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 생산라인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올들어 국내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이 전기차에 비해 2배나 많이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전기차 가격이 워낙 비싼데다, 올해 보조금까지 축소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도 여전히 체감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것도 이유로 꼽힌다. 테슬라가 반값 판매에 나선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 현대차·기아, 하이브리드가 전기차 증가율보다 높아
20일 완성차 업계 판매 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주요 완성차 업체의 판매량은 하이브리드 차량이 전기차보다 2배 가량 많았다.
현대차의 올해 1~8월 누적 판매량을 보면 하이브리드 차량은 8만4665대, 전기차는 4만6508대였다.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이 2배 가까이 많다. 지난해 대비 증가율도 하이브리드 차량은 118.7%인 데 비해 전기차는 8.0%에 그쳤다.
현대차의 코나 하이브리드가 6947대 판매됐지만 전기차 코나 EV는 1321대 판매에 불과했다. 5배 이상 차이다.
기아 K5 전체 판매량 2만2361대 중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7429대에 달한다. K5 전체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5.7% 늘었고, K5 하이브리드는 45.3%나 증가했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의 주요 전기차 판매량은 줄었다. 현대차 아이오닉 5는 올해 1~8월 1만191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203대보다 41% 감소했다. 기아 EV6는 같은 기간 올해 1만3273대로 지난해 1만6789대보다 21.4% 줄었다.
■ 한국GM·KG·르노, 전기차 차종 적어…르노 “아직은 하이브리드”
한국GM·KG모빌리티·르노코리아 등도 전기차 전환 속도가 느리다. 그나마 KG 모빌리티는 20일 전기SUV 신차를 내놨다. 르노코리아는 일찍이 소형 전기차를 중심으로 국내에 출시해봤지만 빛을 보지 못하고 XM3 하이브리드를 중심으로 유럽시장 수출에 나섰다.
한국GM은 올해 1~8월 전기차 볼트EV 193대, 볼트EUV 1066대를 각각 판매했다. 지난해 대비 각각 22.2%, 147.9% 늘었다. 이들 합산 판매량은 1259대로, 같은 기간 내연기관차를 포함한 전체 판매량 2만6424대의 4.76% 비중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한국GM은 올해 대형 전기SUV 리릭을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안갯속이다.
르노코리아자동차 XM3(수출명 르노 뉴 아르카나) 하이브리드가 수출을 위해는 모습. (사진=르노코리아)
르노코리아는 일찌감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와 소형 전기차 조에(ZOE)를 내놓았으나 올해 판매는 전무하다. 지난해까지는 이들 두 차종은 각각 112대, 404대 판매된 게 전부다.
대신 르노코리아는 인기 소형 SUV 모델인 XM3의 하이브리드를 유럽 시장에서 수출해 실적을 올리고 있다. XM3 하이브리드의 올해 1~8월 수출은 4413대로, XM3 전체 판매량 6333대의 69.6%의 비중을 차지한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내년 중국 지리자동차의 CMA 플랫폼과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기반의 중형 SUV 신차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G 모빌리티는 인기 SUV ‘토레스’와 중국 BYD(비야디) 배터리 시스템을 기반으로 이날 전기SUV 신차 ‘토레스 EVX’를 출시하고 전기SUV 시장 공략에 나섰다.
■ “테슬라 반값 상기하고, 혜택 필요” 분석…“충전인프라 허수 많아” 지적도
하이브리드의 약진, 전기차의 역주행은 전기차 보조금 축소와 경기 침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전기차 판매 증대를 위해서는 보조금 혜택이나 인센티브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도 더 확충돼야 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글로벌 시장도 마찬가지로,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고 있다”며 “하이브리드의 기술적 안정도나 고연비, 가격면, 중고차 처리시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장점들이 소비자에게 매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테슬라가 반값 전기차를 내놓은 배경도 비슷한 측면으로 본다”며 “전기차에 대한 인센티브를 늘리고 전기차 충전기 인프라를 많이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송명구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나 하이브리드 차량보다 높다보니 보조금에 의존하는 게 높았는데 올해 보조금이 줄면서 전기차 수요도 줄었다”며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도 여기에 한몫하면서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차에 관심이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전기차 충전시설에 대해서 송 부연구위원은 “충전기 설치 대수에 대해서 통계가 잡히지만, 모든 기기가 작동하느냐는 문제가 있다”며 “실제 설치 대수에 비해서 충전기 이용자들이 체감하는 기기 수는 적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충전기 대수는 지난해 말 기준 급속 충전기 1만8324대, 완속 충전기 3만7449대로 총 5만5773대다. 숫자상으로는 많아 보이지만 실제 이용은 급속 충전기를 많이 이용한다.
이 마저도 고장난 충전기를 빼고 나면 체감 충전기 수는 현대차의 올해 1~8월 전기차 판매량인 4만여대보다도 턱 없이 부족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