 외부 요인에 의해 기레기가 된 이들의 실상을 보여줬다. 뼈아픈 지점이다. 앞으로도 숱하게, 수많은 언론사들이 그런 행태를 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소속돼 있는 기자들이 진정 기자로서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사측의 탓을 하기에 앞서 기자로서 제대로 살아가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요즘 취재현장에서는 본인의 질문을 하는 기자가 드물다. 입을 막았던 박근혜 정부 탓이라는 말도 있지만 질문의식을 갖고 있지 않은 이들이 더 많다. 인물과 현장을 취재하러 가놓고도 자신이 왜 그곳에 있는지 모르는 이들도 허다하다. 그저 그들이 말하는 것을 받아 적어 전하는 정도다. 오히려 다른 기자가 질문을 해주는 걸 편하게 생각하는 이도 있고, 어떤 기자가 자신의 소신껏 질문을 던졌을 때 의아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떤 사건에 대해서도 관련인이나 경찰, 즉 화자가 알려주는 대로만 쓰는 이들이 비일비재하다. 기다리라고 하면 기다리고, 없다고 하면 없는 줄 안다. 사안에 대해 깊이 파고들거나 알아낼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세밀하게 분류하자면 기자라고 말하기 힘들다. 

‘저널리즘토크쇼J’ 방송 후 든 생각은 이런 것이었다. 언론사가 돈을 버는 특수한 사정, 권력과 돈에 흔들리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떠나 나를 포함, 요즘 기자들은 얼마나 기자 정신이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 끝없이 머릿 속을 맴돈다. 언론사를 쥐고 흔드는 정부나 광고주는 언제든 바뀐다. 권력도, 돈도 영원하지 않다. 그 안에서 어떤 언론사는 독립투사가 되고, 민주 열사가 되지만 어떤 언론사는 매국노가 된다. 회사의 방향성이 그 안의 기자들을 쥐고 흔든다. 그러나 기자들이 기자정신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위험한 일이다. 

예전 인턴을 하던 대형 언론사에서, 기자 선배들이 회사를 욕하는 상황을 목격했다. 직시해야 할 사실과 정반대의 주장을 펼친 사설 때문이었다. 결국 신문에는 윗선의 기조에 따른 기사가 나갔지만 내부에서는 자성의 술자리가 열렸고, 경쟁 언론사에 실상을 알려주며 반박 기사를 써달라는 선배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사안에 대한 분위기는 눈 가리고 두둔할 수 없는 사태로 커지며 회사가 기조를 바꾸게 만들었다. 회사가 아닌 구성원이 중요한 이유다. ‘저널리즘토크쇼J’가 휘두른 회초리는 언론사를 향한 것이었다. 그러나 기자들은 한발 더 나아가 생각해봐야 한다. ‘기레기’로 불릴 것인가, 상황에 굴복하는 일은 있을지라도 스스로에게만큼은 떳떳한 기자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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