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91.79포인트(3.76%) 오른 2,533.34로 출발했다. 코스닥지수는 17.76p(2.57%) 오른 709.04에 원/달러 환율은 1,370.0원 보합으로 개장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2024.8.6(사진=연합뉴스)
"처음 급락의 시작은 미국 경기침체, 즉 리세션 우려였다. 하지만 5일 장중 일본 니케이가 15%, 코스피가 10% 이상 폭락한 것은 경기침체 우려만으로 설명되긴 어렵다. 결국 어제 이슈는 엔캐리 청산 이슈다."
전일 블랙먼데이에 대한 증시 전문가들의 공통된 반응은 '엔캐리 청산 우려'로 모아졌다. 과거 9.11테러,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 충격을 넘어서는 국내증시 폭락을 앞서 예상한 전문가들은 거의 없었다. 미 경기침체 우려도, AI 거품도, 이란-이스라엘 전쟁 우려도 갑자기 생겨난 이슈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전일 폭락 배경은 시장의 과잉공포, 엔캐리 청산 우려가 주된 요인이란 분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6일 보고서를 통해 "미 경기침체는 당장 우려할 리스크는 아니다"며 "다만 엔화발 유동성 충격은 당분간 경계해야할 부분"이라고 짚었다. 최근 미국 경제 패러다임이 과거와 많이 달라져 이번에도 경기침체 사이클 진입을 설명하는 삼의 법칙(Sahm Rule)이 맞을 지는 미지수라는 주장이다.
근거로는 고용시장 변화와 함께 소비지출과 기업투자가 견조하다는 점을 꼽았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ISM제조업 지수와 서비스 지수를 가중평균해 구한 합성지수는 미국 경제가 침체보다 연착륙 기조를 유지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며 "앞으로도 이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되겠지만 당장 미국 경제가 침체에 진입에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물론 관련된 고용지표는 물론 미국 실물지표(소비 및 투자 그리고 생산) 추이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은 덧붙였다.
엔화발 유동성 충격은 당분간 경계해야 하는 부분으로 꼽혔다.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이슈가 증시 급락의 중심에 있다는 의미다. 그는 "미국 증시는 물론 여타 증시에 비해 일본 증시가 상대적으로 큰 폭의 하락을 기록한 배경에는 엔화 초강세 영향이 컸고 그 여파가 글로벌 증시에 큰 악영향을 미쳤다"며 "일본은행이 조기 금리인상과 함께 양적완화 축소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 엔 캐리 트레이드 매력도를 약화시켰고 이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유동성 충격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엔화의 방향성이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엔화의 추가 강세는 일단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며 "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이 더 이상 엔화 강세를 용인하지 않을 여지가 크고 주가 급락이 일본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방관하기 어렵다. 또한 과도했던 엔화 약세 포지션이 상당부분 청산된 점도 엔화의 추가 강세 심리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우려를 잠재울 방법은 있을까. 이은택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불확실성의 제거'를 꼽았다. 이 애널리스트는 "엔 캐리 청산에 대해 물증을 확보하긴 어렵지만 심적으로는 동의한다"면서 "경기침체든 캐리청산이든 결국 '불안'이 촉발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 제거가 우선"이라고 짚었다. 펀더멘탈의 문제가 아닌 심리적 불안요인을 없애야 한다는 것.
방법에 대해선 연준이 과감한 완화정책을 통해 경기에 대한 자심감을 되찾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경기침체를 가리키는 지표는 ‘(불완전한) 실업률’ 밖에 없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그는 보고 있다.
이 애널리스트는 다만 "문제는 ‘데이터 디펜던트’를 따르는 파월이 그럴 수 있겠냐는 우려"라며 "2018년 긴축, 2021년 완화 뒷북에서 뭔가 배웠길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과거 단기 급등락은 투자자를 지치게 하지만 장기로 보면 수익을 낼 수 있는 자리였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리서치가 아닌 바이사이드 기관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는 전일 폭락에 대해 "하루 지나 생각해보면 어제 이슈는 엔캐리 청산"이었다며 "일본 금융기관들이 환차손이 커지면서 일괄청산한 영향이 큰데 단기 해결될 이슈는 아니지만 장기화될 이슈 역시 아니다"고 전했다. 종목불문, 대부분 종목 낙폭이 지나치게 과도했다는 점에서 향후 증시는 무조건 올라간다고 본다"고 기대했다.
강 대표는 향후 대응에 대해 "자신있는 종목은 더 사되 하반기 증시 전반에 대한 기대감은 줄이는 것이 맞다"며 "유동성과 펀더멘탈 측면에서 하반기로 갈수록 상황은 다소 나빠질 수 있어 추가하락시 매수는 몰라도 반등시 추가매수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 전직 펀드매니저는 이와관련, "미국의 7월 실업률(4.3%)에 다들 놀라는데 경제이론상 5% 미만은 완전고용에 준한다"며 "최근 급락은 AI주 거폼이 빠지는 과정"이라고 정리했다. 다만 향후 증시 방향성에 대해선 "한국증시의 경우 어제 신용 반대매매가 상당부분 털리면서 부담을 덜었다"면서 "전일 증시 저점을 찍었다고는 보지만 여러 요인상 기간조정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료=하이투자증권 리서치)