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25 '쿠지라이식 라멘'. 사진=김성준 기자
큼지막한 뼈다귀에 두툼한 살코기가 붙은 이른바 ‘만화 고기’는 만화 속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요리입니다. 이밖에도 구멍이 송송 뚫린 삼각형 치즈, 각종 고명이 풍부하게 올라간 라멘 등도 자주 등장하곤 하죠.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힘든 음식도 있고 실제로 존재하는 음식도 있지만, 캐릭터들의 ‘먹방’을 보고 있으면 어느샌가 입맛을 다시게 됩니다. 특히 만화적 상상력으로 창작된 음식일 경우 무슨 맛일까 하는 궁금증이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쿠지라이식 라멘’도 만화를 통해 유명해진 요리 중 하나입니다. 일본 만화 '목요일의 플루트’ 주인공인 ‘쿠지라이’의 이름을 딴 음식입니다. 간편한 조리법으로도 라면을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레시피로 알려지면서 SNS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죠. 레시피가 워낙 유명해지다 보니 ‘쿠지라이식 라멘’은 알아도 ‘쿠지라이’가 만화 캐릭터인 것은 모르는 사람 역시 상당수일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만화 속 요리를 쉽게 따라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쿠지라이식 라멘’ 인기에 일조했다는 점은 분명하죠.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레시피라곤 해도 원작 만화 팬이라면 주인공이 요리한 ‘쿠지라이식 라멘’이 무슨 맛일까 하고 떠올려보곤 할 텐데요. GS25에서 이런 원작 팬들의 가려움을 긁어줄 간편식 상품 ‘쿠지라이식 라멘’을 출시했습니다. GS25는 상품 개발 과정에서 ‘목요일의 플루트’의 작가 ‘이시구로 마사카즈’와 직접 소통했다고 하는데요. 과연 유명 레시피 ‘원본’의 맛은 어떨지 살펴보겠습니다.
◆원작 캐릭터로 차별화했지만…구성물·조리법은 ‘평범’
GS25 '쿠지라이식 라멘' 제품 내용물. 사진=김성준 기자
제품은 용기에 담긴 냉장 간편식 형태인데요. 패키지에는 원작 만화 제목과 함께 주인공 캐릭터인 ‘쿠지라이’가 그려져 있습니다. 해당 캐릭터 역시 원작자가 직접 그린 것이라고 하는데, 소소하더라도 원작 팬에게는 즐거움을 주는 요소겠죠. 제품 구성물은 면과 분말스프 2종, 유성스프와 대파 건더기, 계란블록 등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용기면이라 생각하면 괜찮은 구성이지만, 다른 냉장 간편식과 비교하면 조금 부족해 보입니다.
제품의 가장 큰 차별점은 면입니다. 일반 용기면이 대게 유탕면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일본식 볶음면 느낌을 살리기 위해 주정 처리된 숙면을 사용했습니다. 매콤한 라면향을 풍기는 분말스프와 고소한 냄새가 나는 별첨 스프, 용기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계란 블록 등에서는 다른 용기면과 큰 차이점을 찾기 어려웠는데요. 그나마 대파 건더기의 양이 넉넉한 편인 정도입니다.
제품 조리는 간단합니다. 모든 내용물을 뜯어 용기 안에 넣은 뒤 표시선에 맞춰 뜨거운 물을 붓고 전자레인지로 조리하면 됩니다. 조리 시간은 700W 기준 6분30초로 조금 긴 편인데요. 조리를 완료한 뒤에도 볶음라면보다는 국물라면에 가까워 보일 정도로 국물이 많이 남아있었습니다. 조리 환경에 따라서 변수가 생길 수 있는 만큼, 기호에 맞게 1~2분정도는 더 조리해야 할 수 있습니다.
◆숙면 식감은 강점, 매콤짭짤하지만 특색은 희미해
조리를 완료한 GS25 '쿠지라이식 라멘'. 사진=김성준 기자
분말스프에서는 전형적인 라면의 매콤한 냄새가 났었지만, 조리 완료 뒤에는 라면만큼 자극적인 향이 강하진 않았습니다. 조리법이 용기면과 다르지 않은 만큼 근사한 외관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자작하게 졸인 라면과 유사한 모습이지만, 숙면을 사용해 꼬불꼬불하지 않은 면발 정도가 눈에 띕니다.
맛은 매콤하면서도 짠맛이 강한 편이라 꽤나 자극적이었습니다. 첫맛이 아주 맵진 않지만, 면을 먹다 보면 혓바닥이 얼얼해질 정도의 맵기입니다. 먹기 힘든 수준은 아니어도 매운맛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장 두드러진건 역시 면의 식감이었는데요. 면발이 아주 쫄깃한 수준은 아니지만 유탕면보다는 확실히 더 탄탄한 식감입니다.
식감은 만족스러웠지만 맛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았는데요. 분명 맵고 짠 자극적인 맛인데도 밍밍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특색이 없습니다. 그나마 사이사이 씹히는 대파 건더기가 향을 조금 더해줬지만, 향이 크게 두드러질 정도는 아닙니다. 특히 계란은 맛을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존재감이 희미했습니다. ‘쿠지라이식 라멘’ 레시피의 반숙 계란과 비교하면, 계란블록 하나로는 너무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원작자와 협업해 ‘원본 레시피’라는 차별성을 강조한 것은 분명 눈길을 끄는 요소입니다. 일반 용기면과 비교해 맛이 크게 뒤떨어진다고 하기도 어렵죠. 하지만 ‘쿠지라이식 라멘’의 ‘원본’이라는 상품 콘셉트를 고려하면 맛의 완성도가 다소 부족한 느낌입니다.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완성되는 간편식이라곤 해도, 집에서 어렵지 않게 조리할 수 있는 ‘쿠지라이식 라멘’보다 나은 점이 간편함 하나 뿐이어서는 ‘원본’이 가지는 상징성도 퇴색될 수밖에 없겠죠. 원작 팬들이라면 팬심과 호기심에 먹어볼 순 있겠지만, 다양한 볶음라면 용기면이 대안으로 있는 상황에선 굳이 더 비싼 가격을 주고 선택할 유인이 적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