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판교오피스. (사진=카카오)
카카오가 3년 내에 해외 매출 비중을 3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로 내세운지 1년이 됐다. 해외 진출이 비교적 용이한 콘텐츠 사업에서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미운 오리 새끼'로 꼽히던 카카오모빌리티는 해외 거점 확보에 힘을 쏟으면서 '백조'로 변신 중이다. '비욘드 코리아' 목표가 대체로 순항하고 있다는 평가다.
24일 카카오에 따르면 전날 판교 오피스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관광청 고위 임원들과 카카오의 '비욘드 코리아' 전략 추진 핵심 인사들이 만났다.
카카오 신민균 전략기획그룹장을 비롯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조한규 대외협력실장, 김선중 전략지원실장이 참석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김재현 카오너사업실장과 카카오페이 신호철 결제그룹장도 함께 했다.
양 측은 사우디의 관광산업에 카카오의 IT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카카오페이의 현지 결제 시스템 확대와 카카카오모빌리티의 현지 서비스 가능성도 나온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지난 1월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부터 총 1조2000억원의 투자를 받은 데 이어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페이도 중동 진출 기대감이 나오는 지점이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페이가 중동에서 서비스를 이어간다면 카카오 공동체에서 추진하는 '비욘드 코리아' 전략 목표 달성에도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좌측부터 카카오페이 신호철 결제그룹장, 카카오모빌리티 김재현 카오너사업실장,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조한규 대외협력실장, 카카오 신민균 전략기획그룹장, 사우디아라비아 관광청 아시아태평양지역 최고기술책임자 춘 쿽, 최고책임자 알하산 알다바그. (사진=카카오)
■ '미운 오리'에서 글로벌 통해 '백조' 변신하는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는 공동체 내에서 대표적인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던 시절은 지나간 모양새다. '비욘드 코리아' 전략 아래에서 글로벌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분사 이후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냈으나 지난 2021년 126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첫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듬해에도 19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성장성은 눈에 띄었지만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판을 받은 대표적인 사업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비욘드 코리아' 전략 이행은 이 같은 비판을 잠재울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올해 첫 해외 시장 확대는 라오스다. 지난해 카카오T 기술 인프라를 직접 적용한 한국형 모빌리티 플랫폼을 괌에 선보인 뒤 올해 엘브이엠씨홀딩스와 업무협약을 통해 현지 전용 서비스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지난 3월에는 영국 모빌리티 중개 플랫폼 '스플리트(Splyt)'를 인수하면서 현지 직접 진출을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
주력 분야인 카카오 T로밍 서비스는 첫 해외 진출 파트너로 일본 최대 택시 호출 앱 'GO' 운영사와도 손을 잡는 등 글로벌 모빌리티 경쟁을 위한 판을 키우고 있다.
또 지난 17일에는 영국 UAM(도심항공교통) 기체 제조사인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와 UAM 서비스 글로벌 공동 사업에 대한 협약을 진행하는 등 모빌리티 플랫폼의 진화에 나서는 중이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 카카오페이 "글로벌 페이 거듭날 것"…미국 증권사 시버트 인수
카카오페이도 올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는 지난 1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글로벌 페이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해외에서 환전 없이 카카오페이로 결제할 수 있거나 테스트 중인 국가는 총 11개 국가로 ▲일본 ▲중국 ▲마카오 ▲싱가포르 ▲프랑스에서는 가맹점을 본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외에 ▲이탈리아 ▲독일 ▲영국 ▲호주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에서는 기술 연동 및 시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국내 가맹점에서 해외 간편결제 서비스로 결제할 수 있는 환경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페이에 따르면 중국과 홍콩, 일본등 한국 방문객의 약 80%를 차지하는 아시아 주요 국가 페이 사업자들과는 연동을 완료했거나 연동을 추진 중다.
카카오페이는 최근 미국 증권사 시버트도 인수하며 증권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의 주식 거래 경쟁력을 강화했다. 이를 통해 해외 사업을 확대해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신 대표는 “미국 증권 시장에서 55년 이상 전통과 경험을 쌓아온 시버트를 통해 카카오페이 사용자 경험과 효익을 강화할 수 있게 되었다”며, “앞으로도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혁신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금융 비즈니스를 확대해가며 사용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환원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이사. (사진=카카오게임즈)
■ 게임·엔터·미디어, 콘텐츠 사업 꾸준한 강세
카카오 공동체의 '비욘드 코리아' 첨병 역할로 꼽히는 콘텐츠 관련 사업은 비약적인 외형 성장을 기대 중이다. 카카오 콘텐츠 매출은 1분기 기준 77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 성장에 그쳤다. 그러나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지난 3월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2분기부터는 연결 손익계산서에 SM산하 종속회사 실적 반영 예정이다.
카카오엔터는 기존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를 비롯해 음악 관련 네트워크 확보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기존 음원 유통사업뿐만 아니라 SM 아티스트의 글로벌 팬덤 시장을 기반으로 ▲게임 ▲스토리(웹툰·웹소설) ▲미디어(드라마·영화) 등 콘텐츠 전 영역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꾸릴 방침이다.
배재현 투자총괄 대표는 “SM과 사업 협력은 크게 음악사업 인프라 강화, 인공지능(AI)과 버츄얼휴먼 등 미래사업을 포함한 2차 지식재산권(IP) 사업 다각화, 음악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플랫폼 협력”이라며 “K팝 글로벌 확장 영역에서 사업 협력 성과를 보여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게임즈도 다수의 기존 서비스 게임을 글로벌 시장에 연달아 내놓으며 해외 매출 비중을 늘리는 중이다. 올해 1분기 카카오게임즈의 해외 매출은 7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2% 증가했다.
카카오게임즈의 1분기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0%로 카카오가 지난해 '비욘드 코리아'를 내세우며 목표로 한 해외 매출 비중 30%에 가까운 수치다. 카카오게임즈가 지난해 대만에 선보인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하 오딘)'의 성과와 함께 '에버소울'의 글로벌 출시 성과가 더해진 결과다.
카카오게임즈는 6월 15일 일본에 '오딘'을 출시하면서 다시 한번 해외 매출 확대에 나선다. 이와 함께 지난 3월 선보인 '아키에이지 워'도 대만 서비스 시기를 조율 중이다. 아시아 시장 성과에 이어 향후 유럽 및 북미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카카오가 '비욘드 코리아' 전략 수립 이전부터 해외 매출을 책임진 카카오픽코마도 글로벌 웹툰 플랫폼 픽코마를 앞세워 여전한 성장세다. 올해 1분기에 1281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카카오픽코마는 지난해 유럽 최대 만화 시장인 프랑스에도 앱을 출시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SM엔터테인먼트와 글로벌 콘텐츠 및 음원 유통, 매니지먼트 사업 협력 가시화를 비롯해 카카오 공동체의 ‘비욘드 코리아’, ‘비욘드 모바일’ 비전 실현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